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이 매하고 우는 이유 맹앤앵 그림책 13
폴린 팽송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박정연 옮김 / 맹앤앵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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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우리 아이에게 설명해주면서 과연 아이가 제대로 이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발전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의 생존마저도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근래 일본 대지진은 정말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실감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양들이 매 하고 우는 이유>는 무척 심오한 책이다.

양치기 리암은 어느날 한 마리의 양이 전기 울타리에 감전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양이 리암의 집에 들어와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양이 말한다는 자체도 놀랍지만 그 양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깜짝 놀랄 비밀이다.  그동안 전기 울타리에 감전된 양은 간혹 있었지만 56번 양처럼 말하는 양은 처음이다. 아주 오래 전 지구에는 인간보다 앞선 양들의 문명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인간만큼이나 발전된 문명이었는데 갑자기 '양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바람에 대부분 양의 선조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 남은 양들은 기존의 문명을 버리고 자연으로 귀환하게 되는데 그 때 한 편의 시를 후손에게 남긴다.


“매번 우둔한 정신으로 사용하면  기술은 하찮은 것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마세요.  특히 어린이의 눈을 간직하세요.“
― 시 ‘자연으로의 대 귀환’

그런데 자연으로 돌아간 양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언어마저 잊어버려서 시도 잊게 된다. 단지 시의 첫 글자인 '매'만을 기억하고 항상 '매'하고 우는 것이란다. 

사실 이 책이 말하려는 의도를 아이가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들을 보면서 우리 인간도 똑같아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거창한 인류 문명까지는 아니라도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아이에게 원자력의 위험성까지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정말 양이 '매'하고 우는 이유가 그 시의 첫 글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리로 지구를 살리려고 애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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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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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PAPER>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일 것이다.

페이퍼가 세상에 나온지 벌써 15년이 되었단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는 게 새삼 놀랍다.

페이퍼를 펼치면 늘 발행인 김원 님의 <이달에 쓰는 편지>가 있었는데 바로 그 글들과 틈틈이 찍은 사진, 그리고 손글씨를 모아 엮은 책이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란다.

역시 좋은 건 세월이 흘러도 좋다. 좋은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고 좋은 거다. 그는 자신의 취미를 술마시기와 낮잠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나의 취미는 수다와 책읽기다. 누군가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가 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그 다음날 푹 낮잠 자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취미가 다른 듯 닮은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취미는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다.

책의 제목이 된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문장은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앤디가 레드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희망은 좋은 거라고.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일지도.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고. 감옥에 갇혔다는 건 비단 물리적 감옥만이 아닐 것 같다. 사람들 중에는 얼마든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도 자기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경우가 있다.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라는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사는 것이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김원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삶이 즐겁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반성이나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후회는 있지만삶은 언제나 밝아보인다. 비관주의자를 좋아하는 낙천주의자답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즐겁고 함께 술을 마시면 더 즐겁고 그 다음날 낮잠을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인생이 뭐 별 건가. 맞다. 좋은 책이 뭐 별 건가. 그렇다. 읽으면서 몇 번씩 고개 끄떡이며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이 통하면 되는 거지. 읽다보니 새삼 친구의 편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따스하고 편안해진다. 왠지 답장을 써야할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친구에게 손편지를 써 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취미가 편지쓰기라고 해도 좋을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즐겨 썼다. 그런데 왜 안 쓰게 된 거지? 모르겠다. 차분히 앉아서 편지를 쓰는 시간, 그만큼의 여유가 없어졌나보다.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는 특별한 책은 아니지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지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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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로 보는 우리역사 숨은그림찾기로 보는 시리즈
전지은 지음, 김재일 그림 / 예림당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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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어른들 중에는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이 가장 싫었다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 이유인즉슨 암기를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어디 역사가 암기를 한다고 해서 되는 공부던가. 역사적인 사건을 외우고, 연도를 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익히고 역사의식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을까?

<숨은 그림찾기로 보는 우리역사>는 우리 둘째를 위해 구입한 책이다. 역사가 어렵다거나 싫다는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재미있는 역사책을 찾았는데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인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 대한민국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역사적 지식을 익히기 전에 각각의 시대를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그림 속 숨은 그림을 찾도록 되어있다. 책을 받자마자 둘째 아이뿐 아니라 큰 애까지 숨은 그림찾기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재미있게 숨은 그림을 찾다보면 그림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고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왜 산 꼭대기에서 제사를 지내요?

이건 무슨 전쟁이에요?

그림 다음 장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의 궁금증을 풀어줄 시대별 설명이 나와 있다. 시대별로 핵심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림이나 사진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함께 읽어만 봐도 역사 공부가 된다. 부모 입장에서도 역사는 가르쳐준다는 마음보다는 함께 알아간다는 마음이 더 크다. 부분적인 역사적 지식보다 전체적인 역사 흐름을 파악하기에 그림이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숨은 그림을 찾으면서 재미있게 책을 보면 저절로 역사가 보이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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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개구리
줄리엣 케피스 지음, 황선종 옮김 / 효리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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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로 나온 것을 보고 냉큼 구입한 책이다.

CD 두 장 정도 크기의 길쭉한 책 모양이 매우 개성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은 사이즈의 책이 마음에 든다.

바로 책장을 넘기면 새까맣고 동그란 것이 꼬리를 달고 있는 올챙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올챙이 시절부터 스마일 웃고 있다.

제목이 유쾌한 개구리다. 흔히 청개구리를 떠올리면 말 안 듣는 말썽쟁이 이미지인데 이 책에서는 시종일관 유쾌발랄한 개구리가 등장하여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드디어 첫 장에는 수풀 속에 젤리처럼 모여 있는 개구리알이 나온다. 물고기가 나타나 알들을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려서 네 개의 알만 남는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네 개의 개구리알은 점점 커지고 꼬리가 생격 올챙이가 된다. 뒷다리 두 개 쏙, 앞다리 두 개 쏙 나오고 꼬리는 점점 짧아져서 드디어 어른 개구리가 된다. 네 마리의 개구리가 퐁당 퐁당 헤엄치며 놀고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기, 달팽이 찾기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노는데 갑자기 해오라기들이 다가와서 후다닥 도망간다. 해오라기의 눈을 피해 개구리들은 연꽃잎 밑에 숨는다. 개구리를 찾지 못한 해오라기가 떠나고 개구리들은 신이 나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돈다. 그러다가 손을 놓쳐 엉덩방아를 찧는다. 헤헤! 하하! 하하하! 히히!

그 때 거북이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하지만 거북이보다 더 빠른 개구리들은 금세 사라진다. 어디로 갔을까? 거북이 등 위에 있으니 아무리 찾아도 개구리가 안 보이자 약이 오른 거북이가 씩씩거린다. 재밌게 놀고 나서 배가 고파진 개구리들은 잠자리 알과 물풀을 맛있게 먹는다. 여름 내내 개골개골 노래를 부르며 놀던 개구리들은 겨울이 오면 따뜻한 땅 속으로 들어가 꽃 피는 봄이 올 때까지 겨울잠을 잔다.

개구리의 삶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유쾌한 모습의 개구리가 등장하여 보는 사람도 저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책이다. 네 마리의 개구리들이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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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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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使者), 바로 츠나구에 관한 이야기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상상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는 소설이다. 흔히 죽은 사람과 만난다고 하면 심령술과 같이 영매를 통한 교접을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실제로 죽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오래 전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보여준 죽은 자와의 만남보다는 더 진지한 느낌이 든다.

보름달이 뜨는 밤, 호텔 방에서 단 둘이 만나는데 살아 생전과 똑같은 모습이라서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츠나구를 통해 죽은 사람을 만날 때에는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 입장에서도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에 츠나구가 만남을 의뢰했을 때 죽은 자가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은 자가 한 번 거절한 사람은 죽은 자 입장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아이돌 스타를 만나고 싶어하는 여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장남, 교통사고로 죽은 단짝을 만나려는 여고생,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실종된 약혼녀를 기다리다 츠나구를 찾아온 남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죽은 사람을 만나려는 네 사람을 보면서 문득 '나라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만약에 먼 훗날 츠나구에게 부탁할 수 있다면 아마도 어머니를 찾지 않을까. 무뚝뚝하고 성격이 유별난 장남이 어머니를 만날 때는 괜시리 눈물이 났다. 그리 슬픈 내용도 아닌데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올리니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랬나보다. 죽음을 경계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은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물론 아이돌 스타를 만난 여자와 단짝을 만난 여고생은 좀 특별한 경우다. 일생에 한 번의 기회를 사용할 만큼 절박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츠나구의 존재는 전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츠나구를 통해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죽음의 세계가 어떠한지는 알 수가 없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그 사람과의 깊은 인연때문이 아닐까. 죽음은 그 인연을 끊는 사건인데 그것을 잠깐이지만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순리를 거스리는 일 같다. 삶과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인간에게 츠나구는 인간 그 이상의 힘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읽는 내내 츠나구의 정체가 궁금했다.

책 마지막에 츠나구의 정체가 드러난다. 처음부터 고등학생의 어린 소년이 츠나구로 등장해서 소설 속 의뢰인만큼이나 이상하다고 여겼다. 츠나구가 꼭 나이 든 사람이란 법은 없지만 처음 츠나구의 존재를 상상했을 때 소년의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은 츠나구라는 존재보다는 츠나구를 필요로 하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츠나구를 설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츠나구가 만나게 해주는 죽은 자는 생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유령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처럼 육체를 갖추고 나타난다는 점이 신기하다. 

작가는 츠나구에 관한 수많은 궁금증을 속 시원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츠나구는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준을 넘어선다고 봐야 할까. 왠지 세상 어딘가에 츠나구가 존재할 것만 같다. 정말 간절히 바라면 츠나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건 지금의 내가 츠나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닫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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