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40년을 준비하는 40대 인생경영 - 마흔세 살 김부장의 새로운 직업 찾기
김병숙 지음 / 미래의창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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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에서 40세를 불혹(不惑)이라 부른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임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공자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나이 40대에 갈팡질팡할 일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는 사오정(45세 정년퇴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불안한 시기다. 예전이라면 가장 여유롭고 안정적인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이 책은 마흔세 살, 김부장님이 후배에게 승진 기회를 뺏기고 좌절하다가 새로운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마치 김부장님의 일기장을 보는 듯하다.

10대들에게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요,

20대들에게는 직장 구하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적성을 제대로 파악해서 후회 없는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요,

30대들에게는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요,

40대들에게는 본인의 이야기라 절실한 도움이 될 것이요,

50대 이후 분들에게는 은퇴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래 의도는 40대를 위한 직업상담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부장님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표현된 글들을 보니 공감이 가면서 굳이 4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실감나는 김부장님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니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면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어떤 현명한 부자는 20대에 성공하여 30대 중반에 은퇴한 후 행복하고 즐거운 은퇴 생활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직장과 집을 오가고 있다. 만약 갑자기 해고 당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방황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평생 보장된 직장은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평생 직업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물론 사회 초년생일 때는 고소득과 안정이 보장된 직업이 최고라 여기겠지만 자신의 성향과 적성이 맞지 않으면 오래 일할 수 없다. 책에서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고령화 사회에서 일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 싫고 힘든 것이지, 즐거운 일은 삶의 활력이 된다.

책에서 소개된 100세 생일에 퇴직한 버스 정비공 아서 윈스턴 씨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윈스턴 씨가 81년간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절제된 생활과 긍정적인 사고, 젊은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라고 한다. 억지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적합한 직업을 찾는 과정은 인생경영에 있어 기본이며 핵심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일단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을 찾는 데 성공했다면 평생 인생의 전성기가 되지 않을까?

진정한 불혹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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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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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십 대 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오래 지난 탓도 있겠지만 실상 눈에 띄는 방황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른들 보시기엔 별 문제 없이 십 대를 지난 것이 순탄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참 무미건조했다.

<하이킹 걸즈>는 일명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 도보여행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을 통해 프랑스에서 시행한다는 것을 착안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이 정도로 신경 쓴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방학마다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할 것이 아니라 국토순례로 도보여행을 간다면 어떨까?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를 할 지도 모른다. 공부는 안 시키고 쓸데 없이 놀러 간다고 항의하겠지. 아마도 그전에 국토순례를 시도할 학교가 없을 것 같다. 역시 문제는 어른들이다.

인생에 한 번뿐인 십 대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며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가출 청소년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먼저 당당하게 집을 떠날 기회를 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이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지만 부모 욕심처럼 독약이 없는 것 같다.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부모 마음대로 아이를 조종한다. 각자 개성을 지닌 아이들에게 똑같이 공부를 잘 하라고 강요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오죽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와 청소년들을 눈물 짓게 했던가? 그때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은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아이들은 학원을 순례하며 십 대를 보낸다. 내게도 십 대는 지긋지긋한 시험과 공부의 연속이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 그런데 내 아이를 그런 답답한 틀에 가둬야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부디 이 마음 그대로 아이들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책 속 주인공인 은성이와 보라는 각자 마음 아픈 사연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 갈 상황까지 속내를 이해하고 감싸줄 어른이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비행 청소년 문제를 각자 가정이 해결할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문제라는 식이다. 물론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결손 가정인 경우에는 해결이 힘들다. 아이들은 절망과 포기를 배우고 제 삶이 소중하다는 걸 모른다.

실크로드라는 1200킬로미터의 사막 길을 70일간 걷는 도보여행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걷는다는 것은 운동도 되지만 일종의 명상이 되는 것 같다. 단조로운 사막은 우리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힘들고 지치지만 가야 할 길이다. 그 길에서 오아시스를 만날 것인지, 신기루를 만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만나던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은성이와 보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았을 거라고 믿는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T. 플러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듯이 제대로 인생을 알기 위해서는 여행을 해야 한다. 소중한 자식일수록 멀리 여행을 보내라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가출할까 걱정 말고 미리미리 여행을 보내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야겠다.

실크로드, 언젠가는 둔황에 있다는 명사산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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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큐브 두뇌트레이닝 플레이북 2
박성일 글.그림 / 살림어린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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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큐브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맞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색깔에 맞춰 이리저리 돌리며 노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아이를 위해 큰 맘 먹고 큐브를 사줬다. 물론 놀이를 통해 재미도 있고 두뇌 계발까지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분명 친절하게 설명서까지 포함되었건만 왜 이리 어려운 건지.

신나게 섞을 때는 좋았는데 영 맞추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큐브를 돌려서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퍼즐 중에서 복잡하기로는 단연 으뜸이라 할 것이다.

이토록 복잡한 큐브를 다시 맞추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간략한 설명서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재미난 만화로 알려준다.

솔직히 큐브는 아이를 위해 구입해놓고 어른들이 신나게 갖고 놀 때가 많다. 그만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다.

<마이 큐브>는 생일선물로 큐브를 받은 소년 미루가 우연히 큐브 연합국으로 들어가서 여러 친구들과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검은 마왕은 마법 큐브를 훔쳐 악의 힘을 끌어내려고 한다. 이에 맞서 황금 큐브를 찾아 한 단계씩 맞춰나갈 때마다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미루도 큐브는 초보라서 헷갈리지만 큐티 공주의 도움으로 해결해나간다.

큐브의 기사 미루처럼 열심히 따라 가면 길이 보인다.

원래 큐브는 헝가리의 건축학 교수 에르노 루빅이 학생들에게 3차원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퍼즐이라고 한다. 큐브를 볼 때마다 큐브를 만든 루빅 교수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작은 정육면체 27조각이 상하, 좌우, 앞뒤로 움직이며 색을 맞춰간다는 것이 신기하다.

만약 공식을 모른 채 큐브를 가지고 논다면 손 운동을 엄청 해야 될 것이다. 그에 비해 큐브를 단 몇 초 만에 맞추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단 공식을 익히고 완성된 큐브로 성공의 기쁨을 맛봤다면 그 다음은 속도가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큐브의 세계에 푹 빠진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재빠른 손놀림을 흉내내긴 힘들지만 큐브의 매력을 조금은 알게 됐다.

온 가족이 함께 큐브로 누가 빨리 맞추나 내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만화 덕분에, 큐브에 대한 흥미가 몇 배로 늘어난 것 같다. 각 단계마다 알파벳으로 표시된 공식들을 외워야 되지만 부담 없이 만화를 보면서 익히고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면 큐브로 즐겁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어떨까?

이제는 만화도 재미뿐 아니라 학습적인 효과가 커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것 같다. 큐브를 맞추는 공식을 안다고 해서 엄청난 지식이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손과 머리를 움직이는 과정이 바로 두뇌 계발이며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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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영어자존심을 살리는 맘글리시
심진섭 지음 / 잉크(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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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들의 고민을 말한다.

우리 애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제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영어를 정식으로 배우게 되면서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웬만하게 교육열을 가진 엄마라면 이미 유치원 나이부터 영어 학원이다, 영어 유치원이다 보내기 시작한다. 버터를 바른 듯 꼬부랑 발음을 유창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영어 교육에만 급급하다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엄마는 영어 울렁증이면서 무조건 아이에게 영어를 하라고 시킨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는 영어도 못하면서 나만 갖고 그래! 이런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듣는다면 정말 자존심이 무너질 것이다.

이 책은 <엄마의 자존심을 살리는 맘글리시>. 현재 영어 강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명쾌하고 유쾌하게 고민을 해결해준다. 우리 아이 영어 잘 하는 비법은 너무나 간단해서 허무할 수도 있다. 엄마가 먼저 가정에서 영어를 생활화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맘글리시.

이제는 아이들에게 왜 영어 공부를 안 하냐고 잔소리할 시간에 책에 나온 맘글리시를 익혀보자.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회화를 시작하자. 언어는 습관이니까.

어라, 이 책은 엄마 영어 교재야.라고 지레 겁먹지 말자. 딱딱한 문법이나 독해 책이 아니다. 정말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회화와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것도 책 전체가 아니라 딱 반 정도 할애하고 있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문장이라 자신감이 생긴다. 하이, 헬로우, 하와유? 왓췁? (이건 콩글리시인가?)

그럼, 나머지 반은 무슨 내용이 실려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 실태 보고서다. 현재 엄마들이 아이들 영어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입시 경쟁에 휘둘리는 교육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에 학원 안 보내고 만능 아이 만드는 비법도 나와 있으니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역시 제대로 잘 크는 아이는 엄마가 남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반성했다. 아이가 조금만 못해도 윽박지르기부터 했으니 아이를 망치는 것도 부모요, 살리는 것도 부모인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핵심은 한 가지다. 솔선수범!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억지로 떠밀려서 한다면 아무 소용 없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쩜,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모든 공부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 느낌이다. 대한민국 엄마는 바쁘다. 아이 공부가 엄마 공부가 되니 말이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맘글리시를 시작한다면 온 가족이 영어 재미에 푹 빠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엄마!라고 말하던 순간의 감동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런 우리 아이가 내 곁에 건강하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를 잘 키우려는 욕심이 아닌, 정성이 훌륭한 인생 공부가 아닐까?

이 책은 영어 교육에 관한 내용이지만 그 속내에는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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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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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는 대단한 작가다. 소설을 읽는 동안 현실 속의 나는 사라지고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 느낌이 든다. 이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강하게 울렸던 기억이 난다. 소설이 이토록 강한 여운을 남기는 힘은 무엇일까?

비극적인 현실이 주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이상하게도 고통과 슬픔은 쉽게 전이되는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나에게는 비극으로 각인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유년기는 거의 없다.는 말처럼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너무나 척박하고 잔인한 곳이다. 아이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면 그 곳은 지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이 한 소년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통해 용서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부당하긴 하지만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 때로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 평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아미르. (216p)

 

주인공 아미르는 1975년 겨울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때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이니까 실수하는 거라고 위로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는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한 순간의 이기심 혹은 배신에 대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건 변화할 수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죄책감이란 마음의 상처를 남긴 채 모든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것 같다.

열 두 살 소년 아미르의 선택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누가 그를 탓하겠는가? 하산조차 그를 용서했는데. 진정한 용기를 지녔다면 삶이 더욱 당당했겠지만 잠시 주저하는 순간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자신할 수 없다. 비겁함이 때론 삶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위로할 때도 있으니까. 어른인 나도 겁쟁이일 때가 있으니까.

 

“……죄책감 때문에 선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속죄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용서하거라.

 

죄책감은 옳지 않은 자신을 비난하는 선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선한 의지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서른 여덟의 아미르에게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속죄의 기회가 온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로 인해 정말 큰 상처가 생겼지만 비로소 죄책감의 굴레를 벗은 것이다.

주인공 아미르는 평범하지만 언제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의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준 하산은 선함, 그 자체다. 아미르가 연을 날리면 곁에서 실패를 잡고 도와주는 하산이 있었다. 인생 역경에도 꿋꿋하게 살 수 있는 힘은 하산의 선량하고 우직한 마음과 같지 않을까?

<연을 쫓는 아이>는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알려 준다.

세상살이를 연 싸움에 비유한다면 상대의 연을 끊기 위한 유리가루 묻힌 줄은 자신의 손에도 상처를 입힌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연을 보며 어떤 이는 자유나 희망을 말하지만 연은 새처럼 자유롭지 않다. 실패와 연결된 줄이 끊기면 추락하고 만다.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소랍의 삶을 보면서 연줄과 같은 운명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결코 놓을 수 없는 연은 어쩌면, 아프가니스탄이 아닐까?  

 

“……거짓말로 위안을 얻느니 차라리 진실에 의해 상처를 입는 것이 낫다. (90p)

 

솔직히 진실에 의해 상처 입는 것은 두렵고,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아미르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아버지 바바, 아버지의 가장 진실한 친구였던 라힘 칸도 진실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래도 아미르는 결국 해냈다.

하산과 너무도 대조적인 인물, 아세프는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다. 비극적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대표하는 인간인데, 과연 이 놈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 할 수 있는 <용서>를 아세프는 제외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에게 용서는 무의미하다.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538p)

 

아프가니스탄 하늘에 연이 날리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작은 희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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