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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 호마레 1호점 - 아흔네 살 행복한 이발사 할머니가 들려주는 일과 인생에 관한 지혜
가토 스가 지음, 김대환 옮김 / 링거스그룹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꿈 목록 중에는 책을 한 권 쓰는 것이 있다. 글을 잘 써서 작가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열심히 인생을 잘 살아서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다. 화려한 픽션에 비해 소박하지만, 진실한 논픽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한 권의 책'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연륜이 부족하여 이 꿈은 잠시 보류 중이다.
<바바 호마레 1호점>은 바로 내가 꿈 꾸는 한 권의 책이다. 80년 간 현역 이발사로 일해 온 아흔네 살 할머니의 이야기.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한 직업을 정년 퇴직도 없이 자그만치 80년 간 일해왔다는 것이 놀랍다. 열다섯 살 때 긴자에 있는 이발소에 수업생으로 들어갔는데 여자는 할머니 혼자였다고 한다. 남존여비 시대였고 여성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만큼 차별이 심했지만 오로지 근면성실함으로 노력해서 이발사 국가시험에 당당히 합격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일'밖에 없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간단한게 아니에요. 확실히 힘든 것인지도 모르죠. 그리고 힘든 것이니까 도망치기는 쉬워요. 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냈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에는 인내를 가지고 해내겠다는 각오가 중요해요. 힘들다고 도망쳐서 편한 길을 선택하면 결국은 더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되죠.
힘들다고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해요. 힘든 일을 이겨낸 만큼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64-65p)
'바바 호마레'는 1953년 개점한 세 평 반에, 이발의자가 두 개뿐인 작은 가게다. 남편을 여의고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이발소를 차린 것이다. 이후에 둘째딸이 이발사가 되어 가게를 차리면서 자연스레 할머니 이발소가 1호점이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둘째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래서 할머니는 '최고의 효도는 하루라도 부모보다 오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고단한 삶을 살아왔으니 세상에 대해 불평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나는 아무리 괴로워도 남에게 불평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늘 혼자 꾹 참고 말죠. 불평을 하고 싶어지면 '내가 지닌 덕을 깎아 먹으면 아깝지'하고 생각한답니다."(242p), "벽에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슬픔도 괴로움도 자기 것이 됩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힘든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는지 운을 탓하기도 하죠. 하지만 벽에 부딪치는 횟수가 많을수록 인간은 큰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단련되는 것이죠." (215p)라고 말한다.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살다보니 정말 멋진 인생이 된 것 같다. 긍정의 힘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따스하고 진실한 충고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것.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익히는 것.
자신을 꾸준히 단련하는 것.
물건이나 돈보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의 재산을 남기는 것.
'덕분입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는 것.
그리고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켜서는 안 된다는 것.
가토 스가 할머니의 94년 인생 자체가 값진 삶의 교훈이다. 누가 감히 할머니 앞에서 인생을 논할 수 있겠는가. 행복을 위해서 일찌감치 은퇴하겠다는 사람들이나 세상 살기 힘들다고 쉽게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평생 포기하지 않고 일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누군가의 덥수록해진 머리를 단정하게 이발했을 할머니의 모습이 궁금하다. 더 이상 할머니를 만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이 한 권의 책으로 할머니의 자리를 대신해야 될 것 같다.
"감사합니다. 가토 스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