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날 -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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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마음에 듭니다. 꽃필날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살자는 뜻이겠지요. 활짝 핀 꽃을 보고싶은 마음에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기다려봅니다. 저자가 누구인가 봤더니 제가 즐겨읽던 잡지 『좋은생각』의 편집인이자 부사장인 분이네요. 왠지 이 책의 느낌이 좋은생각과 닮았구나 싶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좋은 사람을 생각하면 뭐든 좋았던 일만 줄줄이 기억납니다. 나쁜 사람을 생각하면 뭐든 나빴던 일만 줄줄이 기억납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항상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요.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항상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런데도 좋은 사람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부터 번지고 마음이 환해집니다. 나쁜 사람을 생각하면 얼굴이 굳고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 잘 생각해봐. 그렇게 단정 지을 건 아니잖아. 그리 나쁘진 않았잖아. 함께 웃고 좋았던 날도 많았잖아. 지나갔으니 되돌릴 수도 없잖아. 이제는 괜찮아졌잖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때는 어렸지만 지금은 늠름해졌잖아. 오늘과 내일까지 아프게 하지는 마. 좋은 기억만 해 봐. 마음 부자로 사니까 좋잖아."

세상에 좋고 나쁨은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있다. - 셰익스피어   (198-199p)

마음이 참 어수선한 요즘이었습니다. 생각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않아 속상했습니다. 의기소침해지고 울적했습니다. 그럴 때는 자꾸 안좋은 생각만 듭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섭섭하기도 하고, 저 사람은 왜 이리 나를 힘들게 하는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살맛이 영 안 납니다. 살맛은 어떤 맛일까요?  만약 꽃들이 기분 나쁘다고 안 피고, 속상하다고 안 핀다면 어떻게 될까요? 꽃들은 비가 와도 바람이 거세고 불어도 때가 되면 꽃을 피워냅니다. 살맛이란 그저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기쁘게 꽃을 피워내는 꽃의 마음이 아닐까요?

괜히 엄살부리고 투정부린 것 같아 무안해집니다. 항상 나한테만 안 좋은 일이 생긴다거나 기분이 울적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생각이란 녀석을 잘 붙들지 않으면 금세 이리저리 말썽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꽃필날>을 읽다보니 말썽부리던 생각이 잠시 고분고분해진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지만 좋은 글을 읽다보면 생각도 철이 드나 봅니다. 되도록이면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매번 하는 다짐인데 자꾸 잊어버립니다. 잘 살기 위해서 뭔가 새롭고 특별한 일을 하기 보다는 그저 이미 했던 다짐을 잊지 않고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힘들고 속상한 일들은 빨리빨리 잊어버려야겠지요. 더 많이 웃고, 더 뜨겁게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우리 삶에 꽃필날이겠지요?  꽃필날을 읽으며 마음까지 활짝 핀 느낌입니다.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다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꽃이 지고 꽃씨를 날려줄 시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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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예쁜 아이 말이 거친 아이 -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 아이 언어습관
공규택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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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유치원생인 작은 녀석 입에서 요즘들어 "짜증 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마다 계속 짜증 난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나무라긴 했는데 걱정이 된다. 원래 말을 예쁘게 잘하던 아이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이가 하는 말을 신경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돌아보게 된다. 아, 이럴 수가. 범인은 나로구나.

더 늦기 전에 아이의 언어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말이 예쁜 아이 말이 거친 아이>를 읽게 되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얘기, 그러니까 지금 우리 아이가 어떤 말을 하느냐가 미래의 모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예쁜 말을 하면 얼굴도 예뻐진다는 어른들 말씀이 백 번 옳다. 예의바르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 정말 예쁘단 생각이 절로 든다. 반면 얼굴은 참 예쁜데 욕설과 비속어를 내뱉는 아이를 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 예전에 어떤 여자 앵커가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에이씨~"하고 중얼거린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흔히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할 책임이 있는 공인이었기에 문제가 된 것이다. 말 한마디의 실수로 인해 원래의 좋은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진다. 필요할 때만 예쁘게 말을 꾸밀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평상시에 하던 말씨가 무의식중에 튀어나온다. 그래서 언어습관이 무서운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굳이 이런 뉴스가 아니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심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무심하다. 나부터도 뭐라고 나무랄 수도 없고 모른체 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라면 어떨까?  충격적인 사실은 청소년들에게 욕설이 친구 간의 친밀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까지 오염되었다는 의미다. 결국 이러한 사회 현상도 어른들의 책임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거창하게 사회개혁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부모가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하면 된다. 아이들이 아무리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가정교육이 탄탄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모가 알아야 할 우리말 예절과 잘 몰랐던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르쳐준다. 상황별로 알기 쉽게 우리말 공부를 할 수 있다. 책 중간마다 "우리말 부스러기"라고 해서 우리말에 관한 토막지식이 나와 있고, 부록으로 가족과 친지 간에 사용되는 호칭어와 지칭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쁜 우리말 100가지가 나와 있다. 다소 낯선 우리말들이 많지만 앞으로 열심히 좋은 우리말을 사용해야겠다. 부모가 먼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가정교육일 것이다.

"알라차,좋은 말씨를 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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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해 - 같이 있어서 더 행복한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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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감동받은 적이 있나요? 

네가 있어 행복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감동받은 적이 있나요?

네, 이 책은 사진만으로도 감동을 줍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물 사이에 우정이란 감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사실 우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것이지만 종을 초월한 유대감 혹은 호감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만이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해왔다면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좋은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동물들끼리는 어떻게 소통을 할까요? 우리는 알 수 없는 동물들만의 언어가 있겠지요?  서로 모습이 달라도, 심하게는 천적인 동물끼리 소통하고 서로를 보살필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자가 말한 '좋은 기분'이란 제게는 '평화로움'이라고 느껴집니다.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 간의 경계를 짓는 동물들도 특별한 상황에서는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만이 지나친 탐욕과 이기심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요?  인간은 동물과 달리 더 특별하고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을 보면서 부끄러워집니다. 특히 2003년 인도에서 전해져 오는 표범과 암소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마을로 내려온 표범이 들에 묶여 있는 암소에게 다가갑니다. 그런데 잡아먹기는커녕 소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문질러댑니다. 암소도 표범의 머리부터 목, 몸을 혀로 핥아줍니다. 매일 밤, 소는 혀로 표범을 정성껏 목욕시켜주는 것입니다. 표범은 밤새 함께 있다가 해 뜨기 전에 돌아갑니다. 처음에는 표범을 경계하던 마을 사람들도 더 이상 표범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표범이 멧돼지, 원숭이, 자칼을 처치해준 덕분에 농작물 피해도 줄었답니다. 표범에게 소는 엄마처럼 보듬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였기 때문에 사냥본능을 억누를 수 있던 겁니다.

그리고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고릴라 코코는 수화를 할 정도로 지능이 높아서 감정표현과 대화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코코가 아기 고양이 '알볼'을 자기 새끼처럼 애지중지 돌봤는데 알볼이 우리를 탈출하여 교통사고가 나면서 둘의 관계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코코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 못지않게 슬퍼했다고 합니다. 이후에 다른 고양이를 만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며 슬픔을 극복했다니 참 다행입니다.   내용과 사진이 어디선가 본듯하다 했는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우리는 친구』였습니다. 동화는 고릴라와 고양이의 우정을 보여주는 따뜻한 결말입니다.

"네가 있어 행복해." 만약 동물들이 말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서로 달라도 사랑하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동물들에게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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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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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첫돌을 맞이한 아가를 위한 선물로 좋을 것 같다. 참 예쁜 그림책이다.

책표지를 넘기면 "첫돌을 맞이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아가  _______에게"라고 아가의 이름을 적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책 내용도 아기가 막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해서 처음으로 미소 짓는 순간, 까꿍하며 노는 순간, 까르르 소리내어 웃는 순간, 앙금앙금 기어가는 순간, 처음으로 이가 난 순간, 처음으로 책을 보는 순간, "엄마!"하고 처음으로 말하던 순간, 아슬아슬 처음으로 걸음마를 하던 순간, 아장아장 걷다가 처음으로 넘어지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첫돌을 맞이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마치 아기의 성장일기를 보는 것 같다.  첫 아이가 태어날 때의 감동이란,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야!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이 말 속에 전부 포함되어 있다.

그림 속 아기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그림책 속에도 아기를 안아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그런 아기, 동생을 보는 첫째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동생이 생겼다는 기쁨보다는 속상함이 더 클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첫돌을 맞이한 아기지만 동생이 생긴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도 아기였을 때가 있었으니까. 우리 아이도 자신이 아기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면 새삼 놀랍다는 반응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때의 모습이지만 책 속의 아기를 보니 문득 앨범을 들춰보게 된다.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아기 때는 사랑한다는 말도 수십 번씩 해주고 안아줬는데 지금은 컸다고 소홀해진 것 같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아이에게도 늘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해!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라는 말처럼 행복한 말이 또 있을까. 동생이 태어나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뺏긴 것이 아니라 사랑이 더 커졌다는 것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줘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처음 만났던 순간의 감동 그대로 지금도 사랑해줘야겠다. 아기를 키울 때는 처음으로 느끼는 감동이 참 많다. 그림마다 새록새록 그 순간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이 책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맙고 기쁘고 사랑스러운, 모든 아기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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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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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니라면 무척 고된 삶일 것 같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글 한 줄 적는 일, 편지 한 장 적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엄청난 분량의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볼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창작이란 작품 속에서 작가의 전지전능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작가만의 세계, 소설가의 삶과 그들의 글쓰기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가보지 못한 길이라  더욱 궁금하다.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되었던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작가 17인의 창작 노트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김경욱,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광,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윤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

좀 난해하다. 열일곱 명의 작가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이 좋을 줄 알았는데 너무 급하게 만났다가 헤어진 것만 같아 뭔가 허전하다. 작가 입장에서도 자신의 창작론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작품을 쓰는지, 자신만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등등.

김훈 작가님은 오십 넘은 나이에 소설가가 된 분이라 그런지 자신은 이야기꾼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작가는 인생을 알고 글을 쓰는 분이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을 쓰는 이가 진정한 작가다. 원래 소설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타고났다는 표현이 마치 아무런 노력없이도 저절로 된 듯한 느낌 때문인 것 같다.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들인데도 매 작품을 쓸 때마다 쉽게 쓰는 것은 아닌가보다.

몇몇 작가의 창작론은 잘 모르겠다.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고 자꾸 머릿속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김훈 작가님의 이야기가 가장 쉽게 이해된다.  "......'창작론'을 쓰는 일은 소설 쓰기보다 어렵고 지겹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나에게 아무런 '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단어와 단어들을 겨우 잇대어가면서 그 희뿌연 시공을 기어서 건너가는 꼴이다. 삶은 늘 느낌의 절박함으로서 나에게 다가온다. 그 절박함은 몸과 마음의 절박함인데, 그것을 글고 들이밀자면 말의 모호성에 부딪힌다. 그래서 내 글쓰기란 그 절박함과 모호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파행인 것이다. "(88p)

억지로 만드는 건 서로 피곤한 일이다. 어쩌면 그냥 창작한 결과를 보는 것에 만족했어야 되는 건 아닌지. 어떻게 창작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과제를 수행하느라 힘들었을 작가님들에게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저는 작품들마다 다양하고 달라야 재미있지, 비슷한 집들을 짓는다면 굳이 이십 년 삼십 년 소설 쓸 게 뭐가 있나? 똑같이 배추농사를 짓지만, 이런 농사들은 해마다 다릅니다. 작품들마다 문체와 부위기가 똑같아서 몇 줄만 봐도 이것이 누구의 작품인지 표가 나는 그런 소설을 계속 써나갈 바에는 바로 지금이라도 대관령으로 농사를 지으러 올라가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182p)

이순원 작가님의 말처럼 작가의 삶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그려낸 많은 인물들의 삶을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 같다. 남들에게는 수고로운 창작의 시간들이 소설가에게는 숙명이며 기쁨일 것이다. 아주 어렴풋이 공감해본다.

스스로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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