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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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N번방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그야말로 공포와 분노 그 자체였어요.

2020년 3월 25일, '텔레그램 박사방'의 조주빈 신상이 공개됐어요.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반성이나 죄책감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2020년 4월, 국민청원 사이트에 '미국 송환은 가혹하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어요. 내용인즉슨 미국 법무부가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그의 아버지가 막아달라는 청원을 올린 거예요. 손정우는 다크웹에 '웰컴 투 비디오'(W2V)'의 운영자로 아동 성착취 영상을 판매·유포한 범죄자예요. 미국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자에게 징역 600년을 선고했는데, 한국 법원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을뿐 아니라 징역 18개월의 솜방망이 처벌만 했어요. 또한 웰컴 투 비디오 이용자 다수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솜방망이 처벌조차 받지 않았어요.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예요. 웰컴 투 비디오 이용자들이 흘러들어간 곳이 바로 텔레그램 N번방과 다크웹의 □□□, ○○○같은 사이트였어요.


텔레그램 N번방이 세상에 알려지고, 범죄자들이 체포되기까지 그 뒤에는 '추적단 불꽃'이 있었어요.

정식 기자도 아니고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두 여성이 어떻게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가 되었을까요.

바로 그 피, 땀, 눈물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어요.


"2020년, 지긋지긋한 여성혐오 범죄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이 '이제 우리 함께 걸을까요?'라는 인사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 살아온 환경, 살아온 방법, 살아온 시간이 달라도,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는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7-8p)


1년 전, 두 사람은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으로 신문사 인턴 생활을 같이 했던 인연으로 뉴스통신진흥회의 '탐사 심층 르포 취재물' 공모전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대요. 기사 주제는 '불법촬영'으로 잡았고,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소굴을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너무나 쉽게 발견했다고 해요. 그때 '와치맨'이라는 운영자의 공지를 통해 '고담방'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알게 되었고, 수십 개의 파생방을 통해 'N번방'으로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텔레그램에 가입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링크를 받아 N번방 중 하나인 1번방에 입장할 수 있었고, 눈앞에 펼쳐진 영상은 어린아이들의 나체였다고 해요. 고담방과 파생방 회원들이 수없이 말하던 '노예'란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아이들이었고, 그 아이들은 N번방 회원들의 지시에 따라 영상을 직접 촬영해 보냈던 거예요. '갓갓'이라는 자는 아이들을 협박하여 받은 불법촬영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공유했던 거예요. 이 끔찍한 범죄 현장을 목격한 두 사람이 한 일은 '신고'였어요.

어쩌면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신고했고 적극적으로 경찰에 협조했어요.


만약 우리나라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과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었더라면 '추적단 불꽃'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추적단 불꽃' 덕분에 N번방의 조주빈을 비롯한 공범들을 잡을 수 있었지만, 바꿔 말하면 그들의 피, 땀, 눈물이라는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 B는 2018년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해당 지역 경찰서에 신고했더니 해당 경찰서에서 해외기반 SNS는 수사가 어렵다며 사실상 수사를 종결해버렸다고 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성폭력을 수사하는 전담 팀이 없었대요. 더군다나 수사기관은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고 여기지 않을 정도로 몰랐던 거예요. 이후 B는 2년간 홀로 고통 속에 지내다가 2020년 5월, 대대적으로 N번방 사건의 갓갓이 잡힌 후에야 비로소 피해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대요.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였던 손정우의 솜방이 처벌은 법관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긴 탓이에요. 그건 법관들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국회 접수 요건인 동의자 수 10만 명을 달성하여,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3월 5일에 관련 법안 네 건을 처리했다고 해요. 그런데 처리 직후 법사위 참석자 대부분이 'N번방 사건'과 '딥페이크'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해서, 어느 국회의원은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것이냐?", "생각하는 것까지 처발할 수는 없지 않느냐?",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듭니까?", "예술작품이라 생각하고 만들 수 있지 않냐"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해요. 

[딥페이크 처벌법 만든 고위 공직자들의 안이한 현실 인식 - 경향신문 2020년 3월 18일자, 심윤지 기자] (70p)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시키겠다던 입법부 국회의원들이 이토록 한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처참한 현실인 거죠.


두 사람은 N번방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태도에 절망했다고 해요.

언론이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보도할 때 피해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기사가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고,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호소했건만 피해자의 안위는 뒷전이었다고 해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인 것이지, 자극적인 피해 사실이 아니에요.


그동안 몰랐던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을 '추적단 불꽃'이 취재했고, 그 참혹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과 '단', 두 사람의 열정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용감한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걸 두 사람이 보여줬어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거예요. 이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야 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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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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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얼썩 철썩~

밀려오는 파도처럼

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듯이.

사는 동안 저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갈 텐데, 그 파도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는 배은비님의 에세이예요.

제목을 읽으면서 짐작했어요. 이토록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구나.

역시나 저자는, 솔직해지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고 이야기해요. 어설프게 너를 위로한다고 생색내지 않고, 그냥 나를 위로한 것이 네게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위로는 말이 아닌 마음을 전하는 일이니까.

마음, 보이지도 않는 마음 때문에 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는 마음, 지나간 것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워하는 마음... 약해진 마음을 제때 다독여주면 될 걸, 그 마음이 싫어서 아닌 척 덮어버린 건 아닌지. 


나는 혼나지 않으려 매번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이때부터였던 것도 같다. 혼자 끌어안고 말하지 않는 버릇이 든 게.

"너는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난 너한테 숨기는 거 하나 없이 다 말해주는데 넌 항상 듣기만 하잖아.

정작 너에 대한 얘기는 아무것도 안 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었다. 

사실 나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거였는데. 언제나 말하고 싶은 쪽에 속했던 건 나였는데, 

하고 싶은 말들은 왜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하는지 알고 싶다고, 할 수만 있다면 속을 발라당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  (54p)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는 걸 누가 알아주겠어요. 

그러니 너는 솔직하지 못해, 라고 비난하는 건 아픈 상처를 또 한 번 찌르는 말이에요. 순수하게 자기 마음을 드러냈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면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요. 말하지 않으면 남들은 그 마음을 알 수 없으니, 말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오해가 쌓여서 더욱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겁 많은 거북이.

다행히 세상에는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마법이 있었으니, 그건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저자는 이십 대를 지나 서른을 넘기고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대요. 상처받은 것들만 기억하느라 수없이 받은 것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노라고. 마치 혼자서 다 이뤄낸 것 마냥 혼자서만 잘났다며 자기만 챙겼는데, 돌아보니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미운 마음을 내려놓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살아간다는 건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인 것 같다고, 네,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일. 

어쩌면 이 책이 뭔가 놓쳤던 마음을 알아채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한테는 이 책이 위로보다는 공감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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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힘 - 연결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
프레드 P. 혹버그 지음, 최지희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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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역의 힘>은 우리가 알아야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무역을 통한 압박을 해왔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세계 경제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세계 경제와 무역정책, 어디까지 이해하는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뭔가 더 알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던 터라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무역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뿐 아니라 무역에 관한 오해, 무역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꾸었는지 여섯 가지 물건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무역에 관한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왜 무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금, 이민 등 다른 시사 문제와 달리 무역에 관한 여론은 왜 변화의 폭이 클까요. 그건 미국인들이 무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일시적인 논쟁이나 감정에 의해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무역이 미국인의 삶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습니다. 그건 미국이 기본적으로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을 반미행위처럼 느끼도록 대중을 세뇌해왔고, 저렴한 수입품이 미국 내 일자리와 미국산 제품이 설 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미국의 일자리 문제와 수출 문제를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태도가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수출 분야의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보다 평균적으로 임금이 더 많다는 것은 알지만, 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이익을 보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무역에 쏟는 관심 대부분은 수출을 향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이 살아가는 모습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나나를 선두로 한 무서운 수입품 군단이라고 합니다. 토마토, 레몬, 바나나... 아이폰, 하버드와 미키마우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출품까지 일상 속 무역은 다양합니다. 

저자는 미국 관점에서 국제표준을 강화하고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빠르고 복잡해진 변혁의 물결 속에서 무역협정은 아직 없는 상품에 관한 것이며 무역의 미래는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도 그 변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앞으로 발생하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일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못한다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뒤처지거나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내놓게 될 것입니다. 새롭게 바뀐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데올로기 싸움을 계속 벌이거나 자금을 쏟아부어 음해를 하는 등 이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밀려오는 거대한 경제 변화의 물결에 맞서 일어설 기회는 사라질 것입니다. 저자는 중국과 협력하여 전 세계가 모두 따를 만한 책임감 있고 시행가능한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무역협정을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지,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 모두가 정확하게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필수적인 리더십의 부재라는 미국의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무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미래 경제를 만들어갈 가치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결론적으로 무역은, 골치 아픈 말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무역의 힘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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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
오잔 바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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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사고의 힘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전략


앨리스 : 불가능한 것을 믿을 순 없잖아요.

화이트퀸 : 네 나이 때 나는 하루에 30분씩은 꼭 연습했어. 

때론 아침을 먹기도 전에 6가지나 되는 불가능한 일을 믿곤 했단다.

  - 《거울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Glass》중에서  (162p)


* 문샷 Moonshot

: 본래는 '달탐사선의 발사'를 의미하지만,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을 제작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달탐사선을 제작하기로 하는 식의

혁신적이고 통 큰 계획을 일컫는 말로 두루 사용된다.

이렇듯, 세상을 바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을

'문샷 사고 Moonshot Thinking'라고 한다. (5p)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주제와 내용은 중요하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 이야기를 누가 들려주는가, 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변화시키는 건 바로 그 화자의 진실성이니까요.


<문샷>은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전직 로켓과학자이자 현직 법학자예요.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2003년 '화성표면탐사로버 프로젝트'에 참여해 2대의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천체물리학에 대한 열정이 시들기 시작했대요. 자신이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응용작업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로스쿨로 궤도를 수정한 뒤에는 로켓과학에서 쓰이는 비판적 사고의 기술을 이용하여 로스쿨 역사상 가장 높은 학점을 기록하며 그곳을 수석으로 졸업했대요. 미국 제9연방순회 항소법원에서 일했으며, 개업 변호사로도 2년간 일하다가 다시 강단으로 궤도를 수정했대요. 

그가 최종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터키에서 경험했던 획일적인 교육에 대한 반감과 좌절 때문이라고 해요. 터키의 획일성 주입교육에서 칭찬받고 성공하는 학생은 반대의견이나 창의적 생각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복종이 몸에 밴 아이였다고. 규칙을 따르고 연장자를 공경하며 기계적인 암기문화가 지배하는 곳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자리 잡을 공간은 없었다고 해요. 당시 그의 유일한 도피처는 책이었고, 수많은 공상과학소설과 과학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던 거죠. 

꿈을 크게 꾸고, 당연하다 여겨지는 가정을 의심하며,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꾸어나갈 힘을 학생들에게 불어넣고자 교육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요. 그러다가 이런 통찰을 강의에 등록한 학생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온라인 플랫폼(ozanvarol.com)을 만들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대요.

놀랍죠? 

아마 그의 대단한 이력에 감탄하면서도, "그가 천재니까 가능했던 거지, 아무나 되겠어?"라는 의구심이 들 거예요.

그러나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면 '로켓과학자의 생각법'에 대해 법학자의 논리로 풀어낸 이야기에 설득되고 말 거예요.

그동안 불확실성에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했다면 이제는 불확실성이 가진 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우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인류의 달 착륙을 최초의 실질적 문샷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도 문샷은 존재했어요. 미지의 땅을 개척한 사람들과 노예가 자유를 쟁취하고 여성이 투표권을 획득한 것들... 대부분이 까맣게 잊고 살아왔지만 우리는 문샷의 종족이었어요. 1% 개선이 목표라면 현 상태에 머무는 것이고, 10% 개선이 목표라면 현 상태를 벗어나야 해요. 문샷을 추구한다는 건 판 자체를 갈아엎는다는 뜻이에요. 판을 키워야 할 뿐 아니라 경쟁자들과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해요. 문샷 사고의 힘은 로켓이 발사되는 과정과 똑같아요. 발사, 가속화, 궤도 진입.

저자는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이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만 바꿔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이야기해요.

우와, 다양한 자기계발서와 성공학개론을 읽었지만 이 책은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네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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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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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믿지?>는 당신의 배후가 되고 싶은 언니들의 소설집이에요.

모두 여덟 명의 작가들이 여성연대에 관한 테마로 쓴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걱정마라, 네 뒤에는 언니가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든든한 언니 한 명쯤 있다면 어떨까요?

여자들끼리 '언니'라는 호칭을 붙일 때는 마음을 열어제끼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니 믿지?"라는 질문에는 바로 "응"하고 답해도 될 것 같은 신뢰가 깔려 있어요.

반면 "오빠 믿지?"는 절대 이런 말을 하는 오빠는 믿지 말라는, 하나의 예시문으로 쓰이곤 하지요.


송순진 작가의 <할머니는 엑소시스트>는 전형적인 남아선호 사상을 가진 할머니가 등장해요. 

벌써 11월이니, 서른일곱의 순영은 곧 서른여덟이 될 터. 다니던 회사가 연달아 세 번 부도 맞고 쓰러지자, 할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외할머니 집으로 옮겨 온지 3년째예요.

순영은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구직 활동 중이에요. 순영은 큰외삼촌 생각만 하면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져요. 왜냐하면 할머니는 외삼촌이라면 언제나 심장을 내어줄 듯 감격하며 사랑하는데, 그 잘난 아들은 엄마를 나몰라라 무심하니까. 이번엔 할머니 팔순 생신인데 제멋대로 사흘 전에 찾아와 식사 한 끼 사드리고 가버렸어요. 메뉴도 할머니가 드시고 싶은 쇠고기가 아니라 들깨삼계탕. 할머니는 들깨 알러지 때문에 못 먹는데, 말도 못하고 먹는 시늉만 하고 왔대요. 거기다가 봉투에는 달랑 30만원 넣어 줬다고, 할머니가 울컥해서 순영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어요. 안쓰러운 마음에 순영이 나서서 할머니의 팔순 잔치를 준비하는데...

에고, 할머니~~ 평생 아들의 뒷바라지만 하다가 결국에는 아들 뒤통수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셨네요. 속상한 마음 달래주는 건 딸과 손녀딸인 것을.

마지막 장면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 허버럴 잡귀야! ... 썩 물러나라!"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세상에 온갖 차별과 편견들이 못된 잡귀인 것을. 


김서령 작가의 <언니네 빨래방>은 유쾌했어요. 오지랖 떠는 아줌마조차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라서,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예지 작가의 <엄마한텐 비밀이야>는 세 자매 연희, 연제, 연우의 이야기예요.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의 말을 읽다가 웃음이 빵 터졌어요. 

"... 요새 자꾸만 둘째가 얄밉다. 

둘째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첫째가 안쓰럽고, 

저놈의 가시나 지 언니 먹을 것까지 다 빼앗아 먹네! 

혼자서 막 분통을 내고 그러는 거다. 내 마음이."  (123p)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이냐고요? 꽤 비슷해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에요. 

첫째와 둘째는 바로, 요즘 한창 열심히 하고 있는 휴대폰 게임 캐릭터들이래요. 풉!


김지원 작가의 <에그, 오 마이 에그>는 서른여덟 살의 주인공이 난자동결을 하는 이야기예요. 아마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미혼 여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의 이름은 한여름. 찌는 듯한 복날 더위에 엄마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태어났다는 그 딸은 지금 병원에 혼자 와서 난자 채취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맞은 호르몬 주사 때문에 온몸이 생리 직전처럼 부은 데다 두통까지 끊이질 않아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운데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은... 엄마...


이명제 작가의 <우리들의 방콕 모임>은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엄마에 관한 이야기예요.

내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온몸 사리지 않고 다 퍼주는 엄마, 그런 엄마의 잔소리는 무죄!  주인공은 다소 무뚝뚝한 딸래미지만 절친들의 도움으로 엄마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어요. 그냥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엄마는 얼마나 섭섭했을까요.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엄마는 오늘도 딸에게 져주네요. 


정여랑 작가의 <한 사진관>은 다소 놀라운 이야기예요. 세상에 이런 엄마, 이런 언니만 있다면 좀 삐뚤어져도 안심하며 살 수 있을 텐데.

"언니들이야말로 든든한 배후다. 

우리도 당신의 배후가 되고 싶다."

   - 정여랑


윤화진 작가의 <안부를 물어요>는 가슴 아픈 사연을 묻고 사는 엄마의 이야기예요. 

"잘 때도 엄마 주름은 퍼지지 않네. 왜 저리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자는지 모르겠어.

내 걱정을 할 때면 늘 저렇게 인상을 쓰더니만, 걱정을 많이 해서 굳은 건가.

나는 엄마 걱정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엄마는 세상 제일 목석처럼 단단한 사람 같아서."  (261p)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는 타고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고요. 엄마도 한때는 아기였고, 어린 소녀였고, 연약한 여자였다고요. 자식들을 그걸 몰라요. 엄마는 단단한 목석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여린 마음이 숨어 있다는 걸, 그 마음을 사랑해줘야겠어요.


임혜연 작가의 <완벽한 식사>는 서툰 초보 엄마인 유나의 이야기예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식사는 무엇일까요. 유나는 자신의 엄마로부터 그 답을 들었어요. 아하, 엄마 덕분에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네요.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전부 엄마가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이에요. 새삼 이 책을 읽고나니 엄마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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