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씨, 국가는 누구인가요? 눈이깊은아이 철학을 말하다 1
신철희.권은미 지음, 이일선 그림 / 눈이깊은아이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얘들아, 이름은 들어봤니? 마키아벨리씨!"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 시리즈 중 한 권이에요. 그 첫번째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니콜로 마키아벨리랍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이 사람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요?
그는 16세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사상가예요. 그가 쓴 <군주론>으로 더 유명하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군주론>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독하고 강력한 군주를 떠올릴거예요.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나폴레옹, 아돌프 히틀러부터 마하트마 간디까지 이 책을 봤다고 하니 우리도 꼭 알아야 할 책이라는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과연 <군주론>은 흉악한 독재자를 위한 책일까요?

만약 이 책이 마키아벨리에 대해 줄줄이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아이들은 몇 장 넘기지도 않고 덮어버렸을 거예요. 그만큼 <군주론>은 쉽지 않은 내용이에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준우라는 친구가 등장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준우의 눈길을 끈 한 권의 책은 <내가 만난 군주론>이에요. 책에 그려진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게 되지요. 책 속의 인물은 바로 마키아벨리, 사람들은 그를 '악마, 닉 영감!'이라고도 불러요. 어느새 준우는 닉 영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사실 준우는 교실에서 반장 창수에게 벌점 스티커를 받고 엄청 기분이 나빴어요. 닉 영감이 말하는 강력한 군주처럼 창수는 스티커라는 강한 힘을 마구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불만을 토로하던 준우에게 창수는 "그럼 네가 반장하던가!"라고 말하죠. 그래서 준우가 반장 역할을 하게 되지요. 장난치는 아이, 떠드는 아이, 숙제 안 해온 아이, 규칙을 어긴 아이들에게 벌점 스티커를 주는 거지요.

과연 준우는 반장 역할을 잘해낼까요?

준우는 수시로 도서관 책 속 닉 영감을 찾아가 '위대한 군주가 되는 법'을 배우게 돼요. 하지만 닉 영감의 말대로라면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준우는 혼자 '위대한 군주'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위대한 군주는 강해야 한다. 강한 사람만이 이탈리아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창수도 위대한 군주인 걸까? 우리 반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걸까?' (64p)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고 허용한다는 정치사상을 가리키는 말을 '마키아벨리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을 '마키아벨리스트'라고 하지요." (75p)

마키아벨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준우에게 닉 영감은 그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잘못 받아들여서 생긴 거라고 말하네요.

준우는 현실과 닉 영감이 살던 과거 세계을 오가면서 진정한 지도자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체험하게 돼요. 결국 준우는 창수에게 벌점 스티커를 돌려주면서 반장 역할을 넘겨줘요. 그리고 벌점 스티커 대신 칭찬 스티커를 제안하지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군주론>이지만 준우와 닉 영감 덕분에 어린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국가와 사회, 지도자와 국민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바이, 나른함 - 무기력의 악순환을 끊어줄 수면의 법칙
스가와라 요헤이 지음, 전경아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술과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것일까?

단순히 몸에 안좋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미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그만큼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당장 사는 데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을 소홀히 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프고나서야 뒤늦게 건강을 챙기면서 살 걸, 하는 후회를 하는 것 같다.

근래 피로와 함께 몸 여기저기 이상신호가 오고 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건강 상태다.

왜 잠을 자고나도 피곤한 걸까?

피로, 나른함, 무기력 등등......

겨우 이 정도로 엄살을 부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매일 피로한 상태라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굿바이, 나른함>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면서 건강을 위한 수면법을 알려준다. 잠을 푹 잤는데도 늘 피곤하다거나 무기력하고 짜증난다면 자신의 수면 습관을 살펴봐야 한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수면의 법칙이 담겨있다.

"일어나서 4시간 이내에 빛을 보고

6시간 후에 눈을 감고

11시간 후에 자세를 바로 하라."

이것이 무기력의 악순환을 끊고, 나른함과 작별을 고하게 하며, 의욕이 일어나게 하는 수면의 법칙이다. (180p)

굉장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건강 정보가 늘 그렇듯이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 뿐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수면 법칙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수면 법칙을 알아야 한다. 주말에 몰아 자는 것이 왜 더 피곤한지, 잠깐을 자도 피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 수면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핸드폰 배경화면을 수면의 법칙이 담긴 글귀로 바꾸었다. 매일 핸드폰 볼 때마다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활기한 오늘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작가는 소설 첫 부분에 한강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투명인간을 등장시킨 것일까?

그 투명인간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투명인간 '나'는 헬멧에 고글과 마스크, 버프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로 마포대교를 건너는 중이다. 다리 중간쯤에서 나이가 쉰살은 넘어 보이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이름 석자가 떠오른다. '김만수'

<투명인간>을 읽다보면 한 집안의 할아버지부터 시작하여 아들, 손주까지 4대를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처음에 등장한 투명인간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고 만다. 투명인간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바로 그 김만수의 집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만수 할아버지 김용식씨는 부잣집 삼대독자였으나 독립운동에 앞장섰다는 죄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살기 위해 온 식구를 데리고 야반도주를 한다. 그리하여 살게 된 곳이 개운리라는 산골동네다.

해방 이후 어렵던 시절에 인적 드문 산골에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는 잘 몰라도 만수네 가족들을 보면 가난이 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박식한 선비 타입의 할아버지와 무식한 농사꾼 타입의 아버지는 서로 원수지간 같다. 아무리 힘들고 가난해도 육남매가 있으니까 그럭저럭 행복한 삶이 아닌가.

그런데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도대체 만수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가족을 위한 희생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마지막 벼랑 끝에 내몰리고서야 그는 부르짖는다. 투명인간이 김만수를 발견한 그 곳.

똑똑한 맏형 백수의 삶이나 영악한 동생 석수의 삶이나 바보같은 만수의 삶이나 모두모두 가슴이 아프다. 개운리 산골에서 자식 키우랴, 살림하고 농사 지으랴 고생만 했던 만수 엄마나 트럭운전수에게 시집간 큰딸 금희나 야무졌던 둘째딸 명희나 막내딸 옥희까지 여자들의 일생은 또 어떠한가.

- 우리 할아버지가 젊을 때 빚을 져서는 증조할머니하고

할머니, 아버지 데리고 밤중에 도망쳐가지고 내 고향 개운리 산골짜기로 들어오셨다구만.

그래서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결혼해서 우리 육남매를 낳았지.

우리 할아버지가 빚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으면 나도 세상에 없었을 거야.

나는 빚 때문에 태어난 거라고, 어떨 때는 빚도 고마운 거야.- (302p)

만수가 한 말이다. 세상에 만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는 투명인간이 맞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거다.

<투명인간>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만수네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거물급 정치인들이나 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티끌같고 먼지 같은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존재가 미약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처음 투명인간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슈퍼 히어로처럼 뭔가 놀라운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활약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작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작가의 말>을 통해 털어놓는다. 현실의 쓰나미라고,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투명인간 그리고 만수가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 것뿐이다. 우리는 다만 고개를 돌린 채 살아온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긴 한숨이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박광수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광수생각>을 즐겨 봤던 기억이 난다.

담백한 그림과 감성을 자극하는 짧은 글 때문에 좋았던 것 같다.

만화가 박광수라는 사람을 나는 잘 모른다. <광수생각>을 즐겨 보긴 했어도 항상 광수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사랑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 사랑은 사과입니다.

처음 우리가 사과를 깎을 때 우리들은 얼마나 정성을 들입니까.

하지만 사과도 그렇듯이 사랑은 신경써서 돌보지 않으면 금새 변색되어 처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과처럼......-

위의 글은 과거 광수생각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랑은 사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껍질을 깎은 사과의 색이 변했다고 해서 사과가 배로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사랑이 사과라면 깎은지 오래되어 변색된 사과도 처음처럼 봐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사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과를 바라보는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광수생각> 중에서 유독 이 사과에 비유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현재 그는 사랑을 이렇게 말한다.

- 그 사람이 웃으며 내게 물었습니다.

"깨뜨릴까? 깨뜨리지 말까?"

계란이야 어찌되었든,

우리의 사랑은 깨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을 보면서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에도 좋고 느낌도 좋다. 책 표지는 하늘빛을 닮은 파스텔톤으로 소녀의 일기장과 닮아있다.

이번 책에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담겨 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나 보다. 누구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뭉클해지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그런데 왜 가슴으로 전해지는 감동이 없는걸까.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짧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 그림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사과였다. 광수생각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여전히 예쁘고 따뜻하게 느껴질테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미 오래 전에 깎아놓은 사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그것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이다.

사랑이란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라면 그것이 변질되기 쉬운 사과나 계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흘러가는 물처럼 삶의 모든 것들을 지켜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 더 스킨
미헬 파버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언더 더 스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채 책을 펼쳐 들었다면 과연 나는 이설리의 정체를 간파했을까?

"이설리는 벌써 몇 년째 이런 일상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낡아빠진 붉은색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를 몰고 A9 간선도로로 나가 순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성과가 좋아서 자신감이 한껏 치솟을 때조차 앞으로 두 번 다시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태운 히치하이커만큼 만족스러운 대상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곤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설리의 이 같은 도전에는 약간의 중독성도 없지 않았다. 바로 옆자리에 함께 집으로 가게 될 것이 분명한 멋진 남자를 태우고도, 머릿속으로는 이미 다음 남자를 그리곤 했다. 옆에 앉은 남자의 튼튼한 어깨와 티셔츠 속에서 오르내리는 가슴을 훔쳐보며 그의 알몸이 얼마나 근사할지 상상하는 동안에도, 행여 그보다 더 멋진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쪽 눈으로는 계속 도로변을 주시하는 그녀였다." (15p)

도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히치하이커를 태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책 소개와 광고를 통해 알게 된다.

<<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동명영화 원작소설 >>

"인간 신분으로 지구에 떨어진 외계 존재의 묵시록적 로드 무비장르적 상상력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초현실주의적 SF 걸작"

그런 점에서 요즘 책들은 펼쳐 보기 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마치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그렇다. 이설리는 외계인이다.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지구인 남자를 사냥하는 것이다. 왜 사냥하냐고 묻는다면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좀 의외인 점은 이설리의 삶이다. 외계인이면서 지구인과 다를 바 없이 힘든 몸을 이끌고 매일매일 자신의 업무에 매달린다. 일이 끝나면 먹고 잠자고 씻고 다시 일을 나가는 반복된 삶이다. 그녀가 살던 외계행성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로 파견된 것은 굉장히 절망적인 선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슨 형벌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순전히 생계를 위해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비참한 인간의 모습이랄까.

특별한 능력을 가진 멋진 외계인을 상상했다면 이설리의 모습이나 임무가 너무나 실망스러울 수 있다. 체격 좋은 근육질 남성만을 노리고 차에 태워 농장으로 운반하는 임무를 위해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육감적인 가슴을 노출하면서 운전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단순 노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설리에게는 무척이나 괴롭고 힘든 일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이설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외계인이라는 정체만 아니라면 인간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무엇보다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존재는 농장 주인의 아들 암리스 베스다. 마치 흔해빠진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돈많은 아버지 덕분에 고생이 뭔지도 모르고 곱게 자란 도련님이라서 생계를 위해 일하는 농장 외계인들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동물의 인권보호와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전형적인 이상주의자 같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으면서 혼자 착한 척 하는 느낌이다.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의 형상을 한 외계인이 저지르는 인간사냥이 묘하게도 인간의 모습과 겹쳐진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맛있는 고기를 보면서 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소, 돼지, 닭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살과정은 생략된 채 깨끗하게 포장된 고기를 구입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혐오감 없이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소, 돼지, 닭이 자기들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 인간이 과연 동물을 잡아 먹을 수 있을까?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일까? 문득 이 책을 덮고나니 고기를 먹는 일이 굉장히 잔인하고 파렴치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이러한 생각만으로 육식을 끊기에는 이미 입맛이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under the skin 알면 알수록 섬뜩한 현실이다. 머나먼 우주 외계인의 이야기가 우리의 어두운 내면을 들춰낼 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