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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기장이었던가, 그냥 노트였던가.
어릴 때 예쁜 시를 옮겨 적고 정성껏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나네요. 김소월의 시를 읽으면 그때의 마음이 떠올라요. 말들이 예쁘고 고와서 좋았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먹먹해졌던, 아마도 그리움과 슬픔이었을 그 감정들을 한참 세월이 지나서야 사무치는 한이었음을 알게 되었네요.
올해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출간 100주년이 된다고 하네요. 『진달래꽃』 초판본에 실린 127편의 시 외에 흩어져 있던 시들을 모두 모아 110편을 추가한 '김소월 전 시집'이 출간되었네요. 그동안 수많은 김소월의 시집이 출간되었으나 김소월의 모든 시들을 모은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ㆍ초혼》은 다시 없을 소중한 시집이네요.
원래 이렇게 눈물나는 시였던가요,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울컥하네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 (136p) 「초혼」 의 첫 문장을 해맑게 낭독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요. 김소월 시인은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고 말하였는데, 서른세 살의 생을 마친 시인보다도 더 긴 생을 살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모르니 언제쯤 세상을 알게 될까요. 철없던 아이는 눈물만 한가득, 그저 울고 있네요. 들고나는 자리가 보이지 않는 밀물처럼 바람처럼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김소월의 시가 가만가만 어루만져주네요. 멀리 떠나 돌아올 줄 모르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마음, 그저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요.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무도 답해줄 수 없지만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어요.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나는 아노라 / 무엇이 그대의 불운을 지었는지도, / 부는 바람에 날려, / 밀물에 흘러, / 굳어진 그대의 가슴속도, / 모두 지나간 나의 일이면. / 다시금 또 다시금 / 적황赤黃의 포말은 북고여라, 그대의 가슴속의 / 암청暗靑의 이끼여, 거치른 바위 / 치는 물가의." (103p) 「불운에 우는 그대여」라는 시에서 시인은 울고 있는 그 마음을 알고 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흐르는 눈물은 언젠가 마르겠지만 울고 있는 가슴은... 다시금 또 다시금, 포말과 이끼로 남아 있겠지요. 그대의 불운이 모두 지나간 나의 일이라고, 그 아픔을 알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울어 본 사람은 아는 거예요.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이라는 시에서, "하루라도 몇 번씩 내 생각은 / 내가 무엇하려고 살려는지? / 모르고 살았노라, 그럴 말로 / 그러나 흐르는 저 냇물이 / 흘러가서 바다로 든댈진댄. / 일로조차 그러면, 내 몸은 / 애쓴다고는 발부터 잊으리라. /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그러나, 다시 내 몸, / 봄빛의 불붙는 사태흙에 / 집 짓는 저 개아미 / 나도 살려 하노라, 그와 같이 / 사는 날 그날까지 / 살음에 즐거워서, / 사는 것이 사람의 본뜻이면 / 오오 그러면 내 몸에는 / 다시는 애쓸 일도 더 없어라 /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166p), 여기에서 주목한 문장은 '나도 살려 하노라' 인데, 암울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시인은 삶의 끝은 죽음이지만 집 짓는 개미를 보며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고뇌하고 방황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의 끈을 붙잡는, 간절한 생의 외침이었다고 생각해요. 김소월의 시는 구석구석 빈틈 없이 스며드는 물길처럼 촉촉하게 마음을 적시고, 불에 달궈진 쇠처럼 뜨겁게 녹여버리네요. 마음이 흠뻑 젖었다가 어느새 활활 타올라 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