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 혁명 에듀세이 1
제니퍼 폭스 지음, 박미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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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 책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점을 이야기한다. 바로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필독서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입장에 있다면 강점 찾기가 왜 중요한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한 방법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약점보다는 강점에 초점을 맞추라고 충고한다.

현대 사회가 원하는 인재란 다방면에 만능인 사람이 아니라 한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를 말한다. 올림픽 경기를 보더라도 선수 한 명이 모든 종목을 도전할 수는 없다. 한 종목에 최선을 다하여 연습하고 겨루는 것이다. 기왕이면 자신의 강점을 찾아서 알맞은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멋진 인생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모든 종목을 잘 하라고 잔소리한다. 특히 학교 공부는 약점 찾기의 대표적인 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이 있지만 결론은 모두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싫어하고 부족한 과목은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니, 노력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니 어린 학생들조차 학업 스트레스가 심할 수 밖에.

여기에서 약점과 강점은 잘 하고 못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강점이란 행동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생기를 느끼게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고난 강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의 강점은 자신의 독특한 내적 자질을 미래의 가능성에 연결시켜주는 살아 있는 선이다. 이 전선에는 삶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활발하게 흐르고 있다. (94p)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부모와 교사가 할 일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아이들의 결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격려해주는 것이다. 강점 찾기란 단순히 재능 계발이 아니라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알려주는 일이다. 아직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삶의 열정과 용기를 지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강점을 어떻게 발견할까?

쉽지 않다. 내가 낳은 아이지만 내가 아니다. 아이만의 개성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알아낼 수 있지만 대신 찾아줄 수는 없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여 자신의 강점을 발견해야 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그 중에 분명 인내심이 포함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흔히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면서 아이의 인생에 지나친 간섭을 하게 된다. 과도한 애정은 위험한 집착이 되어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아이의 인생에서 주인공 자리를 뺏어서는 안 된다. 조금 어설퍼도 웃으며 지켜봐 줄 수 있다면 아이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부모는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어쩌면 이 마음을 지키기가 가장 어렵겠지만 꼭 지키고 싶다.

<강점 혁명>은 행복을 위한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강점 찾기를 통해 아이뿐 아니라 내 자신까지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채워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교육 문제로 고민했던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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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 -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
오드비에른 뷔 지음, 정윤미 옮김 / 지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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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억력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기억해야 될 내용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라고 한다. TV에서 보던 암기 왕이란 얘긴데 일반인도 그런 능력이 가능할까? 그는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럼 이 책을 읽기만 하면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일단 대답을 미루고 싶다. 분명히 그가 알려준 방법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핵심적인 방법만 말하자면,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관찰력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깜박 잊는 내용들은 거의 다 대충 흘려 들었거나 무의식 중에 벌어지기 때문에 뇌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건망증은 나이 탓이 아니라 주의산만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기억력의 대가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일반인들은 그들이 특별한 사진기억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보는 내용을 머리 속에 사진을 찍듯 이미지를 기억한다고 말이다. 얼마나 환상적인 능력인가? 물론 이 점이 일반인과 그들을 구분 짓는 기준이며 능력 자체를 신비롭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기억력 챔피언십에 나오는 선수들 대부분은 여정기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저자는 헤드메모기법이라고도 말한다.

여정기법을 설명하려면 기억력 증진을 위한 필수 4요소- 관찰, 연상, 시각화, 위치선정-를 알아야 한다. 기억력 훈련은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기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막연히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기억할 내용을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꼴이다. 정작 다시 그 내용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엉망이 되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여정기법을 활용하면, 익숙한 장소(현관, 복도, 주방, 거실, 안방, 욕실 등)를 정해서 그 위치에 내용을 저장하면 언제든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번거로운 점은 그가 알려준 연상 문자가 모두 영어란 점이다. 두 자리 기억방법을 위한 공식을 예로 들면 숫자를 문자로 바꾸는 방식이다. 7=L , 8=M 이므로 78이란 숫자를 보면 LM 즉 레몬(LeMon)이 된다. 그 밖에 숫자기억을 위한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영어가 친숙한 사람이라면 꽤 유용할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할 때 익숙한 것과 연관 짓는 것이 연상이며 연상된 내용을 상상으로 시각화하면 더 효과적인 원리다.

숫자와 영어를 연관 지으면 딱딱하고 지루한 숫자가 재미있는 영어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스스로 기억 요령을 터득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솔직히 국제기억력경연대회에서 트럼프 카드를 외우는 사람들을 보며 놀랍기도 하지만 쓸데 없는 것을 기억하느라 애쓰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그 자체가 재미있는 도전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두뇌 계발 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쓴다고 두뇌가 닳기는커녕 더 좋아지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생각이 바뀌었다.

일상생활에서 전화번호, 이름, 주소를 기억하는 일부터 다양한 지식 습득을 위해서도 나쁜 기억력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나쁜 기억력은 없다. 오직 게으른 두뇌만이 있을 뿐이다.

두뇌는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씀.

평상시에 무심했던 관찰력을 키우는 일이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는 점.

이제는 숫자가 내 머리를 골치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점.

기억력이 좋다는 건 여러모로 혜택을 준다. 무엇보다 삶의 소중한 기억들이 곧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며 의미니까.

마지막으로 전혀 엉뚱한 상상인데, 책의 첫 문장 속에 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 것만 같다. 굳이 노인을 묘사한 점이 수상쩍다. 우리말로 번역되어 확인하기 힘들지만 그 문장도 숫자를 변형시킨 암호가 아닐까? 숨겨둔 수수께끼처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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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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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영재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조기 교육의 효과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교육을 받았던 아들 칼 비테 주니어가 쓴 자녀교육서다. 어떻게 자신의 아버지가 교육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과 자신의 의견을 적고 있다.

대부분 아버지의 소신이 옳았고 그 덕분에 자신은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칼 비테 주니어가 5,6세 무렵 정확한 독일어를 구사하고, 그 후 1년 만에 불어를, 이태리어는 6개월에, 라틴어는 3개월에 마스터한 사실을 보며 놀라워한다. 이미 천재로 인정받은 그는 13세에 기젠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고, 16세 때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아 대학교수로 임명된다. 8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법학 강의를 하면서도 단테에 대한 연구로 큰 업적을 남겼다. 타고난 천재니까 당연한 거라고 여기겠지만 그는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칼 비테 교육법에 관심 갖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태어난 지 15일부터 시작했다는 지능훈련은 아이와 함께 놀아주며 감각을 키우는 방법이다. 두뇌계발과 신체발달을 위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영재를 만든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칼 비테는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주면서 배움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배움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만약 배움이 인생을 더 즐겁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23p)

 

지식의 축적은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란다.

하지만 창의력과 사고의 전환은 자신의 노력으로 직접 얻어야 해.

너 역시 배움과 지식의 관계를 이해해야만 네가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단다.

배움의 최종 목적은 바로 지혜를 얻는 일이야.

나의 가장 큰 바람 역시 네가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이란다. (339p)

 

역시 훌륭한 아버지 밑에 훌륭한 아들이 나오는 것 같다.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인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을 망쳐서는 안 될 것이다. 부모로서 반드시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칼 비테 교육법 그대로 키울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아이를 위한 방법인지 알게 됐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들 칼 비테 입장에서도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말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한 장난감은 절대 사주지 않은 것과 품행이 바르지 못한 친구와는 절대 놀지 못하게 한 것이 그렇다. 아들 입장에서는 가끔 단순한 재미를 위한 장난감도 필요할 수 있는 것이고, 어릴 때 말썽쟁이 친구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데 사귀지 못한 것은 아버지의 선택 때문이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제외하면(잘못된 점이 아니라 약간 섭섭한 정도)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아버지였다.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주눅들 게 한다. 훌륭한 자녀 교육법을 편안하게 한 권의 책으로 읽으면서 엄살을 부리게 된다.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조기 교육으로 영재를 만드는 일은 힘들 것 같고, 공부의 즐거움을 알도록 키우고 싶다. 또한 올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싶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어린 학생들까지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공부의 즐거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배움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으면 배우는 사람은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인생의 중요한 배움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배움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신이 믿고 아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부모의 교육은 자녀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 어떤 부모는 아이를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든다. 좋은 부모도 결국은 올바른 배움을 통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생은 공부다. 그러니까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공부가 즐거워야 가능할 것이다. 칼 비테의 교육법을 통해 그 방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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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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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 작가는 사춘기 시절부터 스물한 살 무렵 방황하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허구와 실재가 어떻게 뒤섞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유준이 겪은 내면의 갈등과 방황은 진실되게 다가온다. 거침없이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데 부끄러운 것은 오히려 나다. 나는 그 시절 무얼 했던가?

어른들 눈에는 당돌하고 무모한 녀석으로 보였을 준이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꽤 멋진 녀석이다. 정해진 길을 당당히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큰 소리 친 용기가 대단하다. 물론 그 때의 일탈이 내심 불안했겠지만 일단, 자신의 의지대로 온몸을 던진 거다. 그것이 진정한 젊음이고, 열정이 아닐까?

문득 준이와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나를 찾게 된다. 영길이와 상진이처럼 곁에서 지켜보면서 즐길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한 걸음 비켜서는 존재였을 것이다. 철부지 바보라 해도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나 확실한 일탈도, 안정된 궤도도 따르지 못한 채 멈춰버린 건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 그토록 나를 찾고자 했지만 진정한 나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결국은 …… 덧없어.

거기 나오잖아.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맑고 흐린 세상풍파를 다 받아들이는 거야.

준이는 여태까지의 대화가 못 참겠다는 듯이 툭 잘라버렸다.

넌 왜 쑥스럽게 만나기만 하면 책 읽은 얘기만 하는 거냐?

뭐가 쑥스러운데?

네가 지금 행동하고 살고 그런 거 중심으로 얘기하면 안 되니?

지금 생활이 싫으니까. (미아 243p)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사랑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덧없다. 준이의 당당한 선택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삶이 고통스럽다는 미아에게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을 도구로 쓴다면 삶의 무게가 더해질 뿐이다. 그 누구도 인생의 정답은 알 수 없다. 너와 내가 다르니 인생의 정답도 다른 것이다. 준이와 미아가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은 서로의 차이를 참지 못해서다. 그 때는 어렸으니까.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사이 좋게 어울려 있는 듯 보여도 제각기 자신의 길을 돌고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왜 똑같은 금성을 가지고 사람들은 새벽 동쪽에 나타나면 샛별이라 부르고, 저녁에 나타나면 개밥바라기라고 부르는 걸까? 누구의 삶을 개밥바라기별이라 부를 것인가?

젊음은 별처럼 눈부시다. 그 별이 어디에 있든, 남들이 뭐라 부르든 신경 쓸 것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제 가슴에 별 하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별은 빛나면 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등급을 매기고 이름 붙이는 건 별들에겐 무의미하다.

그 빛을 다할 때까지 온몸을 던져 빛내는 별, 참 멋지다.

우리도 각자 빛내야 될 삶이 있다. 삶이 힘들고 고단하다고 하여 포기하지 말라고.

진정한 나를 찾는 일이나 삶을 빛내는 일이나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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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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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혜초 스님이 썼다는 <왕오천축국전>이 김탁환 작가를 통해 신비로운 이야기가 되어 내 손 안에 있다.

대유사!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는 사막길을, 그래도 많은 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떠났다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는 것도 다 저 돈황 석굴에 든 이들이 자비를 바라며 올리는 기도 때문이리라.  (2 267p)

혜초 스님의 발자취를 좇는 일은 부단히 모래바람을 맞으며 걷는 느낌이었다. 실크로드라 불렸던 그 기나긴 사막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은 이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덤벼든 경솔함을 탓할 수 밖에.

걷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수행이 된 것은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 신라 상인 김란수, 파밀 고원을 넘어온 서역 무희 오름과 내림, 돌궐 사람 야곱, 대유사 사막에서 죽어간 이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악연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삶과 죽음이라는 길을 걷는 인간들은 인연의 고리 속에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얽힌 고리를 푸는 일,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 열반의 경지가 아닐는지.

죽음의 사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나 기억을 잃은 혜초 스님에게 기억을 찾는 방법은 자신이 기록한 양피지를 읽는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검은 모래 폭풍을 헤매던 병사들처럼 사라진 기억을 찾는 일은 서두르면 낭패를 본다. 가만히 두 손을 벌린 채 공중 소리를 기다리듯,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서역 무희 오름을 묘사한 대목을 보면 청록색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오름의 쌍둥이 여동생 내림은 영혼의 반쪽이라 할 수 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고양이 피쉬의 눈동자는 더욱 특별하다. 오름은 고양이의 푸른 쪽 눈을 좋아하고, 내림은 노란 쪽 눈을 좋아한다. 이들의 존재는 신기루와 같다. 실제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오름과 내림은 현실 세계에서 허상과 실상을 구분 못하는 우매한 인간들을 조롱하는 것 같다. 신비로운 그녀들의 정체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 내면의 죄악이 들끓는 기분이 든다.

그냥 단순하게 오름과 내림, 고양이와 물고기로 바라보는 것이 속 편하다. 깊이 파고들수록 모래 구덩이 속에 빠질 것만 같다.

혜초 스님이 얻은 깨달음은 혜초 스님의 몫이다. 그 길을 좇는다고 해서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억지를 부린 모양이다. 장사꾼 김란수를 탓할 일이 아니다. 속된 마음은 기억을 잃은 혜초 스님이 나약하고 비루한 사내로 보이게 만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혜초 스님을 얕봤는지도 모른다. 대단히 훌륭한 고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지나치게 평범한 모습에 조금 실망했는지도.

자신이 걸어간 길을 꼼꼼히 적어나간 한 여행자의 기록이 뭐가 그리 대단할까? 차라리 여행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불제자로서 양피지 기록은 집착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갔더라면 오늘날 우리에게 사막길은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혜초 스님이 만난 낯선 벗들은 잊혀졌을 것이다.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인 폴 펠리오가 둔황 17국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둔황 석굴의 자비로 오늘날 빛을 본 것이리라.

실크로드, 이 책의 이끌림 대로 그 길을 걷는 날이 온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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