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란 무엇인가 - 자유롭고 평등한 사귐의 길을 찾아서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신념이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개인들의 우정을 흔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어요. 친구가 아니면 적, 이분법적 사고는 매우 위험한데, 이러한 극단적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소수의 무리들이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우정이란 무엇인가》는 '박홍규의 사상사'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에요.

저자는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네요. 현재 시골에서 아내와 함께 작은 농사를 지으며 자유, 자연, 자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저자는,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친구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다 죽는 것" (4p) 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왜 지금, 우정이라는 주제로 한 책을 썼을까요. 그 이유는 저자가 생각하는 친구란 "단순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로 맺어진 공동의 상대" (6p)이기 때문이에요. 앞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우정의 세상을 꿈꾼다는 저자의 소원은 평등과 자유, 자치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인 거예요.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 여러 사상가들의 우정론이 나와 있는데, 단순히 그들의 우정론을 설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비판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점이 색달랐네요. 계급사회에서 민주사회로 바뀌면서 이상적인 대인관계의 개념이 달라졌고, 우정에 대한 개념 역시 각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어요. 인상적인 부분은 키케로가 <우정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우정이 반사회적 행동을 낳을 수 있음을 최초로 경고했다는 거예요. 친구로서의 연대감이나 일체감은 우정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라 부산물에 불과하며, 그 때문에 우정이 일탈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친구를 위해서라 해도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키케로가 살았던 시대는 내란 상태라고 할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그런 시대를 산 그의 눈에 우정이란 동료나 동지와의 연대감이나 의리 같은 것이었고, 당시 로마의 혼란은 우정에 의한 행동으로 질서가 교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71p) 공적인 자리에서 내 사람을 챙기던 그 사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며 온갖 비리를 저지르다가 끝내 쫓겨난 권력자는 그릇된 우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우정의 사상사를 톺아보면서 자유와 우정이 같은 의미이며, 새로운 공동체 정신으로서의 우정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였네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정의한 우정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느꼈네요.

"우정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를 연결합니다. 따라서 우정은 친구와의 연대임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이기도 합니다. 우정은 우리가 어떤 억압이나 속박도 없이 자유롭게, 또한 어떤 계급이나 위계도 없이 평등하게 친구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입니다." (35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꼬부랑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어쩐지 전래동화처럼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그 이유는 매력적인 주인공 - 아직 정확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 덕분일 거예요.

《기기묘묘 방랑길》은 박혜연 작가님의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에요. 여기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앞서 말했듯이 전래동화의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에요. 옛날 옛적, 이 땅에 호랑이와 여우가 뛰놀던 시절의 신기하고도 요상한 이야기거든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그렇게 우리 옛 것이 좋더라고요. 이 소설에서는 여우의 자식으로 알려진 '사로'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호리호리한 체형에 새하얀 얼굴, 길게 묶어 내린 붉은 머리까지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과 아우라를 풍기는데 여우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지금 기준에도 강렬한 머리색인데 그 옛날에 붉은 머리라니, 죄다 검은 머리인 사람들 틈에서 너무나 눈에 띄는 존재네요. 암튼 눈동자도 옅은 갈색이었다가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빛날 때가 있는데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신묘한 능력으로 속마음을 읽어내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와는 달리 '사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신비로운 존재라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사로'는 알면 알수록, 기껏해야 일곱 편의 이야기로 만난 것이 전부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존재인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사로에게 푹 빠진, 음,,, 홀린 걸까요.

책 띠지에 '전국 팔도를 떠도는 조선판 셜록과 왓슨의 등장! 양반과 요괴 콤비가 길 위에서 만난 기묘한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로'가 셜록이라면 그 곁에 있어야 할 왓슨은 '효원'이네요. 효원은 세도가 윤씨 집안의 막내아들로 열일곱 살이 되었는데, 어릴 적에 병치레를 한 뒤로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건장한 청년이 되었네요. 효원은 어릴 적 친구인 지형의 집에 금두꺼비가 제 발로 뛰어나간 사건을 듣고, 오지랖이 발동하여 이상한 일을 해결해준다는 '사로'를 찾아가게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네요. 이 사건을 계기로 '사로'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 유랑길을 나선 효원은 금두꺼비 못지 않은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때마다 '사로'의 활약이 놀라워요. 난생처음 집을 떠나게 된 도련님, 효원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네요. 세상 인연이란 우연인 듯 다가오지만 돌아보면 이미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더라고요. 사로와 효원의 기묘한 방랑길,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기 - 식물이 빚어낸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
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 라라 콜 개스팅어 그림,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향기,라는 제목에 끌렸어요.

식물의 향기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면 달콤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하던 라일락 꽃향기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요. 워낙 향이 깊고 진한 데다가 보랏빛 꽃 자체도 예뻐서 책갈피에 끼워두던 꽃이라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향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식물이 뿜어내는 좋은 향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향긋한 장미향뿐 아니라 오렌지, 레몬, 라임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 로즈마리, 라벤더 허브 향 등등. 이러한 향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향기로운 식물들이 우리 역사와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네요.

《향기》는 야생 동물 생물학자이자 천연 조향사인 엘리스 버넌 펄스틴의 책이에요. 저자는 쉰 살이 넘어 향기에 매료되었고, 직접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향수 성분을 조사하다가 자연스럽게 식물과 자연을 탐구하게 되었대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같은 향기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채로운 향기의 세계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식물의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속에서 훈향, 나무, 수지, 향신료를 살펴보고, 향기로운 정원과 향긋한 허브, 향수 제조, 향기와 관련된 현대 산업과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일단 첫 장에서 향기가 나는 방식과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성분의 화학명이 등장하는데, 저자의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네요. 향기 분자에 대한 탐구가 매우 흥미로워요. 식물이 향기를 내뿜는 건 그들이 휘발성 유기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 안에 든 복잡한 혼합물을 배출하기 때문인데, 식물마다 모두 다른 혼합물과 다양한 양을 갖고 있어서 식물마다 낼 수 있는 향의 종류와 농도가 다른 거예요. 우리가 코로 감지하는 특정 향은 복잡한 혼합물 속 분자의 영향인데, 실제로는 어떤 꽃 냄새도 단일 화합물로 이뤄진 경우는 없다는고 하네요. 향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향목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향기 분자들을 밝혀내고, 원하는 향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해요. 우리를 위해 식물이 향을 내뿜는 건 아니지만 그 향에 매혹된 인간들이 향기나는 식물들을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으니 감사할 일이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식물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꼈네요. 그 마음을 참으로 멋지게 표현한 사람이 있어요.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는 「꽃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아름다운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고 하네요. "꽃잎 한 장의 무게는 세상의 모습을 바꿔 왔고, 우리의 표정을 만들어 왔다." (138p) 꽃을 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되잖아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살에 관한 솔직한 책,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했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을 수 있어요.

생각이야 뭔들 못하겠어요. 문제는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인 거죠. 자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금기시되는 무거운 주제라서 관련한 책을 쓰는 쪽이나 읽는 쪽이나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우리가 자살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이 바로 나 자신일 수도, 곁에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나는 살아 있어 기쁘다. 아무리 기를 써도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 사실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살이 나쁜 선택이라 믿기 때문이다. ... 매일 자살을 꿈꾸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진솔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렇게 해내고 있는 나만의 특별하고 타당한 이유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13-17p)

《나를 죽이지 않는 법》은 클랜시 마틴의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미주리 대학교 캔자스시티 캠퍼스와 뉴델리의 아쇼카 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 번째 아내 에이미와 다섯 아이들을 삶의 이유로 꼽고 있어요. 겉보기엔 평온한 일상을 보낼 것 같은 클랜시 마틴은 올해로 쉰다섯 살이 된 자신에게, '나는 해냈다. 또 한 해를.' (335p) 이라고 말하네요. 그는 철학자로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수년간 열 번이 넘는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자살 생존자이자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매일 자살을 꿈꾸면서도 계속 살아가고 싶어하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생각을 거의 평생 동안 머릿속에 담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모르기 때문에 제때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행복할 조건을 갖추고도 자기혐오와 불행, 자기 연민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삶을 대하는 방식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네요. 저자는 만성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이 자살에 관한 생각에 중독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알코올에 중독되면 술을 뿌리치지 못하듯이 자살도 한 번 시도하고 나면 몸에 밴 습관처럼 끊기가 어려운 중독 상태가 된다는 거예요. 고통스러운 감정, 절망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도피 본능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고통에 대항하며 투쟁하는 법을 익힌다면 달라질 수 있어요. 이때 위험한 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완전히 없애는 건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일종의 자유, 선택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자기 기만이에요. 죽음 자체를 깊이 생각하고 의식한다면 삶에 더 집중할 텐데, 반대로 죽음을 갈망한다는 건 죽음의 본질을 모르거나 왜곡한 결과인 거예요. 저자는 "반드시 자살해야 한다면 언제든 내일 해도 된다. 하루만, 하루만 기다려라." (336p) 라고 조언하면서, 눈앞에서 누가 자살하려고 한다면 이를 말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책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나를 죽이지 않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가 자살 직전까지 갔던 끔찍한 순간에 단념하게 된 방법, 스스로에게 묻는 10가지 질문이 부록에 나와 있는데, 긴박한 순간에는 딱 하나의 질문만 읽으려고 단련했고 스스로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요. 이 질문들 속에 고통과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자신과의 싸움을 끝내고, 이제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