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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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은 백수린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소설가 백수린의 소설은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궁금해졌어요.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작가님의 만든 빵은 어떤 맛일지...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은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매만진 것이라고 해요.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저자는 빵 굽는 파티셰가 되어 다양한 빵과 어울리는 책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어요.


"나에게 베이킹이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이 즐거운 일이다.

내가 베이킹을 전문가에게 배워볼 생각이나 자격증 같은 걸 딸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18p)
 

이 책을 읽다가 알게 된 건 제가 빵 종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에요. 먹을 줄만 알았지, 빵 종류는 

식빵, 단팥빵, 슈크림빵, 곰보빵, 모카빵, 치즈빵... 우리 동네 빵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빵들.

캉파뉴, 판 콘 토마테, 트로페지엔,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바움쿠헨, 오페라, 자허토르테, 구겔호프, 아마레티, 콜롬바, 슈톨렌... 모두 빵 이름이래요.

이름마저 생경한 외국 빵이지만 그 빵과 함께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좋았어요. 빵 이름을 몰라도 얼마든지 빵을 맛보고 즐길 수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빵과 읽어본 적 없는 책에 관한 이야기가 꽤 흥미로워서 군침이 돌았어요. 어쩌면 저자의 '책과 빵'에 대한 애정이 저한테까지 옮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 빵 종류도 모르고, 빵을 만들 줄도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가 빵 굽는 냄새거든요.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빵 굽는 냄새와 오븐의 온기를 느꼈어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근래 제 마음 속에 들어온 단어가 '다정함'이었거든요. 좀더 다정해지자고, 다정하게 살아보자고.


책에 등장한 빵들 중에서 끌린 건 호빵이에요.

역시 겨울에는 호빵! 

저자에게 호빵이 조금 더 특별해진 건 몇 년 전의 기억 때문이래요.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할머니가 병세가 심해지셔서 입맛을 잃으셨던 터라 평소 좋아하시던 호빵을 구하러 돌아다녔대요. 그때가 봄이라서 호빵을 구할 수 없었대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호빵을 보면 그 봄이 생각난다고 해요. 2013년 봄, 병원이 할머니와 마주볼 수 있던 장소였다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속 뉴욕의 병원은 오랜 기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모녀가 상봉하는 장소래요. 이 소설의 화자인 루시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된 1980년대 어느 시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래요. 루시는 간병을 위해 찾아온 어머니와 닷새간의 시간을 보내는데, 두 사람의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대요. 루시의 어린 딸이 엄마에게 말한 것처럼 삶은 소설과 달리 다시 쓸 수 없고, 그래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받는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모든 생이 감동을 준다는 루시 바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끝끝내 그토록 서툰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툴고 서툴렀던 당신들.

경이로운 생生의 주인인 당신들의 이름을 

나는 나직이 불러본다."   (122p)

  - 서툴러 경이로운 당신, 호빵,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내 이름은 루시 바턴


겨울에는 흔하디 흔한 호빵도, 그 계절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것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랑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인간은 서툰 존재라는 걸 알려준 루시 바턴, 그 소설의 주인공을 소개해준 저자에게 호빵 하나를 받은 기분이네요. 서툴러 경이로운 당신,이라는 이 말이 진심으로 위로가 되는 밤이네요. 참으로 다정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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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눈으로 그리다 2 백두대간 눈으로 그리다 2
김태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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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눈으로 그리다 2》는 우리나라 한반도의 척추라고 불리는 백두대간 탐사기를 담은 책입니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뜻합니다.

보통 산 하나를 오르는 일도 쉽지 않은데 백두대간 종주라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늘로 통한다는 하늘길!

1권에서는 중산리에서 충주 하늘재까지 17구간이 나와 있고, 이번에 출간된 2권에는 18~35구간인 하늘재부터 향로봉까지 나와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그 길이만 따져도 어마어마한데 직접 걷는다는 건 대단한 도전입니다.

저자는 육십령(2012년 6월 9일)에서 시작하여 향로봉(2018년 10월 30일)에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엄청난 도전의 역사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단 책을 펼치면 구간별 산행 코스가 표시되어 있고, 사진을 통해 위치와 풍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는 백두대간 18구간이 구간별로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 위에 빨간 선으로 쭉 그어진 코스에 다시금 감탄했습니다. 단순히 산을 오르는 개념이 아니라 높고 깊은 산줄기를 연이어 타고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여정을 한 구간씩 걸어가며 사진을 찍고 기록하여 끝까지 완주해낸 저자의 끈기와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백두대간이지만 그곳을 직접 가보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책으로나마 볼 수 있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볼 때의 기분이란...  책 속 사진을 보면서, 웅장한 산줄기와 드넓은 하늘이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워서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대미산, 황장산, 도솔봉, 소백산, 선달산, 태백산, 함백산, 덕항산, 두타산, 석병산, 고루포기산, 선자령, 두로봉, 갈전곡봉, 점봉산, 설악산, 상봉, 향로봉.

각 구간의 이름을 나열한 것은 산과 고개, 봉우리 어느 한 곳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란 본래 모습의 십분의 일도 담기 어려운 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풍경이 뭐라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그곳을 직접 걸으며 목격한 사람의 감동은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저자가 백두대간 종주 산행에서 남한 구간 최북단 종착지인 상봉에 오른 것이 2014년 4월 6일이고, 2017년 2월 25일 또 한 번 올랐다고 합니다.여기서 멈췄다면 34구간이 마지막 코스였을 텐데 향로봉 구간을 채우기 위해 기다렸고, 드디어 2018년 10월 30일, 제1회 백두대간 평화 트레킹 대회가 열리면서 북녘의 길목 향로봉을 밟게 되었답니다. 민간인 출입이 전면 통제된 진부령~향로봉 구간이 열린 역사적인 그 날의 기록을 보니 뭔가 뭉클해집니다. 이 구간은 진부령에서 향로봉을 지나 삼재령까지 (26km)인데 안타깝게도 고성재에서 삼재령은 군사분계선 지역이라 향로봉(18km)에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왕복 9~10시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일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향로봉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속에 굽이굽이 흘러내린 능선이 아름다운 주름치마 같다고, 멀리 금강산 봉우리가 보입니다. 향로봉은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의 하나로 남한에서 오를 수 있는 백두대간의 최북단에 있습니다. 맑은 날에 보면 향로에 불을 피워 놓은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향로봉이라 불린다고 전해집니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던 저자의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처럼 저 역시 향로봉 정상 사진을 보며 평화통일을 염원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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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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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정말 반갑네요. 처음 <방구석 미술관>을 만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거든요.

10만 부 판매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워낙 유명했던 책을 뒤늦게 알아본 거죠. 어찌됐든 방구석 즐거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양손 엄지를 번쩍 들어올린 책이에요.

그러니 두 번째 책이 나온 건 이러한 호응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첫 번째 책에서 서양 미술사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20세기 한국 미술의 거장들을 방구석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한국'편에서는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아이의 낙서처럼 심플한 그림 장욱진,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서민을 친근하게 그려온 국민화가 박수근,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돌조각을 예술로 승화시킨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을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한국 미술사로 살펴보자면 이 한 권으로는 아쉬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편은 시리즈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든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그것이 방구석 미술관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일단 재미있어요.

인기 강사의 특강처럼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원래 미술이 이토록 흥미로운 분야였던가 싶을 정도로 쭉 빨려들어요.

그건 미술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특한 방식 때문인 것 같아요.

화가를 소개할 때, 신문이나 잡지처럼 헤드라인으로 이목을 집중시켜요. 화가의 인생을 풀어내면서 어떻게 작품이 탄생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있어요.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화법.

술술 책장을 넘기게 하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져요. 모든 화가들이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예술가들의 삶은 확실히 일반인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은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안타깝고 슬프네요. 그만큼 예술의 세계가 심오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닌데 우리 스스로 벽을 쌓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대중들을 위한 예술교양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책 덕분에 미술관이 나의 방구석으로 들어와 예술의 향기를 남기고 갔네요.



"인생의 황금기에 미스터리한 <자화상>을 남겼다고?"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이다'를 외쳤던 원조 신여성 나혜석!

똑부러진 엘리트 여성에게도 고민거리는 많았던 걸까요? 

도대체 어떤 미스터리한 <자화상>을 남겼을지, 지금부터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한번 들여다보도록 하죠.  

최초! 미술, 철학, 스포츠 등 어떤 분야든 역사는 '최초'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최초를 만든 사람에게는 '선구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붙습니다.

나혜석,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입니다.

1910년대, 그림은 수묵으로 그리는 것만 알고 있던 조선 사회에 서양의 유화를 소개하고 개척한 선구자죠.

    (50-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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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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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예측하는 꿈을 꾼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더 사이트 오브 유>의 주인공 조엘이 예지몽을 꾸는 사람이거든요.

자신이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건 별로예요. 저한테 예지몽은 그럴 수도 있는 1%의 가능성이지, 100% 불가능은 아니거든요.

거의 드물지만 엄마의 꿈이 예지몽처럼 맞았던 적이 있는데, 대단한 사건은 없었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서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더군다나 제 경우에는 거의 꿈을 안 꾸고 숙면을 취하는 타입이라서 꿈을 꾸고 기억한다는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에요. 꿈을 꾸지 못하니까 상상으로 대신하고 있어요.

조엘은 예전에는 수의사였지만 지금은 쉬고 있어요. 남들은 조엘의 상태를 불안증이나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이유는 예지몽 때문이에요. 그는 거의 매주 한 번씩 꿈을 꿔요. 꿈에 나오는 대상은 언제나 조엘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는데, 문제는 사고나 질병 같은 불행한 사건을 암시하는 꿈을 꾸었을 때예요.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초조해하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때로는 생명을 구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조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명의 방향을 돌려놓느라 애쓰고 있는데... 주위의 반응은 싸늘해요. 특히 아버지는 조엘이 일을 그만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요. 서른다섯 살이나 된 아들이 일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했으니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아버지의 잔소리는 가슴을 후벼판다는 점에서 나빠요.

지금까지 살면서 조엘은 딱 두 사람에게만 비밀을 고백했어요. 두 번째 고백 이후로는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처음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일곱 살 때부터였고,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우연일 뿐이라면서 둘 만의 비밀로 덮어두었어요. 엄마는 조엘이 열세 살 때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조엘은 이미 4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엄마에게조차. 꿈을 꾼지 3년이 지난 크리스마스 날 엄마는 조엘과 남동생 더그, 여동생 탐신을 나란히 앉혀놓고 암 진단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때 엄마는 조엘만 쳐다봤어요. 엄마의 눈빛은 '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라는 원망이 담겨 있었어요. 조엘은 엄마에게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미처 주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아 있어요. 만약 엄마가 조엘의 비밀을 몰랐더라면...

조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 꿈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사람을 피하고 있어요. 사랑하지 않으려고, 사랑하면 그들의 미래가 꿈에서 보이니까. 

왠지 예지몽이 저주처럼 느껴지네요. 불행을 미리 알면서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을 때 밀려오는 죄책감과 절망감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조엘은 자신의 꿈을 22년 동안 노트에 기록하고 있어요.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일일이 적어두는 거예요. 아무리 사소한 꿈이라도 노트에 적어놓고 일일이 추척하여 악몽이 현실로 재현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 예지몽 때문에 사랑하지 않고, 사람을 피하면서 살고 있는 조엘에게 뜻밖의 사랑이 찾아왔어요.

카페에서 만난 캘리. 두 사람은 서로 처음 보자마자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는데 각자 그걸 감추고 있어요. 그러다가 조엘의 윗집에 캘리가 이사를 오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어요. 운명적인 사랑인 거죠. 

결국 조엘의 꿈 속에 캘리의 미래가 보이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사랑이란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형태로 이 세상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극히 일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조엘의 사랑을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랑이 주는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사랑하므로 사랑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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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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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저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슬픔과 애도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운동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함께 《인생수업》과《상실수업》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들이 출간되고 몇 년 뒤, 저자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겪게 됩니다. 그때 퀴블러 로스가 정의한 슬픔의 다섯 단계라는 감정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것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들과 비슷한 단계를 겪는다는 사실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섯 번째 수용이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여섯 번째 단계이자 치유의 과정인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의미 찾기를 통해 슬픔이라고 하는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전문가의 조언인 동시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의미 찾기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여섯 번째 단계를 거친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의미 찾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든 슬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얼마나 슬프든 간에 그 슬픔을 누군가 보아주고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것. 슬픔에는 반드시 목격자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목격자가 참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슬픔을 판단의 영역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가 겪는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그 사람의 고통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슬픔에는 정해진 수준도, 정해진 기한도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이라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슬픔은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을 선택할 결정권이 있습니다. 이때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치유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능동적인 과정이 곧 치유입니다. 사는 것과 생존하는 것은 다릅니다. 온전한 삶을 살겠다는 결정은 본인에게 달려 있으며, 그것은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것들에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제대로 된 삶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럼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요.

의미를 찾거나 의미를 만드는 능력은 타고난 능력이 아닙니다. 누구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넘어지고 무너집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서 의미의 조각들을 되맞추느냐라는 겁니다.

우리는 주어진 고통을 겪어내야 합니다. 상실감을 회피하면 대가가 따릅니다.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 저자는 그것이 우리의 몸과 영혼을 위한 아주 훌륭한 치유법이라고 말합니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슬픔을 충분히 깊이 느끼면서 슬픈 상태에 머물러야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으로 기억하는 비결은 고통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려 애쓰지 말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슬픔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랑이 남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 속에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 자신이 슬픔의 살아 있는 증거이자 유산입니다.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남겨진 사람의 몫입니다. 

결국 슬픔의 크기는 작아지지 않으니, 나 자신이 더욱 커져야 합니다. 의미 찾기를 통해서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과 삶... 그리고 의미는 항상 그곳에 있다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의미 찾기가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의미 찾기는 우리 자신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고통 이후의 삶을 살아내야 하므로, <의미 수업>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치유의 책입니다.



어느 날 강연에서 한 청중이 이렇게 말했다.

"제 고객 중에 다른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가 괴로워 장례식을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증상을 지칭하는 병명이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이기심이요. 자기중심적 사고요."  (72-73p)


내 아들이 죽었을 때 한 좋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데이비드 이야기를 할 때 너는 영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아니면 인간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혹시 둘 다 받고 싶어?"  나는 그 친구가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탄에 잠긴 사람에게 해주어야 할 말에 관해 강연을 할 때 나는 그 사람이 인간적인 고통을 위로받고 싶은지 영적인 고통을 위로받고 싶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슬픔에 빠진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려 하지 않고 그저 영적인 내용의 위로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3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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