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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마음대로 - 나를 멋대로 조종하는 발칙한 뇌의 심리학
코델리아 파인 지음, 송정은 옮김 / 공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데 왠지 내 마음대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우리의 심리를 조정하는 '뇌'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실험심리학을 바탕으로 뇌의 심리학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일반인들을 위한 다른 심리학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똑같은 내용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들린다. 바로 이런 것이 뇌가 저지르는 왜곡 현상일 것이다. 왠지 재미있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진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보다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심리학 책이다.
책 표지을 펼치면 저자의 사진이 나온다. 삼십 대로 보이는 젊고 예쁜 여자가 미소짓고 있어서 첫 인상부터 호감이 간다.
"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탁월한 작가", "예리한 유머감각과 지적인 현실감을 갖춘 인지신경과학자"라는 각종 매체의 찬사가 적힌 그녀의 약력이 보인다. 심리학 박사인 코델리아 파인을 처음 본 사람도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나름의 판단을 할 것이다. 우리는 시시각각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며 행동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뇌'에 대해서 얼만큼 알고 있는가? 완벽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바로 우리의 '뇌'는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고, 상상한 것 이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뇌'가 지닌 본성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자만하는 뇌, 감정적인 뇌, 감정적인 뇌, 부도덕한 뇌, 망상하는 뇌, 고집불통인 뇌, 비밀스러운 뇌, 의지박약인 뇌, 편협한 뇌.
하필이면 뇌가 지닌 부정적이고 부족한 부분만을 이야기할까,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심리학 박사로서 권위를 내세우며 말하기보다는 평범하며 실수투성이인 자신을 보여주며 공감을 끌어낸다. 이 책의 집필을 의뢰받은 뒤에 둘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은 임신한 부인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완벽한 계획서를 들이밀며 뿌듯해 한다. 그녀가 설명해주는 여덟 가지 뇌의 특징들은 그녀의 실제 상황과 여러가지 실험 내용을 통해 머리에 쏙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된다.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과 실수 속에는 뇌의 치밀한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생각과 행동의 오류는 자기 자신을 지켜내려는 뇌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완벽한 뇌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완벽한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정의, 도덕, 양심, 선의와 같은 윤리의식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이기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실험심리학(인지신경과학)은 인간의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뇌의 실체를 밝혀냄으로써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능성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