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콘서트 - 엉뚱한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의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경덕 옮김 / 브레인월드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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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레인 콘서트에 다녀왔다.

신비주의로 한층 인기를 끌던 '브레인'이 돌연 대중 앞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몰라도 너무 몰라, 성공이나 행복을 위해 산다는 사람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브레인'을 모르니, 먼저 나설 수 밖에.

 

일본에서 뇌과학자로 널리 알려진 모기 겐이치로가 브레인 콘서트를 열었다.

자, 보여줘! 너의 진짜 모습을......

누구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것이긴 한데 자신의 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의 생각, 감정, 능력을 관장하는 뇌에 대한 궁금증들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우리의 인생과 뇌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고,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멋진 학문이 또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익하면서도 즐겁다. 뇌과학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막상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연구 내용이 적혀 있다면 만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알기 쉽고 재미나게 뇌 이야기를 들려주니 대환영이다.

 

# 언어에 대한 기억 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라이클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비디오를 본 다음에는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뇌가 언어에 관계된 고도의 인식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여유가 필요한 모양이다. (23P)

그러고 보니 왜 내가 영어의 장벽을 못 넘는지를 알 것 같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 때문에 뇌에서 영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영어를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이 부럽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만 하다 보니 막연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만 커졌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기분으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뭘까?  미국인 친구를 사귀나? 좋아하는 미국 배우의 영화를 자막 없이 보나? 영화만 보고 영어를 배웠다는 누군가의 비법이 바로 이런 이유였구나.

역시 사람은 행복해야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보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뇌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높일 수 있다?

세렌디피티란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되는 능력'이나 멋진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인생을 좌우하는 우연한 만남을 지칭할 때 많이 쓰인다. 세렌디피티를 일어나게 하는 뇌의 작용은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통찰력이다. 무의식이 느끼고 있는 것을 의식화해서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메타 인지'의 능력이 세렌디피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124p)

긍정적인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지 루이 파스칼이 한 마디로 정의해 준다.

"행운은 준비하고 있는 정신에 찾아온다."

나의 뇌는 행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주변 탓만 하며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가?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다. 멀리 파랑새만 쫓지 말고, 내 안의 뇌를 알고, 행복을 누리자.

어떤 실험에서 웃는 표정만 지어도 뇌는 즐겁다고 느낀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웃을 일이 없어도 자꾸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행복도 뇌를 알면 보인다.

 

# 우물을 파다가 유전을 발견하는 게 인생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기 이전에 뇌는 이미 준비전위라는 활동을 시작한다. 행동하려는 의식이 생기는 것은 무의식의 과정 속에서 행동의 준비가 시작된 다음의 일이다. 목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일단 행동을 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행동이 행운을 불러온다. (211p)

이 책은 분명 뇌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읽다 보면 자기계발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건 저자가 말했듯이 '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곧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생을 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은 될 것이다. 신비로운 뇌과학이 이 책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온 것 같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실천해 볼 내용들이 많다. 그 동안 무심했던 나의 브레인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브레인 콘서트>를 통해 행복한 브레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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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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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어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내 아이를 낳고나니 그 동안 얼마나 미숙한 아이였는지를 깨달았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나를 키우셨는지 감사와 존경심이 절로 흘러나온다. 육아가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벌써 효녀가 되었을 것이다.

<엄마 학교>, 서형숙 선생님은 육아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읽은 육아서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하고 싶다.

육아에 있어서도 '신토불이'란 생각이 든다. 명성이 자자한 외국 육아서들은 다양한 육아 기술을 알려주지만 정작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 자세에 대한 부분은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서형숙 선생님은 남매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주며 전업 주부가 아닌 전문 주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분이다.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이란 책을 보면서 크게 감동했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분도 있구나,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는 있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솔직히 서형숙 선생님 같은 분들을 보면 부족한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움츠러든다. 하지만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 아줌마니까.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듯이 엄마가 되기 위해서도 엄마 자격증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은 서형숙 선생님이 <엄마 학교>를 열어 만났던 엄마들의 하소연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다.

마치 '엄마에 관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식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만큼 육아에 대해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그 모든 고민들을 말하라고 한다면 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엄마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서형숙 선생님께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엄마에게 잘 안 되고 속상한 일만 이야기하지 말고 잘 해서 기쁜 일도 얘기해달라고 도리어 부탁했단다. 그랬더니 그 엄마도 스스로 노력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생각해내더란다.

그렇다. 엄마가 되었어도 엄마가 되는 일은 배우고 노력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육아서는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식으로 부모에게 화살을 퍼붓는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안다. 당연히 육아의 책임은 부모의 몫이다. 그러나 부모 역시 아이처럼 서툰 부모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엄마 자격증을 얻기 위해 준비할 일은 엄마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형숙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있으면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느껴진다. 엄마들 자신이 스스로를 칭찬하고 즐겁게 살면 아이를 키우는 일도 자연히 행복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무조건 엄하게 대한다고 해서 아이가 바르게 크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가르쳐야만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던데, 그 좋은 칭찬을 엄마 자신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인색할 이유가 무엇인가?

힘들다고 투덜대던 육아가 <엄마 학교> 서형숙 선생님을 만나고 행복한 일상처럼 느껴진다.

건망증이 심한 나를 위해서 늘 곁에 두고 싶은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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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하트 1 잉크하트 시리즈 1
코넬리아 푼케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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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마법이나 환상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보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나 역시 아이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 책 역시 <해리포터>처럼 동심을 지닌 모든 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다.

왜 이 책을 말하는데 <해리포터>를 언급하느냐 하면, 다음의 광고 문구때문이다.

 

독일의 J. K. 롤링이라 불리는 코넬리아 푼케의 야심작!
『해리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환상 판타지!

 

모든 책들은 사람처럼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솔직히 <해리포터>를 능가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란 점은 인정한다. 특히나 주인공인 열 두 살 소녀 메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연약해보이지만 용기있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왠지 내 딸인양 대견하게 느껴진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어른의 문제점은 재미있는 내용에 푹 빠질 수는 있지만 결코 주인공과 동일시 할 만큼 어리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바다 속을 풍덩풍덩 헤엄칠, 수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든다. 갈수록 부정하고 싶지만 상상력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잉크하트>란 책 이름이다. 메기의 아버지 '모'는 오래된 귀한 책들을 제본하는 일을 하지만 실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건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책의 세계가 현실이 되는 능력이다. 정말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어린 시절에는 책에 적힌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못된 악당이나 마녀가 등장하면 무섭고 떨렸던 기억이 난다. 또 신나고 멋진 모험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함께 즐거웠고,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이 좋았다. 아이들의 마음, 동심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상상하는 대로 현실이 되는 힘!

 

마법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은 그것을 상상하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들수록 삭막하고 냉정해지는 어른들에게 판타지 소설은 동심을 일깨워준다. 또한 어린 시절, 밤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해준다. 책은 읽어주는 누군가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이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어서 읽어줘~~'

악당 카프리콘에게 납치된 아버지 모를 구출하기 위해 미심쩍은 더스트핑거과 함께 악당 카프리콘을 찾아간 메기는 드디어 아버지가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된다. 책의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악당들과 맞선 메기와 아버지 모의 환상적인 모험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그 동안 책을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책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판타지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현실을 마법 같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든 힘은 바로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니까.

오랜 만에 판타지 소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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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전기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지음,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 엮음, 이현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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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을 감히 내게 꼽으라 한다면 "평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을 위협하는 재앙은 "평화의 부재"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뭐 내가 미스 코리아대회에 나온 것도 아닌데, "세계 평화"까지 운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평화가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이 분을 통해 배웠기에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바로 이 분의 전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기에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종교적인 입장이 다르다 해도 "평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은 교황의 권위와 업적을 드러내기 보다는 제목 그대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성직자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평범한 전기와 다른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두 사람의 시선으로 엮어진 부분이다.

한 사람은 교황님이 임종할 때까지 40년 간, 곁에서 보좌했고 현재는 추기경인 스타니스와프 지비시다. 어쩌면 이 분 만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본명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윤리학 교수님으로 처음 만났고 그 분에게 사제 서품을 받는다. 그 뒤 스물일곱 살에 카롤 보이티와 대주교의 개인 비서가 된다. 교황의 오랜 순례 여행과 마지막 임종까지 함께 했으니 교황의 일생을 이야기할 적임자다.

또 한 사람은 신문기자로 일했고 50년 간 바티칸을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다. 역시 기자답게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카를 보이티와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고 교황으로 선출되어 어떻게 교황직을 수행했는지를 스타니스와프 지비시의 이야기와 함께 교차하며 부연 설명을 해준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낯설고 불편했는데 점점 읽다 보니 오히려 교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다. 

 

보수주의자라고요?  전통주의자라고요?

그러한 비난은 폴란드에서 온 교황은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교황이 되신 뒤에도 현대적인 감각을 계속 유지하셨습니다. 논증을 해야 할 때도,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사회적 교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 더욱 그랬습니다.  

                                  -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당시 세계와 역사를 지배했던, 소위 말하는 '진리들'을 조금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교황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현대의 인간은 불가피하게 모든 영적인 차원에서 벗어난 미래를 맞을 운명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 세속화의 최종 출구는 필연적으로 종교의 실종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우럽이 영원히 둘로 나누어져 있을 것이고, 그래서 바로 그리스도의 믿음 속에서 싹트게 된 통일의 전통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절대 하지 않았다. ......정치적 국제 외교적 카드와 아직도 분열되어 있는 종교계의 카드들을 가리지 않고 뒤섞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잔 프랑코 스비데르코스키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폴란드에서 역사상 최초의 슬라브 인 교황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교황은 가톨릭이라는 공동의 뿌리 위에 유럽이 정신적 통일을 이루는 일에 몰두했다. 공산권 국가를 비롯하여 전 세계 120개국을 방문한 일은 필연적인 선택이었고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노력이었다. 또한 교황은 스스로를 낮추어 지난 세기에 가톨릭교도들이 저지른 '죄'를 겸허하게 인정했고 종교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하물며 자신을 향해 총을 쏜 암살자까지 찾아가 용서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연설문은 그 분의 삶 그대로를 느끼게 한다.

"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문을 여십시오. ......"

불의와 불신, 분열과 절망 속에 빠진 세상을 향해 평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2005년 4월 2일 여든 네 살의 나이로 선종하는 순간까지, 세계를 향한 사랑의 실천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 서시며,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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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나기업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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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뉘 집 자식인지 똑똑하네~"

2009년 올해로 만 열 여섯 살 소년 '나기업'군이 쓴 책이다. TV에도 소개되었던 모양인데 보지는 못했다. 시골에 살면서 학원이나 학습지 한 번 안 하고도 영어를 잘 하는 아이라니, 누구든 그 방법이 궁금할 것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제목으로 그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만 보고.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영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원래 타고나길 똑똑하니까 혼자서도 잘 하는구나 라고. 생후 10개월에 말을 하기 시작해서 18개월에 한글을 완전히 떼었다고 하니, 흔히들 부러워하는 영재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점은 영재 뒤에는 영재를 키워낸 부모님이 존재한다. 부모님에게는 늦둥이였던 아들이라 아기 때부터 엄마표 교육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아버지 역시 영어 실력이 대단하시고 박학다식한 분이라 가정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배움이 되었다.

기업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텔레비젼 보기였는데 우연히 영화 <토이 스토리>를 비디오로 보면서 본격적인 영어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만화 영화가 한글 자막 없는 비디오여서 엄청 많이 봤다고 한다. 보여지는 장면들은 재미있는데 도대체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단다. 그러다가 한글 자막이 있는 <토이 스토리>를 보니 답답했던 속도 뚫리고 너무도 신기한 경험이었단다.

<토이 스토리> 덕분에 영어가 들리고 영어에 대한 재미도 커진 것이다. 그 뒤로 다양한 영어 비디오도 보고,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실력이 늘게 된 것이다.

본인은 그저 평범한 소년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여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1년 만에 통과해서 겨우 열네 살에 대학교에 입학한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영어로 과제를 제출하는 일도 척척 해내는 것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은 부러움의 연속이다. 똑똑한 아이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입시위주의 답답한 교육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그 모습이 부럽다. 다만 영어 학습 방법이 '영어 비디오, 만화를 보여줘라!'여서 고민스럽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TV를 없앴는데 영어 때문에 다시 TV를 들여 놓기는 망설여진다. 사실 방법만 쫓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군이 영어를 잘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먼저 영어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갖게 하는 일이다.

기업 군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나 가정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적 열의를 지닌 부모님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육적 열의와는 다르다. 사교육에 돈과 정성을 쏟아붓는 여느 학부모들과는 달리 시골이라는 자연 환경에서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면서도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이다.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똑똑한 남의 자식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현명한 부모였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자식을 키우면서 욕심이 독이란 것을 알면서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똑똑한 영재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나중에 보니 그 부모님이 더 훌륭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기업 군에게 쓴 편지를 보니 더욱 그렇다.

"......내가 너와 함께 홈스쿨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상하고 친절한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만, 엄격한 아버지가 되는 일은 참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한밤중에 차가 드문 시골 거리에서 신호동에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사실 속으로는 그냥 건너고 싶어도 네가 옆에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아버지의 심정이란다. 내가 나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아들에게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당당한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마."

일부러 아이에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고 시키기 보다는 부모 먼저 엄격하고 당당하게 사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정말이지, 자식을 키우는 일은 어렵다. 부모님의 소신 대로 멋지게 자신의 길을 개척한 기업 군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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