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치 K 2 - 내 안의 불협화음
이진 지음, 재수 그림, 조벽 외 감수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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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하는 슈퍼맨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코치 K 가 해낸 일들은 놀랍다.

2권에서는 의문의 남자, 감정코치 K 에 대한 사연이 잠깐 등장한다. 한때 모두가 포기한 꼴찌도 일류대에 붙인다는 유명인사 선우경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 이야기.

청소년들의 불안증, 신경증, 우울증 등등 각종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는 클리닉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이 최선일까.

2권의 부제는 '내 안의 불협화음'이다.

예쁘고 성격 좋고 공부까지 잘하는 민영이와 단짝인 순애는 날라리로 찍힌 아이다. 공부보다는 춤이 좋아서 매일 춤 연습을 하던 순애가 어느날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태도가 변한다. 늘 주목받고 칭찬받던 민영이보다 이제는 춤 잘 추는 순애가 더 관심을 받는다. 민영이는 질투심에 순애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 악플을 달게 된다. 여기서는 공부는 잘하지만 자신의 꿈이 없는 민영이와 공부는 못해도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순애를 통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안나왔지만 인터넷에 올린 악플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만약 악플로 인해 순애의 꿈이 좌절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밝게 자라고 있는 순애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비극일 것이다. 악플은 인터넷 폭행이며 범죄행위다. 청소년들이 이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인터넷과 관련하여 윤리, 도덕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민영이는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엘리트 코스를 강요당하기는 해도 충분히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민영이의 문제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순애를 동등한 친구가 아니라 불우한 이웃으로 취급하는 부모의 삐딱한 마음인 것 같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오염시키는 건 나쁜 친구가 아니라 삐뚤어진 부모가 아닌가 싶다.

코치 K 가 P교수에게 보내는 이메일 내용처럼 요즘의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은 단순히 꿈 차원을 넘어선다. 경제 불황으로 힘들어진 부모 세대는 자신의 자녀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고소득직업을 갖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무시한채 현실만을 강요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이들 스스로 진정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으려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코치 K 의 감정코칭처럼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 또한 높아질 거라고 믿는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도움일 될만한 책인 것 같다. 특별한 심리치유 만화,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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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코치 K 1 - 진짜 얼굴, 가짜 얼굴
이진 지음, 재수 그림, 조벽 외 감수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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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청소년을 위한 심리치유 만화라고 한다.

과연 이 책의 내용처럼 감정코치 K 의 상담이 청소년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나의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 축약된 느낌이 든다. 물론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만화라는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청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고민이 드러나고 공감해주는 감정코치 K 가 답답한 가슴을 토닥여주는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이며 적나라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 학부모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 같다. 문제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부모와 문제어른이 있을뿐.

이야기의 시작은 1년 전부터 전국 중,고등학교 교정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스티커가 발단이 된다. 심각한 청소년 문제만큼이나 힘든 것이 현장에서 그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일 것이다. 점점 기피 직종이 되고 있는 교사. 그나마 스티커를 발견한 교사라면 열정이 남아있다고 봐야겠다. 스티커에 적힌 이메일로 학생들과의 고충을 적어보내면 모종의 해결사가 학교로 방문한다는 이야기. 믿거나말거나.

그 해결사는 바로 감정코치 K.

1권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재식이,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진한 화장을 하는 세린이, 모범생이란 가면 뒤에서 삐뚤어진 마음을 표출하는 영익이와 폭력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는 호출이가 등장한다. 누군가의 아들 혹은 딸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왕따를 당하고 문제학생 취급을 당하면서 자신의 길을 헤매고 있다면?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나 상담선생님이 감정코치가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오죽하면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교사들이 스티커의 이메일 주소로 SOS를 보낼까.

죽고 싶을 정도로 심하게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사람, 감정코치 K 와 같은 사람이 현실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흔들릴 때 잡아주고 쓰러질 때 일으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공감과 격려일텐데...... 그런데 오히려 부모들이 아이들을 흔들고 쓰러지게 만드는 건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 목표가 된 아이들. 몇몇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을 먼 훗날의 일처럼 이야기한다. 지금 힘들어도 참아라, 열심히 공부해라, 좋은 대학을 가라, 일류 직업을 가져라, 그래야 네가 행복하다. 무조건 부모가 원하는대로 살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 문제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지만 방치와 무관심도 문제일 것이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부모로서 감정코치 K 에게 배운다는 심정으로 읽게 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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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 왜 항생제는 모든 현대병의 근원인가?
마틴 블레이저 지음,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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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원에 간 적이 없으니까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의 눈에 바르는 연고부터 우리가 자주 먹는 고기, 우유, 계란을 먹을 때마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이다.

1940년대 중반, 미국 제약업체가 일반 사료를 먹인 가축보다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인 가축들이 더 빨리 더 크게 자란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 현재까지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 2011년 미국 가축 생산업자들은 가축에 사용하기 위해서만 약 13만 톤의 항생제를 구매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팔리는 항생제의 70~80퍼센트에 달하는 양이라고 한다. 이건 미국의 경우니까 우리나라는 괜찮다고 안심해도 될까.

더 충격적인 건 유기농 사과와 배에까지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과실수에 사용된 항생제는 생산물에 부착된 유기농 표에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모를 수밖에 없다. 생산자가 판매에 불리한 내용을 일부러 표기할 이유는 없으니까. 도대체 항생제는 이토록 광범위한 사용이 안전한 것일까.

그동안 가축부터 과일까지 모든 것을 집중 생산하는 현대농업 방식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항생제 과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 중에서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주목해보자.

예전 유산균음료 광고에 등장했던 마셜박사가 기억날 것이다. 위암과 궤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항생제로 박멸했을 때 벌어지는 사태가 꽤 충격적이다.

위암과 궤양을 일으키는 악성 균주로 알고 있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항생제로 제거했을 때 오히려 천식의 발생이 증가하고 위식도 역류질환이 발생한다고 한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없는 사람들보다 천식에 걸릴 비율이 40퍼센트 적다는 것이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는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상주하는 미생물의 역할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진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관한 또다른 연구를 보면 생후 첫 1년 안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획득하는데 그 시기에 획득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가 없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키가 더 작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후 연구를 보면 생후 2년 이내에 항생제 사용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성장 촉진을 위해 가축에게 준 항생제 효과처럼 사람도 동일한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후 첫 6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처방받은 아이들은 살이 더 찐다. 왜 근래에 소아비만이 급격히 증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제왕절개 분만법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분만방법의 문제가 아닌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몸의 상주 미생물은 전례없는 곤경에 처해 있다. 미생물을 우리와 별개로 구분지어 병원균처럼 취급했다가 치과 진료 후 항생제 처방을 받고 목숨을 잃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전염병에 원인이 되는 병원균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이때 상주 미생물이 파괴된 사람들이 가장 취약한 위험군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의료기관이나 정부가 제정해야 하는 정책이나 제도적인 해결방안은 시일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가 항생제 사용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지만 먼저 우리 자신부터 항생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코감기에 대한 처방전을 받기 전에 가능하면 하루 더 기다려봐도 되는지 의사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아이가 아픈데 무조건 기다리면서 지켜보라는 뜻이 아니다. 심하게 아픈 경우는 즉시 항생제 치료를 해야 영구적 손상을 막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단지 상주 미생물의 부수적 피해를 우려해서 항생제 치료를 연기하자는 것이므로 절대 아이를 위험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아과 의사 및 의료진은 항생제를 처방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소아과를 가 본 부모라면 아이의 증상을 말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처방전을 작성하는 의사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치료과정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현재 의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소아과의사들이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도 전체 내과 의사들 중 소아과의사들의 수입이 가장 낮다고 한다.

항생제 남용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가축이나 농산물의 항생제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금지시킬 수 없으므로 식품 생산자가 농약, 살충제, 항생제, 호르몬 등의 검출 수치 등을 전부 표기하도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과도한 손 소독제 사용을 중단하고 미생물과 항생제의 인과관계를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세균과 공존해야 잘 살 수 있다.

"...... 다른 사람들 모두가 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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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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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권의 옹호>를 쓴 저자는 누구인가?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여권운동가이자 혁명을 옹호하는 급진주의 정치사상가였다고 한다.

1759년 영국에서 태어나 1797년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작품을 2014년에 처음 만났으니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할 것 같다.

친절하게도 책 처음부분에 울스턴크래프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나와 있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적 분위기를 이해하고 그녀의 삶을 보면 정말 대단히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움이 여성을 구원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 같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러 분야에서 작품을 펴낸 18세기 후반 문필가였으며, 근대 최초의 본격적인 페미니스트다. 지금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만약 그녀의 혁명적인 삶이 없었다면 현대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은 놀라운 영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생애를 비극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울스턴크래프트의 남자들은 그녀에게 희망적인 존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진실한 사랑을 나누기에는 너무도 모자란 남자들이다. 첫번째 남자 임레이는 책임감 없는 바람둥이였고 두번째 남자 고드윈은 그녀가 죽은 후 전기를 펴내어 명성에 악역향을 주었다. 고드윈은 아내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정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고드윈과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여겼는지 그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개인사가 아니라 그녀의 공적인 활동과 작품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그녀가 주장했던 일들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일이다.

<여권의 옹호>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시대적 선구자가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권리와 의무는 여성과 남성을 구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기존의 여성 교육은 여성 자신을 하찮은 욕망의 대상, 바보들의 어머니로 만든다는 것. 결국 그녀가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일정 연령까지는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진출이 여성 스스로 경제력을 갖출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그 당시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았고 행복해야 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던 것이다. 페미니즘은 약자로서의 여성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었고 여성의 권리가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해도 개선의 여지는 남아있다. 굳이 여성과 남성을 구별한 인권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권의 옹호>에서는 교육이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였다면 현재 이 사회가 풀어야 할 인권 문제는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실천으로 노력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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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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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자?

저자 크리스토프 코흐는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제는 '낭만적 환원주의자의 고백'이다. 그는 자신을 수만 개의 시냅스를 지닌 수십억의 자그마한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활동에서 의식에 대한 계량적인 설명을 찾기 때문에 환원주의자라고 말한다.

'의식'이라는 주제만큼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뇌를 속속들이 파헤쳐 감정과 의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미지의 탐험 같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딱딱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과학자로 자라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의식'이라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과학적 시각으로 도전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을 이야기한다. 물리학자이자 생물학자로서 뇌를 보는 관점이란 어떤 것일까?

몸과 마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 객관적인 실험과 연구를 하며 다각도로 분석한다. 신경과학자들은 현미경과 자기공명장치를 통해 신경계를 살펴보고 물리적 배치의 세부지도를 그려낸다. 최근 기술로는 '광유전학'이 있다. 이 방법은 동물의 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신경세포의 특정한 그룹을 대상으로 뇌에 변형된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이 바이러스는 특정 파장의 빛에만 반응하는 광수용체를 생성하는 뉴런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이 뉴런들은 푸른색 짧은 펄스로 작동 스위치가 켜지고, 노란색 짧은 펄스로 스위치가 꺼질 수 있다.

뇌의 메커니즘과 의식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다. 기능주의를 의식에 적용하면 인간의 뇌와 기능적으로 동일한 내부 구조를 지닌 어떠한 시스템도 인간의 뇌와 동일한 마음을 지닌다는 말이 된다. 이를테면 뇌속의 모든 축삭돌기, 시냅스, 신경세포가 구리선, 트랜지스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전기회로로 대체된다면 우리의 마음을 동일하게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근래 개봉했던 영화 <트랜센던스( Transcenders)>가 떠오른다.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에 자신의 뇌를 연결한 천재 과학자는 과연 본래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의식'을 단순히 갑자기 생겨난 요소가 아닌 우주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상정하면 통합정보이론은 정교한 형태의 범심론이 된다. 모든 만물이 어느 정도 지각을 지니고 있다는 가설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믿고 있는 사실에 위배된다. 사람과 인간과 유사한 종만이 지각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의식에 관한 엄청난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의식의 정확한 정의에 대한 논쟁은 남아있다. 저자는 그러한 난제는 철학자에게 넘기고 의식을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접근한다. 그는 대규모 신경과학 연구를 이끌어왔으며 포유류의 뇌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통해 인간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 주요 목표다.

하지만 이 모든 연구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곁을 떠나고 무기력에 빠진 최악의 상태에서 그는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당당할 것 같은 과학자의 자기 고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솔직해서 더 아름답다. 인간적인 좌절과 슬픔 그리고 근본적인 두려움이 없다면 우리 자신을 과연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책은 더 나은 인간 본성에 대한 증거다.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주제가 '의식'이라는 것. 이 책을 통해 모래알만큼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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