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생사전 -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내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
박성철 지음, 조혜주 그림 / 다산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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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인생을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고른 책이다.

<어린이 인생 사전>에는 다른 사전과 다른 점이 있다. 그건 책 속에 내용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해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의 수많은 지식들을 전부 알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알려주는 단어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긍정, 꿈, 노력, 도전, 독서, 리더십, 메모, 목표, 성실, 약속, 용기, 우정, 유머, 자신감, 적극성, 집중력, 창의력, 친절, 호기심, 희망이라는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와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각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고 그 단어처럼 살았던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형식이다. 꼭 훌륭한 위인전을 읽지 않아도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을 보면 왜 그 분들이 존경받고 성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요즘 아이 책을 고르면서 좋은 책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간혹 어른 입장에서 좋다고 고른 책이 아이에게는 별 호응을 못 얻을 때도 있지만 역시 좋은 책이란 사실은 변함 없다. 대신에 그냥 읽으라고 아이에게 맡기지 말고 여유로운 시간에 소리내어 읽어주면 된다. 무슨 책을 읽는 건지 귀가 솔깃해지고 조금씩 책에 관심을 가진다. 

 

자신감 ;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친구들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

어떤 일에 자신이 있다는 느낌.

아침에 나무에 물을 주듯, 우리가 매일 아침마다 먹어야 하는 보약.

어떤 비싼 옷이나, 비싼 보석보다도 나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

모든 위인들에게 있는 최고의 성공 DNA.

남들이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가능한 일이 되는 마법의 주문.

 

그러더니 "아하, 이 책이랑 비슷한 책 있어요."라면서 예전에 보던 책을 보여준다.

당당하다는 건, 고개를 들고 "내가 만든 쿠키는 정말 맛있어."하고 말하는 거야.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 중에서

그리고는 슬그머니 책을 가져가 읽는다. 인생에서 소중한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은 책이지만 그 지혜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아이에게 한 마디 건넨다. "와, 이 책 읽으려고? 멋지다."

사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말 한 마디 칭찬한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책을 읽어주고 긍정의 말은 계속 해줄 것이다. 그건 우리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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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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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네가 사는 이유가 뭐니?"라고 묻는다면 무슨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산다는 건, 얼마큼 살았느냐 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다시 말해서 어리다는 이유로 그 삶을 가볍게 혹은 단순하게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고 나면 그런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겨우 몇 십 년 더 살아봤다고 잘난 척 하는 철부지 어른이 된 것 같다.

 <내가 사는 이유>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녀 엘리자베스, 아니 데이지다. 원래의 우아한 여왕님 이름보다는 흔하고 평범한 데이지로 불리길 원하는 아이다. 미국에서 살다가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영국 시골에 살고 있는 펜 이모의 집으로 보내진다.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은 펜 이모가 아니라 사촌인 에드워드다. 열네 살 소년이 담배를 피우고 지프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순간 빨간불이 켜진다. 반항아 혹은 문제아가 아닐까라는 몹쓸 선입견이 끼어든다. 어쩌다가 한심하고 꽉 막힌 어른이 된 건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콘크리트 도시 뉴욕에서만 살던 데이지는 펜 이모의 전원주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은 펜 이모와 네 명의 사촌들이다. 열여섯 살 맏아들 오스버트, 열네 살 쌍둥이 형제 에드워드와 아이작, 아홉 살 막내딸 파이퍼. 펜 이모는 늘 일이 바빠서 사촌들은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즉 어른들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는 오스버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집에서 스스로 배우고 자유를 즐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데이지에게 사촌들과의 전원 생활은 자유와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이다. 그 와중에 전쟁이 일어난다. 여기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현대인데 무슨 전쟁을 말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작가가 설정한 가상의 전쟁이었다. 무슨 전쟁인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될 것은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이다.

정신적인 고통을 거식증으로 드러낸 데이지가 영국 시골에 오면서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고 파이퍼에게 가족애를 느끼며 평온함을 누린다. 그러나 영화 같은 해피엔딩을 거부하듯 전쟁은 다시금 데이지에게 고통을 주지만 원래 겪었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통스런 현실에 굴복하기 보다는 당당히 맞선다. 극복해야 될 이유와 책임이 생긴 것이다. 바로 희망이다.

작가 왈, 불운한 시대의 역경 속에서 두 아이의 순결한 사랑 이야기를 썼다면 쓰레기 같은 소설이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 불순한 어른들이 상상할 만한 사촌 간의 사랑은 진부하다. 아무리 순수한 사랑을 강조해도 바라보는 어른들이 순수하질 못하니 싸구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데이지의 삶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그녀가 경험한 사랑은 바로 삶의 이유다.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은 한 사람의 인생인 것이다. 누구 한 사람,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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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2 Medusa Collection 8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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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악마는 언제 등장할 것인지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2권을 읽었다.

처음에 강렬한 광고 문구가 인상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악마의 존재는 신비한 베일 속에 가려진 그 무엇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알게 될 악마의 실체였지만 정작 알고 나니 허무하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반전은 깜짝 놀라야 되는데 이 소설 자체가 무게감이 있다 보니 끄떡이며 수긍하게 됐다.

2권 맨 뒷 장을 보면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디센트>가 어떤 의도로 쓰여졌는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려 준다. <디센트>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미스터리물과 구분 짓고 싶다.

인간의 상상력을 땅 속 깊이만큼 발휘하여 인류 역사적으로 악의 근원을 파헤친 작품이다.

끔직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서 영화화 된다면 공포 영화로 분류해야 될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적을 기다리다가 마주 선 대상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이라면?

문득 이 소설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시작이 워낙 흥미진지하다 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상했었다.

악마를 숭배하는 무리가 지하세계에 존재할 줄 알았는데 그들을 확인하려는 무리들과 맞닥뜨리면서 혼란을 겪는다.

적과 나를 구분 짓는 것과 선악의 구분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는 적을 악마처럼 묘사하며 가차없이 파멸시키려 한다.

1권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아이크는 지하세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어쩌면 이 소설 전반에 걸쳐 가장 주목할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아이크일 것이다.

아이크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깨닫게 될 진실이 있다.

악마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생존을 위한 본능과 탐욕으로 찌들은 죄악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깊은 지하세계를 헤매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찔했다.

광활한 우주를 향해 희망을 품었다면 지하세계는 너무나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인류 문명이 파멸에 이른 이유를 떠올리며 각성하란 의미일 것이다.

<디센트>를 읽고 나니 단테의 [신곡],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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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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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리던 2편인지, 아마 <트와일라잇>을 읽은 독자라면 같은 심정일 것이다.

1편을 읽을 당시에는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봤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실망한 이들은 주인공 에드워드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짐작이 든다.  열 일곱 살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년 에드워드가 영화에서는 너무나 성숙해보인다. 첫 눈에 보고 반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잘 생긴 남자 배우에겐 미안하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한 외모는 아니다. 솔직히 책 속에서 표현한 이미지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벨라는 상상했던 이미지와 흡사해서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트와일라잇>시리즈의 매력은 길고 긴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는 점일 것이다.

마치 천일야화처럼 이야기에 푹 빠진  샤푸리 야르왕이 된 느낌이다. 외롭고 심심한데 시간이 넘친다면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시간 여유가 없다면 잠시 미뤄두기 바란다. 섣불리 이 책을 펼쳤다가는 결국 마지막 장까지 읽지 않고는 못 견딜테니 말이다. 밤새 읽다가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눈 밑은 시커멓게 다크써클이 질 수도 있다.

2편 내용을 살짝 말하자면, 조금 슬프다. 서로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벨라와 에드워드의 관계가 금이 간다. 사랑이 식었거나 변심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니 순탄할 리 만무하다. 벨라는 계속 뱀파이어가 되길 원하지만 에드워드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한다. 결정적인 사건으로 벨라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에드워드는 떠난다. 당연히 사랑하는 그녀를 위한 선택이지만 결국은 서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홀로 남겨진 벨라는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연애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여주인공이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 곁에서 위로해주는 남자 친구다. 이리하여 애정의 삼각 구도가 형성된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벌어진 틈에 등장한 제이콥은 두 살 연하지만 체격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1편에서는 귀여운 인디언 소년이었는데 2편에서는 늠름한 청년으로 자란다. 어찌나 성장 속도가 빠른지 시간 상으로 따져봐야 1년도 안 됐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1편에서 제이콥이 벨라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그 때는 미신이나 전설로 생각했던 일들이지만 여기서는 모든 것이 현실로 이뤄진다.

<뉴문>에서는 제이콥의 역할이 돋보인다. 완벽남 에드워드는 멀리 떠나 있는 바람에 얼굴은 자주 볼 수 없고 겨우 환청만 들을 수 있다. 힘든 순간에 다가온 사람은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것 같다. 원래 벨라에게 반했던 제이콥이라서 무척 헌신적이고 따뜻한 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벨라는 제이콥에게 점점 의지하고 끌리게 된다. 한층 가까워졌을 즈음 벨라는 에드워드 소식을 듣게 된다.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오해로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로 인해 복잡한 뱀파이어 세계, 볼투리 일가가 나온다. 잔인하고 섬뜩한 볼투리 일가로 인해 극적 긴장감은 더해진다.

정말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이 눈물겹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대신 외쳐주고 싶다. 언제쯤 마음 편히 사랑할 수 있을런지 안타깝다. 다행히 사건은 잘 해결되고 서로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2편은 끝난다. 그러나 시리즈답게 여러가지 복병이 숨어 있다. 영화 <뉴문>은 올해 말쯤 개봉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참, 2편 제목인 뉴문(초승달)은 1편에서 악랄한 뱀파이어 제임스에게 물렸던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연상시킨다. 아직까지 인간으로 살아가는 벨라지만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위해 언젠가는 뱀파이어가 될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까?  부디 슬픈 사랑 이야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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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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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어둡고 절망적인 내용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이 책 표지만 보더라도 죽음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검은색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작가가 누구인가?

바로 주제 사라마구다. 꽤 친한 척 말하지만 사실 내가 만나 본 그의 작품은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죽음의 중지>가 두 번째다. 그러나 첫 인상이 워낙 강렬하고 독특했기 때문에 이번 역시 기대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죽음을 주인공으로 이토록 유쾌한 글을 썼다는 점이 놀랍다. 이제까지 내가 본 죽음 중 가장 멋지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일반적인 죽음이 아니다. 죽음을 거행하는 자, 죽음의 여신이라 일컬어지는 미지의 존재를 뜻한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여 이 문장으로 끝난다. 어떤 사물이나 존재에 대한 가치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뒤집어 상상해 보는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죽음이다. 현재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의 의미는 막연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경험담을 말해줄 수 없기 때문에 실체를 알 수 없고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죽음이 사라진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죽음의 중지, 죽음이 자신의 임무를 중단할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상황설정은 황당하지만 이야기는 꽤 현실적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축복으로 여겨진다. 그들은 선택받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임종을 앞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상태로 살아 있으니 병원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차고 이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은 힘겹다. 죽지 않을 뿐이지 아픈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고 심각한 부상이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괴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중에는 의료보험이나 연금 문제까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겨난다. 죽어야 될 사람들이 죽지 않으니 보험회사도 장례 관련사업자들도 혼란에 빠진다. 특히 종교계야말로 죽음이 없는 세상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이 때 죽음이라는 주인공이 멋지게 등장한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방송사에 편지를 보내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귀환한다. 이 부분에서 크게 웃었다. 죽음도 유명 연예인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었던 걸까? 돌연 은퇴 선언을 했다가 슬그머니 컴백하겠다고 방송사에 알렸으니 말이다. 죽음이 은퇴했던 기간은 겨우 일곱 달이지만 사회적 파장은 엄청났다. 당연한 결과다.

“자, 어때? 나를 잔인하다고 했던 인간들아, 그 동안 내가 사라지니까 행복했니? 내가 왜 이 세상에 필요한지 이제는 깨달았겠지? 대신 앞으로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억울한 일은 없을 거야. 오늘부터 죽게 될 사람들에게는 미리 일주일 전에 편지를 보낼 테니까.”

대충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갑작스런 죽음, 예기치 못한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접수한 것이다. 죽음이 이렇게 친절하다니, 왜 죽음을 여자로 묘사했는지 알 것 같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죽음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절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매력적인 문체로 새롭게 태어난(?) 죽음을 만나보니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다소 사라진 것 같다. 죽음을 약간은 엉뚱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떠올랐다.

<개암 껍질 속에 갇힌 죽음> - 글 에릭 매던/ 그림 폴 헤스/ 옮김 부희령

 이 동화 역시 죽음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 지를 그려낸 이야기다. 잭이라는 소년은 아픈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간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노인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를 만난다. 엄마를 데려가려고 온 것이다. 잭은 저승사자와 싸워 빈 개암 껍질 속에 가둔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에서는 채소도 달걀도 먹을 수 없게 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죽을 수 없으니까.

결국 잭은 엄마에게 저승사자를 만난 일을 이야기하고 개암 껍질을 찾아 저승사자를 풀어준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죽음 없이는 삶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죽음의 중지>는 바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 오히려 아이들 동화보다 죽음이 더 매혹적으로 묘사된 것 같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어린아이의 심정일 것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동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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