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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수프 - 삶이,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질 때
아잔 브라흐마.궈쥔 선사 지음, 남명성 옮김, 각산 감수 / 해냄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아잔 브라흐마.
제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책들의 저자이자 승려예요.
<개구리 수프>라는 제목을 보고, 명상 우화인 줄 알았어요.
설마, 진짜 개구리 수프일 줄이야...
이 책은 매우 특별해요. 아잔 브라흐마와 궈쥔 선사의 너무나도 솔직한 수행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 어떤 권위나 위엄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오직 수행하는 승려의 모습뿐.
그래서 더욱 감동을 느꼈어요. 인간적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니까.
스승 아잔 차 스님은 '나'(아잔 브라흐마)를 퍼스에서 학생들을 위한 수도원을 세우려는 아잔 자가로를 도우라며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냈어요.
한두 해 지나면 태국으로 돌아오거나 다른 곳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승님은 나를 다시 불러들이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스승님은 뇌졸중으로 몸이 거의 마비된 상태라서 말을 하거나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리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척박한 땅에서 벽돌 하나 하나를 쌓아 수도원을 짓게 되었어요. 태국 숲속 전통에 따른 승가 수도원.
여기서 맞닥뜨린 시련은 배고픔, 허기짐이었어요. 수도원의 규칙에 따르면 승려는 요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아무도 안 사는 오지에서 탁발 그릇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 굶어죽지 않으려면 승려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수도원을 세워야 하는데, 고요한 명상을 하려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인 거죠. 거기다가 '나'는 아잔 자가로의 조수였는데도 명상원이 들어설 부지와 규모를 두고 열흘 동안 논쟁을 벌였으니,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노라 고백하고 있어요. 마침내 제정신을 차린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승려로서의 의무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살며 자비심을 품고 애착은 멀리하라고 가르치는 거라고." (62p)
아잔 자가로의 방으로 가서, (태국에서는 사과를 할 때 상대방에게 초와 향, 꽃을 주는 것이 전통임) 선물을 담은 접시를 내밀며 사과했어요. 그러나 평범한 사과는 아니었어요.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작은 부탁을 추가했어요.
"스님의 계획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제가 건축을 맡도록 해주십시오.
저는 여전히 제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스님의 계획에 따라 건물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게는 아주 멋진 수행이 될 것 같습니다." (63p)
아잔 자가로는 감동을 받았어요. '너의 뜻대로 해라, 나는 관여하지 않을테니.'라는 반응을 예상했는데, 자신의 뜻과 어긋나지만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으니.
실제로 '나'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벽돌을 쌓아올리며 건물을 지었지만 더 이상 그 문제로 마음 쓰지 않았어요.
"벽돌을 하나씩 쌓으면서 나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꼭 뭔가를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해야만 한다.
... 나는 여전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명상원을 지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뭘 하든 우리는 제대로 된 방식, 또는 잘못된 방식에 대한 우리 생각이 아니라 사람들을 먼저 우선시해야 한다.
초, 향 그리고 꽃.
우리는 언제나 다정하게 행동할 수 있다." (64-65p)
우리가 자신의 삶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대한다면...
돌아보니 늘 짜증내고 화내는 일이 많았어요. 정말 불친절한 태도였어요.
아잔 브라흐마는 가난한 농부들이 준 약간의 쌀밥과 개구리 수프를 먹으면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어요.
숟가락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개구리를 아무 양념 없이 물에 삶아놓은 수프.
으악,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승려들은 이런 식의 고행을 견디며 어떻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어요.
일개 속인의 눈에는 지옥 같은 고행인 것을, 승려들에게는 그 고행이 기쁨이 된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고행의 기쁨이지만 아주 조금은 깨달은 바가 있어요.
고통을 견뎌내는 건 자신 없지만 적어도 다정하게는 행동할 수 있다고.
<개구리 수프>를 통해 배웠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