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학교 - 뼈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뼈의 학교 1
모리구치 미쓰루.야스다 마모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뼈의 학교>는 뼈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공포물이냐고요, 전혀 아니에요.

아주 조금 독특한 생물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모리구치 미쓰루 선생님은 막 신설된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는데, 과학실에 번듯한 표본 하나 갖추지 못했대요. 수업을 할 때 뼈가 꼭 필요한 교재라서 혼자서 뼈를 줍고 뼈를 바르는 일을 시작했대요. 언제부턴가 동료 교사인 야스다 마모루가 함께 하게 되었고, 학생들도 합류하면서 뼈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대요. 처음엔 '뼈를 줍는다'라는 표현이 오싹했는데, 알고보니 재미있는 과학 탐구 활동이었어요.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학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숲에서 주운 뼈들이 교재가 되어 해부와 뼈 바르기의 기초를 가르쳤고, 아이들은 골격 표본 만들기에 도전했대요. 퍼즐을 맞추듯이 뼈 바르기를 재미로 시작한 요코, 우타, 아야코는 3년 동안 꾸준히 계속했고, 훗날 세 사람은 '뼈 바르기 삼인방'이 되었대요.

와우, 뼈가 재미있다니!

너구리, 오소리, 토끼, 여우, 멧돼지, 날다람쥐, 하늘다람쥐, 기니피그, 일본다람쥐, 흰넓적다리붉은쥐, 흰코사향고양이... 정말 동물들이 다양하네요.

가장 놀라웠던 건 바닷가에 밀려 올라온 고래 머리뼈예요. 사진으로 봤을 때는 거대한 돌 조각상 같아서 설명된 글이 없었다면 고래 뼈라는 걸 전혀 몰랐을 거예요.  

연구실도 아닌 중고등학교 과학실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죽은 동물의 사체로 골격 표본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였다면 가능했을까요.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과학실에서는 실험 수업이 있기는 해도 이러한 독창적인 수업은 드문 일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일본에서도 흔한 일은 아닐 거예요. 동물 뼈 줍는 선생님의 열정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는지, 골격 표본 만들기에 푹 빠져서, 급기야 미노루는 프라이드치킨으로도 골격 표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미노루는 '프라이드치킨의 뼈'라는 제목의 글을 학급 신문에 기고했는데, 그 내용은 프라이드치킨 아홉 조각으로 머리와 발을 제외한 닭 한 마리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거예요. 미노루의 엉뚱한 뼈 바르기는 전적으로 미노루의 생각은 아니고 어떤 책에서 힌트를 얻은 듯 하지만 어디서든 뼈를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대단한 것 같아요. 바닷가에서 고래의 뼈를 줍는 것과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그 뼈를 모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똑같은 거예요. 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니까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니 뼈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무서움에서 흥미로움으로, 뼈를 통해서 과학적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은 모리구치 미씨루 선생님의 텅 빈 과학실이 해골의 방으로 바뀌는 약 15년 동안의 일을 기록한 것이라고 해요. 길어봐야 1~2년 정도라고 예상했는데 대략 15년의 기록이라니, 정말 굉장한 것 같아요. 뼈와 사랑에 빠지면 이렇듯 헤어나오기 어렵나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글은 거의 매일 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낼 정도의 긴 글은 써 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는 책 한번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터라 이 책이 끌렸던 것 같아요.

장강명 작가의 책 쓰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여전히 책 쓰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설득과 기왕 책 쓰기로 마음 먹은 사람을 위한 방법.


"나 같은 게 책은 무슨......" 이라고요?

☞ 글재주 잠재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42p)


"책 써서 뭐 하려고?"라는 질문

☞ 낚시가 취미인 사람에게 낚시를 뭐 하러 하냐고, 골프가 취미인 사람에게 골프를 뭐 하러 치냐고 묻지 않는다. 

다들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다. (47p)

그런데 왜 유독 책 쓰는 일에는 딴지를 거는 걸까요.

☞ '자격 있는 사람만 책을 낼 수 있다는 은근한 분위기'는 이미 책을 낸 기성작가들과 작가를 선망할 뿐 글을 쓰지는 않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허구다.

당장 서점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자. ... 시시한 책을 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 작가는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도 밤에 한두 시간씩 혼자 쓰다가 작가가 되는 사람이 있다.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49p)


책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요?

☞ 하나의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20p)

200자 원고지 600매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이라고 해요. 

《책 한번 써봅시다》원고는 200자 원고지로 710매 분량이고, 책으로는 300쪽 분량이에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에세이 쓰기, 소설 쓰기, 논픽션 쓰기에 관한 팁이 나와 있어요. 재미있는 건 작법서를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이에요. 그러니 참고는 하되 맹신하지는 말 것.

수백 가지 요령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써보는 것. 그래도 참고용으로 책 한 권을 추천해주네요.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 《나는 왜 쓰는가》라고 하네요. 위대한 작가의 책이야말로 가장 좋은 참고서니까요.


'글 잘 쓰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은 '달리기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기초 체력을 키우고 하체운동을 열심히 하세요"라는 조언까지는 두루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을 다시 받는다면 "어떤 달리기 말씀인가?"라고 되묻게 된다.

100미터를 달리듯 42,195킬로미터를 전력 질주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이면 몸을 크게 다친다.

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이나 '글 잘 쓰는 법'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258p)  


결론은 한 가지예요. 책 한번 써볼 것.

마음 먹기가 어려운 것이지, 일단 결심했다면 쭉 쓰면 돼요.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분량의 글을 꾸준히 써보는 거예요.

장강명 작가는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해요. 책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기를, 저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84 (양장)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지 오웰의 <1984>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자유가 박탈된, 암울한 사회를 그려내고 있어요. 

그동안 여러 매체와 책 속에서 자주 인용되는 <1984>라서 읽었다고 착각했어요. 

우리는 종종 이런 착각을 해요. 익숙함 때문에 본질을 놓치는 일.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서른아홉 살이고, 한때 정리할 수 없었던 아내가 있었고, 다리에 정맥류도 있고, 의치도 다섯 개나 된다고.

그게 뭐? 지금 자신에게 다가온 낯선 여자를 경계하면서 말한 내용이에요. 혹시 사고경찰과 연관된 사람인가 싶어서, 왜 자신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쪽지를 준 건지 의심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윈스턴은 검열과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기장에 몰래 '빅 브라더를 타도하라'를 적어 놓고는 적발될까봐 두려워 하면서 동시에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던 거예요.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 스물여섯 살이고, 30명의 다른 여자들과 함께 합숙소에 살았고, 픽션부에서 소설 쓰는 기계를 다루는 일을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면 당의 정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 것들을 제외하고는 결코 신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녀는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그를 내 사랑, 둘도 없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윈스턴에게는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그의 전 아내, 캐서린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기만 했고, 거의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겼으니까.

<1984> 속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에서는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아요. 부부의 성생활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느끼기 어려워요. 그들에게 허락된 감정은 두려움과 증오, 그리고 고통이에요. 윈스턴은 이런 끔찍한 일상에서 줄리아를 만나게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인간다움을 느끼게 돼요.


"만약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는 것이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그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 한, 심지어 원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행했던 일이나 말, 또는 생각들까지 극도로 세세한 모든 것을 털어놓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속마음은, 자기 자신조차 신비스럽게 작동하는 그것만은,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었다."   (267p)


과연 윈스턴과 줄리아는 그들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요.

기존에 번역된 <1984>는 많지만, <신어의 원리>까지 직역한 작품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번역의 차이. 우리는 다양한 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다고 생각했던 <1984>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선택의 자유. 그것이 이 책이 알려주는 강력한 메시지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는 특별하고 기이하고 놀라운 이야기예요.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냐고 묻는다면 제목 그대로, 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신기해요. 

상상도 못했던 신비로운 물고기와의 만남이 우리의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저자는 뱀장어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사르가소해에 대해 말해줬을 때, 그곳이 마치 마법에 걸린 동화 속 세상 혹은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사르가소해(Sargasso Sea)는 북서대서양 지역의 바다이며 뱀장어가 탄생하는 장소라고 해요. 

솔직하게 한 번도 뱀장어의 생활사를 궁금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뱀장어에 대해 아는 거라곤 먹어본 맛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뜨거운 팬에 구워지는 음식으로만 여겼지,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던 생명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의 정체는 바로 뱀장어예요.

아마 다들 뱀장어와 '신비로움'이라는 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질 거예요. 익숙하게 봐 왔지만 실상 아는 게 없는 뱀장어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뱀장어와 관련된 인물들을 보면서 무척 놀랐어요. 어쩌면 뱀장어보다 뱀장어를 연구했던 사람들 때문에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뱀장어를 연구했다고 해요. 그의 위대한 저서인《동물의 역사》에는 동물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독창적이고 급진적인 접근법이 나오는데, 그것이 곧 현대 생물학과 자연과학을 탄생시켰다고 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했고 자연을 체계적인 관찰로 기술할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뱀장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이한 주장을 유별나게 많이 한 대상이었대요. 뱀장어를 아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했는데도 불구하고, 뱀장어가 생물학적 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무에서 탄생한다는 비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한 거예요. 바로 그 점이 뱀장어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어요. 뱀장어는 이상한 생활사와 변태, 생식에 대한 우회적 접근 때문에 관찰하기가 극도로 어렵고, 증명된 수수께끼가 거의 없다는 것. 우리가 뱀장어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동물학자들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신비로운 존재로 만든 거죠. 우리는 뱀장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동물학자들은 이를 '뱀장어 질문'이라고 한대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아시나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원래 의대생이었지만 카를 크라우스 교수에게 철학, 생리학, 동물학도 배웠대요. 카를 크라우스 교수는 해양동물학 전문가이며, 자신이 속한 분야의 모든 사람들처럼 뱀장어에 관심이 많았대요. 자웅동체 동물을 연구했는데, 당시 뱀장어는 자웅동체라고 여겨지던 때였어요. 빈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트리에스테에 있는 해양 연구소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열아홉 살의 프로이트를 자신의 해양 연구소에 파견보냈던 거예요.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몇 주 동안 지중해에 있는 실험실 책상에 앉아서 뱀장어를 자르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수컷 뱀장어의 생식기관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고환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야심만만했던 열아홉 살의 프로이트는 첫 번째 과학적 임무에서 좌절했지만, 그의 실패는 운명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뱀장어의 성과 생식기에 관한 수수께끼는 못 풀었지만 환자들의 심리를 치료하면서 성과 성적 특성을 탐구하게 되었으니까요. 


레이첼 카슨은 20세기에 가장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해양 생물학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해요. 그녀가 해양 생물에 대한 획기적인 책을 여러 권 썼다는 사실보다는 환경운동의 개척자로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대학원에서 해양 생물학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뱀장어에게 매혹됐다고 해요. 몇 년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카슨이 어머니와 언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적은 보수를 받는 연구소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대요. 미국 수산청에 고용된 그녀의 임무는 해양 생물에 대한 팸플릿 글을 쓰는 작업이었는데, '물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바닷속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썼대요. 그녀의 상사가 이 글은 수산청의 정보 팸플릿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잡지사에 보내보라고 말했대요. 그렇게 해서 카슨은 작가가 되었어요. 레이첼 카슨의 첫 번째 책《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뱀장어를 소개한 부분이 나오는데, 바다의 흥미로운 복잡성을 대표하기에 뱀장어보다 나은 생물을 찾지 못했다고. 그녀가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나는 많은 사람들이 뱀장어를 보기만 해도 몸서리를 친다는 것을 압니다. 

나에게 (그리고 뱀장어의 이야기를 아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뱀장어를 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 놀라운 곳까지 여행한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순식간에 나는 뱀장어가 지나온 낯선 곳, 인간인 내가 결코 갈 수 없는 곳의 생생한 그림을 봅니다."  (175p)


뱀장어는 사르가소해로 돌아갈 여건이 되지 않으면 마지막 변태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요. 영원한 아이로 남은 피터팬처럼.

대신에 기회가 생기면 기력이 다할 때까지 바다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거예요. 뱀장어는 자신의 삶이 원래 정해진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모든 것을 보류하고 죽음마저도 거의 무기한으로 미룰 수 있다고 해요. 뱀장어는 변태를 거칠 때마다 다른 형태가 되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그 환경에 따라 생활사의 각 단계가 길어지거나 압축될 수 있대요. 뱀장어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건 뱀장어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적인 가족사가 전혀 이질감 없이 흘러갔다는 거예요.

저자의 아버지는 동물을 아주 많이 좋아했지만 가끔은 동물을 죽였다고, 그건 살생이나 폭력을 즐겨서가 아니라 옳다고 여겼기에 그렇게 했던 거예요. 아버지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힘뿐만 아니라 책임도 있다고 믿었던 분이에요.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이런 책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항상 명료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인 것은 분명해요. 생명에 대한 존중, 그 존중이 필요한 책임에 대해서 우리 역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는 것을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 같아요. 인간의 생명은 누구의 손에 달려 있을까요.

 

지금 뱀장어가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고 해요. 왜 뱀장어가 사라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어요.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이 일은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 뱀장어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하지만, 가장 오래된 위협은 어업이라고 해요. 또한 실증하긴 어렵지만 가장 심각한 위협은 기후 변화예요. 

과연 우리는 뱀장어를 구할 수 있을까요. 멸종된 도도처럼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신비로운 물고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요.

세상의 신비는 풀리지 않아도, 우리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감은 어떻게 기업의 매출이 되는가 - 《포천》 500대 기업 브랜드빌더의 혁신기업 공감전략
마리아 로스 지음, 이애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공감은 어떻게 기업의 매출이 되는가>는 기업에서 활용하는 공감 전략을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25년차 브랜드 전략가로서 기업에 공감 능력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계기가 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2008년, 서른다섯에 뇌동맥 파열로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고 겨우 살아났는데 6주간 병원에서 환자 및 가족 중심 치료를 받으면서 공감의 힘을 느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회복한 후에는 병원의 '환자 및 가족 교육위원회'에서 환자 측 고문으로 봉사 활동을 하면서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담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공감 능력이 왜 중요한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기업에 공감 능력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고, 공감형 리더로서 공감 문화를 조성하고 공감형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을 제공합니다.


행동 교정 컨설팅 업체 알레고리의 설립자 크리스티나 하브리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감정이 행동을 결정합니다. 자신을 주눅들게 만드는 사람에게 물건을 살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 사람이 상사라면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을 테고요. 

사람들은 강압적인 태도에 순응할지 몰라도 헌신하지는 않아요. 

고객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매출이 떨어지고, 공감 능력이 모자란 리더는 성공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런 건 그다지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없죠."   (38p)

하브리지의 겅공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공감 능력을 갖추게 될 때 어떤 힘이 발휘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조직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먼저 공감이 무엇인지 알아야, 공감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며, 공감의 핵심은 행동입니다. 공감이 성공을 불러올 수 있는 이유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은 행동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은 공감하는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지는 시대입니다.

얼마 전 뉴스 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조기 퇴사 비율이 높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60퍼센트가 항상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29퍼센트만이 현 직장에 충실하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인재를 확보하려면 그들의 핵심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경제포럼 문건에 따르면 밀레닝널 세대의 71퍼센트는 직장동료가 제2의 가족이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일으키는 브랜드와 기업에 충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다음인 Z세대 역시 진정성과 소통, 즉 공감을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결국 공감 능력은 고객 충성도에서 기업혁신, 수익률뿐만이 아니라 직업들의 업무 능력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공감 문화는 공감형 리더가 만드는 것입니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조직이 바라는 것을 구현해내는 구성원들을 인정해줄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감형 브랜드를 만드는 습관과 특징은 여덟 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시각을 존중하기, 공감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열정적인 브랜드 대사를 채용하기, 올바른 고객 서비스 정책의 시행, 피드백 환영하기, 고객과 친밀감 형성하기, 선행을 실천하기, 고객의 목소리 활용하기. 외부 브랜드의 토대는 내부의 진정성을 전제로 하며, 내부의 진정성은 올바른 인재가 올바른 조직 문화를 만들 때 확보됩니다.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감 능력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전략을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말 멋지다고 느낀 부분은 나로 시작한 공감 능력이 직장과 기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자 희망인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