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
시노다 세쓰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디오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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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 문구는 이렇다.

퀸카와 결혼하려면…… 단단히 각오하라!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노다 세쓰코의 코믹 로맨스

주변머리 없는 남자와 혼자 힘으로는 신변 정리조차 못 하는 여자

이 환상적 커플의 수상하고 기묘한 결혼이야기

왜 코믹 로맨스지?

흥미롭기는 하지만 웃기지는 않고, 연애와 결혼 이야기지만 로맨스다운 느낌이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여서 누군가의 실제 삶을 엿본 것 같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띠지 문구는 이렇다.

    리카코는 33세의 엘리트 은행원. 재색을 겸비한 그녀가 어느 날 연수입 200만 엔인

     오타쿠 풍의 라이터 신이치와 어쩐 일인지 사랑에 빠지는데……. 결혼, 출산, 육아.

     소자고령화 시대의 남녀가 펼쳐 보이는 야단법석 결혼 이야기!

       (* 오타쿠: 마니아보다 한 분야에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작품 해설에서도 나오는 얘기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엄연히 신이치다. 그런데 왜 띠지에서는 리카코가 주인공 같을까?

일단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회적 조건으로 볼 때 유능한 아내를 둔 신이치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다. 물론 그에게도 글 쓰는 직업이 있지만 해외출장이 잦은 아내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함께 살기 전까지는 완벽한 여자였던 아내가 결혼 후 다르게 보인다. 마치 결혼은 자정을 넘긴 신데렐라의 황금마차가 아닐까? 모든 마법은 사라지고 괴로운 현실만이 남는다. 더군다나 딸아이가 태어난 뒤는 육아까지 그의 몫이 된다.

그는 이 모든 현실이 벗어버리고 싶은 짐처럼 느껴진다. 원래는 아내가 해야 될 일들을 자신이 억지로 떠맡았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대부분 신이치를 불쌍하게 여길 것이다. 괜히 독한 아내를 만나 고생하는 남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왜 제목이 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겠는가?

신이치는 오타쿠 성향이 있는 남자다. 어떤 분야에 오타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타쿠는 어찌 보면 유아기적 면이 느껴진다.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빠져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질 않는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이야기가 처음에는 신이치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내 리카코가 매우 이기적인 여자로 비쳐진다. 회사 일을 할 때는 프로답지만 집안 일은 엉망진창인데다 대수롭게 여기질 않으니 말이다. 신이치는 어쩔 수 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늘 불만스럽다. 차라리 집안 일 잘하는 여자와 결혼할 걸 하는 후회뿐이다.

결혼 후 콩깍지가 벗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지극히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치약 뚜껑을 번번히 안 닫는다거나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놓는 일 등.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군가는 열심히 하는데 누군가는 무신경할 때 서로에 대한 애정지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아내들이 집안일에 무신경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나마 둘이 살 때는 괜찮지만 아이가 생기면 그 때부터 치열한 삶이 시작된다.

신이치가 불만인 것은 가사와 육아가 아내의 몫인데 자신이 해야 된다는 억울함에 있다. 왜 나만 이 고생을 하느냐고 하지만 실은 아내가 회사에서 고생하는 것은 알 지 못한다.

이것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제목을 이기적인 사람에게 완벽한 결혼은 없다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세상에 이기적인 대다수의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뜻이다.

요즘은 전업주부인 남편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전업주부 10년 차라는 애 아빠를 보면, 영락없는 아줌마다. 저녁 반찬거리 걱정하고 아이 뒷바라지에 정신 없다. 바깥 일하는 부인은 전형적인 남편의 모습이다. 이 부부를 보면서 사람은 역할에 따라 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아내와 남편의 모습이라 여겼던 것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였다.

신이치와 리카코의 결혼 생활을 보면 확실히 달콤한 환상을 깨준다.

누군가를 위해 기쁘게 희생할 마음이 없다면 결혼은 불행의 시작이다. 어설프게 여자와 남자의 몫을 나누기 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부부의 모습이 행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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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섹스칼럼니스트의 사랑방정식
김경순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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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이란 단순한 숫자에 그런 의미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기야 남녀 간의 은밀한 연애담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비밀이 어디 한 두 가지겠는가?

순진하다고 말하기엔 나이가 있고, 내숭이라 하기엔 그럴 이유가 없는데 괜히 상상을 하니 야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음흉한 미소를 띠며 몰래 볼 책은 아니다.

맥주 병뚜껑이 톱니가 몇 개인지 알아?

모르겠는데. 술마다 다른 거 아냐?

전 세계 공통으로 21개야.  21 하면 뭐가 떠올라?  (53p)

사실 아무 생각이 안 떠올라도 상관 없다. 중요한 건 상황이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대화란 내용보다는 분위기에 좌우되니까.

이 소설 역시 분위기로 따지자면 유쾌 발랄하다. 요즘은 칙릿이 대세인 듯싶다. 하긴 연애에 혈안이 된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철학을 논하기 보다는 연애 철학을 논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인생을 무겁고 깊이 있게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건 아니니까.

멋진 사랑을 꿈꾸는 20~30대들을 위해서 이런 발칙하고도 발랄한 사랑 이야기가 있음을 들려 주기 위하여 작가는 무지개 만나는 꿈을 꾸었나 보다.

그렇다. 뭐 이런 경우가 있어?라고 따지지 말자.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 그저 알록달록 무지개 꿈을 꾸었나 보다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동생의 애인을 뺏는 언니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면 김 빠진 맥주가 되려나?

맥주 병뚜껑을 열었으니 얼른 마시길 바란다. (괜히 톱니가 몇 개인지 세느라 분위기 깨는 사람은 없겠지.) 이 정도 줄거리를 알았다고 해서 이야기의 재미가 줄지는 않는다. 아니,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매력은 현실감이 뚝뚝 떨어지는 솔직한 표현에 있다.

서른 세 살에 섹스 칼럼을 쓰는 언니 명색이 섹스 칼럼을 쓰면서 전혀 야한 구석이라고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녀가 주인공이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 정말 하고 싶어서 하겠는가? 잡지 혹은 신문에 실리는 섹스 칼럼을 보며 도대체 누가 이런 글을 쓸까 상상했는데 그녀의 실체를 보니 조금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명색이 섹스 칼럼니스트면서 본인은 제대로 된 사랑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굳세어라 금순아 타입이다. 본인은 힘들어도 주변은 즐겁다. 둔한 듯 하면서도 챙길 건 챙긴다.

브래지어 디자인을 하는 동생 의상디자인학과를 나와 고고한 이상을 꿈꿨으나 브래지어 디자인으로 현실과 타협한 그녀는 언니와 달리 외모며, 몸매가 멋지다. 분명 피를 나눈 친자매인데 전혀 유전적 동일성을 찾기 힘들다. 성격 또한 극과 극이다. 야무진 듯 하면서도 폼생폼사 철없어 보인다. 그래도 현실감각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한 지붕 아래 전혀 다른 두 자매가 동거하고 있으니 조용한 날이 없는 건 당연지사다.

세상의 모든 곳에 신이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면, 세상에 악마가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동생을 만들었을 것이다. (39p)

이 구절을 읽으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철들고 나서야 형제 자매의 소중함을 알지, 철 없을 때는 원수가 따로 없다.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실은 자매 간의 일상이 더 흥미진진한 것 같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누군가와의 연애를 꿈꾸기 전에 가족을 먼저 떠올려 보면 어떨까? 원수 같던 동생이 혹은 언니가 갑자기 사랑스러워질 때 비로소 우리는 철이 든다. 매달 21일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내 맘대로 과감한 성 이야기에서 따스한 가족 사랑으로 마무리 지어본다. 어찌됐건 따끈 혹은 후끈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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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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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의 공통점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잘 모를 경우, 책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이미지는 독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왜소한 체격, 즉 얇은 책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봤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한다.)

서로 간에 궁합이 있다. (제 눈에 안경, 콩깍지 씌웠네 등의 말처럼 자신과 잘 맞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영 정이 안가는 책도 있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 보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멀쩡함과 광기>라는 두 단어가 주는 강렬함에 끌렸다.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면서도 궁금해 하는 광기와 함께 멀쩡함이라는 모범적인 주제가 함께 한다. 거기다가 보고되지 않은 이라는 제목에 큰 비중을 둔 것이,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이다. 흥미로운 주제였고 책의 두께 또한 얇은 편이라 부담 없이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곧 나만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책의 순수한 의도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표현의 혼란스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 애덤 필립스는 정신분석가라고 한다. 전문가답게 대중을 위해 멀쩡함과 광기의 개념을 설명한다. 프롤로그가 꽤 길다. <멀쩡함을 정의하기 위한 메모>라고 하면서 정신적 멀쩡함이라는 개념이 어렵고 혼란스러움을 미리 알려준다. 그러나 이미 예고했다고 해서 더 쉬워진다거나 혼란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60~1970년대 정신의학 분야에서 정신병의 본질 혹은 광기의 정의만큼이나 광기에 대한현대적인 공포가 더 중요한 의미를 띠었다고 한다. 반면에 정신의학 반대 운동가들은 광기를 다르게 해석한다. 그들에게 광기는 끔찍한 삶에 대한 진정한 반응이며 오히려 멀쩡함은 비인간적이며 빈곤한 정신을 뜻한다. 이러한 논쟁은 멀쩡함과 광기를 넘어선 인간성 회복을 위한 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R.D 레잉이 말한 오늘날의 멀쩡함은 세뇌와 비슷한 개념이다. 레잉이 권하는 진정한 멀쩡함은 개성을 의미한다. 본연의 모습, 개인적인 비전을 깨닫게 만든다. 레잉의 주장이 개념의 혼란을 주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멀쩡함을 옹호한 것으로 본다.

정말 놀랍게도 멀쩡함을 설명하면 할수록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진다.

대중들이 정신의학의 역사를 알고 있을 거란 전제 하에 설명한 것이라면 지나친 기대가 아니었나 싶다. 내게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힘든 과정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이러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만진 멀쩡함이란 코끼리는 이렇다.)

불안정한 현대 사회에 만연된 광기에 현혹되지 말고 과감하게 멀쩡함을 쟁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멀쩡함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그 동안 멀쩡함을 광기의 대안으로 여겼던 것은 멀쩡함에 대한 굴욕이다.

이 책은 멀쩡함의 이름으로 당당히 우리의 삶을 위해,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대신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옳다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 모든 사람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훨씬 더 혼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멀쩡한 행동이 될 것이다. (270p)

 

현대 정신의학의 대표적인 질병 세 가지 어린이의 자폐증, 정신분열증, 우울증-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진정한 멀쩡함을 알고 있다면 희망은 있다.

프로이트는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다른 모든 생물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욕구의 지속성이 자명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이상하다. 욕구에 의심을 품는 것은 일종의 광기일 것이다. (223p)

 

진정한 멀쩡함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그리고 자기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 정말 어렵다. 콕 찍어 A B.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A= 멀쩡함, B= 우리 자신

마지막으로 번역하신 김승욱님의 노고에 백분의 일 정도 공감한다. 아무리 힘들다 해도 독자보다 번역하신 분이 더 힘드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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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성인을 위한 피아노 어드벤쳐 4 - CD 1장
뮤직트리 편집부 엮음 / 뮤직트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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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트리 편집부 엮음 / 뮤직트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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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위한 피아노 어드벤쳐 1
Nancy Faber.Randall Faber 지음, 뮤직트리 편집부 엮음 / 뮤직트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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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고양이에게서 배웠다
수지 베커 지음, 박주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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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지 벌써 17년이나 되었다니 놀랍다. 이번에 특별히 자그맣고 깜찍한 크기로 출간된 이유는 "2백만 권" 발간 기념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토록 사랑을  받았을까?

일단 이 책의 주인공은 고양이 빙키다. 그러니 독자들은 당연히 고양이에 관한 호감도가 어느 수준 이상일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처음 장을 넘기자마자 독자 테스트가 시작된다.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질문 26개가 준비되어 있다. 굳이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질문에 '고양이'란 단어만 봐도 반가운 표정이 되면 애묘인이요, 덜떠름한 표정이면 혐묘인이 아닐까?

저자 수지 베커는 작가이자 화가면서 사업가라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그녀가 사랑했던 고양이 빙키는, 남들 보기엔 평범할 지는 몰라도 이 책의 탄생과 더불어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고양이 빙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지혜를 아낌없이 가르쳐 주고 2005년 세상을 떠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고양이 빙키는 이 책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고양이에게서 배웠다."

애묘인도 아니면서 이 책을 읽으려 하는 사람은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

사람을 가르치는 고양이는 도대체 어떤 고양이지?

사람보다 뛰어난 두뇌를 소유한 고양이란 말인가?

전혀 아니다. 솔직히 고양이 빙키는 평범하다. 오히려 평범한 고양이에게서 특별한 가르침을 얻은 저자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장난치고 어지르고, 때론 애교도 부렸다가 앙탈도 부리는 일이라면 굳이 빙키가 아니어도 될 일이다.

바로 전형적인 고양이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그림과 짧은 글이 전부다.

그렇지만 쉽게 책장을 넘기면서 뭔가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애완동물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닮은 사람이라고 상상해도 좋다.

도도하면서도 나름의 애정표현을 할 줄 알고 세상에 자기를 맞추기 보다는 내 멋대로의 자유를 아는 사람.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빙키는 가장 고양이답게 살았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지 않았을까?

덧붙여서 이 책이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짧은 글만으로도 충분히 핵심을 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 고양이가 곁에 있다면 한 번 쓰다듬어 보자.

없다면 곁에 있는 누군가라도 한 번 안아 보자. (일단 집 안에서만, 괜히 모르는 사람과 그러진 않겠지.)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며, 나답게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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