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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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타마.


'타마타마'에는 일본어로 두 가지 뜻이 있대요.

하나는 '가끔, 이따금'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히, 때마침, 어쩌다'라는 뜻이래요.

그리고 '타마'에는 구슬, 옥, 달걀, 알, 진주, 아름답고 귀한 것 등의 뜻도 있대요.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를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저한테는 '타마타마'였던 것 같아요.

자그마한 신사에 가면 커다란 상록수가 있어요. 다라수라는 나무인데, 올려다보면 나뭇잎 뒷면에 글씨가 적힌 것이 보여요.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잎사귀에 적은 것인데, 글씨가 생채기를 낸 것처럼 새겨져 있어요. 아주 가끔 신비로운 고양이가 나타나서 톡톡 나무를 흔들어 잎사귀 한 장을 떨어뜨려주는데, 이 잎사귀를 받는 사람은 운이 좋은 거래요. 신사를 지키는 신주도 50년을 살면서 말만 들었지 직접 만난 일은 없대요. 방황하는 참배객 앞에만 나타난다고 해요.  

고양이의 이름은 미쿠지예요. 미쿠지는 다라수가 있는 신사에 불쑥 나타나서 제비뽑기 점처럼 말씀을 나뭇잎에 남기고 간대요. 미쿠지는 신사나 절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라는 뜻이래요. 고양이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인데 얼굴 아래는 하얀색이라서 턱시도 무늬 같고, 엉덩이에는 별 모양 마크가 찍혀 있대요. 미쿠지를 본 사람들은 모두 고양이의 웃음을 보았어요. 고양이가 웃는다고? 어쩐지 네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라수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왼쪽 앞발로 톡 쳐서 잎사귀 한 장을 주고 가는데, 거기에 적힌 글씨가 당사자에게만 보인대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고양이 말씀인 거죠.


우연히 산사를 찾아 온 일곱 명의 사람들이 받은 일곱 장의 잎사귀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어요.

♤서향(西向)  ♤티켓 ♤포인트  ♤씨뿌리기  ♤한가운데  ♤스페이스   ♤가끔, 우연히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그건 고양이의 말씀 잎사귀를 받은 사람들만의 비밀이에요. 

가장 인상적인 건 다섯 번째 잎사귀 '한가운데'였어요. 주인공은 열한 살 소년 후카미 가즈야.

7월이라는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온 후카미는 용기를 내서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가장 덩치 큰 아이, 그 애 이름은 오카자키예요. 전학 온 첫날에 너네 집에 놀러 가게 해주면 같이 놀아주겠다고 해서 집으로 데려가는데... 무례하게도 집이 좁다느니 후졌다느니 떠들더니, 후카미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끼를 보더니 곰팡이라며 놀렸어요. 

"넌 이제부터 후카미가 아니라 후카비*야."  (199p)

(* 곰팡이를 일본어로 '카비'라고 함.)

그 다음날부터 오카자키는 교실에서 후카미를 후카비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아 간섭했어요. 그때부터 지옥이었어요. 어느새 오카자키는 후카미를 담당하는 존재가 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어요. 대놓고 때리거나 괴롭히는 건 아닌데,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언제나 혼자였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담임 선생님이 혼자서 얌전히 있는 후카미를 '불쌍한 학생'이라고 여겨서 오카자키에게 도와주라고 부탁했던 거래요. 맙소사!

후카미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괴롭고 힘들어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그러다가 우연히 보건교사 히메노 선생님을 만나 보건실에 머물 수 있게 되었고, 일전에 체육관에서 쓰러진 야마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야마네 선생님은 후카미가 이끼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해주셨고, 이끼뿐 아니라 곰팡이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예쁘게 생겼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후카미는 곰팡이 도감을 찾아보았어요. 해로운 곰팡이만 있는 게 아니라 페니실린이라는 약이 되어 사람 목숨을 구하는 곰팡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후카미는 고양이 미쿠지에게 받은 잎사귀에 적힌 '한가운데'의 의미를 찾지 못했어요. 계속 한가운데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생각했거든요. 이러한 고민을 보건교사 히메노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정말 멋진 답변을 해주셨어요. 

혹시나 다라수 나무 아래 고양이 말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히메노 선생님의 답변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다양한 고민과 소원이 이 답변만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응원은 될 거예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저는 구석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이끼도 그렇잖아요? 도로 가장자리나 콘크리트 틈새나 화단 구석 같은 데서 자라잖아요. 

전 한가운데에 있으면 너무 피곤해요."

"도로 가장자리가 구석이라고 느끼는 건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이끼는 자기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도 모르잖아."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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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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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 년 전이었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각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여행은... 아, 진작에 많이 다녀 놓을 걸, 이라는 후회를 만드는 단어가 되었네요.

이 책의 저자는 휴가를 늘 타국에서 보낼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탐험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랬던 저자가 어떻게 집에 머물기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걸까요.


"아예 휴가 없이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별 이유나 생각 없이 비행기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정말로 여행이 필요한지, 기후 친화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지를 

좀 더 곰곰이 따져 보기로 한 것이다."  (14p)


저도 근래에 알게 되었어요. 비행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때문이라서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저자는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여행을 할 때는 아기도 데려가기로 했대요. 렌트카를 타고 포르투갈의 해안가를 따라 예쁜 오두막집으로 여름 휴가를 갔는데... 포르투갈은 훌륭했고 알렌테주는 아름다운 장소였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린 여행이었대요. 오두막 내부는 형편 없었고, 시내와 동떨어진 곳이라 식자재를 사와 매 끼니를 만들어 먹느라 힘들었고, 아기가 잠에서 깰까봐 조심하느라 진이 빠졌던 거죠. 두 사람이 저기압이었던 건 수면 부족 탓도, 지치게 하는 아기 탓도 아니었어요. 이미 베를린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휴가 중이라고 해서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순히 장소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두 사람은 이 여행에서 무엇을 소망했던 걸까요.

중요한 건 그들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었고 어디로 도망가더라도 그 사실은 그대로라는 거예요.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삶 전체가 변했으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 겨울 파카를 벗어 던지듯 가볍게 떨쳐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대요.


"해외여행을 가야만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여행 가방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 머나먼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만을 갈망할까?

그냥 집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25p)


집에 머문다는 건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성장 논리에 대한 의식적 저항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저항을 실천하기 위해 집안에서 보내는 최적의 시간은 14일 정도라고.

이 책은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담고 있어요. 육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의 삶에서 '여행'이라는 의미만 가져오면 돼요. 그러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갇혀 있는 답답함에서 편안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어요. 집 안을 멋진 여행의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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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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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마음까지 서늘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박지웅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시'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에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고 하네요.

저자에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는 삶의 따뜻한 언어이므로, 이 책이 모두에게 그러한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인지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시인의 시보다 시인이 쓴 산문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처럼, 되도록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랄까.

왜냐하면 저는 시가 가끔 암호처럼 느껴져서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약간 짝사랑 감정이랑 비슷해요.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 그런데 산문은, 특히 시인이 쓴 산문은 친절하게 모든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좋은 거예요.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마 평범한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다만 과거의 아픔들은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누군가의 아픔과 외로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마음가짐 덕분에 살아온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안심이 되었어요. 폴 발레리는 시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썼지만 시인은 타향에서 이렇게 썼다고 해요. "부산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문득 나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어요.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서, 살아야겠다고.

2020년 11월, 한 해가 저물어가는데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보다 지켜낸 것들에 감사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고나니, 시인의 이야기가 꽤 힘이 되었다는 걸 느꼈어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답장을 써야겠어요. 조용히 마음으로. 언젠가는 그 마음이 시로 쓰여질 날이 오겠지요.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다. 

몸 산책이 어렵다면, 마음 산책을 하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밤하늘에서 별 하나를 찾아보는 것, 

아침 향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봄날 넓어진 나뭇잎을 가만히 매만져보는 것, 

울퉁불퉁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리운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 모두가 마음 산책이다. 

또 사랑한다는 말이 들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쓰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책인가. 

그것들이 모여 무성한 마음의 숲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 숲길에서 넉넉해질 수 있으리라."  (14p)


내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가 삶의 바닥과 곁이듯, 

저마다 삶과 꿈을 지지하고 지탱하는 곁과 바닥은 다르다.

곁과 바닥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멀어졌을 뿐이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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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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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작가님의 신작이 5년 만에 나왔어요.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한비야 작가님 부부 에세이예요.


"네, 결혼했어요! 남편은 네덜란드 사람, 이름은 안톤이에요."

"아프가니스탄 구호 현장에서 만났어요. 제 보스였답니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살아요."

결혼 3년 차, 아직도 자주 받는 세 가지 질문의 답이다.  (5p)


역시 뭔가 남다른 분이에요. 저도 이 책을 통해 결혼 소식을 알게 된 터라 궁금했거든요. 

결혼 3년 차라고는 해도, 두 사람이 살아온 특별한 인생 덕분인지 성숙한 부부라고 느꼈어요.

아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60대에 부부로 만나 자기와 상대방에게 너그러운 두 사람을 보니, 결혼의 적령기는 스스로 성숙해질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안톤, 우리 되도록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가자."

어느 날 비야가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가진 것을 꼭 쥐고 있다가 버리듯 갈게 아니라 평소에 바로바로 나눠야 한다고.

나의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네덜란드 격언이 있다.

'차가운 손보다는 따뜻한 손으로 주어라.' 

일상사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유산은 살아 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잘 나눠주라는 뜻이다. (315p)


부부의 이야기인데, 워낙 두 사람이 평범하지 않으니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가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평생 국제구호를 위해 살아온 삶이라서 그런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도 깊이 있는 이야기였어요.

두 사람은 이미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아두었으며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정해두었다고 해요.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대단하진 않아도 즐거운 삶.

우와, 진심으로 멋지네요. 아름다운 두 사람의 멋진 삶을 볼 수 있어서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이미 지나온 인생이 대단한 두 사람인데 그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매일 힘들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고 해요.

책 표지 안쪽에 두 사람의 친필 사인과 다음의 문장이 적혀 있어요.


"한 걸음씩 상쾌하게!"


덕분에 배웠어요. 오늘 이 순간, 어떻게 살 것인지.

사는 모습은 달라도 잘 살아내는 사람의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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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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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이은정 소설집이에요.

모두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저자는 이 소설들을 쓰면서 끊임없이 떠올린 단어가 '가해자'와 '피해자'였다고 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에 대해서, 자신은 매번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고 해요. 이 여덟 편의 소설이 저자가 찾은 어설픈 답이었다고...

후유... 긴 한숨이 먼저 나왔어요. 솔직히 첫 번째 이야기 <잘못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고, 두 번째 이야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읽으면서 잠시 책을 덮었어요.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떠올랐어요. 그걸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나. 너무나 객관적인 사실들로 표현된 비극이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들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믐밤 세 남자>의 주인공 '나'는 태수 아버지에게 담판을 짓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생뚱맞게도 낚시터에 빠진 남자를 구해주고, 그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되지요. 구름에 가려진 그믐달,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비난이 부재한다면 죄책감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가벼운 것들의 존재가 무거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가벼움의 정체는 뭘까.

... 무게란 그저 상대적인 것일까.

가벼울 것이라 인식되는 것들의 형체는 하나같이 날카롭다.

그믐달도, 아버지 얼굴도, 내 양심도.

곧 소멸할 것만 같은 달을 바라본다.

그믐이다."   (97p)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은 파경에 이른 부부의 이야기예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불행은 하나의 행동 때문에 벌어진 결과는 아닐 거예요. 마치 도미노처럼 하나씩 세워져서 결국에는 모조리 쓰러져 버리는 것. 

<친절한 솔>에서 '솔'은 도레미파솔의 '솔'을 뜻해요.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준다는 어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모든 순간 어른들의 표정은 세상 자비로우며 그 목소리는 친절한 솔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숨어 살기 좋은 집>에는 독한 시어머니가 등장해요. 아들 내외 집에 무작정 들어와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시어머니.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엄 대리>는 복권 한 장 때문에 엄한 짓을 하는 엄 대리가 등장해요. 중요한 건 복권이 아니라 꿈인 것을.

<개들이 짖는 동안>에서는 취업준비생인 '나'의 일상이 그려지고 있어요. 도시에서 살던 '나'는 바닷가 어촌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이웃집에는 물메기를 지키려고 동네 개들을 다 출동시켜서 매일 밤 개 짖는 소리로 시끄러워요. 그중 가장 사납게 짖어대던 세퍼드 덕배가 목줄을 끊고 달아나고...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뒤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있어요. 이번 자기소개소는 죽기 살기로 쓸 거니까 당연히 취업될 거라 기대하는 '나'. 오늘도 개들이 짖고 있네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평화롭고 무해한 세상을 원하고 있어요. 어쩌면 전혀 평화롭지 않고 위험한 여덟 편의 소설이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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