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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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남자아이"의 기준은 뭘까요.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해왔던 '평범', '보통'이라는 단어가 종종 폭력적으로 들릴 때가 있어요.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점점 투명하게 사라지고 말 거예요. 어릴 때 숱하게 들었던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들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족쇄였다는 걸 어른이 되고 난 뒤에야 알게 됐어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사회적 편견들이 남아 있어요. 더 이상 '평범','보통'이라는 말로 위장해 우리를 괴롭히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이 소설을 읽으며 깨달았네요.

《물을 수놓다》는 데라치 하루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작으로 일본 도서관 사서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가 주최하는 '청소년독서감상문전국대회' 고교 부문 도서에 선정되었고,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중쇄를 거듭하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실제로 읽어보니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을 이야기네요.

주인공 마쓰요카 기요스미는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남학생인데 취미는 수예, 바느질이이에요. 중학교 시절에 요리 실습에서 채소 다듬는 게 능숙하고, 휴대용 반짇고리를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로 같은 반 여자애한테 '여자 같은 남자'라고 놀림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후 왕따는 아니지만 은근히 겉도는 아웃사이더가 됐어요. 엄마는 수예 따위는 그만두고 평범한 남자아이들처럼 운동하길 바라지만 기요는 한 땀, 한 땀, 꿰매는 고요한 시간을 좋아해요. 수예를 가르쳐준 할머니는, "기요는 자수를 할 때가 제일 즐거워 보이는구나." (26p) 라고 하셨는데 다른 걸 배워서 해봤지만 자수만큼 흥미롭지는 않아요. 소설에서는 기요스미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잔잔한 울림을 주네요. 아름다운 수를 놓는 기요스미처럼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가 모여 따뜻한 풍경이 된 것 같아요.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결국 나만이 그 답을 알고 있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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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 기후위기를 외면하며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변명에 관하여
토마스 브루더만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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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도 움찔했네요.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없이, 누구 이야기인 줄 알았으니 말이에요.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는 기후친화적이지 못한 스물다섯 개의 변명을 깔끔하게 분석한 책이에요.

저자인 토마스 브루더만은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에서 환경시스템과학을 가르치며, 적극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인간행동과학 전문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해요. 이 책은 종종 기후파괴적 행동을 하는 우리들의 적나라한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요. 기후친화적이지 못한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어떠한 핑계, 변명들을 늘어놓고 있는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그 변명들을 분석하고자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이제 시간이 없다고, 엄청난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건 아마도 "희망은 없지만 심각한 건 아니다" (14p)라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스로를 기후친화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기후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모순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는 지극히 정상이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에요. 그동안 온갖 핑계를 대며 도망갔다면 이제는 그 변명들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메커니즘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결정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저자는 기후위기에 대해 맹목적인 낙관주의도 비현실적인 희망도 옳은 선택이 아니며, 기후친화적인 사회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긍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네요. 두려움, 분노, 비관주의가 아닌 용기, 냉정함, 계산적인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스물다섯 개의 변명들을 소개하면서 약간의 진지함과 약간의 계산적 낙관주의, 그리고 약간의 유머를 곁들였다고 했는데, 역시나 쥐를 닮은 카피바라들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모든 변명에 대한 반대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부분을 읽으면서 순순히 인정했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깨달았어요. 온갖 변명들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건 단 하나의 좋은 이유라는 것,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는 좋은 이유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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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
김인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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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를 아시나요.

성은 도, 이름은 슨트가 아니라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회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에 대해 세부적인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여러 분야의 도슨트 중 미술관 도슨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예술이란 분야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 감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미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도슨트가 없었더라면 예술이 건네는 감동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을 거예요. 요즘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도슨트를 만나다 보니 도슨트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는 도슨트 김인아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7년 차 도슨트로서 그동안 활동하면서 스크립트 작성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해요. 이 책은 도슨트가 작품과 전시에 관한 해설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스크립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스크립트 작성 과정을 중심으로 도슨트 활동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미술관 도슨트 활동을 희망하는 예비 도슨트는 물론이고 스크립트 분석을 통해 예술 작품과 전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네요. 저자의 말처럼 '스크립트'라는 전시에 대한 스크립트 같은 책인 것 같아요. 우선 도슨트에게 스크립트란 30~50분 내외의 미술 작품 해설을 위한 대본이고, 도슨트는 미술관이라는 무대에서 그 대본을 받아 든 배우라고 설명해주네요. 타인이 쓴 원고를 외워서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거쳐 나온 스크립트라야 관람객에게 진심으로 가닿는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고 해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신의 시간과 열정, 거기에 진심까지 더해진다면 내공이 쌓이고 성장하게 된다는 거죠. 물론 잘 쓴 스크립트가 반드시 좋은 해설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도슨트의 역량이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첫 단계로 스크립트를 만드는 방법과 완성한 스크립트로 현장에 설 때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또한 관람객과 작품의 형식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 해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다양한 도슨트 해설 사례와 스크립트 비교를 통해 어떻게 변형하면 좋은지를 보여주네요.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것." (287p) 이것이 도슨트 해설의 가장 기본임을 저자의 스크립트 쓰기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됐네요.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도슨트입니다." (290p)라는 문장을 읽으면 감동을 느꼈는데, 원래 저자가 마음에 둔 제목이었대요. 아들이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든지 알아요? 그건 엄마가 그만큼 도슨트 일에 진심이기 때문이에요." (290p)라고 했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는데, 어쩐지 모전자전의 진심이 저한테도 고스란히 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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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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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똑같은 책을 만났어요.

시간을 주제로 한 소설답게, 바쁜 현대인들이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축약판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스페인의 경제학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의 책이에요. 글로벌 경제학자들이 강력 추천한다는 이 책은 11개국 출간 베스트셀러이고, 이번에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왜 최고의 경제 소설로 뽑였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돼요. 짧은 분량이라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데다가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거예요. 혹시나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읽은 시간이 아깝다면 불평 대신 생산적인 활동을 하시길, 그래야 진짜 시간을 소중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소설은 어떤 나라에 살았던 보통 남자 Tipo Corriente (스페인어로 '현재 유형'이라는 뜻)에게 일어났던 일인데 저자는 시간 절약을 위해 그의 이름 대신 TC , 그의 아내는 MTC 라 표기했고, 그리고 시간 Tiempo 이라는 단어는 T 라는 약자로, 돈의 경우는 $ 기호를 사용했어요. 당연히 '시간은 돈이다.'라는 명언은 'T는 $다.'라고 쓸 수 있겠죠. 주인공 TC는 바로 그 T를 판매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자유주식회사라는 회사를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게 됐어요. 상품은 5분이 들어간 용기, 상품에는 '5분의 자유'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과연 5분이라는 T에 얼마를 받아야 할까요.

시간을 판다고? 말도 안 되는 기막힌 설정 같지만 현재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시간을 돈으로 환전한다는 것이 마냥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에요. 경제학자인 저자는 우리 삶에서 돈과 시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TC의 이야기로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소설 속에서 사람들이 T를 구매하는 건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인데 그 시간의 자유는 경제적 자유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시간적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헐값에 시간을 팔면 평생 빚에 허덕이며 시간도 돈도 없이 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예요. 이 두 가지 결말 중에서 실제로 어떤 결말이 올 것인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모두가 돈을 향해 달려갈 때, 저자는 시간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언급하며, '시간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각자의 것이고,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대요. 그러니 이제 우리는 공평하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24시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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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한국 민주주의사 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조한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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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한국사 가운데 민주주의 역사를 다룬 책이 나왔어요. 

《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한국 민주주의사》는 청소년 해시태그 역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되었을까요. 왜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공부해야 할까요.

먼저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수준인가를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얻으며 179개 나라 중 47위를 기록했어요.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폐쇄적인 독재국가이며, 1에 가까울수록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20년과 2021년 0.79점(17위), 2022년 0.73점(28위)에서 점수와 순위가 크게 떨어졌고, 특히 하락세가 뚜렷한 42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곳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을 포함시켰으며,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였던 한국이 다시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어요.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점인 1894년 동학 농민 운동부터 일제 강점기에 독립 협회와 만민 공동회, 3·1운동과 민족 자결주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간회와 사회 운동,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을 거쳐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통일 정부의 실패로 공산주의와 민주국가로 분단되고, 5·10 총선거와 단독 정부 수립, 부산 정치 파동과 사사오입 개헌,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장면 정부에서 5·16 군사정변과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고 삼선 개헌과 유신 헌법으로 군부 독재의 암흑기, 그리고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독재자 전두환과 6월 민주 항쟁, 1987년 민주 헌법의 탄생과 시민 사회의 등장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요. 우리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우리 손으로 정부를 세우고 각종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온 민주주의를 완성해나가는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목숨을 걸고 싸워왔고, 지금도 그 싸움은 계속되고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사람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 사이의 지속적인 대결의 역사" (11p)였기에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반드시 그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필독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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