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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입니다
설기문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제가 살면서 조금이나마 철이 들었다면 그건 가족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의 입장으로 살 때는 부모님이 잘 해주시는 것보다는 서운한 것에 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모 입장이 되고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두루 다독이기가 참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큰 애에게 좀더 신경쓰면 작은 애가 섭섭해 하고, 작은 애에게 신경쓰면 큰 애가 서운해 하고...... 부모 마음은 똑같이 사랑한다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사랑이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족입니다>라는 책은 요즘의 제 마음과 같아서, 정말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가족입니다."
어느 순간 제 꿈도, 삶의 이유도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중한 가족에게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줄 때가 있다는 겁니다. 내뱉고 후회하는 수많은 말들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바꾸고 싶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이 책은 상담심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상담을 통해 만났던 가족 이야기를, 마치 일기장에 적어내려가듯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하라고 충고하거나 조언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들어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혀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할 때가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우리 가족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과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다가 이랬으면 좋겠고, 저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여진 말에 귀기울이게 됩니다.
"누가 뭐라 하든 내 맘대로 살아보세요.
가끔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내 맘과 몸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가득히 충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내 뜻대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112)
내가 행복해야 가족에게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불행하고 괴로우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불똥이 튈 때가 있습니다. 모든 걸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일지라도 가끔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가깝다는 건 마음을 나누기에 가까운 것이지, 함부로 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스스로 사랑이 넘칠 수 있도록 내 몸과 마음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측은지심, 가족이 지켜야 할 첫번째 덕목입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불쌍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용서하지 못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115p)
주변을 보면,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힘이 되는 건 아닌가봅니다. 너무나 심한 상처를 주고, 서로에게 등을 돌린 가족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상처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가족이고, 사랑인지를 깨달아야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면 자비와 용서라는 방법으로 가족을 대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가족 간의 다툼이 생기는 것은 내 맘에 안 든다고 자기 입장만을 내세울 때인 것 같습니다. 내 아이, 내 배우자, 내 친구와 이웃들을 바라볼 때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만약 비난하고 나무라기보다는 측은하고 불쌍한 마음으로 다독였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제가 가족 간의 대화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방적인 비난과 야유, 잔소리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제 말 한 마디가 가족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은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 부족한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