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반란 -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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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반란>은 충격이다.

지금까지 부모로서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언젠가부터 영재교육이라고 해서 조기교육의 열풍이 일었다. 교육열 높은 대한민국 부모로서 내 아이를 영재로 만들 수 있다는데 외면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 여러가지 놀이를 해주면서 학습하는 일이 특별할 것이 없는 요즘이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늘 학습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놀이는 아이에게 어떤 면이 좋은 것인지, 어떤 면을 발달시킬 수 있는지를 따져가며 결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근래에는 인터넷카페에서 엄마들이 학습교재나 교구 등을 공구하고 육아, 교육정보를 공유한다. 독서교육을 위해 책을 사서 읽어주고, 교구를 구입해서 놀아준다. 열심히 놀아주고 아이를 위해 신경쓰는 엄마들의 노력은 그만한 성과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고 엄마 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점점 자신의 개성이 생기면서 더 이상 엄마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 시기가 온다. 아이의 인생 전체를 부모가 계획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은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인가? 아니면 놀아주는 척 하는 부모인가?

놀이는 순수한 재미와 즐거움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부모들은 나 역시도, 놀이를 통해 학습하고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애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정작 아이에게는 지루한 학습의 연장이었다면?  중요한 건 아이들은 누구나 뛰어놀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냥 심심하니까, 노는 게 재미있으니까. 어른들이 볼 때는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가 아무 소용없는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정해진 운동을 하라고, 좀더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놀이 속에는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놀아주는 것과 아빠가 놀아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정적이면서 감정적인 엄마의 놀이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활동적이면서 이성적인 아빠의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알아서 놀아주고 가르치니까 아빠가 놀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아이를 위해 체험학습장이나 박물관 등을 함께 가는 것을 놀아준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학습을 위한 놀이가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놀아주는 것이 진정한 놀이인 것이다. 대부분은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 때문에 부모가 먼저 규칙을 정하거나 주도해서 놀이를 이끌어 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야단맞는 경우가 생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와 놀아주려고 했는데 아이가 제멋대로 하니까 못 노는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사실 엄마들 사이에는 입소문으로 좋다는 교구를 들였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집 아이는 이 교구로 놀면서 쉽게 학습적인 능력이 생겼다는데 왜 우리 애는 안 되는 건지 답답해 한다.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자칫 아이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그 다음 문제는 어떻게 놀아주느냐를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빠가 놀아주는 것이다. 늘 아이들 곁에서 챙겨주고 신경쓰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노는 일을 힘들게 생각한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동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예전처럼 집 앞에만 나가면 언제든지 놀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아이의 첫번째 친구는 엄마, 아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놀아줘야 한다. 억지로 놀아주는 것, 학습을 위해 놀아주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재미있게 놀아주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소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보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을 더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제대로 놀 줄 안다는 건 인생의 즐거움을 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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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리스트 - 연재물을 쓰는 작가
데이비드 고든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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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리스트. 연재물을 쓰는 작가.

사형을 코앞에 둔 연쇄살인범이 포르노작가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포르노를 써달라고. 대신 그 보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선생이 삼류 글쟁이인 게 다 이유가 있다고. 젠장,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좀 자세히 묘사하는 걸 배우란 말이야.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어? 내가 현실이야. 날 묘사해보라고.

문학을 하고 싶어? 내 자신이 문학이지. 선생은 내게 감사해야 할걸?"   (380p)

 

시작부터 뭔가 흥미롭다.

포르노작가의 이름은 해리 블로흐. 사실 그는 포르노만 쓰는 작가는 아니다. 어머니 이름을 필명으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판타지소설도 쓰고 있다. 나름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지만 절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런 해리에게 연쇄살인범의 제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써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살면서 교도소에 갈 일이 몇 번이 있을까. 자신의 죄를 지어서 가든지 혹은 면회를 가든지. 해리가 연쇄살인범 대리언을 만나러 가기까지 긴장을 묘사한 부분은 십분 이해가 된다. 평범한 일반인에게 연쇄살인범은 인간이 아닌 악마로 상상이 되니까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좀 두렵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포르노작가 해리 역시 반전인물이다. 왠지 포르노소설을 쓰는 사람은 타락했을 것만 같고, 변태스런 사람일 거라고 상상할 테지만 그는 우습게도 한 여자만 사랑하다가 최근에 헤어진 상태다.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싸구려소설을 쓰고 있지만 작가로서의 순수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이나 겉모습만 봐서는 정말 글만 쓸 것같은 평범한 소심남이 해리 블로흐다. 오죽하면 과외를 하면서 인연이 된 여학생 클레어보다 어리숙해서 클레어가 해리의 업무를 도와줄 정도다. 클레어는 아직 어린 여학생이지만 해리의 매니저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야무진 소녀다. 만약 이 소설에서 클레어가 없었다면 해리는?

아무리 해리가 주인공이라지만 영 미덥지 않다.

흔히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면 주인공이 좀더 매력적이고 똑똑한데, 이 소설은 여러모로 예상을 뒤엎는다.

 

해리가 대리언을 위한 책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리언에게 살해당한 피해여성의 가족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해리는 대리언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교도소를 찾아간 해리는 그 곳에서 대리언의 변호사 플로스키, 그리고 변호사의 비서 테렌스를 만나게 된다. 약간 괴팍스럽고 성깔 있어보이는 플로스키와는 달리 젊고 매력적인 테렌스는 마침 해리가 쓴 뱀파이어소설을 읽고 있다. 그것도 테렌스가 좋아하는 작가라면서. 하필이면 마음에 드는 여성은 이런 장소,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것인지. 소심남 해리에게 테렌스는 미션임파서블.

대리언이 해리에게 요구한 것은 각지에서 온 팬레터 중에서 자신을 숭배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포르노를 쓰라는 것. 그때문에 해리는 여러 명의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 연쇄살인범을 숭배하고 그를 자신의 연인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악마숭배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중요한 건 어떤 상상과 생각도 그들의 자유란 사실이다. 세상을 믿지 못하고 진실한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본능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 볼 뿐이다. 따지고보면 연쇄살인범도 태어날 때는 여리고 작은 아기가 아니었나. 대리언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은 창녀인 엄마의 방치와 어른들의 학대가 있었다. 누군가 좀더 빨리 대리언을 수렁에서 구해줬다면 어땠을까. 연쇄살인범이라는 괴물이 되지 않았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불행이 사회적 비극으로 나타날 때까지는 아무도 그를 잡지 못한다는 현실 앞에 침묵해야 할까.

 

자, 여기서부터 해리에게 위기가 닥친다. 대리언의 팬인 여성들은 노골적으로 해리를 유혹한다. 다행히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무사히 인터뷰를 마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해리가 여성들을 만나고 난 뒤에 그 여성들이 차례대로 끔찍하게 살해된 것이다. 도대체 누굴까?  살해현장은 마치 대리언의 범죄와 판박이처럼 똑같다.  하지만 대리언은 감옥에 수감 중이고, 해리는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라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대리언의 심부름을 하다가 꼼짝없이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 해리는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까?  해답은 대리언의 주변인물을 주의깊게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연쇄살인범과 포르노작가.

그들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꺼려하는 기피 대상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나 포르노소설은 궁금해 할까?  단순한 호기심?  금지된 것들에 대한 숨겨진 욕망?  어쩌면 모든 범죄는 삐뚤어진 욕망의 결과일 것이다.

데이비드 고든. <시리얼리스트>의 작가야말로 해리의 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독자들에겐 그저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여겨지겠지만 정말 데이비드 고든이 바라는 건 작가로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리얼리스트>가 데뷔작이라고 하니,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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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드라이버의 자동차 아는 여자
정은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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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운전면허를 땄더라? 햇수를 헤아리다가 깜짝 놀랐다. 벌써 20년이 다 됐네.

학교공부도 10년이 지나면 가물가물한데 자동차라고 해서 다를 게 있겠나. 운전이야 할수록 실력이 늘겠지만 운전 경력과 자동차 관련지식은 완전 별개 문제다. 다행히 자동차에 특별한 고장이 없고, 무사고 운전자라면 굳이 자동차에 대해 더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여기는 대다수 운전자의 생각이 아닐까.

사람들 중에는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가 자동차에 대해 뭘 알아?"

"여자가 집에서 빨래나 하지, 뭐하러 차 끌고 나와!"

오죽하면 '김여사'라는 유행어가 생겨났을까. 그만큼 여성운전자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실제 도로에서 보면 남성운전자 중에도 무개념운전으로 주변 사람의 혈압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동 켜고 악셀만 밟는다고 운전이 아니라 기본적인 운전 매너를 지킬 줄 아는 베스트 드라이버는 남녀를 구분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부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아무리 여성운전자를 무시하는 상대를 만나도 제대로 된 지식만 있다면 절대로 기죽을 필요가 없다. 여성운전자가 아니더라도 모르면 '도로 위의 약자'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 아는 여자>는 여성운전자뿐 아니라 초보 운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상식의 필요성을 느껴서 스스로 자동차 공부를 했다고 한다. 누군가 이렇다더라는 식의 동냥식 정보가 아니라 제대로 정리된 자동차 정보라는 점에서 운전자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운전면허만 따고 나면 더이상 공부하기 싫다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모르면 어렵게 느끼듯이 자동차도 관심이 없으면 어렵다는 편견때문에 아예 손을 놔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한꺼번에 전부 배우겠다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될 것 같다. 책 자체도 가볍고 부담없는 사이즈라서 좋은 것 같다.

자동차 내부와 외부구조뿐 아니라 정비상식까지 그동안 몰랐던 내용들이 많다. 모르는 상태에서 정비를 맡기는 것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맡기는 것이 훨씬 좋다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어렵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읽는 노력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운전 이외에도 알아야 할 자동차 상식이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느낀 것 같다. 또 생각만큼 어려운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자동차 구입을 하게 되더라도 구체적으로 내게 맞는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솔직히 한 권의 책으로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는 만큼 더 당당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

무조건 여성운전자라고 무시하는 인간말종은 제외하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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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 - 2 - 우리가 가장 아프게 빛나던 시절 학교 2013 2
안재경 지음, 이현주.고정원 극본 / 북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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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3>에는 결말이 없다. 굳이 결말을 원한다면 2학년 2반 아이들의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저 다양한 꿈들이 "진행 중"이다.

햇병아리 교사 인재가 담임을 맡는다고 뭐가 대단히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인재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처럼 될 수는 없으니까. 현실적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스승의 모습을 찾기란 너무나 힘드니까. 그나마 인재의 노력은 가상했다. 부모도 힘들고 지치면 자신의 아이들을 포기하는 세상인데 자신이 담임을 맡았다고 해서 그 손을 놓지 않는다는 건 대단한 어려운 일이다. 요즘은 교권 추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생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반항하고 선생을 우습게 여긴다. 어쩌다가 학교와 선생의 위치가 이렇게 추락한 것인지 개탄스러울 때가 있다.

학원의 유명강사였던 세찬이 인재로 인해 변하는 모습은 다소 드라마적인 면이 강하다. 원래 드라마에서 원하는 해피엔딩을 위해 필수요소처럼 느껴진다. 냉철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더 현실적이니까. 세찬이 교사를 그만두고 강사가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세찬의 변화를 납득하게 만든다.

과거의 학교에도 분명 약간의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는 있었다.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불우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도 있었다. 현재의 학교가 더 절망적이라거나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이 발전하는 시대에 왜 학교만은 제자리 걸음, 아니 퇴행하느냐 것이다. 근래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살이 유행처럼 번진다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않고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없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민기엄마가 보여준 지독한 사랑을 누가 탓할 것인가. 성적을 위해 불법적인 일도 서슴치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당당한 부모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 자신이 대단한 양심을 지녀서가 아니다. 잘 살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단 한가지라고 주장하는 이 사회가 싫을 뿐이다.

올바르게 사는 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남들보다 앞서는 법을 알려주는 부모.

부모의 말만 잘 들으면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모.

그 부모에게 현실은 어떤 모습이기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가.

청소년을 위한 <학교2013>이 정작 그들에게는 위로와 도움이 되었을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라는 말 한마디 정도의 위로, '너만의 꿈을 찾아봐!'라는 정도의 조언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는 청소년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가 꼭 봐야 할 내용인지도 모른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안다.'고 자만할 것이 아니라, '이 길만이 최고다.'라고 단정지을 게 아니라 내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네 마음은 어떠니?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부모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팍팍한 세상에 내 아이를 위해서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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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 - 1 - 우리가 가장 아프게 빛나던 시절 학교 2013 1
안재경 지음, 이현주.고정원 극본 / 북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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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 2013>가 방영될 때는 한 번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책으로 만나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청소년드라마, 아이들이 주인공인데 어쩐지 읽는 내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책 표지에 보이는 두 남학생은 고남순과 박흥수다.

기간제 교사로 2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된 정인재는 의욕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만 돌아오는 건 아이들의 콧방귀다.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시를 읽게 하는 인재의 문학수업은 시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반면 2반 공동담임을 맡은 강세찬은 유명 인기강사답게 시험에 필요한 핵심만 알려주고, 절대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승리고 2학년 2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볍고 즐거운 내용을 기대했다면 대단히 실망할 만한 이야기다. 정말 현실에 존재할만한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벌어질 만한 일들을 보여주니까. 학교폭력, 왕따, 성적지상주의, 꿈이 없는 아이들. 솔직히 현실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모른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내 아이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할 수도 없다. 정말 모르기 때문에.

드라마로 봤다면 멋진 주인공들 때문에 <학교2013>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잠시 잊었을 것 같다. 오히려 책으로 만나니까 그 아이들의 고민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서울대를 가기 위해 공부하는 하경이와 엄마를 위해 공부하는 민기, 공부에는 전혀 관심없지만 그냥 학교를 다니는 남순이와 친구들을 괴롭히는 정호와 이경, 지훈까지 각자의 짐을 떠안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공부 잘하는 아이와 노는 아이로 구분지어 보일 뿐이다. 그래서 쉽게 아이들을 포기하고 아이들 또한 포기를 먼저 배운다. '난 안 돼.' 혹은 '난 할 수 없어.'라고.

오직 인재만이 그냥 선생이 아닌 스승이 되려고 애쓴다. '아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라고.

버거운 현실에서 도망치고 벗어나려는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는 인재의 노력이 냉정한 세찬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인다. 진심은 통하는 것일까.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학교에서 남순은 전혀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반 회장이 되고 흥수가 전학을 오면서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날라리 불량학생 정호와의 피할 수 없는 싸움 속에서 정호의 아픔을 보게 된다.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 누가 손을 내밀 것인가. 요즘은 부모조차 자신의 아이들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학교가 그 아이들을 품어줄 수 있을까. 분명 어딘가에는 정인재와 같은 선생님이 존재할 거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학교라는 공간이 과연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인재의 역할은 미약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강력하게 이끌어 줄 만한 힘이 없는 기간제 교사다. 그런데도 그녀가 보여준 사랑과 관심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이다. 모두가 구제불능, 수포자라고 외면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놓지 않았으니까. 그 부분이 <학교2013>에서 볼 수 있는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다.

그 외에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실상을 보여줄 뿐이다. 학부모의 뜻에 따라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나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이나 답답한 심정은 똑같다. 불쌍하다. 한창 신나게 꿈을 꾸고 도전해야 할 청소년기가 이토록 암담하다는 것이.

1권을 읽고나서 부록으로 함께 온 포토북을 펼쳐보니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하경이와 민기, 남순이와 흥수, 정호와 이경, 지훈, 그리고 인재와 세찬.

<학교2013>은 드라마나 소설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부모로서 현실을 직시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내 아이만은 아닐거야.'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이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내 아이들을 지켜주고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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