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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상점의 비밀 ㅣ 일공일삼 81
이서연 지음, 서한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아시스 상점의 비밀>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의 마음을 본 것 같아요.
주인공 '솝이'는 발레를 좋아하는 소녀예요. 채원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는데 지금은 채원이에게 그 역할을 뺏겼지요. 발레 선생님도 채원이만 예뻐하시는 것 같고, '솝이'에게는 스트레칭 안 했다고 야단을 치시네요. '솝이'도 발레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스트레칭을 자꾸만 잊어버려요. 식이조절도 해야하는데 맛있는 간식의 유혹을 참을 수가 없네요. 정말정말 '솝이'를 힘들게 하는 건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클라라 역을 채원이에게 뺏길 것 같다는 거예요. 채원이는 발레뿐 아니라 공부, 미술, 글짓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발레 하나 정도는 '솝이'에게 양보해도 좋을 것 같은데 연습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너무 얄미운 거예요.
우리 딸도 한창 발레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서툴지만 발레 공연을 하고나서 더욱 관심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하늘하늘 예쁜 발레복을 입고 사뿐사뿐 발레를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푹 빠질 정도로 매력적이긴 해요. 아마도 발레를 하는 동안은 예쁜 발레복을 입고 공주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발레리나의 꿈을 접었지만 이야기 속 '솝이'를 보면서 문득 딸아이가 떠올라 웃음이 났어요. 오아시스 상점에 걸려있는 반짝반짝 발레복이 입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도, 거울 속 솝이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전부 이해가 되네요.
저도 어릴 적에 숙제하기가 싫다거나 뭔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될 때는 나랑 똑같은 누군가가 뿅 하고 나타나서 대신해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솝이는 채원이처럼 잘하고 싶어서 거울 속 솝이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주게 되고 진짜 솝이는 거울 속에 갇히게 돼요. 거울 속 솝이는 진짜 솝이를 대신해서 발레 주인공이 되고 시험도 올백점을 받아요. 거울 속 솝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지요. 자신과 똑같은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뭔가 잘 하고 있다면 좋을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요?
솝이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거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이들은 숙제가 하기 싫어서 자꾸 미루고,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끔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뒹굴거리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지요. 하지만 정말 솝이처럼 거울에 갇힌다면 좋을까요?
세상에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발레리나를 꿈꾸면서 자꾸만 간식을 먹는 솝이, 시험을 잘 보고 싶지만 공부는 하기 싫은 솝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냥 저절로 잘 되기를 바라는 면이 있어요. 어쩌면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가끔은 그런 행운을 꿈꿀 때가 있어요.
하지만 '거울 속의 나'가 현실에 나타나서 진짜 '나'는 사라진다면 너무나 무서울 것 같아요. 솝이는 거울 속에 갇힌 동안 인생의 중요한 비밀을 깨닫게 돼요. 진짜 '나'로 산다는 것, 힘들고 귀찮아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말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아이의 마음뿐 아니라 아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비밀을 얻을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