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 1 : 두뇌.인지편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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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인간탐구 대기획 5부작 <아이의 사생활>이 방영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당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 결과들은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가지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아이의 사생활>을 '두뇌, 인지 편'과 '정서 , 인성 편'으로 나누어 좀더 세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두뇌와 인지 편에서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짓는 두뇌의 차이, 손가락 길이와 성호르몬의 관계, 아들과 딸은 다르게 키워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주자는 데 있다. 

예전에는 IQ 테스트로 지능을 평가했지만 요즘은 다중지능에 주목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교육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기존의 IQ로는 인간의 광범위한 인지능력 영역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여러 분야의 지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1983년 발표된 다중지능 이론으로, 현재 밝혀진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이해지능, 자연친화지능 등읻. 앞으로 뇌 연구가 더 발달된다면 다양한 지능들이 밝혀질 것이다.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서 보면, 모든 인간에게는 여덟 가지 영역의 지능이 모두 있으며, 이 중 강점을 보이는 지능이 하나 혹은 그 이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성공한 사람들의 다중지능 검사 결과를 보면 강점지능으로 한 가지 공통적인 지능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자기이해지능이다. 자기이해지능이 높은 사람은 개인의 감정에 충실하며, 자신의 몸과 정신 상태를 자기 스스로 잘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평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이해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주변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집중하며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자기이해지능이 높기를 바란다면 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키워주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일기 쓰기라고 한다. 초등 저학년 때는 일기 쓰기가 숙제라서 억지로 쓰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소홀히 하는 것이 일기 쓰기인 것 같다. 처음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일기를 쓴다면 좋겠지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좀더 새로운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유도해야 될 것 같다. 물론 조심해야 할 부분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란 사실이다.

1권의 마무리는 내 아이의 재능과 행복을 찾아주는 방법이 나와 있다. 왜 강점지능을 찾아주어야 할까?  어떻게 강점지능을 발견할까?

우선 아이가 흥미나 호기심을 느끼는 대상이 무엇인지 관찰한다. 그리고 아이를 긍정적으로 대하면서 믿어준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사람이 부모이다. 그다음은 아이 스스로 배우려는 동기를 부여해줘야 한다.  다중지능 이론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적절한 환경과 자극을 제공하고, 아이의 능력을 믿어주며 격려한다면 누구나 최고의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강점지능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아이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노력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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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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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라고?  글쎄, 내가 보기에는 성장스토리 같은데......

주인공 콜린의 나이를 잠시 잊고 있다가  이야기 중반부에185센티미터라는 부분에서 흠칫 놀랐다.

뭐야, 실제로 콜린을 봤다면 그냥 어른의 모습이잖아. 몸만 커버린 어린애 철부지라니.

중요한 건 열아홉 살 콜린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였고 엄청난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 그래서 절친 하산이 콜린을 위해 자동차 여행을 제안하고 무작정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행이 주는 새로운 경험이 콜린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콜린에게 특별한 점은 두 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 소리를 들어왔다는 점과 지금까지 사귀어 본 여자 친구의 이름이 모두 캐서린이라는 점.

어쩐지 강박증 환자처럼 느껴진다. 너무 어릴 때부터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 부담감이 클 것이고, 점점 커갈수록 자신이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어지겠지. 콜린 스스로도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 신동이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천재 콜린을 원하는 것 같다. 콜린은 여전히 진짜 콜린이 아닌 남들이 원하는 콜린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멀리 여행을 떠나왔지만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수학 공식을 만드는데 몰두한다.

차버린 사람과 차인 사람 간의 상관관계를 공식으로 만들다니, 이걸 이별공식이라고 해야 하나. 연애의 결론이 반드시 이별은 아닐텐데, 콜린의 연애만큼은 이별을 위한 연애같다. 중간중간 콜린의 연애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번 째 캐서린부터 열아홉 번째 캐서린까지.

우연히 투어 가이드를 해준 린지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린지의 남자친구 콜린(또다콜=또 다른 콜린)과 다른 친구들까지 알게 된다. 린지의 엄마 홀리스가 준 알바 덕분에 용돈도 벌게 된다. 콜린은 열아홉 인생 동안에 혼자 힘으로 돈을 번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콜린이 할 줄 아는 건 애너그램과 수학공식 만드는 정도니까 말이다. 어릴 때는 그 정도 능력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다른 능력들도 필요하다. 다행인 건 홀리스가 퀴즈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콜린을 알아봤고, 그 덕분에 알바 일도 줬다는 사실이다. 지역주민을 인터뷰하는 일과 퀴즈왕의 실력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조금은 찌질한 콜린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왜 열아홉 나이가 될 때까지 의존적인 어린애로 살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미국 사회에서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들이 있다는 게 의외다. 솔직히 콜린과 하산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누구나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도기를 겪는다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내게는 러브스토리가 아닌 콜린과 하산의 홀로서기 프로젝트인 것 같다. 너희들 언제쯤 어른이 될래?

야무져 보이는 린지 역시 연애에 있어서는 서툴다.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남들 앞에서 똑똑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콜린과는 달리, 남들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린지 둘다 아직 미완성이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 인생은 부족하고 서툰 미완성 작품이다. 그래서 책의 결말도 완전한 결말은 아니다. 스무 살의 콜린 그리고 린지와 하산의 삶은 계속 진행 중이니까.

덧붙여 말하고 싶은 건 제목이 주는 궁금증처럼 콜린과 같은 십대 청소년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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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표현하라
박형욱 지음 / 처음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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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성우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주말의 명화를 보기 위해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때를 얘길하면 무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냐고 하겠지만. 이래서 추억을 더듬으면 나이를 못 속인다.

외국배우가 등장해서 유창한 우리말을 하는 것이 엄청 신기했는데 나중에 성우가 더빙한다는 걸 알게 됐고,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목소리 연기자? 아마도 그 당시에는 멋진 외화 덕분에 성우의 목소리가 더욱 돋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성우가 되기 위해서 혼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박또박 책을 읽어도 보고, 감정을 실어 연기하듯 말하는 연습을 했었다. 문제는 내 목소리를 녹음하면서부터다. 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대체 넌 누구냐? 녹음된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내가 태어나서 쭉 들어왔던, 내 것이라 믿었던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녹음된 낯선 내 목소리로는 성우가 되긴 힘들겠구나,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성우의 꿈은 접었다고 해도 나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목소리, 발음, 표현 연습은 꾸준히 할 걸 그랬다는 거다. 살다보니 성우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거나 나를 표현해야 될 일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오히려 성인이 된 뒤에 말하기 기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말하지 말고 표현하라>는 말하기 고수라 할 수 있는 베테랑 성우의 비법이 담겨 있다.

말 잘하는 기술이나 기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잘 표현하는 것이란다. 유창한 말솜씨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정표현, 비언어 표현, 준언어 표현, 소리표현, 언어표현 등등. 얼핏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표현 기법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표현연습을 위한 참고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말을 배운다는 자세로 하나씩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표현으로 오해나 갈등이 생기고 소통의 단절이 생기는 건 우리사회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튀는 행동이고 남보다 드러나는 건 안 좋다는 인식.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토론인 줄 아는 분위기. 물론 점점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표현'은 나를 제대로 열고, 상대를 온전히 제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진정한 소통이다. 어쩌면 저자의 노하우가 소통을 위한 최고의 비법은 아닐지라도 유익한 조언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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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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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무엇에도 길들지 않은 본연의 나.

"나는 길들지 않는다."라는 말이 멋지다고 느꼈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는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가 없다."," 세계 폭주", "매일의 즐거움",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  이것은 그가 쓴 작품의 제목들이다. 읽어보지도 않은 책인데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가족에게 길들지 마라, 직장에 길들지 마라, 지배자들에게 길들지 마라, 목적이 없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당신을 구제할 힘은 처음부터 당신에게 있었다, 누구의 지배도 받지 말고 누구도 지배하지 마라. 목차만 볼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한 장씩 읽어갈수록 그의 모든 의견에 공감할 수는 없다. 일본인으로서 일본사회가 직면한 한 인간에 대한 문제를 신랄하게 적나라하게 지적했다는 건 인정한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 익숙한 굴레에 갇혀 살고 있었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조언처럼 익숙한 것과 결별할 줄 알아야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있으니 삶의 무게에 눌리고 뭔가에 쫓기듯 조급함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은 숙제 같다.

이 책이 내 삶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뭔가 자극을 주는 건 있다.

"나는 말을 위한 말을 하는 자가 아니라 글로 자립한 젊음과 내면의 반란을 부채질하는 자이다.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려면 개인의 정신을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자이다.

'진정한 혁명은 개인으로부터.' 

그것이 내가 도달한 아포리즘이며 슬로건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입각해서 사고하고, 어디까지나 현실을 거역하며 살려 하는 인간이다."  (190p) 

그래놓고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 한 발을 슬쩍 뺀다. 평생을 걸고도 못 쥐는 것이 자립이라고 말이다. 자립한 젊음! 말을 위한 말이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말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자립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대 속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긴장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자유와 자립을 향한 치열한 삶의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의 삶이 얼만큼 남아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이가 되고보니 이제는 삶뿐만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찌됐든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의 선택이며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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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독깨비 (책콩 어린이) 32
패니 브리트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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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아이가 따돌림을 받는다면?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라는 책을 처음 받아들고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책치고는 큼직하고 두툼한 그림책이었기 때문이지요.

첫 장을 펼치니 연필로 스케치한 흑백의 그림이 나오네요. 그냥 그림만으로도 느낌이 전해져 온다는 것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주인공 헬레네는 현재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친하게 어울렸던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 친구들 중 제네비브라는 애가 주동이 되어 헬레네를 외톨이로 만들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제네비브와 친구들은 헬레네랑 더이상 놀지말라고, 걘 외톨이라고 정한 뒤로 그렇게 됐어요. 정말 제네비브라는 아이가 사악하게 느껴졌어요. 화장실에 적어놓은 낙서에는 '헬레네는 100킬로그램이 넘는대! 헬레네는 더러운 냄새도 난대!'라고 써 있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어요.

학교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의 눈빛과 헬레네의 의기소침한 눈빛이 너무나 대조되어, 보고 있는 제 마음까지 아파오네요.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시느라 바쁘세요. 그래도 헬레네가 입고 싶은 스커트를 만들어주시느라 밤늦게까지 재봉틀 앞에 앉아계셨어요. 엄마의 사랑이 스커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엄마에게는 따돌림 당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너무나 걱정하실게 뻔하니까요.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헬레네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문득 우리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헬레네처럼 엄마를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연히도 헬레네의 모습이 우리 아이와 많이 닮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소녀. 책을 좋아하는 소녀.

이런 헬레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제인 에어>예요. 학교를 오가면서 <제인 에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제인 에어는 고아로 힘들게 지냈지만 똑똑하고 날씬한 숙녀로 자랐어요. 답답하고 힘든 학교 생활에서 헬레네의 유일한 친구는 제인 에어였어요. 언젠가 헬레네도 제인에어처럼 멋진 숙녀가 될 수 있을까요.

제네비브의 놀림 때문에 힘든 헬레네에게 또다른 걱정이 생겼어요. 곧 캠프를 간다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신이 났지만 헬레네는 마음이 불편하네요. 엄마와 수영복을 사러 간 헬레네.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 못하는 헬레네가 너무 안타까워요. 40킬로그램도 너무 뚱뚱한 소시지라고 생각하는 헬레네.

캠프에서는 외톨이인 아이들끼리 한 조가 되었어요. 그 곳에서 만난 여우는 헬레네에게 다가왔어요. 아무도 헬레네에게 온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광견병에 옮는다며 소리치는 아이 때문에 여우는 사라져버려요. 헬레네에게는 그것조차 자신이 나쁘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헬레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따돌림이나 왕따에 관한 동화책이 많지만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는 좀더 특별한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는 건 아무 이유가 없다는 걸, 그냥 어느 순간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저는 몰랐어요. 만약 우리 아이가 헬레네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부모로서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했을 거예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따져봤을 거예요.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꼭 봤으면 좋겠어요. 말 할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그리고 아프면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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