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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비스트......
딸을 둔 부모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동성범죄자와 사이코패스......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괴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두 가지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딸을 둔 부모의 심정과 인간 존엄성에 관한 객관적인 시각.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화가 나서 '내가 왜 이 책을 읽으려고 했나?'라는 후회를 했다.
그리고 점점 읽을수록 너무 심오한 주제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또한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이 돋았다.
누가 인간의 죄를 심판할 수 있는가?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괴물에게도 인간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하는가?
정당한 살인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왜 인간으로 태어나 괴물로 변했을까?
그들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말 그들은 괴물, 아니 악마다.
인간의 모든 행복과 희망, 기쁨, 즐거움이라는 삶의 힘을 앗아가는 악마다.
결국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내용이다.
여기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냥 A , B, C로 얘기하겠다.
A는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소녀들을 상대로 끔찍한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다.
B는 A에 의해서 살해당한 딸의 아버지이며, A를 죽인 살인자다.
C는 어느날 충동적으로 십대 아이들 앞에서 옷을 벗고 애국가를 부른 남자다.
책을 읽고 있는 우리는 명확하게 세 명을 구분할 수 있다. A는 죽어야 마땅한 나쁜 놈이고 B는 영웅이다. 그리고 C는 애매하다. 정신적으로 충동을 억제 못하는 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딱히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않았지만 혐오감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겉모습으로 그들을 구분할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줘서 A와 B 혹은 C와 B를 바꿔서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똑같은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변호하여 가벼운 형량만 받게 만들기도 하고, 성범죄자를 죽인 남자를 변호하기도 한다. 변호사, 판사 그리고 배심원들의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하물며 평범한 우리들도 늘 정의로울 수는 없다.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짓밟힌다면?
간혹 어떤 범죄자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스웨덴처럼 사형제도가 폐지된 경우에는 그런 범죄자조차 법의 보호를 받으며 버젓이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을 응징하려는 누군가가 또다른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정말 너무 어려운 문제다. 그냥 A만 등장해서 마지막에 A를 처단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힘들게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감정과 이성이 함께 고문 당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