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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 아이들도 교사도 행복한 학교, 키노쿠니
호리 신이치로 지음, 김은산 옮김 / 민들레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서머힐학교를 기억하는가?
어쩌면 거짓말처럼 잊고 있다가 부모 입장이 되고 보니 떠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기억이 되살아났다. TV를 통해 서머힐학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막연하게 자유학교에 대한 동경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에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서머힐은 니일이 1921년 영국에 세운 자유학교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서머힐학교에 영향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자유학교가 세워졌다. 이 책은 그 중 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키노쿠니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키노쿠니학교는 이론이나 실제로 서머힐학교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지만 제 2의 서머힐은 아니다. 듀이의 실험학교와 엑켄헤드의 킬크하니티, 유언의 라이징힐이나 몽고메리의 크롱라라 등 다양한 학교들을 참고하여 독자적인 학교를 만들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키노쿠니어린이마을학교>라는 긴 이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책임진 교장 선생님, 호리 신이치로다. 그러나 정작 학교 내에서는 어떤 선생님도 선생님이라 부르질 않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상”하고 이름으로 불리거나 별명으로 불린다. 선생님과 학생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1992년 설립되어 올해로 17년 된 시골학교지만 정규 학교로서는 아마도 가장 매스컴에 많이 알려진 곳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자유학교는 어떤 곳인지, 또 어떻게 생겨났고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막연하게 니일의 서머힐학교를 동경하면서도 정작 자유학교의 실체는 몰랐다. 자유학교란 자유주의 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다. 니일이 말하는 ‘자유’란 ‘자기결정’이라고 한다.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권위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서 키노쿠니학교는 선생님 간의 서열도 없고 아이들 간에 학년별 구분도 없다. 어른과 아이 사이도 친구처럼 동등한 분위기다. 이제껏 익숙한 권위적인 교육방식에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자유주의 교육방식을 옹호하면서도 약간은 거부감이 든다. 이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키노쿠니학교는 일본 교육개혁의 주인공답다. 아이들은 일반학교 또래보다 성숙하고 독립적이며 자유를 제대로 누릴 줄 안다.
현 교육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부모라면 솔깃한 이야기일 것이다. 자유학교나 대안학교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키노쿠니학교는 일본에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안학교 (간디학교, 두레학교, 무지개학교, 별학교)와도 교류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 책을 번역한 김은산 선생님은 한국니일연구회(현 자율교육연구회) 회장으로서 키노쿠니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키노쿠니학교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부모 자신에게 자유와 교육의 참의미를 알려주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니일이 주장한 ‘자유로운 인간’인가? 아니면 세상이 말하는 ‘일류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