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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평점 :
토끼 굴 속으로 들어간 앨리스, 동화 속 이야기라고 여겼던 '이상한 나라'가 우리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니!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다시 읽는 명작이네요.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열한 번째 책인데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이라서 더욱 고풍스럽게 느껴지네요.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네요.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라니, 일단 귀엽고 신기해서 앨리스처럼 그 뒤를 따라 갔을 거예요. 무섭게 생긴 늑대나 악어였다면 살짝 경계심이 생겼을 텐데 하얀 토끼는 무해할 거라는 편견이 작용한 거죠. 앞뒤 안가리고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처음엔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울던 앨리스가 점차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앨리스뿐이고, 오히려 그들 눈에는 앨리스가 이상한 아이처럼 보일 테니, 그곳에 있는 한 앨리스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방식을 따르는 거예요. 하지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화가 날 때마다 목을 베라고 명령하는 여왕 앞에서는 의외로 단호하게, "말도 안 돼요!"라고 말하네요. 어린 소녀의 눈에도 여왕은 막무가내로 떼쓰는 아이와 다를 게 없어 보였던 거죠. 하트 왕과 여왕이 제멋대로 성질을 부리면서 괴상한 크로케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급기야 여왕은 앨리스의 목을 베리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때 앨리스는 말했죠. "누가 당신 말에 신경이나 쓰는지 알아요? 당신은 그냥 종이 카드에 불과해요!" (184p) 자신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하트의 왕과 여왕을 종이 카드로 묘사했다는 점이 절묘했어요. 격노하며 사람 목을 베길 좋아하는 여왕 앞에서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앨리스, 오직 앨리스만이 여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종이 카드에 불과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정체를 명확히 아는데 뭘 겁내겠어요.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났지만 우리는 하트의 왕과 여왕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이상한 나라를 제자리에 돌려 놓아야 해요. 어디선가 체셔 고양이가 웃으면서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네요.
체셔 고양이와 앨리스의 대화가 의미심장하네요.
"여기서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겠니?"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고양이가 대답했다.
"별로 상관없어. 그게 어디든 -" 앨리스가 말했다.
"그럼 어느 쪽이든 가도 되잖아."
"- 다만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어." 앨리스가 덧붙였다.
"좀 많이 걷게 되면 어디든 도착하지." 앨리스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어서 다른 질문을 해보았다.
"여긴 어떤 사람들이 살아?" 고양이가 오른발을 들고 알려 주었다.
"저쪽으로 가면, 모자 장수가 살아. 그리고···." 이번에는 왼발을 들었다.
"저쪽으로 가면, 3월 토끼가 살아. 어디든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어차피 둘 다 미치광이거든."
"하지만 난 정신 나간 사람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앨리스가 항변했다.
"아, 그건 어쩔 수 없어. 여기 사는 우린 다 미쳤거든.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어." 고양이가 말했다.
"내가 미친 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앨리스가 물었다.
"당연히 너도 그렇겠지." 고양이가 대꾸했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 있지 않을 테니까." (92-9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