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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이트 - 성지 바티칸에서 벌어지는 비밀 의식
매트 바글리오 지음, 유영희.김양미 옮김 / 북돋움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과연 이 책을 통해 엑소시스트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풀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출간과 더불어 개봉된 영화때문이다. 영화는 원작 내용이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뭔가 섬뜩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전 엑소시즘 영화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고, 알고 있던 엑소시즘과 엑소시스트에 대한 편견을 깬다.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엑소시즘이 아닌 바티칸에서 공개적으로 엑소시스트 교육을 받게 된 신부님의 경험담과 더불어 엑소시스트로 활동하는 신부님들과 심리학과 정신과적인 설명을 통해 엑소시즘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쉰두 살의 게리 신부는 안식년을 맞아 엑소시스트가 되기 위해 로마에 가게 된다. 그 역시 처음에는 엑소시즘에 대한 상식이 일반인들이 아는 정도였다. 실제로 성직 생활을 하면서 악마들린 사람을 만난 경우가 없었고, 영화에서 본 엑소시즘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데 주교님을 통해 엑소시스트가 되기 위한 교육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하게 된다. 신부가 되기 전에 장례사업 일을 한 적이 있었고, 성직자가 된 것도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한 신앙적인 사명에 따른 것이라서 엑소시즘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의도는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엑소시즘을 올바르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신앙에 대한 길을 모색하게 만든다. 신의 존재를 믿듯이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고 악마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돕는지 엑소시즘을 통해 말해주는 것 같다. 교회에서 말하는 엑소시즘은 성경에 이미 잘 나와있다. 신약성서에 보면 예수님이 악마들린 사람에게 말씀으로 악마를 쫓는 장면이 나온다. 교리서에는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개적이고 권위를 갖춰 사람 또는 물건이 악마의 힘으로부터 보호받고 악마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때 요청하는 것이 바로 엑소시즘이다 ...... 엑소시즘은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교회에서 맡기신 영적 권한을 통해 악마를 축출하고 악마에게 홀린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111p)라고 정의한다. 교회에서 인정하는 엑소시즘은 심각한 형태일 경우는 반드시 교구 주교의 허가 아래 신부만이 행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 설명이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가톨릭교회에 관한 내용인데 인용된 성경구절이 직역한 것인지 다른 성경을 옮긴 것인지는 몰라도, 원래 성경과 다르게 번역되어 있다. 전문적인 용어나 특수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단순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일개 독자로서 좀 애매한 부분에 대한 소감이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아마도 영화 속 엑소시즘을 떠올리며 뭔가 자극적인 내용을 기대했을 수도 있어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엑소시즘이 영화와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르미네 신부의 견습생이 되어 실제 본 엑소시즘은 왠지 허탈하기까지하다. 정말 악마에 홀린 사람인지, 단순히 몸이 불편한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하품이나 약간의 구토, 침흘림, 두통증세 등...... 그러다가 거의 영화와 흡사한 경우를 보게 된다. 온순했던 눈빛이 섬뜩해지면서 악마의 목소리로 변한 사람이 기도나 성수에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만약 영화였다면 엑소시즘을 통해 극적으로 치유되거나 뭔가 소름돋는 악마의 소행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강력한 악마에게 홀린 경우라도 당사자가 힘들어하면 마무리를 짓는다. 엑소시즘은 한 번에 해결되는 의식이 아니다. 악마들린 사람이 스스로 이겨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신앙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기도와 성사, 신앙적인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엑소시즘을 받아야 악마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짧게는 몇 번의 엑소시즘으로 해결되지만 어떤 경우는 10년 넘게 엑소시즘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들이 엑소시즘을 영화처럼 바라보는 이유도 실제 현실에서 악마의 존재를 의식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신부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대다수의 경우도 악마에게 억눌려서 일상이 조금 불편한 정도의 증상을 보인다.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저 몸의 이상증세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다. 다만 심각한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부분을 엑소시즘을 통해 치유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엑소시즘을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자와 의사들이 진단하는 해리성인격장애가 흡사 악마에 홀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엑소시즘을 원한다고 해도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나서 엑소시즘을 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엑소시즘은 영적의식이다. 이 책을 통해서 영화처럼 인간의 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가상의 악마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악마를 보게 될 것이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악마를 믿는 것이 아니라 신을 믿는다면 엑소시즘은 신을 향한 구원의 기도다. 믿거나 말거나 신앙은 각자의 선택이다. 또한 이 책을 소설로 볼 것인지, 종교의식에 관한 실화로 볼 것인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라이트>는 엑소시즘에 관한 신앙적이며 학문적인 접근이다. 흥미와 재미를 원한다면 영화를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