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필사 - 별과 바람 그리고 나를 힐링하는 시간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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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학창 시절의 추억, 가을이 되면 활짝 핀 국화꽃들과 함께 시화전이 열렸어요.

커다란 도화지에 좋아하는 시를 옮겨 적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학생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죠. 이 책을 보다가 그때의 시화전이 떠오르더라고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직접 따라 쓰며 음미할 수 있는 책, 《윤동주 필사》를 펼치면 시화전처럼 시와 그림이 어우러져 있어요. 하얀 바탕에 파란 꽃문양으로 꾸며진 양장본이라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책이네요. '별과 바람 그리고 나를 힐링하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는데, 말 그대로 나 자신을 위한 선물 같은 책이네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잖아요. 무엇을 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인데 이 책은 두 가지를 누릴 수 있어요. 시가 주는 깊은 감동과 필사가 주는 즐거움, 그래서 힐링이 되는 거예요.

일단 책을 펼치면 은은한 미색 바탕에 시 목록이 나와 있어요. 첫 번째 시는 서시, 그 다음은 자화상, 소년, 돌아와 보는 밤, 병원, 새로운 길... 수록되어 있는 차례대로 읽고 쓸 수 있지만 마음 가는 시를 골라서 쓸 수 있어요. 각 시마다 수채화풍의 예쁜 그림들이 있어서 시각적으로 훨씬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네요. 하루 중 가장 고요한 밤 시간, 자기 전에 《윤동주 필사》를 꺼내어 힐링의 시간을 가졌네요.

"별 헤는 밤 /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를 읽으면서 스물여덟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의 청춘을 생각했어요. 윤동주 시인의 자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영영 그의 찬란한 청춘을 기억하지 못했을 거예요. 치열한 자기 성찰과 고뇌, 그 순수한 영혼의 언어들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네요. 요즘 세상은 무치,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양심 없는 자들로 인해 혼란한 지경인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마음 정화의 시간을 가졌네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8-9p) <서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의 마음처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네요. "누나! /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 흰 봉투에 / 눈을 한 줌 넣고 / 글씨도 쓰지 말고 / 우표도 붙이지 말고 / 말쑥하게 그대로 / 편지를 부칠까요? / 누나 가신 나라엔 / 눈이 아니 온다기에." (162p) 추운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시, <편지>를 읽으면서 시인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냈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눈부시게 하얀 눈처럼, 우리 마음속에는 영원히 아름다운 젊음으로 기억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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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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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시는 알지만 시인의 삶은 모르고 있었네요.

요절한 천재 시인 박인환, 2026년은 박인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7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박인환 전 시집》은 시인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와 문학 세계를 담아낸 기념시집이네요.

이번 시집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인 박인환의 문학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그의 생애를 소개하고, 그의 시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실었다고 하네요. 박인환 시인이 발표한 시 원문에 충실하되 현행 맞춤법을 따랐고, 시인이 구사한 독특한 단어나 용법은 살렸다고 해요. 여기에 생전에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으나 기존 시집에 수록되지 않았던 작품들과 영화평론 한 편, 산문 세 편을 함께 수록하였고, 마지막 부록에는 문학평론가 조명제 박사가 쓴 <조명제 교수의 시인 박인환>과 민윤기 시인의 <박인환 시를 위한 여행> 그리고 <박인환 시 발표순 목록>, <박인환 연보>가 있어서 이제껏 알지 못했던 시인의 삶을 톺아볼 수 있네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로 시작되는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썼다는 것 외에는 시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네요. 해방 후 한국 모더니즘 시를 개척하고 정착시킨 영원한 댄디 보이, 명동의 모던 보이, 명동백작으로 불리던 박인환 시인은 종로3가 낙원동 입구에 '마리서사'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하며 당대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들과 문학 예술을 교류했다고 하네요. <세월의 가면>은 술자리에서 즉석에서 썼고, 이진섭도 그 자리에서 곡을 붙여서 나애심이 노래를 부르면서 탄생된 명시이자 명곡이라고 해요.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1976년 박인희가 부른 <세월이 가면>을 들을 수 있었네요. 시를 낭송할 때는 몰랐는데 선율이 더해지니 마음 한 켠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말도 안 되는 감정이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되더라고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라는 첫 소절을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여, "바람이 불고 / 비가 올 때도 / 나는 / 저 유리창 밖 가로등 /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 그 벤치 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 / 우리들 사랑이 / 사라진다 해도···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를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데 통기타 반주와 어우러져서 참으로 아름다웠네요. <세월이 가면>이 발표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나 세상을 떠났기에, 그의 묘비에 시 첫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해요. 박인환 시인이 발표한 마지막 작품은 1956년 3월 17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죽은 아폴론>으로, 시의 마지막 연은 "무한한 수면. / 반역과 영광. / 임종의 눈물을 흘리며 결코 / 당신은 하나의 증명을 갖고 있었다. / '이상 李箱'이라고." (83p)이며 흠모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네요. 버지니아 울프를 사랑하고, 천재 시인 이상을 그리워하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한 박인환 시인의 모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동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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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마음시 시인선 16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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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온지 어언 서른 해를 넘겼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이정하 시인의 시집이네요.

1994년에 발간된 이 시집은 당시 서정시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더랬죠. 요근래 시집을 자주 읽고 있는데, 이정하 시인의 대표 시집이 새롭게 출간되어서 무척 반갑고 좋았네요. 90년대의 감성, 사랑과 이별에 관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네요. 표제가 된 시구는 <사랑의 이율배반>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네요.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18p) 사랑은 우리에게 기쁨만 주는 것이 아니라 헤어짐의 아픔까지 준다는 걸, 눈부심과 동시에 눈물짓게 되는 이율배반, 그것이 사랑의 속성인 게 아닐까 싶어요.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랑도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 신비로운 것 같아요. 오로지 상대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사랑이기에 모든 사랑은 제각기 특별하네요.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시인이 되는 것 같아요. 상대를 향한 눈빛, 몸짓, 말투 하나까지도 달달하게 바뀌니 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 보라. /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든 / 한 자루의 촛불을 켜두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라. / 제 한 몸 불태워 온 어둠 밝히는 촛불처럼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손 모으다 보면 /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어느새, 다른 곳이 아닌 /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52p) <촛불>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서툴고 부족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떠올렸네요. 한 자루의 촛불, 그만큼 성숙해지기엔 너무 어렸던 거죠. 감정에만 치우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는데, 사랑의 본질은 촛불 같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더랬죠. 좋아하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곁에 두려고 하면 점점 더 멀어지고 마니까요.

이 시집은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 뒤에 오는 외로움, 이별의 아픔을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요. 상처 입은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듯한 시들을 읽으면서 마치 이별한 사람처럼 위로를 받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저마다 아프고 힘들 때가 있잖아요. 지치고 힘들수록 시를 가까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묵묵히 어깨를 토닥여주는 친구처럼 시는 조용히 따뜻한 위로를 건네니까요. 오랜만에 이정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잊고 있던 감성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네요. 서른 해를 넘겨 이제는 더욱 성숙해진 시집 덕분에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그것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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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된 소년 펠릭스 I LOVE 스토리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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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동화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마법지팡이로 뿅! 뭐든지 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정말이지 단 한 번도, 개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개를 좋아하지만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진짜 개가 되고 싶은 마음은 손톱 만큼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펠릭스가 신기했네요.

《개가 된 소년 펠릭스》는 진짜 개가 된 소년 펠릭스와 펠릭스의 개, 메리 포핀스의 이야기네요.

펠릭스는 자신의 파란 담요 속에 어떤 마법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밝혀내려고 했어요. 망토처럼 둘러보고, 위에도 앉아 보고, 머리에 뒤집어써봤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죠. 뭘 해도 안 되자, 실망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해봤어요. 그건 담요를 담요로 쓰는 것, 펠릭스는 자신의 개 메리 포핀스와 함께 담요를 덮고 누웠어요. 포핀스는 끝내주는 생각이 있다면서 뒷마당으로 소풍을 가자고 했어요. 사실 펠릭스는 포핀스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요. 펠릭스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물병과 담요를 챙겨서 마당으로 나갔어요. 잔디밭에 담요를 펼치고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그리고 포핀스와 수다를 떨다가, 숨바꼭질을 제안했어요. 담요 밑에 숨을 테니까 자신을 찾아보라고 말이죠. 미리 어디에 숨을지 말해 주고 어떻게 숨바꼭질을 하냐는 포핀스에게 펠릭스는 '담요를 꽉 붙든 펠릭스를 담요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어?'라고 부르면 자신은 담요 안에서 안 나오고 버티겠다고 했어요. 포핀스는 담요를 물고 당기고, 펠릭스는 담요 귀퉁이를 꽉 잡고 있었죠. 그러다가 담요가 확 벗겨졌고 펠릭스는 개로 변해 있었네요. 마법이 일어난 거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펠릭스는 개로 변했고, 포핀스와 함께 똑같은 개의 모습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참으로 예쁘고 귀여웠네요.


"개가 되는 일에서 엉덩이 냄새 맡기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야. 그건 우리가 서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는 방법이지. 네가 소년 개인지 아니면 소녀 개인지, 마지막으로 먹은 게 뭔지, 지금 어떤 기분인지 같은 것들 말이야." 포핀스가 펠릭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소년 개이고, 마지막으로 먹은 건 펠릭스의 최고 최애 일등 샌드위치고, 지금은 역겨운 기분이 들어." 포핀스가 다시 몸을 돌려 펠릭스를 바라봤다.

"개가 될 거라면 넌 엉덩이 냄새를 맡아야 할 거야."

"영원히 개로 있지는 않을 거야." 펠릭스가 말했다.

"누가 알겠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아?" 포핀스가 말했다.

"엉덩이 냄새를 맡아야 한다면 별로." 펠릭스가 대답했다.

"엉덩이 냄새를 맡는 대신에 다른 냄새를 맡아 보는 건 어때? 냄새 맡기 시합을 하는 거야!" (78p)


펠릭스와 포핀스의 대화가 재미있어요. 신나게 노는 건 즐거운 일이죠. 하지만 펠릭스는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이 검보의 도움이 필요한데 잘난 척, 못된 검보는 거절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개와 고양이라서 사이가 나쁜 게 아니라 꼬리 흔들기 등 서로 다른 보디랭귀지가 갈등의 원인이 된 거예요. 포핀스에겐 한없이 다정한 펠릭스가 고양이 검보와 티격태격 싸울 줄은 몰랐어요. 서로의 성향을 몰라서 생긴 오해였는데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눈다면 얼마든지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다고요. 귀염둥이 친구들의 좌충우돌 모험이 재미있고,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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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지구상 가장 비싼 자산의 미래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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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2일, 코스피가 개장 46년 만에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했네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 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네요.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머니무브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고, 여기에 코스닥도 천스닥을 찍자 불과 이틀 만에 16조원 넘는 자금이 은행권에서 증시로 이동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 대통령의 해법이 통했다는 점에서 무척 놀랐네요.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비생산적인 부동산의 과도한 팽창은 필연적으로 거품을 키우게 된다. 이는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 간 신뢰까지 무너뜨려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는 부동산을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닌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어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비정상'으로 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네요. 부동산의 비정상적인 특혜는 줄이고, 주식과 금융의 정상적 보상은 키우겠다는 것, 이는 욕망을 생산적으로 전환하는 똑똑한 전략이자 과감한 정면 돌파의 선택이네요. 과연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악순환을 끊고 정상화 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방향이 올바르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는 경제 전문 기자이자 금융 리포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버드의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에서 토지가 왜 지금도 그렇게 중요한지, 어떻게 토지가 우리의 미래를 열어주거나 위협할 것인지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토지가 어떻게 다른 자산과 차별화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토지가 시장경제의 기반을 만드는 핵심 변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네요. 특별히 한국어판 서문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대출 확대를 막고 있다. 그는 지금의 한국 주택 시장을 '시한폭탄'에 비유하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의를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히고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2022년 동안 문재인 정부 역시 대규모 대출 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주택과 토지를 둘러싼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만 채의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채에 달하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는 주택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 두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칫 잘못된 전선을 자른다면 그 결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한국은 아직 1980년대 거품의 정점에 이르렀다가 1990년대 금융 혼란으로 이어진 일본의 재앙적인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다. ··· 이 책이 한국 사회에 조금이나마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1-12p) 라면서 위험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네요.

이 책은 부동산이 권력이 된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하여 부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알려주고 있네요. 토지가 가장 안전한 담보가 되어 금융 자본과 결합하고, 공급 제한과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장치가 부동산을 '토지의 덫'이라 불리는 영구적인 부의 증식 수단으로 고착화하는 것이 핵심 메커니즘이네요. 저자는 토지의 덫을 피하거나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나라가 하나도 없었다고 했는데, 어쩐지 우리나라는 그 분석에서 유일한 예외 사례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게 되네요.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나라는 토지의 덫에 걸려들었다. 토지가 국가의 부와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할 때, 그 가격의 등락은 가계와 기업, 정부 혹은 그 세 경제 주체 모두에게 거대한 위협을 가한다. 토지 가치가 상승할 때 값비싼 새로운 경제 중심지에 투자한 운 좋은 토지 소유자들과 그 밖의 지역, 특히 경제적으로 쇠퇴하는 소외된 지역에 투자한 불운한 이들 사이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토지 가격이 오를 때 잠재 구매자들과 담보 가치가 증가한 기존 토지 소유자들이 더 많은 대출을 받으면서, 국가적, 국제적 금융위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전 세계 많은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토지 가격의 장기적인 상승은 경제의 생산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 지속적인 토지 가격 상승에 의존해온 국가의 재정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국가의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만드는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국가 경제가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정체될 위험도 있다. ··· 지금까지 토지의 덫을 피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덫에 걸려들고 나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나라 역시 하나도 없었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토지의 덫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시 말해, 토지 부는 그 어떤 부와도 다르고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325-3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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