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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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동네 책방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어요.

근래에는 전국 맛집처럼 유명한 동네 책방은 직접 찾아가야 하는 희귀 명소가 된 것 같아요.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제목과 동일한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책방 주인이 참 부러웠는데, 그래서 책방 주인을 잠시 꿈꿨던 적이 있어요. 스쳐간 낭만으로 끝났지만.

저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진기사, 새마을금고 직원, 댄스 강사,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은하수 식당 주인까지.


"놀고 있네. 인생이 재밌나? 니는 인생을 재미로 사나?"  (25p)


이직할 때마다 부모님이 특히 못마땅해하셨다고. 아마 당연한 반응일 거예요. 서른 넘은 아들이 한 번뿐인 인생을 재밌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겠다며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속 터질 일이지요. 그러나 스스로 척척 제 할 일을 해내는 아들이었으니 나름 믿음을 가지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자도 이십 대 후반까지는 안정된 직장과 서울 라이프를 꿈꿨다고 해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뭔가 틀에 갇힌 느낌이 있었나봐요. 그러다가 문득 경주의 아름다움과 경주만의 특색이 눈에 들어왔고, 앞으로 뭘 하든 경주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뚜렷해졌대요. 

멋지네요. 누가 뭐래도 인생은 재미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놀며 살아야 제맛인 거죠.

이 책은 동네 책방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경주의 매력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인 것 같아요. 변함없는, 변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어서어서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저자의 셸프 책방 인테리어의 핵심은 경주였대요. 책과 경주를 한 공간에 담고 싶어서, 오직 경주여야만 하는 책방이고 싶었대요.

어서어서에는 포스와 바코드 스캐너가 없대요. 서점 재고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에요.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구현하고자, 벽 한 켠에 걸린 괘종시계의 댕, 댕 하고 울리는 종소리에 삑- 하는 바코드 스캐너 소리를 넣고 싶지 않았대요. 책을 팔고 나면 공책에 일일이 적어두고, 재고 역시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대요. 또한 어서어서의 책갈피는 책 한권에 한 장을 손님에게 주는데, 책방에 놓아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대요. 책봉투는 어서어서의 마스코트래요. 읽는 약 책봉투는 약국에서 사용하는 약 봉투를 패러디한 아이디어로, 약을 먹어 몸을 낫게 하듯이 책을 읽고 나은 생각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거래요.

주인 혼자 운영하는 작은 책방이 경주의 명소가 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책방을 찾는 손님 중에는 <알뜰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찾았던 책방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에 나간 적은 없대요. 김영하 작가님이 경주 황리단길의 어떤 펍에서 피자와 맥주를 즐기는 장면이 방송에 나간 건데, 당연히 서점도 나왔을 거라고 넘겨짚은 거죠. 이런 얼떨결에 얻은 유명세 말고도 진짜 '어서어서' 책방이 좋아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꽤 많다고 해요. 

올해 2월 휴가 직전에 매출이 정점을 찍었을 때만 해도, '어서어서'를 이어주는 두 번째 공간으로 '이어서'를 기획 중이었대요.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주를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고, 황리단길에서 처음 맞는 낯선 고요를 견디면서 많은 생각을 했대요. 세상은, 전문가들은 우리 모두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데, 저자는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자로서 책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했대요.

황리단길이 멈춘 것이 한 달 정도이고, 어서어서에 다시 손님이 북적인 것이 거의 만 두 달이 지난 다음이었는데, 그때 감정이 북받치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겼대요.

지금부터는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두 번째 책방을 만들어야겠다고, 그것이 중고책 판매 및 대여 전문 서점 '이어서'의 초안이었대요. 그동안 어서어서를 운영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경주 사람들에 대한 빚이 있었대요. 오래된 경주를 그 모습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는데, 어쩐지 경주 사람들이 아닌 여행객을 위한 서점이 되어버렸다고. 그래서 '이어서'는 경주 사람들이 집에 있는 책을 처분하고, 중고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래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아요.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책을 읽고나니 경주와 어서어서의 매력이 다르게 보였어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라는... 경주는 그대로인데, 달라진 나였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자기 내면에서 변하지 않는 뭔가를 끄집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하면 할수록 끌리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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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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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비 정원>은 섬뜩하게 아름다운 정원에서 벌어진 이야기예요.

아.름.다.운.지.옥.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저택에 유리 지붕이 덮인 아름다운 정원이 폭발했어요.

그 안에 13명의 소녀들과 남자 3명이 구출되었어요. 소녀들의 등에는 저마다 다른 나비 문신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요.

13명의 소녀들의 신원을 확인해보니 전부 행방불명된 16살에서 20살 사이의 여자아이들이에요. 


FBI 특별수사 팀장 빅터 하노베리언과 특별수사관 브랜던 에디슨이 살아남은 소녀들 중 마야와의 인터뷰를 맡게 되었어요.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나니, 처음 나온 이 장면의 대화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어요.

마야는 충격에 빠진 피해자들과는 달리, 유독 침착하고 냉정했기 때문에 FBI 의 의심을 받고 있어요. 

과연 마야는 진짜 범인을 도운 공범일까요.


"건진 게 있나?"

"여자애 두세 명이 최근 자료에 맞아떨어져서 부모들이 오는 중이에요.

지금까지는 모두 동부 연안이에요."

"저 여자애에 관한 건 없어?"

"저 여자애를 여기로 데려올 때, 아이들 일부가 저 애를 '마야'라고 부르더군요. 성은 없고요."

"진짜 이름인가?"

"설마요."

에디슨이 콧방귀 뀌더니, 윗도리 지퍼를 올려서 럭비팀 티셔츠를 가리려 애쓴다. 

구조팀이 생존자를 찾자마자 급히 연락해, 빅터 팀원들은 휴일을 즐기다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

"본관 건물에 한 팀을 보내서 샅샅이 뒤지게 했어요. 범인 새끼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게 있는지 찾아보도록."

"범인이 피해자들을 극히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는 건 자네도 나도 동의하겠지."

"왜 저 여자애죠? 라미레즈 말이 저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은 여자애도 여럿이라는데, 

겁에 질린 사람일수록 많은 걸 털어놓을 거고요. 저 애는 고집불통 같아요."

"다른 애들이 저 애를 쳐다보더군. 이유를 알고 싶어. 

하나같이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 저 애를 쳐다보고 대답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저 애도 범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우리가 찾아내야 하겠지."  (16-17p)

...

"집이 어딘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장난치자는 게 아니라고."

에디슨이 날카롭게 끼어들자, 마야가 차갑게 바라보며 대답한다.

"네, 당연히 아니죠. 사람들은 죽고 삶은 무너지고, 그런데 아저씨는 미식축구 경기가 한창일 때 빠져나온 게 정말 못마땅해 보이니까요."

에디슨이 얼굴을 붉히며 셔츠를 숨기려고 지퍼를 올린다.

"마야는 불안한 기색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아."

빅터가 지적하자, 마야는 어깨를 으쓱하곤 붕대 감은 양손으로 물병을 조심스레 집어서 한 모금 들이켜더니, 묻는다.

"불안해야 하나요?"

"FBI에 들어오면 대부분 불안해하지."

"그 사람이랑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그 사람?"

빅터는 재빨리 다정하게 묻고, 마야는 대답한다.

"정원사."

"너를 가둔 사람...... 그 사람이 고용한 정원사랑 얘기했니?"

마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 사람이 정원사예요."   (19-20p)


성질만 부리고 버럭대는 에디슨이 빠지고, 빅터 혼자서 마야와 인터뷰를 계속 진행하게 돼요. 

마야의 입을 통해서 나비 정원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데...

왜 마야는 침묵을 지키다가 빅터 팀장에게는 순순히 모든 질문에 답했을까요. 그건 한눈에 알아봤던 거예요. 빅터 팀장은 세 명의 딸을 둔 아빠라서, 이 끔찍한 사건에서 구출된 소녀들을 수사관이 아닌 아빠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내 딸들이 피해자가 되어 조그만 방에 갇혔더라면... 그래서 아직 혐의를 둔 마야조차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어요. 반면 에디슨은 자신의 휴일을 뺏아간 상황이 몹시 짜증난 것 같아요. 그를 탓할 순 없겠죠. 아무리 끔찍한 범죄 사건이라도 그와는 무관하니까. 


마야가 들려주는 정원사의 이야기는 수많은 공포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정원사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였어요. 그에겐 충실한 하인이 있었고, 또 다른 악마도 곁에 있었어요. 모든 게 완벽하게 은폐된 비밀의 정원에서 납치된 소녀들이 한 명씩 죽어갔던 거예요. 단지 악마의 쾌락을 위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야가 함께 갇혀 있던 시모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부분이에요. 시모네는 도서실에서 같이 읽던 책을 읽어달라고 했어요. 마야는 시모네의 손을 맞잡은 채,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어요.

"끔찍하게 추운 날씨였어요. 눈은 가득 내리고 주변은 완전히 깜깜한 저녁이었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저녁. 이렇게 춥고 깜깜한데, 불쌍한 여자애는 맨머리에 맨발로 거리를 걸어갔어요."  (268p)

그 책은 안데르센이 쓴 「성냥팔이 소녀」였어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가 <나비 정원>의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마야뿐 아니라 나비 정원에 갇힌 소녀들은 성냥팔이 소녀와 다를 게 없었어요. 성냥개비로 약간의 온기를 느끼며, 환상적인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죽음뿐이었어요. 후우~ 불면 사라지는 성냥개비의 불꽃처럼 사라진 소녀의 생명. 사람들은 얼어죽은 소녀가 왜 미소를 짓고 있는지, 그 소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알지 못해요. 아무도 거리를 헤매는 성냥팔이 소녀에겐 관심이 없었으니까. 아무도 추위에 떨고 있는 불쌍한 소녀에게 손 내밀지 않았어요. 아무도... 소녀의 죽음으로 이 동화는 끝이 났지만, 우리의 현실은 끝나지 않았어요. 

<나비 정원>의 결말은 놀라운 반전이 있어요. 처음에 빅터 팀장이 마야를 선택했던 그 이유가 밝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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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합격의길 2020.11.12 - 2021 대입면접 질문과 답변
김기영 외 지음 / 연합교육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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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면접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2021 대입면접 질문과 답변>은 국내 유일의 대학입시 전문 매거진이라고 해요.

대학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는 면접을 위한 대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우선 대학입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나와 있어요. 교육 칼럼, 리서치, 진로 및 전공 지도, 자녀지도를 위한 부모 교육, 대학입시 면접 가이드가 나와 있어요.

전반적인 대학입시 가이드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요. 현직 대학입학전형 전담 교수가 알려주는 대학입시 면접의 실제를 살펴보면,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면접은 대학입시의 마지막 관문으로,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가치관과 대학 입학 후의 수학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해요.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면접평가 과정에서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를 기초로 하여 지원자가 고등학교 기간 중 경험한 각종 활동의 진위 여부, 인성과 사회성,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고 해요. 대학이 면접을 활용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유형은 대체로 두 가지라고 해요.

첫째는 단계별 전형으로 1단계에서 제출한 서류평가를 통해 일정 배수를 선정하고 이들만 2단계 면접을 실시해요. 둘째는 모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실시한 후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에요. 결론적으로 대학별로 어느 정도의 반영비율을 두느냐에 따라 면접의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지만, 면접의 중요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러므로 수험생은 반드시 대학별 면접 방식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본 후 지원대학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입면접을 위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어요.

면접을 잘 보기 위한 준비와 답변 요령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어요. 면접의 진행방법, 면접 진행 순서, 그리고 일반·심층면접 질문과 답변이 예시로 나와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것인데 이때는 짧고 명료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대학입시에서 자기소개는 꿈은 무엇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실시한 활동을 중심으로 얼마만큼 성장했고, 그러한 내적 성장이 지원학과와 어떻게 연계되었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말해요.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구체적인 활동을 말하면 돼요.

대학별로 서울지역, 경기·인천 지역과 지역 거점 국립대학, 지방권 주요대학을 대학명의 가나다 순으로 분석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서류 기반 일반면접은 학생부와 자소서 내용을 철저하게 숙지해야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제시문 기반 면접은 정답이 없다고 해요. 각자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일관성 있게 답변하느냐가 중요해요.

솔직히 대입면접을 막연하게 생각했던 터라 이토록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몰랐어요. 오히려 이 책 덕분에 면접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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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
이기행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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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날 때의 마음이 즐거우면 여행이고, 괴롭다면 고행이 아닐까요.

물론 떠나기 전이 가장 즐겁고, 막상 떠나면 힘든 것이 여행인지라,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걸 매번 깨닫는 수업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각자의 마음이 답해줄 것 같네요.

여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의 저자는 군 제대 후 불교 군종병 동기 율과 함께 무작정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을 했고, 그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부제가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이라서, 너무 진지한 종교 서적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신은 어디에 계실까?'라는 생각만으로 훌쩍 떠난 여행이었더군요.

사실 저자가 성지순례를 가게 된 건 의도치 않은 약속 때문이었대요. 서로 다른 부대에 소속된 불교 군종병들이 일요일만 되면 절에서 여러 허드렛일을 돕다가, 치 법사님의 제대를 축하해주는 자리를 가졌대요. 치 법사님이 제대 후 인도 델리대학원으로 유학 간다는 소식에 몇몇 대대 군종병이 법사님이 인도에 계실 때 그곳에 성지순례를 하러 가겠노라 서원했던 거예요. 당시 그 약속은 분위기에 취해 한 것이라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해요. 그뒤 다들 제대했고, 저자 역시 복학하여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 문득 율에게서 연락이 왔대요. 이번 겨울에 약속했던 성지순례를 가자고 말이죠. 율은 저자에겐 껄끄러운 군대 고참이자 근 일 년 넘게 연락도 없었던 서먹한 사이였대요. 더군다나 그때는 절에 다니지 않았던 터라 율의 연락이 당황스러웠다고 해요. 율과 인도 여행을 하다니 정말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대요.

신기하죠? 설마 이 사람과 여행할 일은 없겠지, 싶은 사람과 여행을 하게 된 거예요.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니라 성지순례를 말이에요.

더욱 놀라운 건 뭄바이 사하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이에요. 어처구니없게도 두 사람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걸 도착해서야 알게 됐대요. 인도 어느 도시에 어느 유적지를 봐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도시에서 어느 호텔에 머물고 어떤 교통편으로 가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준비를 안했던 거예요. 오죽 답답했으면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여행서 한 권을 주더래요. 그리고 그날밤 묵을 수 있는 호스텔 위치를 알려주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힌디어 인사를 하더래요. 얼떨결에 율이 나무아미타불을 읊으며 합장인사를 했더니 그녀가 웃으며 알려줬대요.


"나마스떼는 힌디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예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할 때 그 '나무'와 같아요.

바로 당신께 귀의한다는 뜻이죠."   

"어쩌면 '피르 밀렝게'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무슨 뜻이에요?"

"씨유 어게인!"  (23p)


이럴 수가, 두 사람은 인도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안쓰럽고 딱한 여행자 신세가 된 거예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어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성지순례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불교 사원뿐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 배화교, 비하르교까지 다양한 종교 사원과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새삼 인도라는 나라가 '신들의 나라'였다는 걸 깨닫게 해주네요. 그리고 그 신을 만나기 위한 여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네요. 

여행자에게 배낭은 무게만큼 짐일 것이요, 동행 또한 다른 의미의 짐이라는 것. 같이 거닐며 기쁨을 만들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요.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도 나중에는 헤어져서 각자 혼자만의 여행을 하게 돼요.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굳이 화내며 싸울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떠날 테니까. 문득 우리 인생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산다면 스쳐가듯, 감정에 얽매여 괴로운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가 정말 오랫동안 헤매며 찾았던 부처님의 탄생지라는 룸비니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풍경이에요. 너무나 조용하고 황량한 폐허.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차량도 없고 제대로 된 건물도 없더래요. 허허벌판에서 당장 밤에 묵을 곳이 없어 난감한 저자에게 마침 지나가는 티베트 스님이 숙소를 제공해주었대요. 

책을 덮으면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당신은 만났나요"라는 질문으로 느껴졌어요. 어쩌면 우리는 신을 찾아 그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미 당신을 만났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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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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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은 여전히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어요. 아니, 오히려 왜곡하고 있어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다른 길을 걸어왔어요. 독일은 과거 나치 독일의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배상했어요. 그 대표적인 예로 1970년 빌리 브란트 옛 서독 총리가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끓으며 애도를 표했어요. 진심어린 반성으로 독일의 위상은 더 높아졌어요.

반면 일본은 사죄는커녕 역사를 왜곡하며 추악한 짓을 멈추지 않고 있어요. 최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당국의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몰리자, 베를린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최소한의 항거였는데, 이렇듯 오랫동안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았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어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국가 여성들은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했고, 이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한 그들이 저지른 과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라고 믿고 있어요.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네빌 슈트의 장편소설이에요.

1899년 런던 일링에서 태어난 네빌 슈트는 항공업계 엔지니어로 비행기 개발 일을 했다고 해요.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에 합류해 비밀 무기 개발을 했대요. 전쟁 뒤에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호주에 정착해 평생 살았대요. 이 소설에 영감을 준 주인공은 1949년 수마트라 팔렘방에 살았던 게이젤 부인이에요.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당시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스물두 살의 새댁이었고, 6개월 된 아이가 있었대요. 게이젤 부인은 그 아기를 안고 2,000킬로 가까이 걸었고, 자신의 아들을 지켜냈다고 해요. 저자는 자신이 만났던 가장 용감한 여인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아마 이 소설을 읽고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8년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돼요.

주인공 진 패닛은 런던에서 속기사로 일하고 있어요. 어느 날 변호사가 찾아와 그녀도 기억 못하는 외삼촌이 엄청난 유산을 물려줬다고 알려줘요. 다만 그녀가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만 신탁에서 발생한 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요. 그녀는 유산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전쟁 당시에 머물렀던 말레이 마을로 돌아가서 우물을 지어주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말레이 현지에서 우물 공사를 하다가 인부에게 전쟁 중에 있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돼요.

그 모든 과정이 놀라워요. 

처음엔 제목의 의미를 제멋대로 추측했는데, 곧 알게 됐어요. 다 읽고나니 이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앞서가고 있어요. 댐은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

"곧 지어질 거예요."

...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이 다 이렇게 잘 된다면 당신은 곧 앨리스 스프링스 같은 도시를 갖게 될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요."   (249-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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