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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잘 산다는 건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의 세가지 실수>에는 세 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주인공 고빈드 그리고 이샨과 오미.
어떻게 전혀 다른 성격의 세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세 명의 친구라는 조합 자체가 인생의 놀라운 반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빈드는 고등학생 때 수학 100점을 받은 후로 수학 과외를 하며 겨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이샨은 국립군사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있다. 한 때는 크리켓 선수가 될 뻔했던 친구다. 오미는 평상시에는 별 의욕이 없는 친구라서 가끔 바보 같이 보일 때가 있다. 다만 오미가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보여줄 때는 종교적인 문제가 거론될 때다. 오미의 아버지가 힌두교 승려라서 그렇다.
대략 봐도 젊은 백수들이다. 그런데 고빈드가 사업가적인 수완을 발휘하여 두 친구와 가게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빈드를 응원했다. 사업을 하려면 고빈드처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한 푼이라도 아끼고, 좀더 넓은 가게로 옮기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고빈드에 비해서 이샨과 오미는 게을러보인다. 이들 세 친구에게 나타난 알리는 겨우 열두 살 소년이다. 가히 천재적인 반사신경을 가진 알리는 크리켓 경기에서 어떤 공이라도 칠 수 있지만 허약해서 네 번 이상을 칠 수 없다. 이샨은 알리를 보자마자 최고의 크리켓 선수로 키우고 싶어한다.
주인공 고빈드는 도대체 어떤 세가지 실수를 저질렀기에 죽을 결심을 한 것일까?
인생에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면 누구라도 죽고 싶을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은아니지만, 고비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실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려는 고빈드에게 공감하면서도 결국에는 이샨과 오미라는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건가보다.
살다보면 겪게 되는 불행한 사건들 앞에서 '왜?'라는 질문은 불필요한 것 같다. 아무도 답할 수 없으니까. 고빈드는 불가지론자니까 종교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샨과 오미를 통해 설명해준다. 고빈드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수를 저질렀고 그 결과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인도 작가 체탄 바갓은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에 두었다는 걸 프롤로그에서 알려준다. 작가에게 온 이메일에는 죽기를 결심한 남자의 고백이 적혀 있다. 한 문장을 적을 때마다 수면제를 먹는다는 이 남자 때문에 작가는 멀리 그가 살고 있는 아메다바드로 가게 된다.
인도라는 나라에 아메다바드라는 도시. 그 곳에 사는 세 친구의 인생이야기.
특별하거나 엄청 재미있는 줄거리가 아닌데도 점점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신기하다. 그건 인생의 실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한 순간의 망설임 혹은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일들이 우리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겠지만 희망은 있다는 것. 역시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