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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평점 :
<복수전자>를 읽기 전에,
먼저 <3인칭 관찰자 시점>을 꼭 읽어보시길.
아무리 추천한들 내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복수전자>를 읽고나면 아마도 궁금해질 거예요.
과연 테오라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스터리한 남자 테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테니.
ID : avenger321
복수는 차갑게 해야 제맛! *
* 스티븐 파인먼, 『복수의 심리학』(반니,2018), p.9. "복수는 차게 대접해야 제맛인 요리다"는 속담에서 따왔다. (25p)
갑갑한 속을 뻥 뚫어주는 복수극?
글쎄요, 제목에서 '복수'라는 단어의 뜻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네요.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공'이 아니라 '고통'이니까.
<복수전자>는 동일한 이름의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 전파사예요.
전파사가 뭘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 문에 다음과 같이 적힌 시트지가 붙어 있어요.
"가전제품 수리, 컴퓨터 수리, 장난감 수리, 핸드폰 수리, CCTV 설치/ 봇, 각종 전기공사"
영화 킹스맨의 비밀본부는 멋지던데... 여기는 누가봐도 허름한 전파상이니, 완벽한 은폐 작전이란 건 인정해요.
오직 복수를 목적으로 이 가게를 찾는 사람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바로 모바일게임 중 '복수전자' 앱을 깔고, 레벨에 따라 나뉜 50단계의 복수를 성공해야 돼요.
복수 게임을 마스터해야 최종 레벨에 나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의뢰자 255. 기성우
성우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기승만이에요.
일곱 살의 성우는 엄마를 잃었고, 그때 처음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의 집은 으리으리한 2층 저택이었고, 부인과 그 부인이 낳은 딸도 있었어요. 일곱 살 성우에게 새어머니와 누나가 생겼지만, 그들에게 성우는 투명 인간과 같은 존재였어요.
유명한 사학재단을 운영하던 부유한 집안의 기승만은 학교 이사장이었고, 성우에게 최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줬어요. 아버지가 운영하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전교 1등을 놓치면 안 되는 아이였는데, 5학년 때 전학 온 현민에게 처음으로 1등 자리를 빼앗겼어요. 친구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던 아버지도 현민이는 라이벌로 인정해줬어요. 그건 현민이 아버지가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치른 시험에서 현민이가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아버지에게 현민이는 눈엣가시가 되었어요. 결국 아버지는 현민이 아버지 이수영 선생님에게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이에 불복한 이수영 선생님은 재단의 비합리적인 정책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고, 부당 해직을 당했어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우는 아버지에게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오히려 한심한 녀석 취급을 당했고, 가출이라는 카드를 선택했어요.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아들의 반항에 흔들리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성우는 비로소 아버지가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열일곱 살의 성우는 하나밖에 없는 우정을 잃었고, 안락한 집을 잃었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잃었어요.
끔찍한 사고... 충격에 빠진 성우는 최후의 반항을 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혔어요. 그때 나이가 겨우 열여덟.
아버지 기승만은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됐어요.
현재 스물넷, 만으로 스물셋이 된 성우는 복수를 위해, 복수전자를 찾아 왔어요. 그리고 테오를 만났어요.
<복수전자>를 통해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성우는 테오에게 물었어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게 아닌데... 성우는 자기 스스로에게 물었어야 했어요. 진짜 복수하고 싶니?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에요.
성공률 99퍼센트라는 복수전자의 복수, 그 내막을 알게 되니 그들이 해낸 건 복수가 아니라 조금 다른 모양의 위로라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주인공 테오가 <복수전자>를 통해 부활한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12년 후 테오의 모습이 복수전자의 주인이라서 안심이 됐어요. 테오라서 가능한 복수였어요. 차가운 복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