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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디비전 1 ㅣ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자, 지금부터 당신의 상상이 곧 인류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당신의 나이는 75세, 심각한 질환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 당신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라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상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늙기 전에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스개 소리로 대표적인 거짓말 중에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이 있다.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었으니 죽어야겠다고 엄살을 떠는 것이지, 정말 죽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사람이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은 있겠지만 정말 죽기 위해 사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불치의 병으로 인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노인에게 건강한 몸으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과연 거절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노인의 전쟁>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휴먼 디비전>이 다소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첫 장에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줄거리가 나와 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어야 <휴먼 디비전>을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도대체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마치 영화 <스타트랙>처럼 다양한 외계종족과 함께 우주선을 탄 느낌이랄까.
<휴먼 디비전>은 <노인의 전쟁>에 등장했던 존 페리의 입대 동기 해리 윌슨 중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해리 윌슨은 지구에서 노인의 삶을 마감하고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한다. 우주개척방위군은 75세 이상만 지원이 가능하며 지구에서는 사망자로 처리된다. 우주 기지에서 최첨단 유전공학 기술로 초인적 능력을 갖춘 젊은 신체를 갖게 되며 인공혈액 때문에 초록색 피부를 지니게 된다. 어찌보면 외계 종족과 맞서 싸우기 위한 인간병기로 이용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뇌도우미를 통해 엄청난 정보를 단숨에 분석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는 굉장히 강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영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군인 신분으로 우주 전투에 투입되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척방위군이 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헐크처럼 천하무적인 줄 알다가 점점 인간병기로 취급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노인의 전쟁>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지구는 우주에 외계종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이들과 우주로 나가 개척하려는 개척연맹으로 나뉜다. 개척연맹은 지구로부터 개척방위군 병사와 개척 이주민을 제공받아 우주의 여러 행성들까지 영역을 넓혀가다가 점점 지구와 대립되는 상황이 된다. 개척연맹은 지구인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군인이나 개척민이 되어야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지구를 정치적으로 지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지구인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인류가 조직한 개척연맹이 도리어 지구를 식민지처럼 취급하면서 지구와 개척연맹의 우호관계가 깨진 것이다. <휴먼 디비전>에서는 지구와 개척연맹 그리고 외계종족 연합 콘클라베로 나뉘어진 우주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리 윌슨 중위는 우주선의 기술고문 자격이지만 셜록 홈즈처럼 여러가지 사건과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해나가는 역할이다. 이토록 똑똑한 인물이 한낱 기술고문으로 일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어찌됐건 아무리 어려운 임무도 놀라운 추리력으로 분석해가는 윌슨의 활약이 <휴먼 디비전>의 매력인 것 같다.
콘클라베 영역과 인류 영역이 만나는 구역의 태양계들에서 우주선 십여 척이 사라지는 사건을 놓고 인류와 외계종족 간에 심각한 외교 마찰이 빚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대사를 파견하는 내용이 나온다. 윌슨의 활약으로 우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 해결되고 우주의 평화는 유지된다. 하지만 1권의 내용은 겨우 전쟁 상황을 막은 것이다. 지구와 개척연맹 그리고 콘클라베의 평화는 언제든 깨질 변수가 존재한다. 정치적 이권 다툼......드넓은 우주에서 전쟁이라니, 어쩌면 이런 상상조차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정말 흥미진진한 미래 이야기 덕분에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