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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ㅣ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평점 :
아이의 역사 공부를 어떻게 시킬까를 고민하다가 역사만화를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다. 여러 종류의 역사만화를 일일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피터 히스토리아>는 뭔가 다르다.
피터라는 불멸의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토리는 다른 학습만화에서도 흔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처럼 역사와 함께 긴 여행을 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시작된 그 곳에서 열세 살 소년 피터가 살고 있다. 우리가 배워온 역사가 승자 혹은 지배자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었다면 이 책의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소년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어느날 우르크의 왕이 침략하여 소년의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노예로 끌고 간다. 도대체 왜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일까? 나라가 무엇이고, 법이 무엇이길래 소수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일까? 소년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아무도 그 질문에 답해주지 못한다. 결국 소년은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하여 세상이 답을 줄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세상을 여행하기로 한다.
불멸의 소년 피터 히스토리아.
세상 곳곳을 다니다보니 이름도 페테루에서 페트로스, 피에르, 피오트르, 피터로 바뀌지만 스스로 히스토리아, 역사의 산 증인이 된다. 역사 시간여행 중간에 <피터의 역사 비밀수첩>은 피터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간략한 역사수업같다.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한다. 1권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예루살렘 여행이다.
세상에 기적이 있을까?
소년은 2700년 동안 단 한번도 괴물이나 요정, 신이 일으킨 것 같은 기적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신 중에서 어느 신이 소년을 이 끝없는 여행에서 구원해줄까?
예루살렘에 도착한 소년은 유일신을 믿는 유태인들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를 구세주라고 떠드는 예수라는 아저씨는 페테루를 자신의 첫번째 제자로 삼는다면서 이름을 유태인식으로 베드로라고 지어준다. 하지만 유태인들이 믿는 전지전능한 유일신은 자신의 민족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다른 수많은 민족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반대로 유태인들이 이러한 선민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민족에게 박해받고 배척받는 주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잔혹한 죽임을 당해야 하는 거지?'라고 묻는다. 이스라엘에는 예수라는 이름이 흔했던 모양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에서 온 예수였고, 그 모습을 함께 본 예수 아저씨는 누구라도 저 십자가에 매달릴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저 사람이 매달린 것은 우연이라고 말한다. 종교적인 부분은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역사적 시각은 다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피터는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 여행을 하면서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요한 건 소수의 약자들이라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난 안드레아는 거짓으로 가득찬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건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세상은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고, 어떤 사람들은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확실하다고 우기며 세상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연 과학을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기계들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그 전보다 나아진 것일까?
1권은 갈릴레이가 살았던 시기로 끝이 난다. 과학이 인류발전에 놀라운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문제점은 무엇일까?
피터만큼이나 읽는 이들도 수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역사만화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