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청소년을 위한 자기혁명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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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라는 책이었습니다. 경제분야의 고수로 이미 유명해진 분이라서 원래 직업이 의사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혼자 잘난 척 사는 인생과 진짜 잘 사는 인생은 다릅니다. 거짓이나 위선없이 당당하게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뭔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분의 글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잘 산다는 기준이 오로지 물질적인 측면에만 치우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니 무엇이 제대로 잘 사는 삶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어른인 제가 이 지경이니 우리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어른들이 헤매는데 아이들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서 학원을 보내고, 유학을 보내주는 것만이 부모 노릇일까요. 열심히 공부만 시킨다고 아이가 잘 사는 인생을 살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청소년 자살율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누구를 위해 공부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공부해라"라는 잔소리 이외에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평상시에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면 무슨 말을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잔소리만 했다면 이제는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질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슬며시 이 책을 자녀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던 분이라 문체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혁명이라는 주제 자체가 어려운 것이지, 그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한창 배움에 정진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만드는 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진짜 자신을 성장시키는 공부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하나씩 알려주는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자신을 완전히 뒤바꾸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조건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에 순종만 할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자신에게 '왜?'라고 묻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혁명은 성장과정이며 부모가 정말 도와줘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때의 도움이란 묵묵히 곁에서 응원해주고 가끔은 토닥토닥 두드리며 안아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자기혁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값진 조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제 자신을 위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 (230p)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기혁명입니다. 멈춰있지 말고 막히고 답답하면 변하라, 앞으로 잊지 말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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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박경희 지음 / 서랍의날씨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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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된 엄니 걱정에 동거를 시작한 딸.

이 책은 두 여자가 함께 사는 이야기다. 하지만 욕쟁이 엄니 덕분에 모녀의 일상은 걸쭉한 사투리와 욕으로 넘쳐난다. 툭하면 드런 년, 나쁜 년, 똥 쌀 년, 똥을 지릴 년 등등 딸내미를 위한 엄마만의 특급 욕 퍼레이드가 펼쳐지니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평생 엄마에게 욕 한 번 들어본 적 없이 곱게(?)  자라온 사람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엄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엄니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아무리 욕쟁이 엄니지만 딸 모르게 살짝 내뱉는 한 마디에 진심으로 짠하게 사랑이 전해져온다.

"너 읎었으믄 지금 이렇게 웃기나 했을까 모르겄다. 아비 몫까지 하느라 욕보는디, 아가, 고맙다."  (52p)

욕도 계속 들으니까 처음처럼 불쾌한 기분은 점점 사라지고 나름의 따끈따끈한 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이 온통 욕뿐이라고 해도 이 한 마디로 모든 걸 정리해주는 것 같다. 자식은 엄니의 사랑을 반에 반도 모른다니께.

아부지를 떠나보낸 자리가 너무 컸나보다. 엄니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아부지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우기 힘든 것 같다. 아부지의 잔소리를 꼭 빼닮은 딸내미. 결혼 안 한 딸이 늘 걱정인 엄니지만 그래도 곁에 있으니 좋은 것이다. 엄니가 늘 결혼 얘기를 하는 것은 자식 걱정하는 엄니의 마음인데 그걸 모르겠나. 독신주의도 아니고 짝꿍 생기면 언제든 간다고 큰소리치는 딸이지만 엄니 두고 갈 수 있을까 싶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 사이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들 모녀를 보니 참 징글징글한 정이 넘쳐난다. 서로 좋으면 좋다, 이쁘면 이쁘다고 말하면 좋은데 엄니의 표현은 늘 거칠다. 곱디고운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서 늘 욕뿐이지만 그 욕마저 사랑인 것을. 속 후련하게 욕하는 엄니야말로 가장 컨디션 양호할 때라는 걸.

부디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우리 엄니는 아니지만 딸에게 엄니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니까. 그 마음 알 것 같다.

 

 

"내가 너를 데려다 논 지가 온제여. 십 년이 넘었어. 근디 니년은 오째 내 맴을 몰라주는 겨. 잉? 그라믄 안 되잖어. 이년 저년은 다 지 몫을 하는디, 너는 돌팍 밑에 숨은 고기맹키로 꼼짝을 안 하는 겨? 일 년을 쉬었으믄 올해는 꼼지락거리며 올라와야 쓸 것 아녀. 이번에도 안 올라오믄 밖에 내다가 버릴 테니께 알아서 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누구랑 얘기해?"

"왜? 혼자 구시렁거리니까 미친년 같냐? 나는 지금 군자란 년하고 얘기 중이시다."

"군자란이 년인지 놈인지 어떻게 알어?"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무슨 얘기 하는 중인데?"

"이년이 꽃을 피울 생각을 하지 않길래 욕하는 중이었지. 작년에는 그냥 봐주고 넘어갔더만, 올해도 꼼짝을 안 하잖어. 그래서 욕을 한 바가지 해주는 중이랑게. 아주 드런 년이여."

"우하하하, 욕하면 말 들어?"

"듣지. 이것들은 온몸으로 다 듣는다니께. 내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기쁜지, 슬픈지 다 알어. 접때 니 아비 저승 갔을 때 꽃밭에 있던 꽃이며 나무가 반은 죽었잖어. 이년들도 내 맴처럼 슬펐던겨. 그래서 난 이것들이 좋아. 새끼들도 모르는 걸 이것들은 알거든. 내가 말을 안 해도 느낌으로 안 다니께. 그것 보믄 참말로 신기혀. 아침에 눈 뜨면 반갑게 인사하고, 얘기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러다 보믄 어느새 꽃봉오리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겨."

"나보다 낫네."

"그걸 인자 알었냐. 근디 너랑 군자란이랑 닮은 게 있는디."

"꽃이 나랑 닮았지? 왜 아니겠어."

"요강 깨지는 소리 그만허고. 지 구실을 못하는 게 닮았어. 너는 여자구실 못하잖어. 군자란도 지 구실 못허고."

"내가 뭘 못해?"

"결혼을 안 했잖여. 결혼해서 새끼를 낳아 봐야 시상을 알지, 니가 뭘 알겄어. 하여튼 올해만 넘겨 봐. 군자란이든 너든 죄다 내다가 버릴 테니께."

"꽃 얘기 하다가 내 얘기로 끝나는 건 무슨 조화여."

"준비 단단히 혀. 빈말 아니니께."  (78p-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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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아이와 함께, 유럽 - 초6에게 맞히는 사춘기 예방주사
김춘희 지음 / 더블:엔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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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리얼한 여행기가 또 있을까.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1%의 대리만족과 99%의 부러움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떠난 유럽여행은 어떨까?  글쎄, 어쩐지 눈물나면서도 멋진 고생담인 것 같다. 여행 당시에 6학년이었던 초딩군이 벌써 중3이 되었단다. 그러니까 이 책은 3년 숙성된 유럽여행기인 것이다. 당장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계획한 엄마라면 맛보기용 안내서로 유용할 듯 싶다. 사실 그보다는 엄마의 솔직유쾌한 입담 아니 글솜씨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책이다.  30박 31일짜리 유럽여행의 주인공은 6학년 아들 초딩군과 6살 푸린양의 엄마지만 특별보너스로 친구 K네 가족 이야기도 잠깐씩 등장한다. 아줌마 둘에, 아이 넷이 합쳐 6명이 여행길에 올랐으나 서로 취향이 다른 점을 고려하여 여행일정을 부분적으로는 따로 계획한 것 같다. 큰애들 덕분에 친구가 된 아줌마 둘이 유럽여행을, 그것도 아이들까지 데리고 갔다는 건 대단한 용기이자 모험인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준비 중 가장 마지막은 마음 비우기가 아닐까 싶다.

저 멀리 해외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장소만 달라졌을 뿐이지 집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힘들면 힘들다, 맘에 안 들면 짜증난다 등등 아이들의 온갖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 엄마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럽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려고 큰 결심을 한 것이지만 과연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알아줄까는 의문이다. 아들 입장을 보자면 즐거워야 할 여행 중에 수학문제집을 챙겨가 매일 풀게 했으니 엄마의 극성은 못말리겠다.

여행 떠나기 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이 어린데 나중에 기억이나 하겠냐는 우려의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을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푸린 양은 정말 어린 나이에 먼 길을 떠난 것이라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고, 오빠나 엄마보다는 유럽여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만한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 비록 자신이 영국, 프랑스, 홍콩을 누볐다는 사실은 잊을지라도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의 추억 자체는 가슴에 남아있지 않을까. 반면 초딩군은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중학교에서 본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으니 엄마로서는 무척 뿌듯했을 것이다. 역시 유럽여행 덕분이구나 싶었는데 중2가 되자마자 불어닥친 사춘기병은 엄마를 힘들게 하였으니 약발이 다 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다행히 지금은 어엿한 중3 남학생이 되어 여행후기를 작성한 것을 보니 헛된 여행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무조건 사춘기 반항이 시작될 때는 여행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집을 떠나봐야 소중함을 깨닫을테니.... 훗훗...... 근래 중2 학생들이 떠난 유럽여행기를 보니 부모 품을 벗어나 보는 것이 좋은 인생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묘한 건 이 책은 아이들의 이야기보다 엄마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아줌마의 마음은 아줌마가 알아준다고, 자신의 일생일대 첫 유럽여행을 아이들과 떠나는 설렘과 흥분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행 중 속상하고 힘든 일도 있었겠지만 언제든 극복해내는 힘, 아줌마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웃음이 살짝 나온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한국에서 시청하던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 여덟 시간에 걸쳐 다운받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드디어 아이들 몰래 한밤중에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샘이 터지는 바람에 퉁퉁 부은 눈을 아침에 본 딸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엄마도 아빠가 보고 싶어서 울었구나."

가정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한국에 혼자 있을 남편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 것이 맞지만  한 달 동안 체계적으로 어질러진 집을 본 순간은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심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숨겨왔던 진실이 드러나고 말았네. 딸도 이해할 날이 오겠지. 

떠날까 말까 고민이라면 떠나라고?  정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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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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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적인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이 책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둔 테크놀로지가 우리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로막는 유리감옥이 될 수 있다는 걸 경고한다.

18세기와 19세기 초 영국 중부와 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는 새로운 기계로 인해 숙련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하면서 벌인 기계 파괴 운동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한다. 한밤중에 공장을 급습하여 기계를 파괴했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기계 체제를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

미국 역시 1990년대 초 경기침체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면서 컴퓨터 자동화와 정교해진 소프트웨어 기술이 실업을 가속화할 거라는 두려움이 확산되었다는 사실.

2011년 후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의 저서 <기계와의 경쟁>에서는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는 것.

세계 역사 속에 이러한 기계화에 대한 거센 저항이 있었고 현재에도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지만 대중들은 너무나 평온하게 자동화를 수용할 뿐아니라 맹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중독자가 생길 정도가 되었으니 더이상 간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때면 가끔 안심과 편형이라는 두 가지 인지적 질환에 걸리곤 한다.

안심은 잠재적인 위험이나 결함을 모르고 지나치게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을 말하고, 편향은 자동화를 맹신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 두 질환은 우리가 화이트헤드처럼 고민해보지 않고 중요한 일들을 처리할 때 걸릴 수 있는 덫이다. (109p)

병원의 경우를 봐도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을 운용하는 의사들이 이런 시스템이 없는 의사들보다 더 많이 영상 검사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다. 또한 진료 기록을 직접 쓰던 때에 비해 컴퓨터 사용으로 표준 문안을 잘라서 붙이면서 환자에 대한 정보의 질이 떨어질 뿐아니라 진단과 치료 결정 능력까지 떨어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컴퓨터 자동화가 의사의 판단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자동화는 노동력을 줄여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 태도, 기술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일의 성격까지 바꿔놓음으로써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복잡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뇌를 점점 더 게을러지게 만든 것이다. 컴퓨터가 주는 혜택을 잃지 않으면서 유리감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득 영화 <다이버전트>가 생각난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지도층에 대항하여 자유의지로 도전하는 다이버전트.

"그들은 질서와 복종을, 나는 자유와 혼돈을 택했다!" - 다이버전트 중에서

이미 여러 SF영화에서 보여준 미래사회는 유리감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리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이제 깨달았다면 벗어나는 방법은 우리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다이버전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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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볼만 지음, 김세나 옮김 / 이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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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 제목보다 '귀남이와 후남이'로 더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다.

연기파 배우 김희애와 최수종이 나왔던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딸들이 공감했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후남이 만큼은 아니어도 딸이라서, 여자라서 뭔가 억울하고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가 부모가 되면 절대로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는 일은 없으리라 다짐했건만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티끌에 불과한 결심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어느새 여자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물러서고 주저앉는 것이 익숙해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다보니 나의 존재를 잠시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아이들이 크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로서의 존재만 남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아실현이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당장의 살림과 아이들을 떠올리며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나는 과연 생각하는 여자인가?

엄마로서 행복하다. 하지만 문득 한 인간으로서의 나도 행복한가를 자문할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로 구분할 필요없이 순수하게, 당당한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어설픈 여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을 떠들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어쩌면 그녀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좀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오리아나 팔라치, 수전 손택, 안나 폴릿콥스카야, 아룬다티 로이, 마르잔 사트라피, 아웅 산 수 치, 앙겔라 메르켈, 인디라 간디, 마거릿 대처, 베르타 폰 주트너, 루 안드레아스살로메, 아인 랜드,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시몬 베이유, 알리체 슈바르처, 마리 퀴리 & 리제 마이트너, 에미 뇌터, 레이철 카슨, 시실리 손더스, 제인 구달. 이 중에서 몇 명을 알고 있는가.

세상에 위대한 사람들은 많지만 그 중 여성의 경우는 덜 부각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불합리한 세상에 반항하고 힘을 갖추고 '나'를 쓸 줄 아는 여자에 대해서 여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라서 행복하고, 여자라서 가능한 일들이 그저 가정 안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서기 위해서 생각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제법 힘이 되는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잠시 남자로 태어났으면 바랐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가 더이상 한계나 약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그것 또한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 모습일까. 여자에게 따뜻한 가슴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생각하는 여자는 자유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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