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
양태자 지음 / 이랑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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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은 마녀사냥을 주제로 한 흥미 위주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 고찰을 위한 보고서 같은 책이다.

마녀사냥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과 마녀사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려준다.

종교와 권력이 만들어낸 마녀사냥은 독일 지역에서만 약 6만여 명의 사람들을 마녀로 내몰아 죽게 만들었다. 광기의 잔혹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죽게 만든 것이 마녀사냥이다.  중세 유럽에는 왜 마녀가 필요했던 것일까?

저자는 직접 마녀사냥이 자행된 장소를 방문하고 취재한 내용들을 여러가지 도표와 그림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마녀사냥에 관한 생생한 역사적 증거물들이다.

그 당시에는 누구든지 마녀 혐의를 받으면 끔찍한 고문 때문에 거짓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부인했다고 해도 억울하게 쫓겨나는 상황이었다. 마녀로 내몰린 그들은 중세 유럽의 권력자들이 휘두른 폭력의 희생자들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길가에 핀 풀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짓밟혔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간에 벌어진 비극적인 단면이다. 지배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마녀라는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새삼 인간이 가진 악마적 속성에 대해 경악하게 된다.

동화나 영화에서 보는 마녀의 이미지만 떠올리다가 이 책을 보면서 불쌍하게 희생된 사회적 약자를 떠올리게 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악랄하게 이용했던 권력자들이야말로 진짜 마녀가 아닐까.

어릴 때는 마녀사냥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들을 볼 때 호기심이나 재미로 느꼈는데 역사를 통해 본 마녀사냥은 슬프고 가슴 아픈 대학살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굳이 중세의 잔혹한 역사를 끄집어보는 건 역사적 비극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좀더 교묘해서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리고 행복해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틀리고 잘못된 것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의 진실은 인간의 탐욕과 죄악에서 비롯된 사기극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무지하고 나약한 이들이 희생되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누가 어떤 식으로 마녀로 몰릴 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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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
레베카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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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은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에 관한 소설이다.

그녀에 대해 잘 모른다면 다음의 내용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남자 뱀파이어의 원조가 드라큘라라면, 여자 뱀파이어의 원조는 헝가리의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이다. 폴란드의 왕을 사촌으로 둘 정도로 명문가인 바토리가는 그들이 소유한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근친결혼이 빈번히 이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토리가에는 유난히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토리는 용맹스러운 군인으로 이름이 알려진 페렌츠 나다스니 백작과 결혼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군인의 기질을 타고난 남편이 터키와 전쟁을 치르느라 집에 없는 날이 많았고 젊은 시절 바토리는 낯선 성에서 시어머니와 지내야 했다. 매사에 지나치게 엄격한 시어머니로 인해 바토리는 억눌린 채 지내면서 서서히 정신병자로 변해갔다.

1600년 남편은 전사하고, 마흔 살의 바토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뒤틀린 욕망이 엽기적 행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우연히 하녀의 잘못을 탓하며 때리는 과정에서 하녀의 피가 바토리의 얼굴과 팔에 튀었고 피에 닿은 부분의 피부가 하얗고 탱탱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늙어가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했던 그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젊은 여성의 피가 자신의 젊음을 되돌려 줄 거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산악 지대인 카르파티아 산맥 언덕에 위치한 자신의 체이테 성으로 농부의 딸들을 납치하여 잔인하게 고문하여 죽이고 그 피로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바토리는 '철의 처녀','철의 새장'과 같은 고문 도구까지 제작하였다.

그러나 바토리의 살인 행각은 종국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처녀들이 체이테 성에만 들어가면 살아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인근 마을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그 성을 악마의 성이라 여기며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된다. 이 소문은 당시 교구의 신부에게 전달되고, 결국 바토리의 만행은 그의 사촌 기오르기 투르소 백작의 방문으로 그 실상이 밝혀진다. 그녀가 죽인 처녀의 수에 대한 진술은 문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50명에서부터 610명에까지 이른다. 이 일에 가담한 바토리의 하녀나 하인들은 모두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정작 바토리는 왕족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모면하는 대신 창과 문이 폐쇄된 방에 감금됐고, 3년 뒤에 그 방에서 죽었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바토리에 대한 공포감이 떠돌았으며,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책 띠지에 "처녀의 피로 목욕한 여인, 바토리 - 오해로 뒤덮인 진짜 초상을 되찾다"라는 문구를 보고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주인공 에르제베트 바토리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마치 살인마라는 누명을 쓴 한 여인이 감옥에 갇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그녀가 자신의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읽는 내내 감쪽같이 속았다. 피의 백작부인으로 알려진 바토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 바토리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고 소름 끼쳤다. 내게는 그것이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다.

하인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방식은 어린 시절에 봤던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습득했고, 결혼한 이후에는 남편인 페렌츠가 격려해줬기 때문에 백작 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하인들에게 내린 처벌은 다시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잔인해서 공포영화 수준이다. 어린 나이에 백작 부인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을 우습게 보는 하인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다스려야 했다는 것이 그녀의 변명이다. 또한 남편 이외의 남자를 사랑하고 배신당하는 과정은 중세 시대에 재산의 일부처럼 여겨졌던 여성의 비참한 현실처럼 보였다. 그 당시의 여자들은 지참금이 많아야만 결혼할 수 있었고, 정략결혼을 통해 부와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남편이 죽으면 혼자 남겨진 미망인은 재산과 영지를 주변 귀족들에게 빼앗기고 수녀원에 갇히는 경우도 있어서 미망인이 된 바토리의 처지가 조금은 이해가 됐다. 하지만 바토리를 통해 본 중세 시대의 모습이 진실이라면 너무나 끔찍한 지옥 같다. 똑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을 용납했던 중세 시대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죄의식 없는 인간인 것 같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라면,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차라리 뱀파이어의 이야기였다면 환상의 세계로 이해할텐데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의 이야기는 중세 시대에 관한 세밀한 묘사 때문에 실감나는 현실로 느껴졌던 것 같다. 기묘한 세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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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2 김부겸 - 김부겸 편 -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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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거진,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2호의 인물이 누구일까 궁금했었다. 결국 이 잡지의 색깔은 각각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것일테니까.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격월간지로 잡지라고 부르지만 전혀 광고가 없다. 한 마디로 잡지이면서 잡지 같지 않은 양장본으로 된 책이다. 마치 이 책을 통해 소개된 인물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진다.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광고 한편처럼 그래픽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피해야 할 두 가지 주제가 있다고 한다. 바로 정치와 종교.

이번 호의 주인공이 김부겸 전 국회의원인 것을 알았을 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현직 정치인을 왜?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던 같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한민국 정치를 외면할 게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알게 됐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은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굴곡 많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가 아닐까라고.

김 전 의원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대학 시절에 유신 반대 시위로 두 차례 구속되고 제적 당했다. 대구 토박이인 그가 호남 세력이 주류인 민주당에 들어갔고 이후 몇 번의 이적을 통해 '철새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 의원이 되었던 그가 돌연 대구로 내려가 민주당 기호를 달고 출마하여 두 번 떨어졌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지만 정작 본인만 깨진 것이다. 그는 정치적 스승이었던 제정구 의원이 나이 마흔 전엔 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따끔한 질책을 듣고 정치적 이득이 아닌 명분을 따랐다고 한다.

"저는 지금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라는 세 개의 벽을 넘으려 합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대구로 가고자 합니다. - 2011년 12월 15일, 대구 출마선언문"

"경기도 군포를 떠나 대구로 올 때 많이 두려웠습니다. 주변의 만류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 2014년 3월 24일, 대구 시장 출마 선언문"

이 책에서는 김부겸을 한국 정치사의 경계인이라고 표현한다. 경계를 맴도는 이방인처럼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의 경계에서 외로운 정치를 해 왔다는 그 사람.

2014년은 그에게 잔인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2017년이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정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을 두고 할 말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지켜볼 뿐이다. 책 맨 뒤에는 김부겸 전 의원과 관련하여 언급된 인물들의 소개가 간략하게 나와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에게 바라는 건 공허한 말이 아닌 행동이다.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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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종말 - KBS스페셜 <암의 종말> 다큐멘터리 여정에서 밝혀낸 암에 관한 새로운 고찰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황태호 감수 / 청림Life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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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다큐멘터리 《암의 종말》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당시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암을 주제로 한 내용이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암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다만 암의 지연, 암의 예방이야말로 암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는 치료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말기 암환자가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암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로 보지만 몇 십 년 후에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암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다. 대부분의 질병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방식인데 암은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에콰도르의 라론증후군 환자들처럼 왜소증을 가진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노화가 암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걸 밝혀낸 것이다. 암은 노화의 병이며 내부의 병이다. 우리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작은 암세포가 덩어리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모든 현대인들은 암환자로 볼 수 있다. 사소한 생활습관들이 1개의 암세포를 몇 만 개까지 증가시킬 동안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이 어려운 것이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주치의로 유명한 암 전문의 데이비드 아구스 박사는 "우리 몸이 하나의 시스템과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질병의 상태를 건강한 상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몸의 모든 활동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107p) "우리는 날마다 노화를 향해 달려간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암은 누구에게나 현재진행형인 질병이다. 그래서 아구스 박사는 우리가 매일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듯, 우리 몸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108p)

암에 관한 통계를 보면 다소 절망적이다.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암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 놀라운 신약이 개발되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황태호 교수의 연구팀이 백시니아 바이러스(우두바이러스)를 유전자 변형을 시켜 'JX-594'를 탄생시켰다. 건강한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키고 파괴하는 바이러스. 2013년 'JX-594'를 이용하여 '펙사-벡' 이라는 백신형 항암제를 개발했고 최근 신라젠이라는 바이오 벤처로 코스닥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황태호 교수는 일반 대중들도 암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적극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현재로서는 말기암의 기적보다는 초기에 암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무분별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암의 종말》을 통해 암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암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고 현재 의료계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암치료에 대한 섣부른 희망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비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웰빙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암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웰다잉을 생각하며 삶의 방식과 가치를 돌아보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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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364일
황선미 지음, 김수정 그림 / 포북 차일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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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습니다. 입을 꾹 다물어버리면 그 모습에 화가 난 적도 있습니다. 사춘기냐구요?

아닙니다. 우리 큰 애는 네다섯 살 때부터 쭉 지금까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평상시의 행동을 봐서는 사춘기는커녕 아직도 아기 같은데 가끔 말하는 모습은 애늙은이 같습니다. 동생들이 있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더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작해야 364일>은 명조라는 남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명조의 삶은 영 꼬여버립니다. 할머니는 첫째손자 윤조만 예뻐하십니다. 고작해야 364일, 명조보다 먼저 태어난 것뿐인데 윤조가 잠을 못 잔다고 할머니가 데리고 주무신 겁니다. 그래서 명조는 작은방에서 혼자 자게 되었고 외톨이가 된 기분입니다. 할머니는 맨날 맛난 음식은 윤조에게만 주시고, 명조가 사달라고 조르던 캔버스운동화를 윤조에게 먼저 사주십니다. 뭐든 형이 먼저 해야 된다고, 신발도 형이 먼저 신고나서 줘야 된다고 하십니다. 홧김에 명조는 하늘색 캔버스운동화 한짝을 베란다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10층에서 떨어진 하늘색 운동화 한짝, 다시 찾으러 가보니 사라졌습니다. 대신 색깔만 분홍색으로 바뀐 캔버스운동화 한 짝을 발견합니다. 도대체 누가 바꿔 놓은 것일까요?

말 수 없고 내성적인 윤조와 활달한 명조. 윤조만 예뻐하는 할머니.

책을 읽는 내내 명조가 투덜대는 모습이 우리 둘째 녀석과 닮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저희 집도 늘 투닥투닥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할아버지의 편애 때문인데, 엄마로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형제자매 간의 의리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얘기한들 지금 당장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명조가 보기에는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 윤조가 부럽겠지만 윤조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빠는 윤조에게 남자다워지라고 보이스카우트를 억지로 시키고 등산을 데리고 가십니다. 정작 보이스카우트를 하고 싶은 건 명조인데 말입니다. 아이들 마음은 몰라주고 야단만 치는 아빠를 보면서 문득 제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맏이니까, 아들이니까 혹은 딸이니까 정해진 메뉴얼처럼 아이를 키우려고 했던 건 아닌지......

명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좋은 건 다 가진 형 윤조가 얄미웠는데 학교에서 자신을 돕는 든든한 형의 모습을 보면서 우애를 느끼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몰라 오해하고 싸울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도 황선미 작가를 통해서 아주 특별한 이야기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매순간 특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우리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고작해야 364일>을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도 한뼘씩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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