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1 - 개정판, 가슴 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이철환 지음, 윤종태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겨울을 위한 책이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갗에 찬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면 마음 한 켠에도 바람이 분다. 어쩌면 내 마음이 춥기 때문에 애꿎은 겨울 탓을 하는지도 모른다.

<연탄길>은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찡했다.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나를 울게 만들었다.

꽁꽁 언 길을 미끄러지지 말라고 연탄을 부수어 뿌려놓은 연탄길

작은 수고로움이지만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이웃들이 베푸는 온정이 모여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보면 공교롭게도 권선징악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선행이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결국 남을 돕는 일은 자신을 돕는 일과 같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 받을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세상은 어울려서 함께 살아 가는 곳이다. 잘난 척하며 나만을 위해 살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모두 자기 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행복이란 내가 가진 것을 나눠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가슴 철렁하기도 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한 법이다. 어설픈 눈으로 본 것은 오해를 낳는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 플라스틱 말 >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세상에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함께 문방구 앞을 지나갈 때, 옆구리에 동전만 넣어주면 거꾸로 세월을 달릴 줄 아는

플라스틱 말이 조롱하듯 우리를 쳐다봤습니다.

친구는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80킬로가 넘는 몸을 말 등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말은 동전을 먹고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 거봐,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잖아.”

친구는 계면쩍게 웃으며 혼자 출렁이다가 늑대 같은 말소리만 몇 번 내고서 조용히 내려왔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 속에도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꽉 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나 좋은 일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하겠다고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모르는 누군가가 내 이웃이 될 수도 혹은 친구의 친구일 수도 있다. 그 누가 되었든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모두가 우리의 이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은 알려 주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일이란 것이 더 놀랍게만 느껴지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예전 추억과 같은 연탄길이 겨울같이 춥고 메마른 세상을 녹여줄 것이라 믿는다.
이미 내 마음도 조금씩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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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건 플라이와 꿈 - 요정 연대기
J. H. 스위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아트나우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요정 연대기>는 네 명의 소녀 요정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한 권의 책이 이루어진다. 그 중 두 번째 책인 <드래건플라이와 꿈>은 제니퍼의 모험이다.

빨간색 드래건플라이 요정인 제니퍼는 모델처럼 늘씬하고 운동선수처럼 단단해 보이는 흑인 여자아이다.

이번 요정 서클 회의는 누군가 악몽을 잡아내는 꿈 거미그물을 파괴했기 때문에 열리게 된다. 그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악몽으로 괴로워한다. 비둘기들이 좋은 꿈을 날라주며 꿈의 균형을 잡아주지만 이미 지친 상태다. 빨리 꿈 거미그물을 재건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드림 스파이더(꿈거미)를 만나러 가는 임무를 제니퍼를 포함한 네 명의 소녀 요정과 브라우니 크리스토퍼와 스티븐, 그리고 마담 멈, 마담 모나크, 마담 로빈, 잠의 정령 샌드맨이 함께 떠난다.

우리가 꾸는 악몽들이 꿈 거미그물이 파괴됐기 때문이라니.

어릴 때든 어른이 되어서든 악몽은 우리를 괴롭힌다. 이 멋진 책은 우리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꿈을 꾸게 해준다. 열 살의 소녀, 소년들이 요정이 되어 펼치는 모험 속으로 함께 하면 나 역시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요정 연대기는 소녀 요정들이 주인공이다. 아무래도 소녀들이 요정 이야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요정과 마법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면 내 마음은 아직도 소녀다.
수많은 소녀들이여, 요정 연대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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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와 희망의 깃털 - 요정 연대기
J. H. 스위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아트나우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에 산타 할아버지는 책이나 TV 속에만 존재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우리 집에 다녀가시지 않았다. 내가 받은 선물은 아빠가 사오신 과자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였다. 그것도 형제들과 사이 좋게 나눠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말이다.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를 믿고 싶었다. 외국에 살고 계시니까 우리 집까지 너무 먼 것이라고.

점점 커가면서 산타와 루돌프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생기면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는 영악한 아이 보다는 상상 속의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잠 들기 전에 즐겨 해주는 이야기는 주로 요정, 마법사, 도깨비 등이다. 가끔 못된 용이나 괴물이 나오면 무섭다고 이불 속에 숨어버리지만 끝까지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면 재미 있는 모양이다. 아침마다 자기의 꿈 이야기를 해주는 아이는 이야기 속 요정을 만나기도 하고 괴물에게 쫓기기도 한다.

이 책은 요정 연대기다. 평범한 열 살 소녀 베스는 방학 동안 이블린 이모와 보내게 되는데 자신이 메리골드(금잔화) 요정임을 알게 된다. 자연의 여신이 요정을 탄생시켰고 보호해준다고 한다. 각각의 요정들은 꽃, 곤충 등을 대표하는 정령이며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첫 요정이 되면 스승과 지침서를 통해 많은 걸 배워나간다.

베스와 친구 요정들을 소개한다.

제니퍼는 드래건플라이(잠자리) 정령이며, 그레이스는 씨슬(엉겅퀴) 정령이고 레녹스는 파이어플라이(반딧불이) 정령이다. 모두 베스와 동갑내기 소녀들이다.

그런데 남자 요정은 어디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어린 개구쟁이 남자 요정을 브라우니라고 부른다. 그들은 소녀 요정들처럼 날개가 없고 흔히 도토리, 솔방울, 조약돌, 이끼, 클로버, 버섯 따위에서 비롯된 정령이다. 브라우니들은 요정들을 골려 먹는 걸 매우 재미 있어 한다. 그들의 중요한 임무는 희망의 깃털을 관리하는 것이다. 희망의 깃털은 지구상의 곳곳에 모든 희망을 공급하고 나눠 주는 수단이다.

너무 멋지다.

소녀 요정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정마법을 배우고 소년 요정 브라우니들은 희망을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조금씩 배워나가며 어른이 된다.

보이는 것만 믿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삭막하고 재미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대상인 신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정 연대기>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다.

요정을 믿지 않고 덤덤하게 사는 것보다는 자연 속의 요정들을 상상하며 즐거운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 주고 싶다. 요정 연대기의 작은 제목은 네 안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라고 쓰여 있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은 책 속 요정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바르게 사용하려면 지혜와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블린 이모의 말을 되새겨 본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마치 희망의 깃털을 우연히 주운 포레스터 씨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그의 일기장에는 깃털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다.

 

인생,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둘째,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이 책은 산타와 요정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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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 - 롬멜 리더십,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무한한 낙관주의 KODEF 안보총서 7
크리스터 요르젠센 지음, 오태경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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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전쟁 영화나 전쟁 관련 책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독일 사령관이었던 에르빈 롬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순전히 그의 인간적인 면이 끌렸기 때문이다.

롬멜의 어떤 점이 아군 뿐만 아니라 적군까지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을까?

그는 전투를 통해 훌륭한 지휘관의 요소들을 깨우쳐 나갔다. 최고의 전투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휘관이 솔선수범 할 것과 강한 공격력으로 적군을 압도하여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또한 그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의 맹세보다는 자기 병사들의 안전을 우선했다. 잔혹한 대학살을 저지른 히틀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결국 히틀러를 제거하려 했다는 음모와 연루되어 죽음을 맞았다. 실제 내막은 자살하지 않으면 가족을 강제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히틀러의 메시지 때문에 자살한 것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죽는 순간까지 옳은 선택을 했던 롬멜은 진정 위대한 군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은 롬멜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투 보고서라 할 만큼 사진과 전투 내용이 상세하다. 그의 뛰어난 전략과 전술이 어떻게 승리를 이끌어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그를 사막의 여우로 유명하게 만든 북아프리카전의 전략은 적군을 속수무책으로 만들 정도로 기발하고 놀라웠다.

마치 동양 고전으로 <손자병법>이 있다면 현대판 <롬멜병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전쟁의 전략, 전술이나 군사 관련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사람으로서 읽기에는 벅찬 느낌을 준다.

전쟁에 대하여 군대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 가르쳤던 손자가 자꾸 떠오른다. 롬멜이 손자 만큼의 전략가였는지는 모르지만 히틀러를 지도자로 추종했던 점은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본다. 훌륭한 전략가는 자신의 지도자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추종했던 지도자로부터 배신 당할 테니 말이다. 그의 놀라운 승리들이 오히려 히틀러의 그릇된 욕망에 도화선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손자는 전쟁을 즐기는 오나라왕 합려에게 따끔한 질책과 가르침을 주었다. 적어도 합려는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할 줄 아는 왕이었다. 그러나 손자가 다시 태어나 독일에 있었다 한들 미치광이 히틀러를 어쩌지는 못했을 것 같다. 히틀러 역시 사악한 심성을 제외하면 뛰어난 리더십을 지녔으니 말이다.

역사를 앞에 놓고 만약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부질 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롬멜을 알게 되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세계인의 고통과 비극은 엄청났다.

그의 전략, 전술이 훌륭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역사적 비극으로 느껴진다. 전쟁의 승리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두렵고 끔찍하다. 아무래도 내게는 군인이 될 소질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역사 속 피할 수 없었던 전쟁, 그 진실을 파헤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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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7.겨울 - 통권28호
미네르바 편집부 엮음 / 연인(연인M&B)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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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예지에 대한 편견을 조금 깬 느낌이다.

<미네르바>는 독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현대의 순수시들과 단편소설, 다양한 평론들이 각자의 주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문예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머리글에서 밝혔듯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날갯짓인 것이다.

솔직히 문예지는 글 쓰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식지라고 생각했다. 분명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에 <미네르바> 제 2창간은 하나의 모험 내지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책 표지를 크게 장식한 이윤학 시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무척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오래 전 학창 시절의 선생님이 불쑥 나를 꾸짖기 직전의 표정이랄까.

처음엔 문예지를 본다는 즐거움으로 기다리던 책이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표지가 주는 느낌 때문에 책을 살짝 밀어냈다. 책을 펼치기가 힘들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안을 살폈다.

, 이런 나의 오해였구나.

이윤학 시인을 본의 아니게 오해했다. 어쩌면 시에 대한 나의 오해일 수도 있다. 아니면 문학을 등한시해온 나 자신에 대한 질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정말 자기가 보고 싶은 것, 아는 만큼만 보이는가 보다. 속으로 무엇이 그리 찔렸길래 멀쩡한 사람의 표정을 불편하게 여긴 것일까.

정준영씨가 이윤학 시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그녀 역시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임에도 불구하고 대선배 격인 이윤학 시인에게 잔뜩 주눅들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솔직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시인을 알게 되었고 시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통해서 대상이나 현상을 보고 일심동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과 합체 정도는 돼야겠죠.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비워야 어떤 다른 것들을 채울 수가 있습니다. 대상한테 안 들키는 짝사랑을 해야……미리 목적의식을 갖고 쓰면 사물이 그대로 들어올 수 없죠나는 하나도 안 바뀌고 내 틀 속에 대상이나 현상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죠………..

시는 어떤 관찰에서 나올거고, 관찰은 내가 갖고 있는 어떤 것을 통해서 보는 건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그런 끌림그렇지만 시인이 갖고 있어야 할 어떤 덕목 중 하나가 간절함 일 거예요. 이 간절함이 빠지면 대상한테 홀리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시에 쓸 수 있는 이미지는 보통 산문에서 세 개는 없앤 이미지인데시와 산문이 구별되는 어떤 것들……”

 

~~, 그래 시는 그런 것이구나.

(詩)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누구나 시를 쓸 수는 있지만 진정한 시인은 드물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자기 감흥에 빠져 시를 읊조릴 수는 있지만 강한 끌림과 간절함이 빠진 시는 한낱 감탄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시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시를 쓴다는 것은 마치 하고 싶은 수천 마디의 말을 단 한 마디만 하라는 것과 같다. 머리 속을 채운 수많은 말들을 걸러내는 과정은 사금채취와 같다. 돌멩이와 모래 속에 섞인 금가루를 모으는 과정은 신중하며 인내심을 요한다. 금가루를 모아 완벽한 금괴를 만들어낸다.

시인은 말했다.

나의 시를 어떻게 읽던지 나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시를 옮기는 과정을 끝낸 시인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시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며 아부하지 않는다. 시는 도도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내가 문예지에 대하여, 이윤학 시인에 대하여 결례를 범했다. 그들은 존재한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것을 받아들이되 섣불리 단정하지 말라.

<미네르바> 호기심으로 다가간 나에게 그대는 호의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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