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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 석기 시대의 맥주부터 21세기 코카-콜라까지
톰 스탠디지 지음, 김정수 옮김 / 캐피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인류의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 관한
수많은 역사들만 존재할 뿐이다.
- 칼 포퍼, 과학철학자 (1902~1994년) (12p)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는 인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6가지 음료에 관한 책이에요.
우리가 그동안 배웠던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재료를 근거로 한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등으로 구분되는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각 시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음료에 근거한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여기서 6가지 음료란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차 그리고 코카-콜라예요.
저자는 6가지 음료의 역사를 통해 이질적인 문명들이 어떻게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왔는지 세계 문화의 상호 관련성을 고찰하고 있어요.
인류에게 음료는 지나간 시대의 모습을 전해주는 살아있는 증거물이며, 근대 세계를 형성한 힘에 대한 액체적 증언이라는 것.
저자쵱의 말처럼 이 책을 읽고나니 음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우리는 역사를 마시고 있었네요.
첫 번째 음료는 맥주예요.
최초의 맥주가 언제 양조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어요.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기록물은 기원전 3400년경의 것인데 이들 문서에도 맥주의 기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맥주의 등장은 농경의 도입과 맥주의 원료인 곡물의 재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유목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전환되면서 최초의 도시들이 등장하는 격변기에 맥주가 등장한 거예요. 그래서 맥주는 선사 시대의 유산이며 그 기원은 문명의 기원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맥주는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이라고 해요. 곡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맥아화한 곡물의 변화를 발견한 거죠. 공기 중에 있는 천연 효모의 활동으로 곡물의 죽에 함유되어 있던 당분이 발효되어 알코올로 변한 것이 맥주예요. 물론 맥주가 인류 최초의 알코올은 아니지만 필요한 만큼의 양을 양조할 수 있고, 쉽게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더욱 발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고대의 양조자들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더욱 양질의 맥주를 만들어냈다고 해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후대 역사 기록에 따르면 양조자는 항상 자신의 맥아즙을 위한 통을 가지고 다녔다고 해요.
농경이 시작되면서 최초의 문명이 탄생했고 문자에 의한 기록이 시작되었는데, 맥주는 그 문명화의 새벽 이후 석기 시대의 촌락, 메소포타미아의 연회장, 현대의 선술집까지 이어져 내려온 문화 유산이라고 볼 수 있어요.
두 번째 음료는 와인이에요.
와인의 기원도 선사 시대이지만 상세한 내용은 알 수 없어요. 신화나 전설을 통한 간접적인 기록만 남아 있어요. 기원전 785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님루드의 설형문자 점토판은 당시 아시리아 왕실에서 사람들에게 와인을 배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와인이 메소포타미아 사회에서 크게 유행되면서 맥주의 인기는 떨어졌다고 해요. 고대 그리스인에게 있어서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문명 또는 세련과 동의어였다고 해요. 어떤 종류의, 그리고 언제 생산된 와인을 마시느냐가 그 사람의 문화적 세련미를 알려주는 지표였대요. 맥주보다는 와인을, 보통 와인보다는 좋은 와인을, 연식이 짧은 와인보다는 오래된 와인을 선호했는데 어떤 와인을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시되었던 건 와인을 마실 때의 태도였대요. 와인을 마실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래요.
와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음료인 동시에 음용자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사회적 차별의 상징이 되었대요. 여기서 특이한 점은 왜 그리스도인은 와인을 마시고 무슬림은 마시지 않는가라는 점이에요. 그 이유는 기독교가 부상하면서 와인이 매우 상징적인 중요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라이벌 관계였던 무슬림은 적대시했던 거래요. 무슬림은 와인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모든 알코올음료를 금지했어요.
세 번째 음료는 증류주예요.
와인을 증류하면 알코올 성분이 더욱 강해지는데, 이러한 증류에 대한 지식은 아랍 학자들에 의해 보존되고 발전되었던 많은 고대의 지혜 중 하나였대요. 처음에는 연금술사의 실험실이라는 다소 모호한 장소에서 탄생한 증류주였는데 유럽의 탐험가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식민지를 건설하고 제국을 건설하면서 그 위상이 달라졌어요. 대항해 시대에 중요한 음료가 된 거예요. 증류주는 배에 적재하고 이동하기에 편리하며 쉽게 상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알코올음료라는 용도 외에도 매우 중요한 경제적 재화가 되면서 증류주에 대한 과세나 통제의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되었어요.
설탕의 찌꺼기를 증류해 만든 럼은 신세계에서 유럽의 식민주의자들과 그들의 노예에 의해 소비되었어요. 럼은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의 모험과 비즈니스의 산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노예무역의 잔혹성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음료였다니 소름 돋는 진실인 것 같아요. 럼은 식민지 시대와 아메리카 독립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음료였지만 신생 국가의 시민들은 럼 대신 새로운 증류주, 위스키를 더 선호했대요.
식민지를 지배한 증류주, 그 독한 알코올에 담긴 잔혹한 역사를 보고야 말았네요.
네 번째 음료는 커피예요.
17세기에 유럽에 소개된 커피는 알코올음료를 대신하는 새롭고 안전한 음료였어요. 커피로 인해 서유럽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던 알코올의 몽롱함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대요. 커피는 위대한 각성제라는 점에서 이성의 시대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음료였으며 현대성과 진보의 상징이 되었대요.
17세기 말까지 아라비아는 전 세계에 커피 공급자였는데 이와 같은 아랍의 독점 체제를 처음으로 깨뜨린 것은 네덜란드였대요. 예멘에서 종교적인 음료로 탄생한 커피는 모호한 기원에서 출발하여 아랍 세계에 침투했고, 그 후 유럽으로 건너갔으며 유럽의 강대국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어요. 유럽의 커피하우스는 오늘날의 인터넷처럼 기능했다고 해요. 커피하우스의 혁신과 실험 정신은 산업혁명을 위한 길을 마련했고 과학과 상업뿐 아니라 금융의 영역으로도 확대되었대요.
커피하우스의 문화가 오늘날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형태로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커피라는 음료는 혁신, 이성, 네트워킹의 관계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다섯 번째 음료는 차예요.
전 세계의 끝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대영제국은 차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럽인이 동방과의 교역을 학대한 이유가 바로 차 때문이라고 해요. 제국주의의 팽창과 산업의 팽창을 연결한 것이 차라는 새로운 음료였대요. 차 무역에서 발생한 이익은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인도에 진출하는 데 필요자금이 되었고, 상업 조직이었던 동인도회사가 후일 동방에 설치한 식민지 정부가 되었대요. 최초의 차는 사치스러운 음료로 출발했으나 차츰 노동자의 음료로 부상되었고 새로운 기계들이 설치된 공장 노동자들의 에너지원이 되었대요. 재미있는 건 전형적인 영국의 음료가 처음에는 중국에서 수입해야만 했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차에 대한 이야기는 제국주의, 산업화 그리고 세계 정복에 관한 이야기가 된 거예요. 차는 혁신과 파괴라는 의미와 함께 당시 대영제국의 강대한 힘을 보여주는 음료라고 할 수 있어요.
여섯 번째 음료는 코카-콜라예요.
코카-콜라의 탄생 신화를 살펴보면 특허 의약품을 만들려고 했던 펨버턴이 노력한 결과물이에요. 1884년, 새로운 특허 약품의 성분인 콜라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해요. 1886년 5월경에 펨버턴은 새로운 개발 공식을 완성했고,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어요. 이때 비즈니스 지인 중 하나였던 프랭크 로빈슨이 제안한 이름이 코카-콜라였대요. 그것은 두 개의 중요한 원재료의 이름에서 직접 가져온 거예요. 코카-콜라의 원래 버전에는 소량의 코카 추출물이 포함되어 있었대요. 코카인 성분은 20세기 초반에 제거되었지만 코카의 잎에서 추출한 다른 성분은 지금까지 음료에 들어 있대요. 1888년 8월 존 펨버턴이 사망하자 아사 캔들러가 코카-콜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확보하게 되었대요. 1895년 말경에는 미국의 모든 주에서 코카-콜라가 판매되면서 국민적인 음료가 되었대요. 이러한 급격한 성장이 가능했던 건 회가가 오직 원액만을 팔았기 때문이래요.
회사는 갑작스럽게 마케팅 전략을 바꾸어 코카-콜라를 의약품이 아닌 청량음료라는 성격 전환이 성공하면서 더욱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대요.
카페인이 함유된 코카-콜라가 광고에서 어린이를 직접 묘사하지 않으면서 어린이에게 팔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지금까지도 유명한 붉은색의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코카-코라를 마시는 장면을 묘사한 유쾌한 포스터였어요. 1931년에 등장한 산타 광고로 인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밝고 즐거운 이미지 연출에 성공했고 대공황 시기에도 번창할 수 있었대요. 코카-콜라가 자본주의 본질이라는 미국의 상징이 되면서 세계 시장을 향한 글로벌화를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어요. 누가 뭐래도 20세기의 대표 음료가 된 거죠.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음료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네요.
앞서 6개의 음료를 소개해놓고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인류의 음료 역사에서 최초의 음료라고 할 수 있는 '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예요.
물은 제한된 천연자원이에요. 세계 인구의 5분의 1 또는 약 12억 명은 현재 마시기에 안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생존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요. 개발도상국의 경우 안전한 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질병이나 죽음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나 경제발전에도 장애가 된다고 해요. 전 세계는 이미 물 부족 사태로 인해 국제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인류의 역사 발전에 영향을 미쳤던 첫 번째 음료인 물이1만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도적인 자리에 복귀한 것으로 보여요. 물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
이 책은 인류에게 물을 비롯한 여섯 가지 음료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를 넘어 시대를 연결해주는 역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흥미진진한 세계사 공부가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