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싱 마이 라이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9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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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사춘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흔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나도 별 수 없는 어른이 된 모양이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선 중 한 권이다.

경쾌하고 발랄한 제목이 풋풋한 청소년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보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주인공 하연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며 깔끔하게 살자가 신조인 자존심 강한 여학생이다. 화목한 가정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많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십 대 청소년에게 성적 호기심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연이 역시 환상과 호기심으로 성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결국 남자친구 채강이와의 불장난 같은 일이 벌어진다.

어른들은 십 대 소녀의 임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임신이라는 동일한 상황이 대상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 경우는 축복 보다는 불행한 사고라는 낙인이 찍힌다. 하연이는 절대로 불량 청소년이 아니다. 사실 사람을 놓고 우수 혹은 불량이라고 평가하는 자체가 비인간적이다. 특히 청소년은 아직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하연이가 임신한 사실은 어른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어른들은 뭐든 도와줄 것처럼 말하지만 이 경우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하연이가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것도 어른들의 극단적인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도 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라고 말이다.

과연 나는 부모로서 어떤가?

십 대 청소년들의 반항을 살펴보면 자신들은 몸과 마음이 어른 못지 않은데 어른들이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심한 반발을 한다. 야무진 하연이도 그런 일을 벌일 정도로 생각 없는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른들 몰래 술을 마셨고 술기운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십 대 소녀의 임신이라니, 정말 부모 입장이라면 충격 그 자체일 것 같다.

솔직히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은 이해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까지 인정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여느 어른들과 다르지 않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줄 알면서도 왜 그랬니?라는 어리석은 잔소리만 떠오르니 말이다.

하연이를 통해서 청소년들의 성문제를 돌아보게 됐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일이 급선무인 것 같다.

아이의 인생이 소중하고 아름답기를 원한다면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바라봐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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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수도원 - 오드 토머스 세 번째 이야기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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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딘 쿤츠는 오드 토마스라는 신비로운 인물을 창조한 장본인이다.

이 책은 오드 토마스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보통은 시리즈 1권부터 읽는 것이 당연한 순서겠지만 3 <악의 수도원>을 먼저 읽게 됐다. 상관 없다.

오드 토마스의 매력은 굳이 시간의 순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인기 있는 주인공답게 친절한 설명으로 처음 읽는 이들의 우려를 잠재운다. 그의 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곧 그가 풀어야 할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 테니 말이다.

첫 장에는 작가의 친필로 이렇게 적혀있다.

한국 독자 여러분께,

오드 토마스는 제 마음에 꼭 드는 주인공입니다. 저는 때때로 그의 대사를 쓰다가 한바탕 크게 웃곤 합니다. 오드가 제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주인공인 것처럼 독자 여러분께서도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 하시기를.

호러소설이 이토록 유머를 지녔다는 사실이 놀랍다. 분명 오드는 재미있고 호감이 가는 청년이다.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현재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멋지다. 오드의 특별한 재능은 죽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은 영혼과 바다흐라는 죽음의 사자까지, 우리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너머의 세계와 소통한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그의 재능 속에는 예지 능력이나 죽음을 맞설 힘은 포함되지 않는다.

2부에서 겪었을 불행한 사건 때문인지 오드는 수도원에서 오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온갖 범죄와 악이 들끓는 세상과는 격리된 수도원은 무척 안전한 피난처로 보인다. 그러나 죽음과 악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어디 존재하겠는가?

오드 눈에는 바다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흐의 정체는 피에 굶주린 악령으로 수많은 죽음이 발생하는 사건 사고 부근에 등장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죽음을 예견하려고 음울한 기운이 감도는 걸까? 심각하고 침울할 것만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오드는 나름의 낙천적인 성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용기일 수도 있다. 죽음을 볼뿐 달리 조정할 수 없다는 건 삶의 치명적인 결함이나 불행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일이다.

특별한 재능을 지녔지만 인생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스토미를 잃고 그의 삶은 엉망이 된 모양이다. 이 부분이 2부 내용일 거라 짐작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수도원에 머물면서도 그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는다.

불행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조사를 하는 오드를 통해 가장 평화로울 것만 같은 수도원 내에 악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난다. 수도원에는 수사와 수녀, 세상에 버려진 아이들이 살고 있다. 선천적인 장애를 지녔거나 악에 희생된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오드 자신도 그 아이들과 다르지 않기에 더욱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의문의 죽음과 괴기한 생물체의 등장으로 약간은 오싹하지만 오드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 주인공 오드일 것이다. 그가 수도원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로디언 로마노비치와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유머를 곁들여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을 지녔다.

오드가 육감적으로 느끼는 모든 요소들을 주의 깊게 종합해 보면 악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혼을 보기 때문인지 순수함과 성숙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 오드 토마스를 알게 되어 기쁘다.

오드의 재능이 가져다 준 슬픔은 그를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음껏 슬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지만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초월한 숭고함을 부여한 것 같다. 그가 짊어진 삶이 결코 유쾌하진 않지만 오드의 이야기는 정말 신비롭다.

과거를 구원할 수는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일과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 현재를 낳는 법이다.

슬픔을 알고 싶다면 시간의 강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슬픔은 현재를 먹고 살며 주야장천 우리와 함께 살아가겠다고 우긴다.

시간과 시간의 무게를 정복하는 건 오로지 시간뿐이다.

시간의 전에도 시간의 후에도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위안은 그것뿐이다.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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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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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라는 코맥 매카시의 작품에 대해 익히 들어 왔으나 막상 읽지는 못했다.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한 작가인지라 관심은 있었으나 왠지 작품의 무게감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한 것 같다. 그런데 <핏빛 자오선> 1985년 발표되어 이미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 선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4대 소설가로 손꼽히는 코맥 매카시라서 그런지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일단 내게는 그리 쉽지 않은 만남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소설은 19세기 미국과 멕시코 간의 치열했던 영토 분쟁과 이후의 국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군대의 횡포와 암울한 시대적 분위기가 보는 사람까지 절망으로 이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니 다수의 등장인물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 쓴 것이라 한다.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는 이런 작가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열 네 살의 소년이 가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대의 아픔이라고 해야 될 지 아니면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라 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은 더 거칠고 야만적인 세상을 향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여기서부터 소년을 쫓는 일이 힘겹게 느껴진다. 온통 피로 물든 폭력과 굶주림, 고통을 겪으며 성장한 소년은 생존을 위해 입대한다. 소년이 만나는 그린 목사, 머리 가죽 사냥꾼 글랜턴, 화이트 대위, 홀든 판사, 전직 신부 토빈은 공허와 절망이 난무하는 현실을 나름의 논리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 어떤 논리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늙고 병든 메노파 노인만이 진실을 말한다.

 

하느님의 분노는 잠들어 있지. 인간들 앞에서 100만 년이나 잠들어 있지만, 그것을 깨울 힘을 가진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네. 지옥이 다 차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 내 말 잘 듣게. 남의 나라 땅에까지 가서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미친 짓이야. 그래 봤자 세상만 더 시끄러워질 뿐이지.   (63p)

 

소년은 나이답지 않은 힘겨운 삶을 버티며 살아나려고 애쓴다. 살아 숨쉰다는 것, 그것만이 소년에게는 희망이지 않을까? 핏빛 자오선은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을 보여준다. 생존과 욕망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결코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그야말로 희망인지도 모른다.

지독한 소설이다. 마지막까지 묵직한 여운을 남기니 말이다.

헛소리라고 치부했던 판사의 말도 어쩌면 혼란한 세상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인지도 모른다. 그 역시 자신의 논리대로 살 수 없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았을까?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각자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낯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엔 내 안의 세계가 좁은 것 같다. 공감하기 보다는 들여다봤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운명은 끝내 피할 수 없어. 판사가 말했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지. 자기 운명을 알고서 일부러 반대의 길을 택한 자들도 결국에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운명을 맞게 되네. 운명이란 이곳 세계만큼이나 거대하여 반항자까지도 다 품고 있거든. 너무나 많은 이들이 파멸하고 만 이곳 사막은 너무도 광대하여 우리 마음을 마구 끌어당기지만 사실상 텅 비어 있지. 황량한 불모지일 뿐이야. 사실상 거대한 돌덩어리지.  (4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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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 데이트, 쇼핑, 놀이에서 전쟁과 부자 되기까지 숨기고 싶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모든 것
앨런 S. 밀러.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박완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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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를 알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세상에 수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은 인류 역사상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본성 중 가장 원초적인 것을 꼽으라면 바로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 본성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를 심리학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렇다면, 진화심리학은 어떤 학문일까?

인류의 진화 과정 속에 인간 본성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적 결정론을 배제하고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강조한다. 심리학을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 행동은 진화된 심리적 기제가 사람들이 지닌 대부분의 욕망, 감정, 선호도 속에 숨겨져서 특정한 방식으로 이끈다고 한다.

이 책은 1장과 2장에는 진화심리학의 기본 원칙이 소개되고, 3장에서 8장까지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궁금증과 설명이 나와있다. 맨 마지막에는 진화심리학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질문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왠지 풀지 못한 질문들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1.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2. 왜 형제는 한 핏줄이면서 서로 그토록 다를까?

3.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식을 적게 두거나 아예 안 두기로 할까?

4.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할까?

5.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살해할까?

6. 군인은 왜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까?

7. 왜 자식은 부모를 사랑할까?

8. 왜 선진산업국가에 사는 부모는 자식을 그토록 적게 낳을까?

9. 왜 사람들은 태닝한 것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할까?

위 질문 이외에도 우리는 더 많은 ?를 지닌 채 살고 있다.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전문적으로 연구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모든 질문들을 풀기 위한 노력이 심리학을 진화시키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가볍게 즐기면 된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을 위해 진화심리학을 알리기 위한 책이니만큼 어렵지 않다.

솔직히 진화심리학을 통해 설명해 준 부분이 완벽한 해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행동을 명확하게 규정짓기에는 변수와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은 마치 통계학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일정한 상황에서 정해진 행동을 할 확률이 높을 뿐이지 수학공식처럼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심리학도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연구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책 속에도 소개된 마가렛 미드와 사모아 제도, 온화한 타사다이족처럼 진실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심리학이 주는 해답을 맹신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찌 됐건 진화심리학은 새롭고 흥미로운 분야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인간 행동의 광범위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인 진화심리학에 대해 알려 준다. 현재 우리의 환경은 인류 초창기의 환경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적 기제가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마도 그것이, 인간 본성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다.

무한한 우주의 신비처럼 인간 심리도 그 비밀을 파헤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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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지켜줄게
포셔 아이버슨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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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꿈을 꾸나 궁금한 적이 있나요?

또는 청각을 잃은 사람이 침묵 속에서 어떻게 꿈꾸는지?

자폐아는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꿈꾼답니다.  (300p)

 

이 책을 쓴 포셔 아이버슨은 위대한 엄마다. 그녀가 에이미상을 받은 미술감독이자 방송작가였다는 화려한 경력조차 위대한 엄마라는 수식어에 밀릴 것 같다.

아들 도브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그녀의 인생은 오로지 자폐증 치료가 목표가 된다. 그러나 자폐증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나 연구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길을 찾고자 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민간기관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자폐증 연구재단인 이제 자폐증을 치료하자 (CAN: Cure Autism Now)를 설립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인도 여성 소마 무코파드야이를 만난다. 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 자폐증인 아들 티토를 교육하여 천재적인 작가성을 발견해낸다. 자폐증의 가장 심각한 장애로 여겨지는 사회적 행동과 언어를 치료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현실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티토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글자판을 이용하거나 직접 글씨를 써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포셔는 소마와 티토를 미국으로 초대하여 자폐증이라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끌어 올린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 도브뿐 아니라 수많은 자폐아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자폐증에 갇힌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다. 정말 눈물겹고 놀라운 발견이다. 일반 의사나 전문가들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이다. 아니, 그들은 믿지 않았다.

솔직히 포셔와 소마처럼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의 지극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자폐증에 대해 잘못된 의학적 지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폐아들과 그의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사실 우리나라는 자폐증에 대한 연구나 치료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모르겠다. 어찌됐건 이 책이 자폐증의 실체를 알리고 적극적인 관심을 모으는 데 큰 몫을 해줄 거라 믿는다.

자폐증이 증세가 덜한 시각적 자폐증과 증세가 심한 청각적 자폐증(언어장애, 극단적 행동, 운동장애 등)으로 분류된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또한 자폐아도 정상적인 지능을 지녔고 다양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단지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아예 할 수 없는 무능력자 취급을 당한 것이다.

왜 세상에 자폐증과 같은 병이 있는 건지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이 겪는 모든 질병이 존재하는 이유와 같다. 질병이 인간에게 주는 고통은 한 순간에 희망을 앗아가지만 포셔와 소마와 같은 위대한 엄마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희망을 현실로 바꾼다. 기적과 같은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 티토의 책 <침묵 저편에>에 실린 <마음나무>라는 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이 담겨 있다.

 

        마음나무

 

어쩌면 밤일지도 몰라

어쩌면 낮일지도 몰라

확실히는 알 수 없어

아직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나는 마음나무야

그 마음을 내게 선사하던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떠올라.

너에게 이 마음을 주노니

오직 너만이 그럴 테고

아무도 너와 같지 않을 테니

나는 너를 마음나무라고 부르리라.

나는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해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어

바라고 기대할 수도 있어

고통은 느낄 수 있지만 울지는 못해

그래서 고통이 가라앉기만 기다려.

나는 기다릴 줄밖에 몰라

내 근심과 걱정은

어딘가 깊숙이 내 안에 갇혀 있어

어쩌면 뿌리 속에

어쩌면 줄기 속에

나한테 마음을 준 그가 다시 오면

이번에는 눈을 달라고 부탁해야지

정말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그러길 바라고 있어.

어쩌면 올지도

어쩌면 안 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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