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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평점 :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사건의 용의자는 이미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인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요.
그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의 로완이라는 여성이에요. 그녀는 교도소 안에서 렉스햄 변호사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2017년 9월 3일
렉스햄 변호사님께
변호사님,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죠. 그래도 제발,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9p)
로완은 왜 편지를 선택했을까요.
이미 선임된 게이츠 변호사는 로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이에요. 듣긴 듣는데 믿지 않는 거죠.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질문을 던지니까 이야기가 뒤죽박죽돼 버리는 거예요.
교도소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결백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중 한 명이 무죄라고 떠드는 말을 진짜로 받아들여줄 리 없는 거죠.
그래서 로완은 최후의 구원자로 렉스헴 변호사를 선택했고,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편지에 적기로 했던 거예요. 적어도 해야 할 말이 끊기진 않을 테니까.
로완은 엘린코트 사건에 연루된 아이 돌보미였고, 자신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며 절절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요.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여자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진범은 따로 있다고. 그러니 제발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로완은 렉스햄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를 헤더브레 저택으로 초대하고 있어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지어진 으리으리한 헤더브레 저택.
왠지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촛불을 켜야 할 것 같지만 헤더브레 저택은 첨단 기술로 꾸며진 현대적인 분위기예요.
막 대저택은 아니지만 돈 냄새가 풍기는 인테리어, 모든 게 완벽한 공간이었어요.
산드라 사모님은 친절했어요. 로완이 돌보게 될 아이들은 모두 셋, 매디는 여덟 살이고, 엘리는 다섯 살, 페트라는 18개월 아기예요.
열네 살의 리안논은 지금 기숙사에 있어요. 사모님은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느라 바빠서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거예요.
막상 와 보니 로완은 거액의 연봉뿐 아니라 모든 게 다 탐났어요. 아름다운 집, 멋진 방, 대리석 타일이 깔린 화려한 샤워실, 석회 자국 하나 없이 반짝이는 거울, 크롬 도금된 배수관 부속품까지 전부 다, 이 일자리를 갖고 싶었어요.
헤더브레 저택은 몇 십 년 동안 방치돼 있었는데 엘린코트 부부가 건축가여서 멋지게 개조했던 거예요.
그런데 매디가 로완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어요.
"여기 오지 마세요."
"여긴 안전하지 않아요."
"안전하지 않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안 좋아할 걸요."
"누가?"
"유령들이요."
"유령들이 싫어할 거예요."
(104-105p)
로완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매디의 말을 흘려 듣지 말라고,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을 거예요.
과연 로완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반면 렉스햄 변호사라면 그녀의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요.
로완은 결정적인 실수를 했어요.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비밀을 남겨둔 것.
겉으로 드러난 비극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그 이면에는 깊숙하게 감춰진 진실이 있어요. 비밀은 마치 유령 같아요.
오직 로완의 편지로 풀어내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그 결말이 놀랍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