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다!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유튜브 섬네일부터 스티커 제작까지! 기초부터 중급까지 실무 예제 총망라!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박길현.이연화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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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

아마 이런 생각 때문에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오늘 당장 쓸 수 있는 디자인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입문서예요.

이른바 오늘 바로 되는 입문서.

그래서 이론 따로 기능 따로 설명하지 않고 이론과 기능을 연결하여 설명해주고 있어요.

유튜브 섬네일, 블로그 디자인, 스티커 제작 등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들 수 있는 완성 프로젝트 22가지를 배울 수 있어요.

책의 구성은 준비운동 1일, 포토샵 7일, 일러스트레이터 7일,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1일로 구성되어 모두 16일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우선 맨처음에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기능 사전 80개가 나와 있어요. 10년 차 디자인 강사가 선정한 필수 기능이라고 하네요.

80개 기능을 순서대로 볼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궁금한 기능을 찾아보기에도 편리해요.

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서 16주 완성 진도표가 나와 있는데, 시간만 충분하다면 프로그램 설치 후 실무의 기본 과정을 바로 배우면서 작업해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최신 버전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C) 영문 버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어도비 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무료 체험판으로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체험 기간 7일이 지나면 바로 유료 결제로 전환되므로, 결제를 원하지 않을 때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유료 플랜을 취소해야 해요. 

책에 나온 예제를 따라 하려면 나눔 글꼴, 배달의민족 글꼴, 본고딕 글꼴, 티몬 몬소리체 등 무료 글꼴을 설치하면 저작권 걱정 없이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있어서 두고 두고 활용하기 좋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화면은 거의 똑같아요. 다만 작업하는 메인 화면을 포토샵에서는 작업 화면, 일러스트레이터에서는 아트보드라고 불러요. 

그래픽 작업을 할 때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개념은 새 파일 만들기 창 안에 거의 다 있어요. 포토샵에서 새 파일을 만들고 저장하면서 기초 개념을 배울 수 있어요. 하나씩 차근차근 개념과 툴 설명이 나와 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포토샵 실무편에서는 SNS와 블로그, 유튜브에서 잘 보이고 잘 먹히는 디자인 만드는 법이 나와 있어요. 책에 나오는 예제 파일은 모두 이지스퍼블리싱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요. 또한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실습 가이드 동영상을 볼 수 있어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는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이라서 기본기부터 배워야 해요. 일러스트레이터 실무편에는 오늘 써먹는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학습 의욕이 쭉 올라가네요. 직접 만들어 보는 스티커와 브랜드 캐릭터, 손그림이나 손글씨 느낌의 상품 태그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기부터 실무 프로젝트까지 순서대로 학습했다면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시험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여기까지 끝내면 어느 정도 프로처럼 보이는 수준인 거죠.

마지막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제작 주문할 수 있는 인쇄 관련 사이트 정보도 나와 있어서, 얼마든지 쉽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매일 사용하는 실무 기능을 이 책 한 권으로 실습하며 배울 수 있는 알찬 교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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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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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겁니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들어보거나 읽어보았을 이야기.

그러나 원작을 읽어봤냐고 묻는다면... 절레절레

정작 제가 몰랐던 건 원작이 아니라 이솝이라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솝은 누구인가.

굉장히 놀라워서, 이솝에 관한 내용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Aesop)"은 영어식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아이소포스"라고 합니다.

이솝은 기원전 620년경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사모스의 노예였다가 나중에 자유민이 되었답니다. 그 후 그리스의 일곱 현인과 어울렸고, 사모스 사람의 외교사절이 되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와 협상을 벌이고, 바빌론의 리쿠르고스 왕과 이집트 넥타네보 왕의 궁정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이솝은 델포이로 가서 협상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독수리와 쇠똥구리"(4번) 우화를 전하다가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하게 해서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답니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후반에 그리스에서 독보적인 작가이자 연설가로 통했으며, 그의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책에서 몇 편의 우화를 소개했답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마지막까지 이솝우화를 탐독했다고 전해집니다.

영어로 번역된 이솝 우화들은 많이 각색되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주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소개되었답니다. 그러니 원문을 읽어봐야 고대 그리스인의 지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솝우화전집>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고 합니다.

이솝 우화 원작 358편과 함께 클래식 일러스트 88장이 수록되어 있어서, 모든 연령대의 독자가 읽을 수 있습니다.

일단 이솝 우화는 이야기 자체가 짧고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기보다는 결말을 통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깨닫게 됩니다. 역지사지, 나와 너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앞서 이솝이 델포이 협상에서 언급했던 "독수리와 쇠똥구리"(4번) 우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수리가 토끼를 뒤쫓고 있는데, 토끼가 자기를 도와줄 자를 찾다가 쇠똥구리를 발견하여 도움을 요청합니다. 쇠똥구리는 토끼를 다독거려서 안심시킨 후에 다가오는 독수리에게 토끼를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합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작은 쇠똥구리를 업신여기고 쇠똥구리가 보는 앞에서 토끼를 잡아 먹어버립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쇠똥구리가 그때부터 독수리가 둥지를 트는 곳에 나타나 알을 밖으로 굴려 떨어뜨린 뒤 깨진 알을 먹어치워버립니다. 결국 독수리는 제우스에게 도망쳐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게 해달라 간청했고 제우스는 자기 무릎 위에서 알을 낳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사실을 안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려서 공처럼 만들어 제우스의 무릎 위에 던지고, 깜짝 놀란 제우스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독수리의 알들이 떨어져 깨지고 맙니다. 이 일 후로 쇠똥구리가 출현하는 시기에는 독수리들이 알을 낳지 않는답니다. 이 우화의 교훈이 이야기 말미에 적혀 있습니다.

"업신여김을 당하고도 전혀 복수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누구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21p)

어쩌면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야기 말미에 적힌 교훈은 참고할 부분이지, 정해진 답은 아닙니다. 이것의 우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인 강자와 약자가 등장하지만 영원한 강자와 약자는 없다는 걸 이야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강자에 굴하지 않고, 착한 척 위장한 악인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화는 우리에게 현명한 사람의 지혜를 넌지시 전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동물인 것이지, 그들이 겪는 상황은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천성이 악한 자들은 겉모습이 바뀐다고 해도 본래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말이라고 쉽게 믿을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 친구를 사귈 때는 위험할 때 곁에서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장래 일어날 일을 미리 내다볼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올바른 선택의 방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이솝 우화에 교훈이 붙는 것은 이솝이 직접 말하거나 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솝 우화를 수집한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솝 우화지만 그 속에서 지혜를 얻는 일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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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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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사람은 본래 이야기를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깃들어 삶을 좌우하는 이야기, 그것을 자기서사라고 부른답니다.

어떤 이야기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기서사를 어떻게 발견할까요.


<옛 이야기의 힘>은 우리나라 최고의 구비설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탐구서입니다.

저자는 옛날이야기를 '내면을 찍는 엑스레이'라고 말합니다. 엑스레이로 몸을 찍으면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듯이, 옛날이야기로 마음을 비추면 겉으로 안 보이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디가 막히고 뒤틀리고 비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S-Ray'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S는 'Story'인데, 'Spirit'이나 'Soul'로 생각해도 된답니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옛날이야기가 투시하는 내면 서사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분석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 팥쥐>에서 콩쥐는 나쁜 엄마 밑에서 고생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콩쥐의 서사'는 엄마에게 차별당하는 딸보다는 힘을 가진 윗사람의 차별로 받은 상처와 고통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나 스승, 직장 상사 등에게 심각한 차별을 겪는 사람이라면 전형적으로 콩쥐의 서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콩쥐가 있습니다. 어떤 콩쥐인가에 따라 자기서사의 속성과 좌표가 달라지며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세계곳곳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데렐라>, 태국의 <황금 망고>, 베트남의 <떡 깜> 등 수많은 이야기가 차별당한 약자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전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딸들의 자기서사는 옛날이야기라는 거울을 통해 참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이 있어서, 그 맥락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는 삶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서사는 움직인다!

선택의 갈림길을 '서사적 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탓이 큽니다. 서사적 분기점에서 타인의 힘을 빌리거나 의존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을 주체로서 살아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서사의 분기점이 되는 지점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까요.

세계의 옛이야기에는 부모의 왜곡된 사랑으로 큰 상처를 받은 자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가깝고 가장 먼 사이... 늘 그렇듯 우리를 상처 주고 아프게 하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 투쟁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옛이야기 중에는 끔찍하고 잔혹한 내용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지 실제 상황으로 연상해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는 은유와 상징으로 읽는 것이 어울립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냉혹한 세상에도 나만의 길은 있다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일시적인 도피가 아니라 완전한 절연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완전히 없애는 것, 깨끗이 불태워버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인생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옛이야기는 세상에 숨어 있는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펼쳐집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비극적 운명을 타고났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보란 듯이 운명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프레임의 변경이자 자기서사의 변혁입니다. 이야기에서 실현되는 극적인 변화는 어떤 권력이나 재물, 또는 고급 지식이나 논리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감성적 교감이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감성은 이야기의 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감성은 매우 다양하며,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그중 우리를 힘나게 하는 것은 역시 긍정 쪽일 것입니다. 세상에 불운과 불행, 절망감,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짓눌려 신음할 일이 아닙니다. 삶을 무겁게 하는 허튼 소유욕과 집착을 버리고 나면 '있는 그대로의 나'만 남게 됩니다. 진정한 나로서 가볍고 자유롭게 사는 일, 즉 나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성공의 서사가 있습니다.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성공의 서사에는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역행입니다. 거꾸로 나아간다는 역행(逆行)이 아니라 힘써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역행(力行)입니다. 옛이야기는 역행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놀라운 마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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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기억하는 인간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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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인간>은 EBS 지식채널e 에서 방송된 내용을 새롭게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기억'입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날 수 있으며, 그 기록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책의 구성은 존재의 기록, 선택의 기록, 희망의 기록, 우리의 기록이라는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잠시 멈췄습니다.

"기억할 준비가 되셨나요?"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 목적지인 제주에서 2015년 4월 16일, 한 시민이 시작한 '기억 공간 re:born'. (8p)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 기억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쓴 편지도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생존자의 의무는 기억하는 것이므로, 증언으로써 악몽 같은 현실을 맞섰다고 합니다. 기억하는 내내 아우슈비츠의 폭력과 고통이 되살아났지만 당연한 분노와 증오조차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은 채 초지일관 품위로 일관했고, 가장 믿을만한 홀로코스트의 증언가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젊은이들이 팔에 새겨진 문신이 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174517'

이 숫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감번호였습니다. 또한 프리모 레비의 묘비에 새겨진 마지막 증언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20p)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이 지닌 의미.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불행한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 일어난 대중 시위와 쟁투... 오랜 세월 묻혀 있어야 했던 '4·3'이라는 민주항쟁이 2000년에 이르러 공식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2003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임을 정부가 인정하면서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고,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제정했습니다. 분명한 진상조사와 진실 규명으로 밝혀내야 할 역사는 아직도 많습니다.

공식적인 기록들이 우리의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라면 개인의 기록들은 삶의 의미를 남기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책속에 소개된 사고 현장을 그리는 소방관이나 할머니의 치매를 기록하는 손자의 카메라는 개인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기록을 공유한다는 건 의사소통의 과정이자 공존의 행위라는 것.

처음엔 비극적인 기록에 마음이 아팠는데, 그 아픔에서 머무르지 않고 치유하며 변화하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억을 기록함으로써 삶을 특별하게,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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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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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 작가의 <신세계에서>는 일본 SF소설이에요.

사람을 만날 때는 첫인상이 오래가는 법인데, 소설은 매번 처음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네요. 소설은 시시각각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를 끌고 가니까.

특히 SF소설은 작가가 구현해낸 놀라운 세계를 만나야 하니까요.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에요. 설레는 동시에 두려운 모험.


<신세계에서>의 주인공 와타나베 사키는 210년 12월 10일, 가미스 66초에서 태어났어요. 

이 소설은 주인공 사키가 열두 살이었던 그날 밤 이후의 이야기를 23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수기 형태로 작성한 내용이에요.

유독 그때 그날 밤의 일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가 있어요.

그건 내가 그때까지 믿었던 것이 근본부터 전부 뒤집어버렸기 때문이에요. 그날의 기억은 아픔, 아니 끔찍한 비극이기 때문이에요.

사키는 자신의 기억과 함께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어요. 

인간은 아무리 많은 눈물과 함께 삼킨 교훈이라도 목구멍을 통과한 순간 잊어버리는 생물이라는 사실이에요.

사람들의 기억이 비바람에 씻겨 사라진다면 어리석은 인간은 다시 똑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사키는 자신의 기억을 파헤쳐, 되도록 세밀하고 충실하게 묘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 수기는 1,000년 후의 동포에게 보내는 기나긴 편지가 될 테니까. 부디 미래에는 진정한 의미의 변화를 이루었기를 바라면서.


사키가 살고 있는 가미스 66초는 사방 약 50킬로미터에 점재하는 일곱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어요. 외부 세계와 66초를 가로막는 팔정표식이라는 것이 있어요. 외관상으로는 종이를 잔뜩 매단 금줄 형태인데, 밖에서 나쁜 것들이 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막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아이들만 보면 팔정표식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곤 했어요. 바깥 세계에는 악령이나 요괴가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혼자 밖으로 나간 아이는 무서운 꼴을 당한다고 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악귀나 업마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또 들었어요.


"어쨌든 팔정표식 밖으로 나가면 안 돼. 팔정표식 안에는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어서 안전하지만, 한 발짝 밖으로 나가면 어느 누구의 주력도 널 지켜주지 못하니까."  (19p)


여기서 주력이란 아주아주 특별한 초능력을 의미해요.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일정 시기에 주력이 생기면 상급 학교라고 할 수 있는 전인학급으로 진학할 수 있어요. 그러나 언제 어떠한 주력이 생길지는 아무도 몰라요. 주인공 사키는 또래 친구들 중에서 가장 늦게 발현되는 바람에 꼴찌로 전인학급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진학하기 전에 집을 떠나 쇼조지라는 절에서 무신 대사를 만났어요. 가미스 66초에서 최강의 주력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가부라기 시세이 씨라면, 무신대사는 최고의 인격자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에요. 무신 대사는 사키에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냐고 물으면서 놀라운 시험을 했어요. 그 시험에 통과하자 사키만의 진언을 가르쳐 주었어요. 자신의 주력을 사용할 수 있는 주문 같은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해줬어요.


"... 잊지 마십시오, 지금 느낀 그 고통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리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십시오. 그 고통이야말로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64p)


아하, 이거였어요. 다 읽고 나서야 무신 대사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어요.

1권에서는 사키가 친구들과 하계 캠프를 갔다가 팔정표식 너머의 세계를 모험하는 내용이에요. 별별 희한하고 흉칙한 생명체들이 등장해서 정신을 쏙 빼놓네요. 그곳에서 만난 리진 스님은 아이들의 주력을 동결시키는 바람에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되고... 

사키는 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했어요. 아오누마 슌, 아키즈키 마리아, 아사히나 사토루, 아마노 레이코, 이토 마모루. 

그런데 다시 돌아왔을 때는 한 명의 친구가 사라졌어요. 나머지 친구들의 머릿속에서, 아예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과연 사키는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왜 「집으로 가는 길」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가미스 66초 아이들은 매일 해가 지기 조금 전에 확성기를 통해 똑같은 멜로디를 들어요. 「집으로 가는 길」(Going Home)이라는 제목으로, 멜로디는 드보르자크라는 작곡가의 교향곡 일부라고 해요. 이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들판에서 놀던 아이들은 일제히 집으로 가는 것이 규칙이에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인 줄 알았던 그곳이 전혀 다른 곳이었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 작품은 탄생하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1986년 제12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서 가작으로 입선한 단편 <얼어붙은 입>을 모태로, 대학생 때부터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개작하여 쓰게 되었대요.

2008년 일본SF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어요. 


"원고를 완성하고 나니 제목은 '신세계에서'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1,000년 후 미래에서 온 메시지라는 설정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집으로 가는 길」을 포함한 다양한 선율이 어느새 작품 세계와 깊이 연결되어

이미지를 보강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일본 SF대상 당선 소감 중에서 


그동안 절판된 상태였는데 10여 년 만에 다시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어요.

책 표지는 고흐의 대표작 「삼나무가 있는 밀밭(A WHEATFIELDWITH CYPRESSES)」이며, 저자의 친필 인쇄 사인과 함께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신세계에서』의 밑바닥에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업(業)'입니다. 

태고 시대의 인류는 가냘프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지만, 다른 수많은 생물들이 '악(惡)'으로 여기는 특성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 그 '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대답은 이 책에 쓰여 있습니다."

   - 한국어판 서문, 기시 유스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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