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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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뀐다?

기적 같은 일이죠.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기적의 주인공들이 있어요.

중요한 건 그것을 바라보는 '나', '나에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묻고 답하는 '나'한테 달려 있어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요. 더 나은 인생, 훨씬 더 멋진 나로 살고 싶다면, 먼저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원해야 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멋지게 만들어가면 돼요. 이것이 자기계발서의 핵심이에요. 그러면 왜 책을 읽고도 바뀐 게 없을까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성취하기를 바라니까, 쉽게 넘어지고 포기해버린 거예요. 기적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변화가 아니었네요. 스스로를 믿고 매일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습관이야말로 기적 같은 힘이었네요.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공식 워크북이라고 하네요.

미국 최고의 자기계발 전문가 제임스 클리어는 전작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습관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줬다면, 이 책에서는 행동 변화의 네 가지 법칙을 어떻게 습관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간단하고도 실천가능한 단계를 제공하고 있어요. 공식 워크북으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핵심 아이디어들과 개념이 모두 정리되어 있고, 네 가지 법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인드셋과 실전 도구들이 나와 있어서 단계별 훈련을 할 수 있어요. 개념 이해와 실천 사이에 간극을 확 좁혀주는 특단의 조치인 거죠.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은 습관이 뇌에 새겨지는 네 가지 원리예요. 신호, 열망, 반응, 보상이라는 네 단계의 패턴이 모든 습관의 중추이며, 우리 뇌는 항상 같은 순서로 작동한다는 거예요. 행동 변화의 네 가지 법칙은 습관 형성의 네 단계를,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끊는 단순한 규칙 세트로 전환하는 거예요. 주요 개념을 이해하고, 그 다음은 워크시트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습관을 일상에 적용하는 거예요. 바뀐 생각을 기록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매일 1퍼센트씩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 한 권의 책은 최고의 습관 코치이자 나만의 성공 기록이네요. 직접 써가면서 스스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알려주는 놀라운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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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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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 한 권을,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네요.

읽고 또 읽고, 노트에 따라 적으면서.

《빛과 실》은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함께 2022년에 쓴 짧은 글들이 수록된 책이에요.

1979년, 여덟 살 아이가 쓴 시 ㅡ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10p)


한강 작가님은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절실한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하네요.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ㅡ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ㅡ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 (12p)

이토록 깊이, 아주 깊이 들어가 자신을 내어주고 빚어낸 글들이라서 읽는 사람마저도 아찔하게 만들었구나...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소설을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낀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책 표지 사진은 작가님의 집 마당이라고 하네요. 볕이 잘 들지 않는 마당에 나무를 심었고, 조경사님의 조언대로 거울을 이용해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었더니 벽에 창문 같은 빛이 생긴 거예요. 문학의 힘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요. 우리는 빛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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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 - 반죽하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아오키 유카리 지음, 최선아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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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리의 즐거움은 뭘까요.

만드는 과정과 더불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빵을 좋아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5분"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이 책을 읽게 됐네요.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은 요리 연구가 아오키 유카리의 레시피 북이에요.

저자는 원래부터 빵 만들기를 좋아해서 결혼 전부터 자구 구웠는데 결혼한 뒤에는 더욱 빠져들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구웠대요.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하느라 부족한 시간 때문에 만들 수 없었대요. 보통 빵을 만들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리니까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빵을 만드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시행착오 끝에 30분 정도에 구워낼 수 있는 레시피를 완성했고, 이후에도 계속 연구하여 5분 만에 완성하는 '반죽하지 않는 빵'을 개발했다고 하네요. 실질적인 작업 시간은 단 5분, 도구는 내열 용기와 숟가락만 있으면 충분한 레시피라니, 정말 놀라워요.

이 책에는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의 비밀이 담겨 있어요. 핵심은 반죽의 수분이네요. 반죽의 수분을 조금 늘리면 반죽하지 않아도 폭신하고 쫄깃한 식감의 빵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모든 요리가 그렇듯이 레시피가 아무리 간단해도 손에 익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열심히 도전하는 수밖에 없네요. 완제품을 오븐에 넣는 것만 해보다가 조물조물 밀가루 반죽이라니!

빵을 굽기 전에 알아 둬야 할 내용이 있어요. 반드시 레시피대로의 재료로 만들 것, 계절에 따라 발효 속도가 달라지므로 시간이 있다면 따뜻한 장소에서 반죽 크기가 두 배 될 때까지 발효시킬 것, 내열 용기에 따라 열전도율이 다르므로 레시피대로 구워 보고 덜 익으면 반죽을 철판에 꺼내어 굽어보기, 오븐에 따라 구운 결과가 달라지므로 굽는 시간과 온도는 적절하게 조절하기, 갓 구운 빵을 즐기기 위한 레시피이므로 살짝 달콤한 마무리하기, 바로 먹지 않을 때는 잔열을 식히고 반드시 랩을 씌워 둘 것, 빵 만들기가 익숙하지 않을 때는 내열 용기에 반죽을 넣어 굽고, 익숙해지면 성형 과정에 도전해보기. 초보자는 꼭 반죽하지 않는 타입부터 시작하라고 당부하네요. 빵이라고 하긴 부끄러운 핫케이크를 만들어 본 게 전부지만 저자의 레시피를 보면 간단해서 '와, 해 볼만 한대.'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죽하지 않는 기본빵 플레인에는 달걀, 유제품 없이 오직 강력분, 드라이 이스트, 소금, 설탕이라는 심플한 배합으로 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 수 있어요. 책의 구성도 반죽하지 않는 빵 레시피로 시작해서 반죽하는 빵과 여러 가지 응용 레시피가 나와 있어요. 빵 만드는 과정을 간소화해서 누구나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라는 점,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함께 빵 만들기로 즐거운 요리 시간을 가질 수 있네요. 갈수록 빵값이 올라서 빵을 사먹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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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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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천재 음악가의 은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모차르트의 고백》은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사적인 편지를 모아낸 서간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시간 순으로 편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 편지는 1769년 잘츠부르크에서 카타리나 길로프스키로 추정되는 아가씨에게 보낸 내용이에요. 1769년 11월 27일,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대주교 궁정의 명예 콘서트마이스터로 임명되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함께 첫 번째 이탈리아 장기 여행길에 올랐던 시기였어요. 여기에는 편지 내용만이 나와 있지만 모차르트의 생애를 따라 가며 그 기록들을 살펴보면 뜻밖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스무 살 이후에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보면 미묘한 감정 변화가 있네요. 전적으로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어머니와는 달리 권위적인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에 관여하려고 해요. 아들은 아버지의 허락을 구하는 듯 말하지만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정해진 대로 하겠노라고 통보하면서, '자녀들의 행복을 그토록 바라시는 현명한 아버지께서 다른 결정을 내리실 리가 없다' (115p) 라며 말하네요. '부디 이 일로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신의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되새겨 주십시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은 좋고, 어떤 일은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고 나면 정반대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116p) 라는 부분에서 성숙한 내면을 보았네요. 내 뜻대로 인생을 살겠노라 말하면서도 아버지께 자신을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좀 더 좋게 보아주기를 간청하는 편지에서는 마음이 짠해졌네요.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지고서 행복하기는 힘드니까요.


파리

1778년 7월 9일

ㅡ 부디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소식을 들으실

마음의 준비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지난 3일 자 편지에서 이미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 언질을 드렸을 겁니다. 바로 그날, 7월 3일 밤 10시 20분에, 어머니께서는 주님 안에서 평화롭게 잠드셨습니다. 사실 제가 아버지께 편지를 썼을 때, 어머니께서는 이미 숨을 거두시고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계셨습니다. 제가 밤 늦게 편지를 쓴 것은 아버지와 사랑하는 누나가 이 사소하지만 어쩔 수 없던 거짓말을 용서하시길 바라서였습니다. 제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으로 아버지의 슬픔을 짐작해 보건대, 저는 감히 그런 끔찍한 소식을 갑자기 전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 저 또한 고통받고 울었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위로를 얻으려 애썼고, 사랑하는 아버지와 누나께서도 그러하시기를 바랍니다. 우십시오, 울지 않을 수 없으니 우십시오. 하지만 끝내 위안을 얻으십시오. 모든 것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정하신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190-191p)

어머니의 죽음을 곧바로 알릴 수 없었던 심정을 고백하고 있어요. 모차르트의 파리 연주에 동행했던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아들 탓을 하며 비난했으니 슬픔보다 더 큰 고통이었을 거예요. 진심을 다해 썼으나 받는 이에게 전해지지 않는 마음은 너무나 슬프네요.


뮌헨

1779년 12월 31일

ㅡ 방금 친구 베케 씨를 통해

아버지의 28일자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틀 전 그의 집에서 아버지께 편지를 썼습니다. 그렇게 눈물로 쓴 편지는 제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이 다정한 친구가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제게 베푸시는 관용, 그리고 제 장래를 위한 신중한 배려에 대해 어찌나 길게 이야기해주던지, 저는 그만 감정이 북받쳐 울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8일자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나니, 베케 씨가 저를 위로하려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겠습니다. ... 소나타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설령 악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즉시 뮌헨을 떠나라니요.

... 아, '즐거운 꿈'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꿈꾸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꿈꾸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즐거운 꿈, 평화롭고 달콤하며 기운을 북돋우는 꿈을요. 만약 이루어졌더라면, 지금의 이 슬픈 삶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었을 그런 꿈들을 말입니다. (273-274p)

늘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표현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네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 그러나 어찌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가족인 것 같아요. 가깝고도 먼 관계, 모차르트의 사적인 편지를 통해 그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짐작해보네요. 어린 소년은 장성한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니, 신동에서 천재 음악가로의 여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네요. 특히나 인간 관계는, 천재에게도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던 거죠. 완벽한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 모차르트의 너무나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는 기록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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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60가지 과학의 순간들
천원성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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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먹고 마시고 즐기는~" 다음에 나올 만한 단어는?

세상에나, 여기에 "과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네요. 제 인생 사전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어였네요. 과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도, 우리는 과학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네요.

《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는 생물학에 초점을 맞춘 과학 교양서라고 하네요.

저자는 국립양명교통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교육부 종신 국가 강좌 교수이며 유전연구소에서 연구와 교육에 힘써온 유전학자 천원성 교수예요.

이 책은 일상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지난 6년간 과학 잡지에 연재한 '교과서 밖의 과학 이야기'라는 칼럼에서 엄선한 59편의 글과 이전에 발표했던 한 편을 추가하여 엮어낸 것이라고 하네요. 유자, 감자와 볶음쌀국수, 푸딩과 궁바오지딩, 탄산수와 같이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와 이론이 등장하니 재미있고, 각 글의 마지막에 실린 그림은 임팩트 있는 한 컷 그림인 데다가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하니 뭔가 더 집중하게 되네요. 사실 이야기가 재미있으니까 저절로 몰입이 된 것 같아요.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과학 에세이네요. 읽다 보면 똑똑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내 친한 친구인 아론 교수는 평소 맛집 탐방을 즐기고, 집에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미식가인데 최근 들어 식습관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통풍 때문이다.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너무 높아져 관절과 힘줄에 결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각한 염증이 생기는데 이 염증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나는 아론에게 통풍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퓨린의 농도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 '고퓨린'은 평생 DNA와 RNA를 연구해 온 나에게 큰 흥미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음식에 들어 있는 퓨린의 대부분이 DNA와 RNA의 두 가지 이중고리 염기인 아데닌과 구아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퓨린은 대사 과정을 거쳐 잔틴과 하이포잔틴으로 분해된 후, 요산으로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모든 자연식품은 생물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DNA와 RNA, 퓨린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퓨린의 농도가 높은 음식일나 단순히 세포 수가 많은 음식이 아닐까? 나는 동료들과 의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학술 논문에서도 어떤 음식이 퓨린 함량이 높은지, 낮은지만 나열되어 있을 뿐,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계속된 연구 끝에 나는 내 가설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 유인원 이외의 동물들은 통물에 걸리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은 대부분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요산 산화 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분해한 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체네 요산 농도가 높지 않다. 유인원 역시 원래 요산 산화 효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화 과정에서 몇 차례 돌연변이가 일어나면서 이 유전자는 기능을 잃어버렸다.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하나의 가설은 요산이 강력한 항산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산 농도가 높으면 혈관을 보호하고, 암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진화 과정에서 요산 산화 효소를 잃어버리면서 또 다른 항산화제인 비타민 C를 생성하는 능력도 상실했기 때문에 식단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게 되어 체내 요산 농도를 높이면 비타민 C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은 완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체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만 통풍뿐 아니라 신장 결석,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병 위험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60-64p)

교과서 속 과학 지식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숨은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어, 누구나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과학'으로 만들어낸 저자의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실험실 안에서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순수한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자세야말로 과학적 정신과 연구 태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롤모델이네요. "과학자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올바른 질문을 하면 정확한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고,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길을 잃거나 좌절하게 만드는 잘못된 길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지식을 계속 확장해 나갈수록,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154p) 라는 말 그대로 우리에겐 과학자와 같은 사고 방식과 태도가 필요해요. 문명이 시작되면서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하며, 진화의 방향마저 바꾸어 놓았네요. 지금은 AI라는 도구 자체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어쩌면 인간을 앞설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직면해 있네요.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나가야 할까요. 이제 올바른 질문을 던질 차례네요. 과학적 태도와 정신으로 나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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