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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의 도서관 - 일본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ㅣ 픽션 라이브러리 3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야마모토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북스마니아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갑자기 벌거벗은 임금님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만약 어린 시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평범한 어른이라면 당연히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세상에나, 팬티만 걸친 배불뚝이 아저씨라니.... 물론 왕관을 쓰고 있으니 그나마 임금님의 정체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주 몹쓸 코스프레로 생각할 것 같다.
이것은 야마가미 모모 씨가 요모야마 시에 위치한 시모마치 별관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다.
모모 씨는 요모야마 시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마을을 떠났고, 부모님도 일찍 세상을 떠나셔서 요모야마 시에 다시 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1년 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한 모모 씨에게 시청 복지과에서 편지가 날아온다. 아버지의 누나인 안즈라는 고모가 있는데 친척은 모모 씨뿐이라서 돌봐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의 편지다. 마흔도 넘은 모모 씨는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터라 고모의 병문안을 위해 요모야마를 찾게 된다. 도서관 사서 일을 구하게 되면서 고모 집에서 머물게 된다.
그녀가 일하는 시모마치 별관 도서관은 오래된 도서관이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처음으로 출근한 날, 도서관 2층에서 모모 씨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만난다.
이제까지 사서가 자주 바뀐 이유는 바로 벌거벗은 임금님의 깜짝등장 때문이었다. 모모 씨는 다행히 소리를 지른다거나 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거벗은 임금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아오타 사나에 짱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그림책 속에 나온 것은 그 궁금증 때문인 것 같다고.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온 주인공들이 원한 것은 자신의 그림책을 읽었던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림책 속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듯이 그림책 속 주인공들도 책을 읽는 누군가의 삶을 궁금해 한다?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상상이다.
아이들은 수많은 책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한 권의 책이 있게 마련이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그 특별함이 그림책에 놀라운 마법을 걸었다면?
마법 같은 일이 모모 씨에게 벌어진 이유는 뭘까? 어른이 되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동심이 아닐까 싶다. 믿지 않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환상의 세계~
아이들만 보는 그림책이 어른들에게도 모모 씨와 같은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지 않을까?
마흔이 넘은 나이에 혼자 살고 있는 모모 씨에게 책은 유일한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이 주는 위안과 즐거움. 불쑥 나타난 벌거벗은 임금님이나 늑대 로보, 아마노자쿠, 귀신, 마녀까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기절초풍할 존재들이지만 모모 씨에게는 정다운 친구가 된다. 냉정해보였던 안즈 고모도 모모 씨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지만 결국은 떠나고, 정들었던 그림책 속 주인공들도 사라지면서 외톨이가 된 모모 씨.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은 그동안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모모 씨가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온 것처럼 놀라운 일이다. 세상에 혼자라고 느끼는 건 자신의 마음을 닫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모모 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모 씨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