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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 세상을 바꿀 한 청년의 도전과 성장의 기록
김성한 지음 / 넥서스BOOKS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김성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를 알지 못했다.
그는 9살에 미국으로 간 이후 뉴욕 롱아일랜드 이스트우즈 스쿨을 수석졸업했고, 프랑스 시앙스포 학부 대한민국 남성 최초 입학, 영국 LSE와 북경대 복수 석사과정 합격, 옥스포드대 외교학 석사 합격한 엄청난 이력의 소유자다.
만약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책 표지에 나열된 그의 이력만 봤다면 더더욱 그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26살 청년이 털어놓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이며 스스로 찍는 인생의 쉼표이기도 하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가 왜 우리에게 인생의 쉼표를 이야기하는지는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책을 읽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쉼표를 가르쳐줄까,라는 의문이 든다. 엄청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김성한이라는 사람은 성공적인 롤모델로 보일 수 있다. 조기유학으로 성공한 인재라는 건 확실하다. 영어, 불어, 중국어, 한국어까지 4개국어를 할 줄 알고, 대한민국 라크로스 국가대표팀 주장을 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과 운동실력을 갖췄고, 뉴욕 주 오케스트라 최연소 첼리스트였으니까. 그의 도전과 열정은 주변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다기 보다는 완벽주의 노력형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물론 그가 미국에 간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던 아이큐 결과를 보면 천재인지도 모른다. 천재적 두뇌를 지니고도 엄청난 노력을 했으니 그의 이력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무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나아갔고, 글로벌 인재로서 당당히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된 그는 왜 지금 쉼표를 찍으려 하는 걸까? 그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모든 것을 스스로 잘 해왔지만 내면적으로는 한없이 여린 아이였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가 겪는 심적 고통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라고만 했기 때문에 병을 키우게 된 것이다. 심각한 공황장애를 7년째 앓고 있으면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혼자 참고 버텨낸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다행히 위기의 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치유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는 무조건 더 빨리, 더 높이 오르는 것만이 최선인 줄 알았고, 쉬지 않고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배웠던 것이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김성한이란 사람이 열심히 달려온 모습에 박수를 치며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인생의 쉼표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쉬지 않고 달리면 주변을 볼 수가 없다. 잠시 멈춰서 쉬어 간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황장애로 죽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얼마나 혼자서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프다. 간혹 뉴스를 통해 청소년 자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모로서 정말 자녀의 행복을 바란다면 그가 말하는 인생의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여전히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이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성공은 저 높이,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