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서재 - 인류의 미래를 설계한 60권의 지적 설계도 시대를 이끈 위대한 거장이 사랑한 책들 1
휴먼라이브러리랩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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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한 것들뿐이다." (6p)

휴먼라이브러리랩은 '위대한 지혜는 책과 사람 안에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시대를 이끈 거장들의 성공 본질을 탐구하는 연구 집단이라고 하네요.

이들은 인물들의 독서와 사고 체계를 분석하는 '거장의 서재'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첫 번째 책을 출간했네요.

《일론 머스크의 서재》는 일론 머스크의 지적 운영체계를 분석한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단순히 추천 도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60권의 책들이 어떻게 머스크의 사고 체계를 구축했는지를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론 머스크의 사고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지적 설계도라고 볼 수 있어요. 크게 4개의 코드로 나뉘어져 있어요. 첫 번째 코드는 현실의 경계를 해킹하라, 두 번째 코드는 중력과 비용을 동시에 이겨내라, 세 번째 코드는 도구가 주인이 되지 않게 하라, 네 번째 코드는 과거의 실패로 미래의 설계를 배워라. 각 코드에 해당하는 책을 소개하면서 머스크가 어떻게 현실 적용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이 책을 이렇게 읽자'라는 코너를 통해 전략적인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제로 투 원』의 저자 피터 틸은 서두에서 "당신이 알고 있지만,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중요한 진실은 무엇인가?" (57p)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경쟁은 패자들의 게임이다. 진짜 혁신가는 경쟁하지 않는다." (58p) 라고 단언했는데, 핵심은 단순해요. 세상을 복제하지 말고 처음부터 자신만의 것을 만들라는 거예요. '0에서 1'로의 도약은 조금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창조하는 일인데, 이는 머스크의 철학과 일치하네요. 저자들은 『제로 투 원』을 머스크처럼 읽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제안하네요.

"나는 어떤 믿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거기서부터 '제로'가 시작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복제하고 있는가? (그 습관을 멈추는 순간 '원 (1)'이 생겨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답이 아니라 그림으로 상상해 보라.) 『제로 투 원』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60p)

평소 X에서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던 그가, 묵직한 벽돌 두께의 과학 책에 대해서는 "좋다 Good."라고만 남겼다는 건 특별한 추천사라고 하네요. 그 책은 바로 예일대 신경학자 스티븐 노벨라가 쓴 『미래를 여행하는 회의주의자를 위한 안내서』이며, 핵심은 "회의주의는 믿음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라 믿음을 형성하는 방법" (198p)이라는 거예요. 노벨라가 말하는 과학적 회의주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냉소적 태도가 아니라 믿을 만한 근거가 나타날 때까지 판단을 잠시 보류하는 인내심에 가깝다고 하네요. 인간의 뇌가 저지르는 온갖 논리적 오류를 사고의 버그라고 부르는데, 머스크는 이 인간적 버그를 제거하는 데 거의 병적으로 집착해서 직원들에게 좋은 소식 말고 나쁜 소식을 먼저 가져오라고 다그쳤다고 하네요.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는 사람만이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네요. 저자들은 이 책의 진짜 용도는 '자기 점검'이며, 과학적 회의주의로 세상의 진짜 모습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시 각자의 프레임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며, 지식 너머의 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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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과 처형의 역사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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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주의가 필요한 책이네요.

고문과 처형에 관해 그림을 곁들여 자세히 해설한 책이라서 다소 끔찍하게 느낄 수 있으니, 어린이들 손에 닿지 않도록 신경써주시길,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네요. 공포 호러 장르 마니아와 창작자를 위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고문과 처형의 역사》는 다카히라 나루미 작가의 책이자 AK 트리비아 북 시리즈네요.

저자는 게임 디자이너로 데뷔하여 소설가, 잡지 기고가, 프로듀서, 감수자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고, 이번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고문 기구와 방법을 망라하여, 정체가 분명치 않은 고문·처형 기구라도 가능한 한 처음부터 그 실재를 부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술하였고, 그런 이유로 본문에는 저자의 추측과 상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 앞서 주의를 요하는 책이라고 소개한 것은 주제가 고문과 처형이기 때문이에요. 고문과 처형 기구들의 특징은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고통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면서 쉽게 죽이지 않는 도구라는 점에서 굉장히 잔혹하네요. 여기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구로서의 기능적 측면이기 때문에 삽화 자체는 단순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라 무섭지는 않아요. 오히려 상상할수록 소름끼치고 무서워요. 저자는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신체에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압ㆍ타ㆍ신ㆍ굴ㆍ조 ㆍ자ㆍ절ㆍ열ㆍ소ㆍ익ㆍ전 "이라고 나와 있는데, 그 의미를 살펴보면 "압, 압박한다 / 타, 몽둥이 등으로 때린다 / 신, 강제로 늘인다 / 굴, 구부린다 / 조, 신체를 매단다 / 자, 찌른다 / 절, 칼로 벤다 / 열, 열을 가한다 / 소, 불로 태운다 / 소, 간지럽힌다 / 익, 물에 빠뜨린다 / 전, 신체를 굴린다 / 전, 전기 충격을 가한다 "라고 하네요. 각 장의 제목과 그림을 통해 어떠한 고통을 주는지, 주로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네요. 각 용도에 대한 약호, 즉 "협ㆍ고ㆍ사ㆍ형ㆍ기타"로 표시하고 있는데, "협, 위협해 굴종시키기 위해 사용했다 / 고, 자백을 강요하거나 고통을 주는 등의 고문을 사용했다 / 사, 사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 형, 사형 이외의 형벌에 사용했다 / 기타, 그외 의 용도"라는 뜻이네요. 인간의 상상력이란, 잔인함의 끝은 어디인가... 너무나 기상천외한 방식의 고문 도구들이라서 경악스럽네요. 오랜 역사 속에 존재했던 고문, 처형 도구를 살펴보니 인류가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동시에 권력과 사회가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해 왔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였네요. 우리 역사에도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유도하여 억울한 희생자를 만든 사례들이 있었죠. 이 책은 잔혹함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교훈을 얻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공포 마니아와 창작자를 위한 극한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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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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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맛집이 의외로 단촐한 가게여서 놀랄 때가 있어요.

화려하거나 멋진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음식점은 인증샷을 찍기엔 좋지만 미식가에겐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 곳일 거예요.

오프라 윈프리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고, 벌써 스무 해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개인, 연인, 가족, 심지어 마약 중독자의 삶마저 바꿔 놓은 책이라고 해서 무척 궁금했네요.

《관성 끊기》는 상담사 겸 가족 치료 전문가인 빌 오한론의 열일곱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제목과 표지가 너무 딱딱한 게 아닌가 싶어요. 마치 오래된 맛집, 노포의 외관 같다고 해야 할까요. 원제는 "Do One Thing Different 하나만 다르게 행동하라"인데, 그대로 사용하면서 뭔가 더 밝고 활기찬 이미지의 표지였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네요. 아무래도 진짜 맛집을 찾았으니, 더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저자도 처음에는 '해결 지향적 삶 Solution-Oriented Living'이라고 제목을 정했다가 편집장의 의견을 따랐고, 책 표지는 빨간 표지 위에 굵고 검은 글씨로 '하나만 다르게 행동하라'라고 적혀 있어서 오프라의 눈에 띄었으니 우연인지, 운명인지가 통했다고 봐야겠네요. 암튼 핵심부터 말하자면 저자가 개발한 해결 지향적 접근법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하나는 '새로운 일을 하나 해보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르게 해보라'라는 거예요. 책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문제 대응 방식 바꾸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바꾸기, 해결 지향적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예요. 원하는 삶으로 바뀌지 않는 이유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잘못된 습관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하나만 다르게 행동하는 거예요. 엉망인 채로 제자리걸음 중이라면 패턴 깨기, 해결 지향적으로 효과 있는 것을 시도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이고, 그 다음은 해결책을 찾는 거예요. 해결법이 하나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어요.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면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법을 바꿔야 하는데, 다음의 다섯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해요. 자신의 감정과 과거를 인정하되 그것이 행동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 문제 상황에서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을 바꿀 것, 현재와 과거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신경을 쓰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출 것, 영적 관점을 사용해 골칫거리들을 초월하고, 평소 능력을 뛰어넘는 기지를 발휘할 것.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질문을 멈추고, 그 대신에 조금 더 생산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왜'라는 질문 대신에 '무엇'과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바꾸면 돼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방법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마법은 아니라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본인뿐이네요. 이 책은 이루지 못한 꿈, 연인이나 가족 간의 불화, 심리적인 증상 등등 반복되는 문제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만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제안하고 있네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자신을 위해 한번쯤 도전해 볼 수 있잖아요. 당장 할 수 있는 하나, 그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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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기술 - 말 한마디 안 해도 원하는 것을 얻는 듣기의 힘
야마다 하루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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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괴롭고 힘든 순간에는 이 말이 몹시 거슬리고 싫었는데, 어려운 시기를 겨우 넘기고 나서야 그 의미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감히 고통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도 당당하게 극복해내는 사람들을 있고, 그들을 통해 삶을 배우게 되네요.

화창한 가을 어느 날, 런던에서 딸과 함께 스쿠터로 경주를 하던 저자는 심각한 사고로 인해 청력 장애를 겪게 되었는데, 오히려 '듣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일상적인 수행으로 바꾸면서, 경청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야마다 하루, 사회학자이자 글로벌 노마드 작가예요.

《경청의 기술》은 우리 안의 듣기 지능과 듣기 에너지를 다시 발견하도록 돕는 책이네요.

저자는 듣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모든 듣기가 같은 경로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고 하네요.

"4세기에 일본 최초의 여성 천황인 스이코 천황의 사신들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져온 한자 한 글자가 이 모든 것을 요약해줄 수 있다.

聽く 즉, '기쿠'라고 발음하는 이 단어는 '듣기'를 뜻하는 보물 같은 단어다. 이 단어를 이루는 작은 요소들이 합쳐지면 듣기의 비밀스러운 연금술이 완성된다. 왼쪽에는 귀耳 가, 오른쪽에는 14개 十四 의 마음 心 이 자리한다. 이것들이 합쳐져서 '14개의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른 2개의 단어 '기쿠 kiku'가 있어요. 첫 번째 단어는 '14개의 마음으로 듣기'라고 부르는 ' 聽く '로, 사람이라는 채널에 집중하는 듣기를 의미한다. 두 번째 단어는 '정보적 경청'이라고 부르는 ' 聽く '는 언어와 내용, 과제, 주제에 초점을 맞춘 듣기다. 일반적으로 '듣는다'라고 할 때는 정보적 경청을 떠올린다. 14개의 마음으로 듣기와 정보적 경청은 서로 다른 채널에서 이루어진다. 전자는 개인적, 관계적, 문화적 목소리를 깊이 있게 듣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일반적으로 언어로 표현되는 표면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10-19p)

이 책은 14개의 마음으로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14개의 마음으로 듣는 능력을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청력 문제가 거의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듣기라는 행위와 본인의 청력에 대해 무심했을 확률이 크네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력 손실을 겪는데, 일반적으로 청력 손실이 시작된 후 10년이 지나서야 도움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이 청력이 손실되는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저 역시 평소에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가끔 미세한 난청 증상을 느낄 때가 있지만 병원을 찾은 적은 없네요. 저자의 조언대로 청력 검사를 받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청력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야 14개의 마음으로 듣기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어요. 경청의 기술이란 단순히 잘 듣는 태도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듣는 듣기 지능을 갖추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책에서는 정보적 경청, 부드러운 경청, 신뢰성 경청, 비언어적 경청, 문화적 경청, 사회적 경청, 업무적 경청, 세대적 경청, 적응적 경청으로 분류하여 구체적인 듣기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네요. 말하기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듣기 능력은 초연결 시대의 생존 필수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더욱 노력해서 갈고 닦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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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마음시 시인선 17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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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멀었다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

까맣게 몰랐다.

(14p)


이정하 시인의 시집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개정판이 나왔네요.

초판 발행일 1997년 11월 15일, 사람의 나이로 보자면 스물여덟, 스물아홉이 되었네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으나 시는 조금도 늙지를 않았네요.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을, 강렬한 햇빛처럼 눈이 부셔서 '눈이 멀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고, 그대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린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네요. 시인은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괄호 속의 '나'를 빼놓고서는 진심을 전할 수 없어요.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그대 마음에 가 닿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노라는, 눈물겨운 고백이네요.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26p)

아파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애절하게 외치고 있네요.

"그래, 내가 /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 너를 위해 나를 /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 잠겨 죽어도 좋으니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7p) <낮은 곳으로>라는 시의 일부분이네요.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의 마음이 흘러흘러 낮은 곳에 있는 내게로 밀려오기를 바라고 있네요.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오직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워요. 낮은 곳에 있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면 세상을 온통 사랑으로 채우고 싶네요. 모두가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세상에서, 누가 낮은 곳에 가려고 하겠어요, 바보가 아니고서야... 바보, 바보처럼 다 내어줄 수 없으니 사랑은 저만치 멀어져가네요. 사랑한 만큼 외롭고, 사랑한 뒤에 괴롭고 슬프다면서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다운 거예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시인은 <바람 속을 걷는 법2>에서 그 답을 알려주고 있어요.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 그래, 산다는 것은 /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66p)

우리는 바람 속을 걷는 사람들, 흔들리고 휘청거려도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그러니 그 바람을 헤쳐나가야 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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