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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그리움 - 배우 임병기 사극 드라마 시집
임병기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KBS 대하사극 드라마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더랬죠.
대하, 큰 강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지는 방대한 분량의 장편 역사소설을 드라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솔직히 주인공 외에는 배우들의 이름을 잘 모르는데, 책 띠지에 인쇄된 사진을 보고는 단번에 '아하, 이 분!', 얼굴을 알아봤네요. 사극 전문 배우라고 할 정도로 대하사극 드라마에서 늘 얼굴을 봐 왔던 배우님의 책이 나와서 반가웠고, 그 장르가 에세이가 아닌 시집이라서 놀라웠네요. 마치 사극 속 인물처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시의 형태로 표현하였네요.
《천년의 그리움》은 배우 임병기 사극 드라마 시집이에요. 저자는 서시 <천년의 그리움>에 대해, "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 가야, 5국 시대로 시작한 파란만장했던 한민족의 대서사시.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숱한 고통과 슬픔이 있었지만, 빛나는 영광의 순간과 아련한 그리움도 있다. 한민족의 고달팠던 역사의 여정을 시로 표현해 보았다." (19p)라고 소개하면서, "고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 우리의 빛, 우리의 숨결. / 비바람이 몰아쳐도 / 결코 쓰러지지 않으리 / 역사의 먼지를 털고 / 지금도 이어지는 우리의 길 / 가슴 속 깊이 흐르는 / 한민족의 그리움이여!" (20-21p) 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 감동적이네요. 우리 가슴 속에 깊이 흐르는 빛과 숨결 덕분에 어려운 시기마다 지혜롭게 극복해낸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자는 배우로서 역사 속 인물을 연기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역사를 만나는 경험을 했고, 그 심정을 시로 적어내려갔네요. "흙먼지 가득한 대본 속엔 천년 역사의 숨소리가 살아 있었고, 무수한 땀과 고통이 피로 변해가는 현실의 허구엔 역사의 영혼들이 새로운 생명의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63p) 또한 무대 밖 이야기, 동료들의 부상과 죽음 그리고 현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하드라마의 부활을 고대하며, 대하사극의 부활을 염원하는 언론기고문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네요. "방송사들이 경영악화를 비롯한 여러 내적, 외부적 여건 때문에 제작을 꺼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963년 대하드라마 첫 방영 이후 한 번도 방송 중단 없이 수십 년을 이어 오고 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며,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대하드라마는, 특히 대하사극은 사각형 화면 안에서 극적으로 재탄생하는 역사다.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시공간을 뚫고 나와 살아 움직이며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거는 유기체다. 오래전 내 조상의 삶을, 그리움과 감동의 그 순간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이런 귀한 경험을 제공하는 대하드라마 ···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154-155p)
가장 시급한 것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되찾는 것, 다시 정상화되는 것이네요. 그래야 재정 적자를 핑계로 대하드라마의 존폐를 운운하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KBS 대하사극 드라마의 전성기가 다시 도래하기를, 저 역시 소망하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