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곁에 있어서 무디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족, 친구, 익숙한 주변 풍경들.......
그리고 서울!!!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서울을 제대로 몰랐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몰랐다.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알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 책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물과 유적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역사를 알아가는 역사지리 답사기다. 이제껏 무심코 지나쳤던 서울의 구석구석이 역사적 의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듯하다.
서울의 옛 지도를 펼쳐들고 답사를 시작하려면 먼저 지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하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우리에겐 이 책이 있으니까. 작가의 말대로 서울 답사의 목적은 역사지리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 한민족이 살아온 땅 한양이 현재의 서울이 되기까지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미래를 상상해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역사는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이며 현재를 바로 서게 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아도 학창 시절 국사 시간이 별로였던 건 활자에 갇힌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미있다. 유구한 역사가 서울이라는 땅 위에 존재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으니 신기하다. 서울에 한양이 도성이었다는 사실을 배웠으면서도 성곽과 성문이 남아있다는 건 잊고 있었다. 얼마 전 소실된 숭례문을 제외하면 지금 남아 있는 성문은 흥인문, 숙정문, 광희문, 혜화문, 창의문이 있다. 도로 정비 등을 이유로 외로운 섬처럼 성문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하다. 일제 강점기 내내 성곽을 파괴하며 시가지 정비를 하여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인데 서울특별시에서 1967년 발행한 [서울 성곽]을 보면 일본이 성곽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상징물로 봤기 때문에 파괴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오늘날의 우리가 서울을 성곽도시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 나라의 주체성, 정체성은 역사의식을 통해 생겨나는 것인데 일본은 철저히 유물, 유적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얼을 뺏으려 한 것이다. 서울 곳곳에는 우리에게 외면당했던 역사의 증거들이 참 많다. 역사를 모르면 그 소중함을 잊게 된다. 소실된 숭례문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된다. 이제라도 남아있는 유적을 소중히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옛 지도를 보며 서울의 이곳저곳을 거니는 일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우리의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꿈꾸는 서울은 어떤 모습입니까?”
이전에는 화려한 초고층 빌딩과 현대화된 모습을 떠올렸다면 이제는 바뀌었다.
그동안 경제 발전 때문에 철저히 외면당하고 파괴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되살려야 하며, 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의 정기를 가리는 건물들은 이전해야 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앞으로 몇 백 년이 흘러도 성곽도시 한양을 느낄 수 있는 역사도시, 문화도시를 꿈꿔본다.
이 책을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느낄 수 있어 기쁘고, 소중한 우리의 역사를 깨닫게 되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