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 공감과 경계로 짓는 필사의 시간
정혜신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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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쓰기 시작했어요.

사각사각 종이 위에 써내려가는 글씨들이 꼭 내 마음 같았네요. 좋은 글을 읽고 손으로 따라 쓰면서 조금씩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글씨들도 덩달아 반듯해지더라고요. 필사가 처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당신이 옳다』 의 필사 에디션으로 출간되었어요. 이미 이 책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지만 다시금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몹시 괴로울 따름이에요.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불면의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잠들 수 없다면 깨어 있는 시간을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챙기는 데에 집중하면 돼요. 제가 『당신이 옳다』 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이 '한 사람'이라는 글인데, 이 책에 첫 번째로 등장해서 반가웠어요.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갠 채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20p)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에게 그 '한 사람'만 있다면 버텨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해주네요. 당신 덕분에 살고 있다고, 살아 있는 거라고 말이에요.

단단하고 예쁜 양장본이라서 좋아요. 책 속에 적혀 있는 좋은 문장들을 오래오래 볼 수 있어서 좋고, 그 문장들을 필사한 내 글씨들까지 소중하게 느껴져서 좋네요. 글씨체가 반듯하지 않아도 괜찮고,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글씨체를 보면서 '내 마음이 이랬구나.'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좋은 문장 옆에 나란히 적어 놓은 내 글씨로 다시금 읽을 때는 뭔가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책 제목처럼 "당신이 옳다.", "그래, 네가 옳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통해 듣는 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진심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마주할 때 비로소 아픈 상처들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표지에 반짝반짝 빛나는 방울방울처럼 우리는 저마다 소중하고 특별해요. 치유자 정혜신님과 심리기획자 이명수님이 전하는 섬세하고 뜨거운 공감의 글인 『당신이 옳다』 를 필사하는 시간,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오직 당신을 위한 선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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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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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나아가 '삶을 산다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몸으로 부딪혀 끝내 알아낸 이의 담담한 고백과 같다고..." (7p)

늘 궁금했어요. 음악을 '하는' 삶은 어떨까라는.

그건 아마도 가본 적 없는 길, 예술에 대한 동경일 거예요. 음악의 힘은 놀라우니까요.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 김보미님의 에세이예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해금을 잡았던 중학교 시절부터 잠비나이의 멤버가 되어 장르를 개척하며 성장해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사실 해금은 우리 전통 악기들 중에서 조금 낯설지만 그 선율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여운이 있어요. 해금은 주먹보다 살짝 큰 나무통에 길쭉한 대가 꽂혀 있고, 줄을 감아 고정시키는 두 개의 장치 위로 뻗은 대는 끝이 안쪽으로 살짝 휘어 있어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모양을 하고 있어요. 두 줄 사이에 대나무 가지에 말총을 끼워 만든 활을 밀고 당기며 바깥으로 안으로 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데, 해금에는 지판이 없어서 모든 음을 연주자의 감각에 의존해 만들어낸다고 해요. 지판이 없어 어려웠던 해금 때문에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고, 긴 슬럼프를 지나 오히려 지판이 없는 해금으로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 새로운 장르 개척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신기해요. 단점으로 여겼던 악기의 특성이 장점으로 변하는 긴 시간 동안 해금이 천천히 저자의 삶에 스며들었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주네요. 해금을 연주할 때는 바깥줄과 안줄, 유현과 중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서 두 줄을 오가는 음색과 음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훈련을 한다고 해요. 해금 연주에서 균형을 잡는 연습처럼 인생도 똑같은 것 같아요. 연주자, 음악가, 예술가의 삶은 나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인생의 길 위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러니 고단한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음악을 '하는' 삶은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네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잠비나이의 공연을 할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종종 만나게 된다고, 왜 눈물을 흘리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눈물을 흘려봤기에 벅찬 감동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음악이 주는 위로,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나서 '잠비나이'의 공연들을 찾아보니, 내적 친밀감이 더해져서인지 감동을 넘어 응원의 마음이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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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한다는 착각 - 직감이 아닌 근거로 밝히는 브랜드의 진짜 성장 공식
세리자와 렌 지음, 오시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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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실이 바뀌면 저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케인스가 남긴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방어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 부조화에 빠진 경우 '모두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부정하는 편이 편하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조직에서 오랜 시간 종사하는 마케팅 같은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실(데이터)과 논리가 다를 때 잘못된 것은 논리다. 먼저 그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익숙한 논리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25p)

《마케팅한다는 착각》은 마케팅 사이언티스트 세리자와 렌의 책이에요.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마케팅은 과학이다!"라는 거예요. 저자는 기존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당연한 사실로 여겨져 온 개념들을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재검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시장과 소비자에 관한 '사실'과 사업 성장에 대한 '근거'인데,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한다면 이것은 과학적 측면을 간과한 탓이며 단순한 착각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마케팅은 사실과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즉 근거 기반 마케팅이라는 접근법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어요. 기존 마케팅 이론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초한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인 거예요. 마케팅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업무나 상식이 데이터로 검증해보면 정반대 사실이 드러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중 위험의 법칙이므로,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브랜드 성장에 대한 근거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이것은 앞서 강조했던, '사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꾼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인 거예요.

이 책에서는 '누구에게 WHO', '무엇을 WHAT', '어떻게 HOW' 순으로, 소비자 행동의 규칙성, 제품과 가격의 규칙성, 광고·미디어플랜·크리에이티브·마케팅의 투자 대비 효과에 관한 규칙성을 다루고 있어요.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메커니즘은 규칙성인데, 대략적인 경향이나 규칙성을 잘못 이해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마케팅에서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승산, 성공을 높이는 전략이며 정확도가 높은 선택이 좋은 의사결정인 거예요. 따라서 우리가 평가해야 할 것은 매번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의사결정이 당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에 근거했는지 여부라는 거죠. 물론 근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근거 기반의 사업 성장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난관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최적의 해답은 현장에서 찾아야 하므로 마케팅 인사이트가 필요한 거예요. 결국 과학적 사고가 답이네요. 내가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성장의 뿌리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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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박완서 산문집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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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여행을 떠난 박완서 작가님, 편히 쉬고 계신가요.

"나의 최후의 집은 내 인생의 마지막 여행 가방이 아닐까.

... 내가 일생을 끌고 온 이 남루한 여행 가방을 열 분이 주님이기 때문

... 나를 숨겨준 여행 가방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나의 전체를 온전히 드러낼 때,

그분은 혹시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시지 않을까. 

오냐, 그래도 잘 살아냈다. 이제 편히 쉬거라." (50-51p)

미출간 원고 다섯 편이 수록된 여행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이 출간되었어요.

이 책에 새롭게 들어간 글 다섯 편은 박완서 작가님의 딸인 호원숙 작가님이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마치 어머니가 내게 건네주는 것 같았다' (5p)라고 표현했듯이 내밀한 기록으로 느껴졌어요. 독자들을 위해 쓴 글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기록이라서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내가 문단에 나온 지 얼마 안 돼서였으니까 아마 1970년대 초였다고 생각된다. 21세기에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서 쓰는 글을 청탁받은 적이 있다. ... 내 생전에, 나는 설마 하고 가상한 세계를 직접 보고 있다. ... 꿈을 꿀 수 있는 한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 (27-30p)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시작해 중국 만주, 백두산, 상해, 몽골, 바티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티베트, 카트만두 기행으로 끝맺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생의 삶 자체가 여행이구나 싶었어요.

"우리가 초모랑마(에베레스트)에 대해 외경심을 갖는 것은 세계의 최고봉이기 때문이지만 인도나 티베트, 네팔 등 힌두교와 불교 문화권에서는 카일라스산을 창조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고 일생에 한 번이라도 순례하기를 열렬하게 소망한다. 순례의 길이 고통스러울수록 죄가 정화된다고 믿어 고통보다는 법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들처럼 최소한의 소유로 단순 소박하게 사는 민족도 없다 싶은데 이런 엄청난 죄의 대가를 지불하려 들다니, 그들이 느끼고 있는 죄의식이 어떤 것인지 우리 같은 죄 많고 욕심 많은 인간에게 상상이 미치지 않는 영역일 듯싶다." (201-202p)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똑같이 여행하고 똑같이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저마다의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만드네요.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일상에서도 불행한 이들이 있으니 말이에요. 나는 어떤 여행자인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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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4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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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5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니, 특별한 초대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김하연 작가님의 《시간을 건너는 집》은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예요.

제목에서 짐작하듯, 소설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신비로운 '시간의 집'과 이곳에 초대받은 아이들이 주인공이에요.

초대장은 '하얀 운동화'예요.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전달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하얀 운동화를 선물받은 아이들이 그걸 신으면 눈앞에 '시간의 집'이 나타나는 거예요. 8월의 어느 날, '시간의 집' 문이 열렸고, 네 명의 아이들이 초대를 받았어요. 중2 박자영, 중2 신이수, 고2 김강민, 고2 김선미,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남인데 무슨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을까요. 세상 일은 신기하게도, 겉보기엔 우연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 첫인상만으로 판단하지 말 것.

'시간의 집'에서 정한 규칙을 잘 지킨다면 12월 마지막 날 오후 다섯 시, 네 명의 아이들은 '과거의 문, 현재의 문, 미래의 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요. 자영, 이수, 강민, 선미는 어떤 문을 열게 될까요. 그 문을 통과하고 나면 '시간의 집'에서 지냈던 모든 기억은 사라지는데... 물론 그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예전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면 없애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단언할 수가 없네요. 트라우마 경험이 원인이 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에요.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자영, 이수, 강민, 선미의 마음이 되어 생각해봤어요. 각자의 고민은 다르지만 또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분명 어른들의 도움으로 나아질 수 있어요. 반항적이고 비뚤어진 아이를 탓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따뜻하게 사랑으로 보듬어줘야 한다는 걸, 새삼 반성하며 읽었네요. 5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시간의 집'에서 씩씩하고 멋진 아이들 덕분에 '함께'라는 강력한 힘을 배웠네요. 어딘가에 존재하는 '시간의 집', 어쩌면 우리는 그곳의 문을 통과하여 지금 여기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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