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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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헤이스, 어디든 살 곳이 필요하지, 어디가 아닌 곳은 하나도 없고,

삶은 삶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으니까, 이제야 난 이것을 알아차리고 있네, 

무엇보다도 사악한 것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지평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타고 있지 않은 배, 그것이 우리 여행의 배가 되었으면 하네.  

... 잘 가게, 페르난두.  잘 가게, 히카르두.   (229p)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이에요.

1984년 출간된 작품이에요. 일천구백팔십사년.

소설의 시간은 1935년 11월 29일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주인공 히카르두 헤이스가 리스본에 도착한 시각.

그는 하일랜드 브리게이드호를 타고 리스본 항구에 도착했고, 강과 가까운 호텔을 찾다보니 브라간사 호텔 201호에 묵게 되었어요.


이 소설은 특이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줘요. 

주인공 히카르두 헤이스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지켜보는 눈.

우리는 그 눈을 빌려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어요. 그들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히카르두 헤이스는 누구인가.

궁금증을 풀려면 문장과 문장 사이, 사람들간의 대화에서 단서를 찾아야 해요.

1887년생인 그는 현재, 마흔여덟 살 미혼 남성으로 직업은 의사예요. 포르투갈 사람이지만 브라질로 이민갔다가 십육 년만에 조국으로 다시 돌아온 거예요.

왜 돌아왔냐고요. 그건 차차 풀어가야 할 이야기예요.

그를 알기 위한 첫 번째 단서는 '페르난두 페소아'예요. 히카르두가 도착한 며칠 뒤, 신문에서 다음의 기사를 읽게 돼요.


애국적인 열정을 담은 시이자 가장 아름다운 시 중 하나인 『메시아』의 놀라운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토요일 밤늦은 시각에 상 루이스 병원의 기독교 침상에서 뜻밖의 죽음을 맞아 어제 땅에 묻혔다는 이야기.

시를 쓸 때 그는 페르난두 페소아일 뿐만 아니라 알바루 드 캄푸스이기도 하고, 알베르투 카에이루이기도 하고, 히카르두 헤이스이기도 했다. (45p)

실제로 페소아는 자신의 실명 외에도 대략 75개의 다른 이름으로 많은 글을 썼는데, 그는 이를 '필명筆名'이 아닌 '이명異名'이라 불렀다고 해요. 그 이유는 각 개인의 진정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래요. 호텔에서 먹고 자고 산책하는 것 외에 히카르두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 바로 시를 쓰는 거예요. 비록 한 문장이지만.


"페르난두 안토니우 노게이라 페소아, 마흔일곱 살의 독신 남자, 마흔일곱이라는 나이에 주목하라, 리스본에서 태어나 영국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문단에서 작가 겸 시인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그의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관에는 들꽃이 뿌려졌는데, 꽃들이 금방 시든 것을 보면 그것이 꽃에게는 불운이었을 것이다. 히카르두 헤이스는 자신을 프라제르스로 데려다줄 전차를 기다리며 무덤가에서 울려 퍼진 장례 추도사를 읽는다. 그가 신문을 읽고 있는 이곳은 예전에 어떤 남자가 교수형을 당한 곳 근처인데, 거의 이백이십삼 년 전 동 주앙 오세의 재위 중에 일어난 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메시지』에는 이 왕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46p)


히카르두 헤이스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묻힌 묘지를 찾아갔고,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어요. 

페르난두의 재능을 지녔지만 너무 일찍 죽어서 시인이 되지 못한 사람, 히카르두의 능력을 지녔지만 의사나 시인이 되지 못한 사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쌓여 있던 감정이 터져나온 것 같아요.

그로부터 며칠 뒤, 눈앞에 페르난두 페소아가 나타났어요. 유령이냐고요? 

글쎄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는 거예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는 거죠. 페르난두 페소아는 약 여덟 달 동안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데 히카르두 헤이스가 만나러 직접 찾아온 거예요. 왜 여덞 달인가, 그건 어머니 배 속에서 보내는 기간과 죽은 다음의 시간을 맞추는 균형의 문제라고 하네요. 페르난두 페소아가 히카르두 헤이스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포르투갈에 오게 된 거냐고. 그러자 헤이스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접힌 종이를 빼내어 내밀었어요.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페르난두 페소아가 죽었다 마침표 나는 글래스고로 떠났다 마침표 알바루 드 캄푸스. (116p)


이 전보를 받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던 거래요. 죽은 페르난두 페소아는 그가 원하는 시간에 불쑥 나타났고, 히카르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라졌어요.

멀쩡히 살아있는 마흔여덟 살의 의사가 이미 죽은 마흔일곱 살의 시인을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히카르두의 삶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는 서로 다른 꿈인 것 같다.

세월은 짧고, 인생 또한 너무나 잠깐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기억뿐이라면 그편이 낫다."  (38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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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 초급 (스프링)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베이직콘텐츠연구소 지음 / 키즈프렌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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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집콕 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요.

바로 이 책,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초급편이 나왔어요.

이 책은 초등학교 전 과목 교과서와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낱말들을 골라 퍼즐로 엮었다고 해요.

대부분 어휘력 향상을 위한 문제집을 따로 풀고 있을 텐데, 문제집과 놀이북은 완전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평소에 문제집은 정해진 시간에 풀어야 할 숙제 개념이라서 자발적인 학습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은 놀이북이라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네요.

순서대로 풀지 않아도 되고, 풀다가 딴짓을 해도 괜찮아요. 그냥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살짝 심심해진 오후에 함께 풀면 딱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초급편이라서 초등 저학년에게 적절한 수준이지만 교과 학습에 기본이 되는 어휘니까 필수 코스로 풀면 될 것 같아요.


▶ 세로열쇠

찌거나 구우면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덩이뿌리식물.

(영) sweet potato

(예) ㅇㅇㅇ 먹은 듯 답답하다.


답이 뭘까요?

가로와 세로칸을 차근차근 채워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모르는 단어라고 해도 앞뒤 단어와 예시문을 통해 낱말을 유추할 수 있어요.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려우면 의욕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낱말 퍼즐은 다양한 어휘들로 구성된 게임이라서 난이도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재미있게 잘 하는 것 같아요.

스프링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쫙쫙 펼쳐가며 풀어가기 편리하네요.


초등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어떻게 실력을 향상시키느냐가 관건일 거예요.

<초등교과 어휘왕 가로세로 낱말퍼즐> 초급편으로 시작하니 아이가 재미있게 놀면서 다양한 어휘를 익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낱말 퍼즐 아래에는 속담이 나와 있어서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가로열쇠와 세로열쇠는 문제인 동시에 뜻풀이라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네요.

비슷한 말, 반대말, 관련어, 속담 등 폭넓게 어휘력을 확장해가는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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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 - 눈물 많은 경혜씨가 건네는 잔잔한 위로와 용기
임경혜 지음 / 땡스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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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은 경혜씨의 그림 일기로 구성된 100일 다이어리예요.

예쁜 분홍색 표지가 인상적이에요.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은 '당신의 꿈을 응원하는 100일 프로젝트'로 기획된 만년형 다이어리 북이라고 해요.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에는 저자인 임경혜 씨가 2019년 5월 19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그림일기가 있고, 오른쪽에는 'pray for dream 001'이라는 제목 아래 하얀 여백이 있어요. 그 빈 노트에 자신의 꿈을 100일 동안 적을 수 있어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적는 일,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누군가 함께 한다면 힘을 낼 수 있겠죠. 그래서 책 제목이 '경혜씨와 함께 쓰는 백일의 꿈'이 된 거예요.


우선 경혜씨를 소개할게요. 

1978년 2월 10일, 지금도 살고 있는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에서 태어났대요. 태어날 때부터 허약해서 돌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하고, 엄마라는 말도 다섯 살이 지나서야 겨우 했다고 해요. 2005년 12월, 고등부 졸업을 앞두고 엄마를 따라 서귀포에 있는 어느 회사에 갔대요. 처음 보는 선생님과 면담을 했고, 그날 이후 경혜씨의 불행이 시작되었대요.

아침이면 회색 승합차를 타고 출근해서 싫어하는 일들을 해야 했대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빵이나 쿠키 만드는 건 하기 싫은데, 아무도 없이 혼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은데...

그래서 출근하면 작업실에서 큰소리로 울었대요.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바닥을 쿵쿵 치면서 울다가 욕도 하고 옆에 있는 동생들도 때렸대요. 제빵실 물건을 집어던져서 와장창 깨버린 적도 있대요. 그럴 때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지만 작업장에 오면 또 눈물이 났대요.

동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미는 작업과 쿠키 찍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직원이 되어 월급도 받았대요. 

경혜씨가 제일 사랑하는 푸들 강아지 분홍이는 2017년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에서 샀대요. 분홍이는 정말 착한 하얀색 푸들 강아지 인형이래요.

작년 5월, 울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눈물을 참지 못하는 경혜씨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대요.

"경혜씨 오늘 하루에 좋았거나 속상한 일, 그리고 기분 나빴던 일을 한번 써보면 어때요?" 

그래서 일기 쓰기가 시작되었고, 경혜씨는 매일 저녁 8시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혼자서 하루를 생각하며 그림일기를 쓴대요.

이 모든 이야기는 경혜씨가 일하는 '평화의 마을' 이귀경 원장님이 대신 들려주셨어요.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떼쟁이 아이 같은 경혜씨.

경혜씨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울다가 웃는 경혜씨의 모습이 그려져요. 날마다 등장하는 동물들이 있어요. 평화의 마을에 살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 호동이, 얼마 전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어쩐지 어느 날부터인가 블랙 스탠다드 푸들인 익산이와 강아지 인형 분홍이만 등장하네요. 평화의 마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가끔 나오지만 그림에는 호동이, 익산이, 분홍이가 주인공이에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경혜씨에게 소중한 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경혜씨에게 일기를 쓰는 일은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순수한 마음이 그림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매일 노력해도 종종 울 수밖에 없는 경혜씨, 우리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꿈이라고 해서,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경혜씨를 통해 배운 것 같아요. 별일 없는 소소한 일상, 울지 않아서 기분 좋은 오늘, 그 모든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무엇을 적든, 100일동안 정성껏 채워가는 꿈의 일기장으로 힘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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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바이블 - 작가라면 알아야 할 이야기 창작 완벽 가이드
대니얼 조슈아 루빈 지음, 이한이 옮김 / 블랙피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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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형 말고 레스 형~

작가라면 알아야 할 전통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제시한 사람,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스토리텔링 바이블>은 아리스텔레스의 글쓰기 원칙들을 주재료로 하여 대니얼 조슈아 루빈의 레시피로 탄생한 이야기 창작 완벽 가이드북이에요.

여기에 아드레날린 한 스푼을 추가했대요. 책표지 그림처럼 심장을 콕 찌르는,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확신하냐고요? 저자는 예일대학교 드라마 전문 대학원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극작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25년 이상 작가로 살면서 정말로 끝내는 작품들을 썼고, 큰 실수도 저질렀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배웠대요. 그 값진 노하우를 이 책속에 글쓰기의 27가지 원칙들로 정리했으니 독자들은 그 원칙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돼요. 

앞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저자가 언급했듯이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아요. 저자는 이 책의 방법론을 무술에서 영감을 받았다면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하나는 고단자들도 기초 동작 연습을 꾸준히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똑같은 기술을 배운 두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글쓰기에 관한 방법을 배우는 일은 무술의 기초 동작 연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전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실전 글쓰기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일이에요.


이 책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모든 것을 크게 세 가지, 즉 플롯의 기본 원칙, 등장인물의 기본 원칙, 배경·대화·주제의 기본원칙으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27가지 원칙인데, 각 원칙마다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하나씩 이해하며 배울 수 있어요.

각 장에서는 한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 '훑어보기'로 기초 개념을 설명하고, '원칙'에서 해당 원칙의 메커니즘을 분해하고, '대가의 활용법'에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이야기꾼들이 어떻게 해당 원칙을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도전'에서 원칙을 실행할 방법이 나와 있어요. 그러고 나면 '연습문제' 하나를 풀어보는 거예요. '보충수업'에서 해당 원칙을 멋지게 실행한 이야기 하나를 더 제시하고 질문 몇 가지를 더하여 스스로 자신의 방법론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플롯(plot) 짜는 능력은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구성 능력을 뜻해요.

플롯의 기본 원칙 중 첫 번째는 "망치를 내리쳐라!"예요.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 속에 끌어넣으려면, 주인공을 소개한 뒤 망치처럼 그들의 존재를 때려박을 사건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첫 줄을 쓸 때, 특히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 '망치'를 내리치는 사건(순간)으로 문주제가 해결된다고 해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될 대사건의 여덟 가지 기본 요소가 있어요. 놀랍고 충격적일 것, 주인공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태도를 변화시키고, 운의 변화를 시사할 것,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대를 쌓을 것, 긴급성이 있을 것,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지 장르와 분위기를 분명하게 정할 것, '욕망의 대상'을 설정할 것, 관객의 마음에 극적 질문을 던질 것, 가능성 있는 결말들을 반영할 것.

'망치 내리치기'란 이야기의 선로를 까는 것으로, 이 여덟 가지 요소 하나하나가 그 선로를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요.

설명은 어렵지만, 기본 원칙에 충실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어요. 도입부를 읽자마자 '와, 이 이야기 재미있겠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이에요.


"시작이 좋으면 절반은 해낸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  


<스토리텔링 바이블>에는 저자가 엄선한 120편의 레퍼런스가 들어 있어서 재미있는 문학 수업을 듣는 것 같아요.

잘 나가는 작품의 법칙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플롯, 등장인물, 배경, 대화, 주제라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과정을 알려주고 실전 글쓰기까지 연습할 수 있어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글쓰기 강의, 바로 <스토리텔링 바이블>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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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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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고?

됐거든! 


"진실과 행복은 함께 가지 않는다. 

진실은 아프고, 불안을 가져오며, 우리 일상생활의 매끈한 흐름을 파괴한다.

현실은 방향타 없는 공간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궁극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행복하게 조종받길 원하는가, 아니면 진정한 창조성의 위험, 이 위험이 불러일으키는 

지속적 불안에 자신을 과감히 드러낼 것인가?" (187p)


이 책을 펼쳤다는 건 후자를 선택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제목이 마치 선전포고 같습니다.

천.하.대.혼.돈.

<천하대혼돈>은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합니다.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는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바로 슬라보예 지젝이 쓴 글들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의 위기는 명백한 사실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위기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지젝은 우리 인류가 처한 위험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혼란 앞에 국가 간 경쟁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그러니 이성적 반성 능력을 끌어올려 반역을 꾀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젝은 세계정세, 민주적 사회주의, 포퓰리즘, 인종차별, 문화권력, 디지털 정치, 문화와 권력,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사안이 가진 본질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생존이 걸린 위험한 항해를 막 나섰다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합의를 향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삶은 새로운 하나가 될 필요가 있는데 그 새로운 하나가 무엇이 될지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지젝은 마오쩌둥을 인용하여, "천하가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 (천하대란, 형세대호)"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 예측할 수 없으나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무지와 착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혼란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진짜 우리를 괴롭혔던 부자유, 모욕, 사회 부패, 품위 있는 삶의 전망 부재 등이 새로운 형태로 지속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유를 해치려는 위협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대놓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부자유 자체가 자유로 통할 때 생겨납니다. 

새로 얻은 자유는 실질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자신의 불행을 선택할 자유라는 것.  일단 자유롭다는 이유로 대다수가 가난한 상태로 그대로 머물면서 가난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된다는 것.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된 건 우리 목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며, 애초에 민주주의적 자유라는 고귀한 원칙 자체에 내재된 실패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일이 대혼돈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전적으로 지지해야만 하지만 그 치명적 한계 역시 알아야 합니다.

좌파가 제시해야 할 새로운 공통의 영역, 그 새로운 하나는 바로 근대 유럽의 위대한 정치-경제적 성취, 즉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입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새로운 상황에서 옛날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고집하는 것은 거의 혁명을 하자는 태도입니다. 샌더스와 코빈의 제안은 때로는 반세기 전 온건한 사회민주주의자의 주장보다도 훨씬 덜 급진적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회주의적 급진주의자로 매도당합니다. 포퓰리즘적 우파가 국수주의적인 것은 맞지만 자신을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닌 조직으로 만드는 일에서는 좌파보다 낫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좌파 기획은 오직 포퓰리스트의 국제주의와 맞먹을 정도로 스스로 전 지구적 운동으로 조직할 때만 살아날 것입니다. 지젝은 정말로 트럼프를 물리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수호할 가치가 있는 것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주력부대에서 이탈한 분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포퓰리즘에 맞서려면 자유주의적 기획 자체의 약점을 비판적으로 응시해야 하며, 포퓰리즘이 약점의 증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포퓰리즘은 통하지 않는다고 단정합니다. 우파적 변종은 속임수를 쓰며, 좌파적 변형은 훨씬 복잡하게 허위입니다. 오늘날 근본적 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전 지구적 위기 때문입니다. 급진적 변화만이 생태적 파국과 유전공학의 위협 및 우리 삶의 디지털 통제 같은 위험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합니다.

지젝의 <천하대혼란>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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