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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코드 - 인공 지능은 왜 바흐의 음악을 듣는가?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끔찍한 범죄에 관한 뉴스를 봤어요.
인간이 어떻게 인간에게 저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할 말을 잃었어요.
그 여운이 남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어요.
<창조력 코드>의 저자 마커스 드 사토이는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에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창조력 코드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다양한 영역에서 살펴보고 있어요.
창조력을 자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조력을 기계에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을까?
한마디로 창조력은 학습 가능할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그후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했고, 딥마인드의 바둑 팀은 해체되었어요.
커제를 비롯한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 덕분에 자신이 창조력을 더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했지만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을 더는 이길 수 없다면서 은퇴 선언을 했어요.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둘이서 만드는 하나의 작품... 지금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는지...
지금은 프로기사들도 인공지능한테 바둑을 배운다. 한 판도 못 이긴다. (AI를) 따라 두게 된다.
(2016년 대국한) 알파고 베타버전은 아직 완성 전이었는데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버전은 인간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
책에 나오지 않는 이세돌 9단의 인터뷰를 인용한 건 인공지능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내용이기 때문이에요.
수학자인 저자 역시 이러한 상황을 똑같이 보고 있어요.
자신이 절대 이기지 못할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세계 최고수가 되고자 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는 일이 아니겠냐고.
지금까지 바둑은 컴퓨터가 수학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보호막이라고 여겼던 수학자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겠죠.
실제로 인간을 상대로 한 바둑에서 이긴 딥마인드는 이제 다른 목표로 눈을 돌렸어요. 보건 의료, 기후 변화, 에너지 효율, 음성 인식 및 생성, 컴퓨터 비전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요. 그리고 수학 분야까지도, 수백 년에 걸쳐 연구해온 수학자들까지 위협하고 있어요.
최근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코드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이, 게임에서 승리했어요. 그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기계가 절대 마스터할 수 없다고 믿었던, 반드시 창조력이 발휘되어야만 하는 게임이었어요. 바로 이러한 획기적 발전이, 저자를 수학자로서 실존적 위기를 겪게 만든 계기였다고 해요.
... 필즈상 수상자는 컴퓨터가 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가워스는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컴퓨터가 결국 우리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걸 근본적으로 막을 장벽은 없다고 봅니다.
이는 애석한 일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할 겁니다.
인간의 개입이 점점 줄어들고 증명에서 컴퓨터가 감당할 수 있는 '지루한' 부분이 점차 개선되면
우리는 재미있는 부분에 대해 마음껏 생각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351p)
이렇듯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인공지능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 즉 알고리즘의 토대가 되는 규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알고리즘은 원래 인간의 기존 창조물을 확장하거나 조합하는 방식으로 쓰였어요. 지금 기계의 창조력은 모두 인간 코드를 원동력으로 하고 있어요.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게 된다면 인류의 문명은 인간과 의식 있는 기계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쩌면 인간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건 인간 코드를 장착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 코드를 상실한 인간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