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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못해요!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31
엘리자베트 브라미 지음, 박선주 옮김, 레미 쿠르종 그림 / 책과콩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수학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가 있네요.
<나는 수학을 못해요!>는 프랑스 소녀 타마라의 이야기예요.
타마라는 숫자와 수학문제만 보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캄캄해질만큼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예요. 3학년이 되면 저절로 모르던 것도 알게 되고, 동갑내기 친척 설리반처럼 좋은 성적을 받게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악몽 그 자체인 거죠. 수학이라는 과목이 1학년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이 실력을 쌓아가야 하는데 타마라처럼 숫자라면 기겁하는 아이가 학년이 올라간다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성적이 오르지는 않겠지요.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빵점짜리 수학시험지를 가져오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안 할 수는 없을테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빵 터진 부분이 있어요.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기가막히게 똑같다고 느껴서예요.
모두들 나보고 지독한 멍청이, 낙오자, 밥벌레, 구제불능,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아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다, 내가 빨리 알아듣지 못해서 아빠가 짜증 났을 때 한 말들이다. 그런 일은 꼭 일요일 저녁에 생긴다.
"타마라야, 이리 와 봐라. 아빠가 네 숙제를 몇 분만 봐주마."
그러나 몇 분은 이십 분이 되고, 때로는 두 시간으로 늘어나서 결국 아빠의 고함과 나의 눈물로 끝난다.
나는 "타마라야, 이리 와 봐라." 하고 아빠가 나를 부를까 봐 주말을 다 망쳤다. (10p-11p)
아이를 키우면서 숙제를 봐준다거나 공부를 가르쳐 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모르는 내용도 한 번만 설명해주면 척척 알아듣기를 바라는 거죠. 특히 수학숙제나 수학공부를 봐주는 경우가 가장 심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못 알아듣는 아이를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급기야는 아이를 야단치게 되지요.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네요.
타마라와 아빠도 수학 숙제 때문에 주말 저녁을 다 망쳐버렸네요. 안그래도 수학을 싫어하는데 아빠 덕분에 완전 최악이 된 거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타마라의 심정을 백분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아요.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조차 수학을 싫어하는 걸 보면 수학이란 과목은 마치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괴물.
수학을 못하는 타마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는 수학을 못해요!>는 정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읽으면서 웃었지만 다 읽고나니 반성하게 되네요. 아무리 수학 빵점이라도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멍청이, 구제불능 같은 끔찍한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겠지요. 수학 백점이 아이의 꿈은 아니니까요. 공부 못하는 아이를 야단칠 것이 아니라 꿈꾸지 않는 아이를 걱정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타마라에게 "넌 참 멋진 아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